최근, 고전 명작을 계승하는 ‘정신적 후계작’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비록 완전한 귀환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오래 전에 사라진 게임의 느낌을 간접적이나마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팬들에게 큰 의미가 있죠.
아쉽게도, 미소녀게임 업계에서는 이런 정신적 후계작은 보기 드뭅니다. 이는 대부분의 개발사가 중소 규모라, 한번 망하면 게임 IP가 그대로 잊혀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그래서 명작이더라도 회사가 부활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후속작을 기대하기 어려운 편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틀을 깨고, 에니시소프트라는 미소녀게임 개발사가 9월 신작으로 과거 2011년 사라진 미소녀게임 ‘오니우타’의 후계작 ‘오니가 온다’를 발표하며 눈길을 모았습니다. 물론, 주인공과 스토리는 이어지지 않지만, 당시 핵심 개발진이었던 원화가 이즈미 아코가 참여하여 더욱 화제가 되었죠.
미소녀게임에서도 보기 드문 정신적 후계작. 과연 그 전작이 얼마나 재미있길래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걸까요? 그래서 이번 미소녀메카에서는 오는 9월 ‘오니가 온다’ 발매에 앞서, 그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미소녀게임 ‘오니우타’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 '오니우타' 타이틀 이미지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마니악하지만, 확실한 개성의 개발사... '130cm'
‘오니우타’를 개발한 130cm는 미소녀게임 개발사 비주얼아츠 산하 개발팀으로, 본능에 충실한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그린 게임으로 유명했습니다. 특히나 게임에는 일반적으로 보기에도 조금 과하다 싶은 행동을 거리낌없이 저지르는 ‘얀데레’와 같은 캐릭터가 많았죠. 덕분에, 일부 미소녀게임 팬들 사이에서는 ‘괴작 제작사’라고 불릴 정도였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창설 초기에 나온 ‘프린세스 브라이드’와 ‘그녀들의 유의’가 있는데, 현재 라이트노벨 원화가로 유명한 미야마 제로가 일러스트를 맡으며 당시에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죠. 다소 마니악하지만, 명확한 특징 덕분에 130cm는 미소녀게임 시장에서도 나름의 인지도를 쌓게 됩니다.
▲ 앞서 나온 '프린세스 브라이드'와 달리...(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 '후리후리'는 그닥 큰 성과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이후, 간판 원화가 미야마 제로는 자신의 원화집 ‘커스텀메이드 걸’을 발매하며 개발팀을 떠나게 되고, 그 빈 자리를 이즈미 이코가 담당하게 되는데요. 원화가가 바뀐 후 첫 작품인 ‘후리후리’에서는 기대치에 못 미치는 원화, 시나리오를 지적 받으며 흥행에 실패하고 맙니다.
하지만, 130cm는 이듬해 2009년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일으키며 설립 이후 최고의 작품을 탄생시키게 되는데요. 바로 그 작품이 ‘오니우타’입니다.
미소녀 신과 함께하는 두근두근 일상, 오니우타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오니우타’는 기본적으로 청춘 러브 코미디를 표방한 작품으로, 우연한 기회에 귀신의 힘을 얻게 된 주인공 ‘미마사카 아키히토’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본래 주인공은 신사에서 살던 평범한 인물이었지만, 괴한을 막으려다가 칼에 찔리는 치명상을 입고 맙니다. 이 때, 신사에서 모시던 미소녀 신이 나타나 주인공에게 귀신의 힘을 빌려준 덕분에 간신히 살아남습니다.
그 와중에 신은 힘을 잃어서 주인공의 집에 얹혀 살게 되죠. 불로불사의 능력을 손에 얻었을 뿐만 아니라, 미소녀 신과 한 지붕 아래에 살게 된 주인공은 이후 시끌벅쩍한 생활을 보내며 주위에 여러 미소녀들과 교감하는 한 편의 청춘 이야기를 펼쳐나가게 됩니다.
▲ 위기의 순간에 만난 신 덕분에 살아난 주인공...(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이후, 주인공은 미소녀에 둘러쌓여 청춘을 보낸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캐릭터 소개 >
▲ 미마사카 아키히토: 본작 주인공, 자신이 살고 있는 신사에 침입한 괴한을 잡으려다가 도리어 칼에 찔려 죽을 위기에 처한다. 다행히 신사에서 모시던 히메카의 도움으로 ‘귀신’이 되어, 목숨을 부지하게 된다. ‘귀신’의 힘을 받은 이후로 머리에 뿔이 생겼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 히메카: 주인공이 살고 있는 신사의 신, 괴한의 칼에 죽어가는 주인공을 살리면서, 본래 가진 힘 대부분을 잃는다. 힘을 다 채울 때까지 주인공의 집에서 머물기로 한다. 보기에는 어려 보이지만, 실제로는 100살 이상이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 미야베 아야코: 주인공 어린 시절 소꿉친구. 정확히는 주인공 누나와 동급생이며, 현재는 선배로 불리고 있다. 주인공에 대한 사랑이 과해서, 스토커의 기질을 보인다. 주인공을 다양한 방법으로 괴롭히면서 자신의 애정을 확인시켜준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 미마사카 코하루: 주인공 누나. 학교 내에서도 손꼽히는 미소녀로, 스타일도 좋지만 약간 엉뚱한 면이 있다. 특히나 엄청난 ‘브라콘’으로 동생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해내고 마는 성격이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첫 인상부터 호평, 오프닝과 원화로 눈길
‘오니우타’는 처음 공개되었을 때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런 미소녀게임 팬들의 주목을 이끌어낸 두 가지 핵심 요소가 바로 ‘오프닝’과 ‘원화’입니다.
먼저 오프닝에는 수 많은 미소녀게임 OST를 부른 유명 보컬 ‘리타(Rita)’가 참여했는데요. 이때 만들어진 노래는 니코니코동화에서 유저들이 조사한 역대 미소녀게임 오프닝 TOP 100에 항상 들어갈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또한, 원화 역시 전작 ‘후리후리’에서 보여준 특징 없는 무난한 그림과 달리, 확실한 개성과 깔끔함을 지닌 보기 좋은 느낌으로 탈바꿈했죠.
▲ '오니우타' 오프닝 영상 (영상출처: 유튜브)
오프닝과 원화 두 가지 요소는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켰고, 발매 전부터 ‘오니우타’는 기대작 순위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다만, 기대를 하지 않는 게이머들도 있었는데요. 그도 그럴게, 기본적으로 130cm가 보여주는 시나리오는 대부분 가볍게 읽고 넘길만한 작품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예상과는 다르게 ‘오니우타’의 시나리오는 그야말로 모든 걸 뒤엎어버릴 정도였죠. 한마디로 충격적이었습니다.
▲ 발전된 원화도 게이머들의 눈길을 끌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호불호 극명한 시나리오, 마니아를 사로잡다
본래 ‘오니우타’의 장르는 러브 코미디입니다만, 이는 정확히 말하자면 초반부 한정이었습니다. 후반부터는 그 뒤에 숨겨진 진짜 장르인 얀데레물... 즉, 주인공과의 사랑에 미쳐버린 캐릭터들이 펼치는 막장 스토리 일색이었죠. 어떤 면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가뿐히 뛰어넘는 수준이었습니다.
이전에 ‘미소녀메카’에서 이런 얀데레물로 니트로플러스의 ‘그와 그녀와 그녀의 사랑’이라는 작품을 소개한 바 있는데요. 초반부에 강력한 임팩트를 주고, 그 후에 서서히 풀어나가는 성향의 ‘그와 그녀와 그녀의 사랑’과는 달리, 이번 ‘오니우타’는 그야말로 브레이크가 고장난 것처럼 시나리오가 폭주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 처음에는 러브 코미디였지만...(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후반으로 갈수록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대부분의 캐릭터가 자기자신밖에 모르고, 때로는 간단한 일을 피 튀기는 사건으로 발전시키기도 하죠. 더군다나, 타인에 대한 배려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캐릭터들이 모여서 ‘사랑’이라는 공통된 목적을 위해 저지르는 행위는 엄청나게 폭력적이라, 플레이하는 유저로 하여금 깊은 한숨을 내쉬게 만들 정도입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면 130cm가 본래 이런 괴작을 많이 만들어서, 팬 대부분이 멘탈이 튼튼하다는 점입니다. 아마 일반 미소녀게임 팬이라면 돈은 돈대로 쓰고, 멘탈은 멘탈대로 무너지는 대참사가 벌어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시나리오적 반전은 크게 성공했습니다. 기존처럼 단순히 과격한 시나리오를 보여주기보다는, 나름 얌전한 설정에서 보여준 이와 같은 엇박자는 오히려 일부 마니아 팬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죠. 일각에서는 ‘기분 좋은 폭주’라고 평가하며 ‘명작’ 반열에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 의외로 이런 시나리오가 마니아들에게 호평을 받게 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그 증거로 ‘오니우타’는 130cm의 간판 타이틀로 군림하면서, 한동안 제작되지 않던 팬 디스크로도 나올 정도로 크게 흥행하였죠. 특히 스핀오프를 다룬 팬 디스크 ‘오니마리’에서는 과격한 시나리오를 담지 않고 정말로 평범한 학원 러브 코미디를 보여주며 어떤 의미로 또다른 반전을 선사했습니다.
갑작스러운 폐쇄, 그래도 아직 팬은 남아있다
시나리오, 원화, 음악 세 가지 부문에서 모두 A급 미소녀게임 개발팀으로 위치를 굳혀가던 130cm... 하지만, 아쉽게도 ‘오니우타’를 계승한 ‘네무하루’를 끝으로 그 막을 내리고 맙니다.
2012년 비주얼아츠 산하 계열사 13cm가 마지막 작품을 발매한 이후로, 130cm, 13cc도 함께 활동을 중지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개발진은 동인 활동 혹은 다른 개발사로 이적하여 미소녀게임 개발을 이어나갑니다.
발매된 지도 벌써 7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작품이지만, 얀데레가 주제인 게임이 비교적 적었던 미소녀게임 업계 사정상 해당 분야의 마니아들 사이에서 ‘오니우타’는 여전히 훌륭한 게임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2017년 9월에 발매될 예정인 ‘오니가 온다’에 더욱 열광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특히나 겉보기에는 평범한 러브 코미디처럼 보이는 점과 각 인물간의 관계도 등이 ‘오니우타’를 연상시켜서, 많은 팬들이 기대를 품고 있죠.
독자 여러분도 ‘오니우타’가 구작이라 플레이가 망설여지신다면, 이번 신작 ‘오니가 온다’를 플레이 해보시길 바랍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도 있지만, 이 역시 미소녀게임의 묘미니까요.
▲ 그 때 그 재미가 구현될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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