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게임쇼, 게임스컴 부스는 11개 얼굴을 가졌다

유럽 최대 게임쇼로 손꼽히는 '게임스컴' 막이 올랐다. 8월 22일부터 26일까지 5일 동안 쾰른 메세에서 업계와 미디어, 게이머를 아우르는 게임 축제가 열린다. 게임스컴에 오면 가장 놀라운 점이 전시장 규모다. 1홀부터 11홀까지, 무려 11개에 달하는 전시관을 활용한다. 총 면적은 201,000m²에 달한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단순한 '크기'만은 아니다. 게임스컴은 거대한 전시장을 쪼개 각 전시관마다 특징을 살렸다. 11개 관 모두 '게임스컴'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묶이지만 전시장의 목적에 따라 확실한 테마를 살렸다는 것이다.

게임스컴의 전시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1홀부터 4홀까지는 게임업계 관계자와 미디어를 위한 비즈니스 에어리어다. 지스타의 B2B와 같은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어서 5홀부터 11홀까지는 일반 관람객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에어리어'다. 이러한 구조는 다른 게임쇼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눈길을 끄는 점은 각 전시관이 목적에 맞게 설치되었다는 것이다. 우선 게임을 즐기기 위해 현장에 방문한 일반 관람객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에어리어'는 철저히 '체험'에 포커스를 맞췄다. 소니, MS, 닌텐도, 블리자드 등 주요 게임사는 장식을 최대한 줄이고, 커다란 공간을 최대한 잘게 나눠 게임기를 곳곳에 배치했다. 최대한 다양한 게임을,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게 부스를 꾸린 것이다. 특히 버려지기 쉬운 부스 옆면이나 무대 뒤 남은 공간까지 게임으로 꽉꽉 채워 흡사 거대한 오락실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러한 부분은 게임스컴이 내세우는 강점과도 맞아떨어진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그 해를 뒤흔들만한 대형 이슈는 미국에서 열리는 게임쇼 'E3'에 집중되어 있다. 실제로 올해에도 'E3'에는 소니, 베데스다, 유비소프트 등이 미디어 쇼케이스를 통해 새로운 소식을 집중적으로 발표했으나 게임스컴에서는 사전 컨퍼런스를 진행하지 않았다. MS와 EA는 사전 행사를 가지기는 했으나 E3에서 공개한 게임 및 내용에 대한 더 자세한 소식을 전하는데 그쳤다.

이에 게임스컴은 E3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색다른 노선을 취했다. E3에서 공개된 신작을 게임스컴에 와서 직접 즐겨보는 것이다. E3가 이슈에 집중했다면, 게임스컴은 체험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러한 점은 게임사와 게이머를 동시에 만족시키기 충분하다. 게이머는 본인이 기다리는 게임을 출시 전에 즐겨볼 수 있고, 게임사는 E3 이후 가장 많은 게이머가 모일 행사에 한 번 더 신작을 푸쉬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즉, 구석구석에 게임기가 배치된 엔터테인먼트 에어리어의 구조는 게임스컴의 장점 중 하나인 '체험에 강하다'를 활용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비즈니스 에어리어는 어떨까? 앞서 소개한 엔터테인먼트 에어리어는 부스 전체를 탁 트여놓은 개방형 구조가 많았다. 커다란 공간에 가운데를 비워두고 양 옆에 게임기와 무대를 배치해 많은 사람이 오고 가며 게임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반대로 비즈니스 에어리어는 폐쇄형 구조가 대부분이었다. 높은 벽을 세우고 안을 볼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이 역시 부스의 목적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비즈니스 에어리어의 주 목적은 파트너와의 미팅이나 수출 및 수입 상담, 미디어 시연 등이다. 즉, 최대한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필요해 높은 벽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특이했던 점은 부스를 배치한 방식이다. 앞서 소개한 엔터테인먼트 에어리어는 많은 사람들의 방문이 예상되는 소니, MS, 닌텐도를 각기 다른 전시홀에 나눠놨다. 소니가 7홀, MS가 8홀, 닌텐도가 9홀이다. 그런데 비즈니스 에어리어에서는 이 세 업체의 부스가 4.2홀에 몰려 있다. 이 외에도 유비소프트, 코나미, 반다이남코, THQ 노르딕, 워너브라더스 등 중형 이상 게임사가 4.2홀에 같이 배치되어 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도 층은 다르지만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는 4.1홀에 있다.

이러한 구성은 '국가 공동관'도 비슷하다. 영국, 스페인, 프랑스, 폴란드 등 유럽 국가 공동관은 4.1홀에 중국, 한국, 이란 등 아시아 국가나 브라질과 같은 신흥 국가 공동관은 3.2홀에 배치되어 있다. 즉, 비슷한 유형의 부스를 최대한 동일한 전시장에 모아놓은 것이다. 사업 혹은 업무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람이 많은 비즈니스 에어리어의 특성을 고려해 원하는 업체를 찾기 쉽도록 비슷한 유형을 한 전시관에 몰아놓은 것으로 보인다.

10홀에 배치된 '패밀리 앤 프렌드' 전시관도 앞서 소개한 곳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엔터테인먼트 에어리어가 체험, 비즈니스 에어리어가 업무에 집중됐다면 이 곳의 테마는 '편안함'이다. 초록색 밸뱃으로 바닥이 덮여 있으며 편안하게 누워서 게임을 하며 쉴 수 있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여기에 전시된 게임도 다른 곳과 크게 차이 난다. 어린 유저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은 물론,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 직접 움직이는 거대한 테이블 축구처럼 체험형 부스도 곳곳에 있다.

여기에 어린 시절 추억을 자극하는 고전 게임도 이 곳에 배치되어 있다. '포켓몬스터'를 즐기던 게임 보이, 두꺼운 브라운관 TV, 도트가 튀는 '슈퍼 마리오' 등 그 시절, 그 게임을 거대한 쿠션에 누워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추억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즉 '패밀리 앤 프렌드'는 가족 혹은 친구들과 편하게 게임을 하며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다.

작년 게임스컴에는 약 34만 명이 방문했다. 상당히 많은 사람이 몰렸음에도 전시장 내부는 시연을 기다리는 대기자가 많은 곳을 제외하면 복잡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 비결은 부스 간 공간이다. 11개 전시관 모두 부스 사이가 넓게 떨어져 있이 통로가 상당히 넓은 것이다. 즉, 부스 간 사이에 여유 공간을 넓게 잡아 방문자들이 몰려도 동선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한 점이다.

또 하나 눈에 들어온 점은 전시관 곳곳에 간이 카페 혹은 음식점을 적어도 하나 이상은 배치한 것이다. 게임스컴이 열리는 쾰른 메세는 전시장 자체도 크고, 카페나 레스토랑은 대부분 20분 이상 걸어가야 나온다. 즉, 상대적으로 주변에 음식점이 부족한 점을 보강하기 위해 햄버거나 피자, 소세지 등을 파는 푸드 트럭을 전시장 안과 밖에 대거 들여온 것이다. 이와 함께 음식을 먹을 라운지를 크게 두어 방문자들이 배를 채우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관람객이 좀 더 편하게 행사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