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 전체

[90년대 게임광고] 이것만 있으면 나도 도시어부

/ 1
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휴대용 낚시 게임기 광고가 실린 제우미디어 게임챔프 1998년 1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휴대용 낚시 게임기 광고가 실린 제우미디어 게임챔프 1998년 1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잡지보기]

최근 국내 게이머들 사이에서 낚시 게임이 조금씩 유행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경규와 이덕화 등이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그 덕택인지 수 년 전부터 마니아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낚시 게임업계에도 조금씩 볕이 드는 모습입니다.

최근 낚시 게임들은 대부분 실제 낚시 경험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실제와 같은 그래픽을 구현하는 것은 기본, 충실히 고증한 실제 어종과 특징, 미끼와 낚시법 차이, 자연환경 구성, 수집욕을 자극하는 앨범이나 수족관 등 다양한 시스템으로 중무장했습니다. 컨트롤러 역시 그 중 하나입니다. 낚싯줄을 풀고 잡아당겨주는 릴과 손잡이 등으로 구성된 낚시 게임 컨트롤러는 수많은 낚시 마니아들의 손맛을 대리만족 시켜줬습니다. 최근에는 모바일 기기와 릴 컨트롤러를 접목시켜 언제 어디서나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게임도 보이더군요.

그런데, 이런 시도가 1990년대에도 있었다고 말하면 믿으시겠습니까? 오늘은 지금에 비해 기술도 콘텐츠도 열악했던 시기였음에도, 스릴 넘치는 낚시를 선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90년대 체감형 낚시 게임기를 소개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릴 낚시를 즐길 수 있는 라디카 '배스 피싱'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언제 어디서나 릴 낚시를 즐길 수 있는 라디카 '배스 피싱'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게임챔프 1998년 1월호에 실린 이 광고는 라디카(RADICA) 사에서 나온 릴 전자 게임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라디카는 90년대, 휴대용 LCD 게임기에 체감형 요소를 섞은 게임기를 다수 생산한 미국 업체로, 핀볼이나 포커, 블랙잭, 두뇌향상 게임기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였습니다. 오늘 소개할 2종의 게임은 그 중에서도 유독 독특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게임기들입니다.

먼저, 위 사진은 라디카 낚시 게임기 ‘배스 피싱’ 입니다. 배스 루어낚시를 휴대용 게임기로 구현한 제품인데, 아래쪽 미끼 특징 스티커를 한국어화 해서 붙여놓은 점이 인상적이네요. 다만, 버튼이나 게임 내 UI까지 한국어화하진 못했습니다.

실제 게임 구동 화면, 릴을 사정없이 감아줘야 한다 (사진출처: 유튜브 TheStruggleville 채널)
▲ 실제 게임 구동 화면, 릴을 사정없이 감아줘야 한다 (사진출처: 유튜브 TheStruggleville 채널 갈무리)

이게 대체 어떤 게임인지 실기 영상을 찾아 봤는데, 호수와 보트 위치를 선정하고 루어를 던져 배스를 낚아올리는 게임이더군요. 고기의 위치를 파악한 후 기기를 휘둘러 미끼를 던지고, 릴을 돌려 루어의 깊이를 조절하고, 배스가 루어를 물면 낚싯줄을 당겨 끌어올리면 됩니다. 나름대로 고기가 미끼를 물거나 낚시에 성공할 시 진동까지 오는 최첨단 하드웨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조그마한 게임 화면의 1/3이 호수, 1/3가 물고기 그림, 나머지 자투리 공간을 나눠서 미끼와 점수 등을 표기했습니다. 지금 보면 잔뜩 우겨넣었다는 느낌이 진하게 들지만, 당시 조그마한 LCD 화면에서 포인트 선정과 물고기 모습, 낚시 게임성까지 구현하려면 이게 최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참고로 이 게임기가 미국에서 히트하자 홍콩 대만 등지에서 유사품이 몇 개 나왔는지, 광고에도 유사품 주의 문구도 붙어 있습니다.

낚시 게임기와 함께 나온 라디카 어설트 게임 2종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낚시 게임기와 함께 나온 라디카 어설트 게임 2종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두 번째 게임은 12월 발매예정작이라고 쓰여 있는 ‘탱크 어설트’와 ‘서브 헌트’ 입니다. 잠망경 타입으로 되어 있어 얼핏 VR 헤드마운트 기기를 연상시키는데, 일단은 LCD 화면입니다. 광고 나온 날짜가 1월인데 12월 예정작이라니, 연초 광고에 11개월 후 나올 작품을 소개했을 리는 없고 아마도 작년 다른 곳에 썼던 광고를 돌려쓰지 않았나 싶네요.

일단은 화면 자체 발광이 없는 LCD 제품이니만큼 눈에 꽉 붙여서 즐기기엔 어려울 것 같은데, 실제로는 화면 양쪽에 조그마한 조명을 달아서 이를 해결했습니다. 눈에 밀착하고 즐긴다는 점에서 가상현실에 대한 로망을 자극했는지 이 제품도 꽤나 팔려서, 나중에는 ‘스텔스 어설트’ 같은 추가 제품도 나왔습니다.

눈에 딱 붙이고 플레이하면 위와 같은 게임화면이 나타난다 (사진출처: 유튜브 PIXELKITSCH 채널 갈무리)
▲ 눈에 딱 붙이고 플레이하면 위와 같은 게임화면이 나타난다 (사진출처: 유튜브 PIXELKITSCH 채널 갈무리)

위 게임들은 지금 볼 땐 다소 조잡해 보일 수 있습니다. 사실 90년대 후반 기준으로도 저 게임들은 게임성 면에선 다소 옛날 게임 방식이었습니다. 1998년이면 닌텐도 ‘게임보이 컬러’가 막 등장하고 ‘슈퍼 게임보이’, ‘게임보이 라이트’ 등도 상용화 되어 있을 시기였으니까요. 그러나 한 세대 전 기술을 이용해 나름 저렴한 가격에 체감형 기기의 아이디어를 넣어 보급화시켰다는 점에서는 칭찬하고 싶습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르곘지만 ‘CNN 선정 히트상품’ 이름이 아깝지 않네요.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게임잡지
2006년 8월호
2006년 7월호
2005년 8월호
2004년 10월호
2004년 4월호
게임일정
2024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