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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과 필요성 높여야, 전문가가 보는 가상현실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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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최초의 상용화된 가상현실(VR) 헤드셋 오큘러스 리프트가 세상에 나왔을 때 대다수 게이머들은 열광했다. 사용자가 직접 가상 세계에 들어가 게임을 즐긴다는, 기존 게임에서 상상할 수 없던 강점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작 2년 사이, VR에 대한 시각은 180도 달라졌다. 기기는 비싸고 불편한데다,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역시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일각에서는 ‘VR은 거품’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VR 전문 리뷰어 ‘멀미왕’ 장진기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구독자 수 4만 명에 달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그 역시 VR 기기를 쓰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로 ‘현자타임’이 왔다는 것. 과연 현재 VR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 것일까? ‘유나이트 2018’에서 '멀미왕' 장진기가 진단하는 가상현실의 현 주소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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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연을 진행한 VR 전문 리뷰어 '멀미왕' 장진기 (사진: 게임메카 촬영)

비싼 가격? 떨어지는 접근성과 필요성이 문제

그동안 사람들이 VR기기 구매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가격대였다. 초창기에만 해도 고성능 기기는 100만 원을 우습게 넘기는데다가, 제대로 된 사용을 위해서는 고성능의 PC 마련도 필수였다. 하지만 이제 가격 허들은 비교적 낮아졌다는 것이 장진기의 설명. 그는 “’오큘러스 리프트’의 경우, 컨트롤러를 포함한 것도 399달러(한화 약 42만 원)으로 스마트폰보다 저렴하다. 여기에 오큘러스가 개발한 비동기식 스페이스 워프 기술로 최소 사양도 내려가 비교적 저사양 PC로도 VR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이 아니라면 무엇이 VR 대중화를 가로막고 있는 것일까? 장진기가 첫 번째로 든 이유는 바로 ‘접근성’이다. VR을 사용하기가 지나치게 까다로운 까닭에 사람들이 VR 사용을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 예로 장진기는 아내 이야기를 꺼냈다. 집에는 오큘러스 리프트부터 HTC 바이브, 윈도우 MR 등 온갖 VR 기기를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는데, 정작 아내는 닌텐도 스위치만 즐기고 있다는 것. 그 이유는 바로 ‘VR기기를 쓰기가 귀찮다’는 것이다.

실제로 VR기기는 설치부터 게임을 즐기기까지의 과정이 다른 플랫폼에 비해 복잡하다. 먼저 설치다. 다양한 선을 연결해야 된다는 불편한 점이 있는 것은 물론,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약까지 있다. 초창기 VR 콘텐츠는 감상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최근은 룸스케일 공간에서 직접 움직이는 체험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따라서 약 1.5m에서 3m 가량의 공간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가정집에서는 가족 모두가 사용하는 거실이나 안방 정도만 가능하다. 설치 자체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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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R을 하려는 자, 복잡한 케이블을 연결하라 (사진: 게임메카 촬영)

기어 VR 같이 선이 없는 모바일 VR 기기 역시 불편하다는 것은 마찬가지다. PC용 VR기기에 비하면 간단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핸드폰 케이스를 벗기고 액정에 묻은 지문을 닦는 등, 여러 준비를 거친 뒤에야 VR 체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원만 켜면 되는 스마트폰이나 PC, 콘솔에 비하면 VR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결정적으로, 사람들이 VR을 쓸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장진기는 “VR을 하면서 얻는 이익이 없다. 필요하지 않으니까 굳이 VR기기를 쓸 필요가 없다. VR게임을 하면 즐겁긴 하지만 VR보다 훨씬 저렴하고 접근하기 쉬운 플랫폼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사람들에게 ‘꼭 VR을 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만한 요소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부터 정보 습득, 위급 상황 대처 등 일상 생활 곳곳에 녹아 든 스마트폰과는 정 반대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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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만 보고 사기엔 경쟁자가 너무 많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위와 같은 이유로 일반 유저들의 VR에 대한 관심은 크게 줄었다. 이러한 경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인터넷 커뮤니티다. 장진기는 “대형 커뮤니티에도 게시글이 하루에 2, 3개 밖에 올라오지 않는다. 어제 신형 기기 ‘오큘러스 GO’가 나왔는데도 큰 반응이 없다. VR에 대한 사용자 반응이 잠잠해졌다”고 토로했다.

VR의 미래는 ‘백색가전’이 되어야 한다

이처럼 현재 VR은 초기와는 다른 모습이다. 그렇다면 VR은 3D TV처럼 잠깐 반짝했다 사라지는 플랫폼이 될까? 이에 대해 장진기는 ‘아직 희망은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말한 문제점인 접근성과 필요성을 해결해서 PC나 스마트폰처럼 가정에서 꼭 필요로 하는 ‘백색가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접근성의 경우, 날로 발전하는 기술이 해결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큘러스나 HTC 모두 선이 필요 없는 신형 VR 기기를 개발하고 있으니 설치의 어려움 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진기는 “오큘러스의 프로젝트 산타 크루즈가 대중화에 기여할 거라고 생각한다. 선이 필요 없는 VR기기라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어 접근성을 높일 것 같다”고 말했다.


▲ 오큘러스 '프로젝트 산타 크루즈' 소개 영상 (영상출처: 오큘러스 공식 유튜브)

아울러 게임 외 콘텐츠가 확충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신호다. 수술하는 과정을 VR로 지켜본다거나 고가의 부동산을 직접 VR에서 확인해볼 수도 있다. 여기에 재난 현장을 직접 체험하며 어떻게 행동할지 생각하게 만드는 콘텐츠도 있다. 오쿨러스는 사용자에게 가상 개인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이 개인 공간은 사용자가 직접 인테리어를 꾸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컴퓨터를 사용하는 작업을 가상공간에서 할 수 있기도 하다. 이를 두고 장진기는 “VR이 가정용 필수 기기로 거듭나려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장진기는 “현재 VR에서 가장 ‘핫’한 콘텐츠를 보면 VR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VR 인기 콘텐츠는 바로 소셜 콘텐츠는 바로 ‘VRChat’이다. ‘VRChat’에서는 전세계 사람들이 VR 공간에서 가상의 캐릭터를 분장하고 대화를 나누는 콘텐츠로, 무려 400만 회 다운로드 됐다. 베데스다 ‘폴아웃 4 VR’이 10만 다운로드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VRChat’은 공전절후의 인기를 자랑하는 VR 콘텐츠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현실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소셜 VR로 옮겨진다면, VR의 필요성이 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장진기의 생각이다.


▲ 전세계에서 가장 '핫'한 VR 콘텐츠 'VRChat' (영상제공: 멀미왕)

마지막으로 그는 “VR은 하드웨어 접근성과 소프트웨어의 필요성 양쪽을 충족시키며 ‘삶의 질을 높이는 기기’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VR을 보다 쉽고 간편하게 즐기고, VR에서 게임 외에도 공부나 휴식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가정에서 반드시 필요로 하는 ‘백색가전’이 VR의 미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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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상 기자 기사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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