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이다. 3∙1운동 이후 일본의 통치에 대항하고 나라의 독립을 준비하기 위해 임시정부가 생겼다. 그리고 올해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다. 이처럼 의미 있는 시기에 귀중한 우리 문화재가 고국으로 돌아왔다. 조선 말기 최고의 학자이자 노령에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의병대장으로 나섰던 ‘척암’ 김도화 선생이 생전에 남긴 글을 묶은 ‘척암선생문집’을 찍기 위해 만들었던 책판이 한국 땅을 밟은 것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발벗고 나섰던 의인이 남긴 유산을 되찾아왔다는 것은 상당히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더욱 더 눈길을 끄는 부분은 책판을 찾아오는 과정에서 한국도 아닌 해외 게임사가 도움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2012년부터 7년 동안 한국 문화재 보호 활동을 지속해왔던 라이엇게임즈가 그 주인공이다.
라이엇게임즈는 4월 11일 한국 오피스 오디토리움에서 ‘척암선생문집 책판 언론공개회’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외국을 떠돌다 이제서야 고국에 돌아온 ‘척암선생문집’ 책판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였다. 여기서 ‘책판’이란 조선시대에 책을 찍기 위해서 그 내용을 새겨 넣은 판을 의미한다. 책은 김도화 선생 사후에 손자가 중심이 되어 1917년에 발간됐고, 이를 토대로 추정했을 때 전체 책판 수는 1,000여 장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 있는 책판은 이번에 되찾아온 것을 포함해 21장 밖에 되지 않는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상당히 많은 부분을 잃어버렸다. 국내에 몇 없었던 귀한 책판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찾아오게 된 것이다. 이번에 환수한 책판은 오스트리아에서 개인이 소장하던 중 올해 2월 독일 경매에 출품됐다.
경매에 매물로 나온 책판을 찾아오는 과정에서 라이엇게임즈가 조성해둔 국외 문화재 환수기금이 사용됐다.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인물이 남긴 글을 담은 몇 없는 책판을 찾아오는데 미국 게임사인 라이엇게임즈가 도움을 준 것이다. 이에 대해 라이엇게임즈코리아 박준규 대표는 “2014년에는 석가삼존도, 작년에는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이 돌아온 것에 이어서 이번에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척암선생문집 책판이 돌아오게 되어 기쁘다”라며 “필요할 때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해외 문화재 환수 기금을 미리 조성해두었고 이 기금이 의미 있게 사용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라이엇게임즈가 한국 문화재 보호 활동을 7년 동안 이어온 이유는 무엇일까? 박준규 대표는 “게임은 문화다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아울러 ‘리그 오브 레전드’는 한국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나이가 어린 팬들도 있다. 이들에게 선조들의 문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번에 되찾은 책판은 9권 23면과 24면이며 담긴 내용은 ‘태극도설’에서 논쟁 부분에 대한 견해다. ‘태극도설’은 중국 북송의 성리학자 주돈이의 태극도에 주자가 별도의 해석을 더한 것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은 “태극은 성리학의 존재의 근거라 할 수 있다. 우주의 생성과 인간 관계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라며 “척암 선생의 태극도설은 그 중 상당히 논쟁이 되었던 부분에 대해 퇴계 이황, 대산 이상정의 학설을 토대로 본인의 견해를 밝힌 것이다”라고 말했다.
척암 김도화 선생의 문집 책판은 2015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유교책판’에 포함되어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이번에 되찾아온 책판 역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척암’ 김도화 선생은 구한말 의병대장이자 퇴계학파 출신의 대학자다. 사후에 발행된 문인록에 따르면 제자 212명이 명단에 있지만 실제로는 400여 명에 달하는 제자가 있었으리라고 추정될 정도로 당대 최고의 학자로 손꼽힌다.
그러나 명성황후가 시해되고 단발령이 내려지자 김도화 선생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의병장으로 활동하며 독립을 위해 힘을 썼다. 문화재청 김현모 차장은 “나라를 구하기 위한 항일의병운동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1895년 을미사변과 단발령 이후 안동지역 의병장으로 추대되었고, 한일 강제 병합 이후에도 나라를 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김도화 선생의 정신은 후대에도 이어졌다. 김도화 선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맡았던 ‘석주’ 이상룡 선생의 종고조부(아버지의 고모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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