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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게임광고] 로또만큼 당첨 어려웠던 ‘달려라 코바’

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그 시절을 함께했던 게임메카는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달려라 코바' PC판 광고가 실린 PC 파워진 1999년 2월호 (자료출처: 게임메카 DB)


1994년부터 1996년까지 SBS에서 매일 오후 7시경 방송했던 전화 게임 프로그램 ‘달려라 코바’를 기억하십니까? 게임방송의 전설로 남은 ‘달려라 코바’는 전화 연결된 시청자와 함께 실시간으로 게임을 즐기는 프로그램으로, 미스코리아 출신 김예분씨와 가상 캐릭터 ‘코바’의 맛깔나는 진행이 일품이었죠. 비록 목소리 뿐이지만, 방송에서 게임 한 번 해보고 상품 받고자 전화를 걸던 학생들이 전국에서 매일 수천 수만 명은 가뿐히 넘었을 겁니다. 방송 시간대에 여의도 일대 전화가 마비됐다고까지 하니까요.

하지만 정작 ‘달려라 코바’를 직접 해 본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 경쟁률을 뚫고 뽑히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극악의 경쟁률을 뚫고 뽑히더라도 인터넷도 아닌 전화선을 통해 신호를 받고, 그것을 게임 프로그램에 반영하고, 그 영상을 TV에 송출하는 시스템 상 랙이 극심해서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게임 시작과 동시에 버벅대다 죽기도 했죠. 당첨되기도 힘들지만 하기는 더 어려운, ‘달려라 코바’는 그런 방송이었습니다.

TV 생방송의 아쉬움을 집에서! '달려라 코바' PC판 잡지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TV 생방송의 아쉬움을 집에서! '달려라 코바' PC판 잡지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그런 범국민적 아쉬움을 달래주러 나온 게임이 바로 이 ‘달려라 코바’ PC판입니다. 유통사는 국내 게임유통의 조상격 업체 동서게임채널입니다. 동서게임채널은 SBS ‘달려라 코바’ 방영 당시 메인 스폰서를 맡기도 했으며, ‘달려라 코바’ 게임에 대한 상표권도 가지고 있었죠. 이를 활용해 1995년 자사 게임잡지 ‘게임채널’ 창간호에 해당 게임 PC판을 번들로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엔 일부 게임만 담긴 비완전판이었지만, 1999년에 들어서며 방송에서 나온 1~3기 모든 게임을 총집합시키고 품질을 키운 완전판을 내게 되는데 그게 바로 이 광고에 나온 버전입니다.

1~3기에 나온 12가지 게임이 한 타이틀에!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1~3기에 나온 12가지 게임이 한 타이틀에!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광고를 보면 ‘달려라 코바’의 모든 게임을 총망라했다고 쓰여 있는데, 실제로 1995년 버전에 비해 게임 가짓수가 대폭 늘어난 것이 특징입니다. 카누, 모터사이클, 행글라이더, 스키, 우주선, 마법의 동굴, 지하터널, 황소, 태권도, 스케이드 보드, 롤러코스트, 부메랑까지 총 12개 게임이 집합돼 있습니다. 이 중 ‘태권도’는 2인 대전 플레이 게임이라 옆에서 지켜보던 동생과 함께 즐기기에도 적합했습니다.

스크린샷을 보면 그 옛날 ‘달려라 코바’ 추억이 새록새록 샘솟습니다. 지하터널, 태권도는 기억 나는데 나머지 두 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개인적으로 초창기 카누 게임을 가장 좋아했는데, 방송을 보며 “왼쪽!! 오른쪽!!” 하며 감정 이입한 기억이 나네요. 당시는 왜 저렇게들 게임을 못할까 혀를 끌끌 차기도 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출연자들에게 사과합니다.

TV로 보던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게임 스크린샷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TV로 보던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게임 스크린샷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이 게임에는 큰 단점이 있었는데, 바로 사운드입니다. 예분누나의 맛깔나는 중계와 코바의 조경모 성우가 맡은 ‘코바’ 캐릭터의 재치있는 추임새가 방송의 핵심 재미였는데, 이것이 빠지고 BGM만 나오니 영 싱숭맹숭한 결과물이 나온 것이죠. 사실 게임 콘텐츠 자체는 대부분 방향 조작 정도만 하면 되는 플래시 게임 수준에 그쳤거든요. 몇 가지 음성 패턴만이라도 녹음해서 중계를 구현했다면 상당한 인기를 끌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쉽습니다.

참고로 해당 게임 사양은 펜티엄75이상 CPU, 16MB 메모리, 4배속 이상 CD드라이브, 15MB 이상의 저장 공간으로 당시 게임치고도 상당히 낮았습니다. 여기에 번들 CD 제공과 당시 삼보컴퓨터와의 협약으로 초기 버전이 무료 제공되는 등 배포율도 상당히 높았고, TV 방송 당시 게임을 해 보지 못 한 아이들의 아쉬움도 큰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달려라 코바’ PC판은 큰 인기를 끌진 못했지만 해본 사람은 많은 그런 게임으로 남았습니다.

이제는 인터넷 플레이를 넘어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도 실시간 대전과 스트리밍이 가능한 세상이지만, 가끔은 ‘달려라 코바’의 불편하기 짝이 없던 전화기 게임이 그리워지곤 합니다.

*덤으로 보는 B급 게임광고


▲ '김진감자의 앵란감자 구출작전' 잡지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오늘의 B급 게임광고는 그 이름도 찬란한 ‘김진감자의 앵란감자 구출작전’ 입니다. 이 긴 이름의 배경에는 당시 유행했던 ‘포카칩’ TV 광고가 있습니다. 당시 ‘안녕맨’ 김진과 배우 엄앵란이 출연해 감자 옷을 입고 “일등감자만 포카칩이 되는게 너무 슬퍼요”, “맛의 세계는 냉정한거야!”, “우리 포카칩이 될 때까지 만나지 말자!” 같은 대사를 외쳤는데, 이 ‘일등감자’ ‘불량감자’ 단어들이 인기를 끌자 아예 게임으로까지 제작됐습니다.

사실 이런 패러디 기반 게임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게임성보다는 유행에 편승하려는 성향이 강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흐른 후 우연한 기회에 이 게임을 본 적이 있는데, 한 1994년쯤 나온 게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더군요. 국산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이라는 점, 귀여운 SD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1997년 출시된 ‘일렉트로닉 퍼플’ 느낌도 나는데, 그로부터 한참 후에 나온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품질이 상당히 낮았던 기억이 납니다.

게임 광고를 보면 혼란스러움이 더욱 가중됩니다. 김진감자와 앵란감자가 일등감자 선발대회에서 탈락한 것 까지는 알겠는데, 왜 불량감자와 불량야채들을 물리치고, 거기다 앵란감자 구출까지 들어가는지... 도저히 머릿속에 시나리오가 떠오르지 않는 전개네요. 광고 속 감자들과 동떨어져 보이는 감자 캐릭터들도 왠지 비호감입니다. 당시 이 광고를 보고 혹해서 게임을 살 만큼 어리지 않았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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