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국내 게이머에게 아쉬운 소식이 전해졌다. 오는 4월에 출시되는 ‘모탈 컴뱃 11’이 국내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는 ‘모탈 컴뱃 11’에 등급 거부를 줬다. 심의 자체를 거부한 것과 다름 없다. 한국에 출시되는 모든 게임은 심의를 통과해 연령 등급을 받아야 한다. 심의를 넘지 못한 ‘모탈 컴뱃 11’은 지금 상태라면 국내에 발매될 수 없다.
‘모탈 컴뱃’ 시리즈는 대대로 심의를 넘지 못했다. 인플레이인터렉티브가 2011년부터 ‘모탈 컴뱃’ 9편을 비롯해 9편 원본에 DLC를 합친 ‘모탈 컴뱃 컴플릭트 에디션’, 10편 확장판 ‘모탈 컴뱃 XL’, 최신작 ‘모탈 컴뱃 11’까지 게임 4종에 대한 심의를 신청했으나 모두 등급 거부를 받고 말았다. ‘모탈 컴뱃 11’ 심의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국내 게이머 사이에서 심의를 넘지 못할 것 같다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을 정도로 ‘등급 거부’의 역사는 길었다.
그렇다면 게임위가 ‘모탈 컴뱃 11’ 심의를 거부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게임위는 ‘페이탈리티’를 그 원인으로 들었다. 여기서 ‘페이탈리티’란 ‘모탈 컴뱃’ 시리즈에서 상대를 마무리할 때 사용하는 연출인데 대다수에 신체를 상당히 훼손하는 연출이 들어간다. 게임위는 “이번 작품은 전작보다 그래픽적으로도 더 사실적으로 표현되는 부분이 있기에 폭력성 부분에서 등급 거부가 결정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모탈 컴뱃’ 시리즈 중 2011년에 국내 심의를 통과한 게임이 있다. ‘모탈 컴뱃’ 1, 2, 3편을 묶은 ‘모탈 컴뱃 아케이드 콜렉션’이 청소년이용불가로 심의의 벽을 넘은 것이다. 예전에 나온 게임이기에 지금과 비교하면 그래픽이 사실적이지 않지만 ‘모탈 컴뱃’인 만큼 ‘페이탈리티’는 빠짐 없이 들어가 있다.
여기서 짚어볼 부분은 둘 다 페이틸리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작을 묶은 ‘모탈 컴뱃 아케이드 콜렉션’은 심의를 통과하고, ‘모탈 컴뱃 11’은 통과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페이탈리티는 양쪽에 모두 있는데 한 쪽만 심의를 통과한 점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게임위는 “모탈 컴뱃 아케이드 콜렉션은 2D에 표현도 사실적이지 않았다. 반면 ‘모탈 컴뱃 11’의 경우 신체 훼손 등에 대한 표현이 사실적이다”라고 말했다.
같은 페이탈리티라도 묘사가 얼마나 사실적이냐에 따라서 심의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게임 심의 규정에도 포함되어 있다. 심의 규정 중 폭력성 부분을 살펴보면 보는 사람에게 혐오감이나 공포를 줄 수 있는 표현이 얼마나 사실적으로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연령이 나뉜다.
전체이용가는 단순하게 표현되어야 하며, 12세 이용가는 가볍게 묘사되어야 한다. 이어서 15세 이용가는 ‘사실적으로’, 청소년이용불가는 ‘과도하게 표현된 경우’라는 내용을 규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폭력적인 장면이나 연출을 어느 정도로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등급이 달라지는 것이다.
1. 전체이용가: 캐릭터의 외모, 의상, 행동 등은 자유롭게 표현하되 혐오감과 공포감을 유발하는 요소가 단순하게 표현된 경우. 2. 12세 이용가: 캐릭터의 외모, 의상, 행동 등은 자유롭게 표현하되 혐오감과 공포감을 유발하는 요소가 경미하게 표현된 경우. 3. 15세 이용가: 캐릭터의 외모, 의상, 행동 등은 자유롭게 표현하되 혐오감과 공포감을 유발하는 요소가 사실적으로 표현된 경우. 4. 청소년이용불가: 캐릭터의 외모, 의상, 행동 등은 자유롭게 표현하되 혐오감과 공포감을 유발하는 요소가 과도하게 표현된 경우. |
여기에 신체 훼손에 대한 부분도 규정에 있다. 전체이용가와 12세는 신체 훼손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지 말아야 하며 15세는 경미한 표현만 허용된다. 신체 훼손을 사실적으로 보여줄 경우 청소년이용불가에 해당한다. 게임위는 “모탈 컴뱃 아케이드 콜렉션의 경우 소니가 12세 이용가로 신청했으나 심의 결과 청소년이용불가로 결정됐다”라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앞서 이야기한 ‘모탈 컴뱃’ 두 게임을 살펴보면 ‘모탈 컴뱃 아케이드 콜렉션’은 청소년이용불가 범주에 넣을 수 있는 정도였으나, ‘모탈 컴뱃 11’은 청소년이용불가에도 들어갈 수 없는 게임이라 판단한 셈이다. 심의 결과가 납득하지 못할 정도로 불합리하지는 않지만 같은 내용이라도 얼마나 더 사실적으로 보여주느냐가 출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심의 통과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라는 점은 다소 모호하다.
게임위는 등급 거부를 준 게임에 대해 소명할 기회를 준다. 심의를 신청한 게임사의 의견을 들어본 후 게임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플레이인터렉티브는 “어제(27일) 저녁에 심의 결과를 확인했으며, 현재 내부에서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심의에서 지적된 ‘페이탈리티’는 ‘모탈 컴뱃’의 심장과 같다. 이 부분을 수정하거나 삭제할 경우 메인 메뉴가 빠진 게임이 되어버리고 만다. 국내 출시에 암운이 드리운 ‘모탈 컴뱃 11’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유심히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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