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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지스타 흥행의 핵심 키워드는 'e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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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려와는 달리 수많은 인파가 몰린 '지스타 2017' (사진제공: 지스타 운영위원회)

올해 ‘지스타’는 악재가 겹쳤다. 시작 전부터 국내외 대형 업체 참여 저조로 즐길 거리 논란에 휩싸여 왔고, 개막 하루 전인 15일(수)에는 포항에서 일어난 역대 2번째 대규모 지진으로 국가적 재해가 발생했다. 그 여파로 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돼 수험생 방문마저 기대하기 어려웠다.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에 모인 기자들 사이에서 ‘올해 지스타는 절대 흥행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들릴 정도였다.

그런데 짜잔, 절대라는 건 없었다. ‘지스타 2017’은 2012년 관람객 집계법 개선 이래 최대 인파가 몰리며 대흥행을 기록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작년에 비해 온라인게임 기대작이 많이 출품됐고, 수능 예정일이었던 개막 첫 날 부산 지역 학교가 예정대로 휴교 혹은 단축수업을 실시하며 방문객이 많았던 것도 요인 중 하나로 들 수 있겠다. 하지만, 이만한 결과의 일등 공신은 'e스포츠'였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전에도 지스타에서 e스포츠 경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그간 열린 e스포츠 대회가 부대 행사에 그쳤다면, 올해는 아예 B2C 부스를 e스포츠로 꾸미며 전면에 내세운 곳이 많았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블루홀 부스에서 열린 ‘2017 배틀그라운드 아시아 인비테이셔널’을 필두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만 3개 부스에서 진행됐고, 올해 첫 삽을 뜬 액토즈소프트 ‘WEGL’은 유명 종목과 콘솔, 인디 게임까지 12종류의 대회를 개최하며 폭넓은 팬층을 사로잡았다.

'마인크래프트' e스포츠 사회를 맡은 인기 스트리머 '악어'(오른쪽)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마인크래프트' e스포츠 사회를 맡은 인기 스트리머 '악어'(오른쪽) (사진: 게임메카 촬영)

여기에 유명 프로게이머와 스트리머가 총출동하면서 수십만 명에 달하는 인터넷 팬층을 지스타 현장으로 이끈 점이 주효했다. 액토즈소프트가 처음 시도한 ‘마인크래프트’ e스포츠에는 시청자 수 10만 명을 기록한 유튜브 아시아 1위 게임 스트리머 ‘악어(진동민)’가 진행을 맡고, 꼬예유, 봄수, 콩콩, 가그 등 유명 스트리머들이 대거 참여해 해당 팬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또한 ‘스타크래프트’의 ‘최종병기’ 이영호, ‘철권 7’의 ‘무릎’ 배재민, ‘오버워치’의 러너웨이 등 연예인급 인기를 자랑하는 프로게이머들도 지스타 흥행에 힘을 보탰다. 블루홀 부스에서 열린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도 유명 스트리머와 팀들이 펼치는 ‘꿈의 대전’을 보기 위한 인파로 복도까지 북새통을 이뤘다.

부산 지역 유저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특히, 올해 ‘지스타 2017’ 회장에는 젊은 여성 관객 비율이 유독 높았는데, 이들 대부분은 응원 피켓까지 만들어 온 열성 팬들이었다. 부산 지역에서 흔히 만나볼 수 없는 유명 프로게이머와 스트리머를 보기 위해 ‘지스타’를 찾은 것이다. 이는 수능 연기 여파로 인한 수험생 방문 감소폭을 만회하고도 남았다. e스포츠는 지스타에 방문하는 관객층까지도 바꿔 놓은 것이다.


▲ 유명 스트리머들을 보기 위해 액토즈소프트 부스를 찾은 e스포츠 팬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물론 지스타 e스포츠 경기가 올해 처음으로 본격 시도된 만큼 개선해야 할 점도 여럿 보인다. 회장 바깥까지 인파로 가득한 e스포츠 부스 특성을 고려해 전시공간을 좀 더 여유롭게 배치하거나, 줄을 서지 않고 몰려 있는 관람객들을 관리할 스태프 충원, 환호성과 마이크 중계에서 나오는 소음 문제 해결, 보다 넓은 전시공간 마련 등이 과제로 꼽힌다. 그러나 이는 차차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과거 지스타는 세계 1위 온라인게임 강국에 걸맞는 온라인게임 행사였다. 그러나 모바일게임에서 한국은 주도권을 잡지 못했고, 모바일을 주로 내세운 지스타 역시 특색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시달려야만 했다. 대체제로 나온 VR 역시 대세로 자리잡진 못했다. 그리고 이제 e스포츠 시대를 맞았다. 한국은 명실공히 e스포츠 종주국이자 최강국이다. 다른 어떤 게임쇼에서도 볼 수 없는 수준 높은 경기를 펼칠 재원이 탄탄하다는 것이다. 지스타의 미래는 e스포츠라는 열쇠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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