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깜짝 등장해 순식간에 국내 업계를 긴장에 몰아넣은 게임이 있다. ‘타이탄폴’로 잘 알려진 리스폰이 만든 배틀로얄 신작 ‘에이펙스 레전드’는 출시 직후 TOP10 턱 밑까지 추격하며 폭발적인 화력을 과시했다. ‘배틀로얄의 새로운 진화’라는 슬로건에 모자라지 않는 행보를 보였다. 문제는 TOP10을 넘기지 못하고 끝없이 순위가 추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주에는 지난주보다 5단계 하락한 26위에 그쳤다.
‘에이펙스 레전드’는 기존 ‘배틀로얄’과 완전히 다른 게임성으로 단번에 눈을 사로잡았다. 유저 다수가 ‘최후의 생존자’ 자리를 두고 겨루는 기본틀에 각기 다른 능력을 지닌 캐릭터로 팀을 이뤄 싸우는 협동을 접목했다. 쉽게 말하면 ‘배틀로얄’이 접목된 ‘오버워치’나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하는듯한 신선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출시 한 달 만에 유저 5,000만 명을 끌어 모았을 정도로 초기 완성도 자체는 뛰어났다.
그러나 인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외부에서 날아든 직격타는 핵이다. 플레이 중 버젓이 핵을 광고하는 유저가 있을 정도로 출시 초기에 핵이 난무했다. 팀끼리 실력을 겨루는 배틀로얄에서 공정한 플레이를 해치는 핵은 재미를 망치는 주범이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면 핵은 비단 ‘에이펙스 레전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기가 오를수록 핵도 많아지는 것이 이 업계의 불문율이며, 핵과의 끝나지 않는 전쟁을 치르며 인기를 유지할 방법을 찾는 것은 모든 게임사의 과제다.
즉, 단순히 핵이 많아서 ‘에이펙스 레전드’의 기세가 꺾인 것은 아니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새로운 문제가 보인다. 가장 큰 부분은 신규 콘텐츠 수급이 느리다는 것이다. 특히 ‘에이펙스 레전드’는 맵 1종에, 플레이 모드도 3인 팀 하나다. 기존 유저는 질리는 시기가 왔고, 신규 유저는 기본이 기존부터 합을 맞춰온 고수를 상대할 방법이 없어 이탈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에이펙스 레전드’의 진화를 완성할 새로운 조각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고마워요, 어벤져스! 세 달 만에 복귀한 ‘포트나이트’
‘에이펙스 레전드’가 연이은 추락을 면치 못한 가운데, 배틀로얄 경쟁작 ‘포트나이트’는 세 달 반에 순위권에 복귀했다. 1월 말에 50위 밖으로 밀렸다가 5월이 시작되는 이번 주에 49위로 복귀한 것이다. 해외에서는 흥행했으나 국내 시장에서는 이상하리만큼 힘을 쓰지 못했던 ‘포트나이트’에 원기를 북돋아준 주역은 마블 히어로였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개봉에 맞춰 4윌 말부터 부지런히 추가한 ‘어벤져스’ 콘텐츠가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주에 ‘포트나이트’는 포털 검색량과 PC방 이용량이 크게 뛰었다. 고전을 면치 못했던 ‘포트나이트’가 ‘어벤져스의 힘을 받아 좋지 않았던 흐름을 바꾼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마블’ 관련 게임에 공통적으로 드러났다. 마블 영웅들이 등장하는 ‘마블 엔드 게임 아레나’ 역시 비슷한 시기에 검색량이 증가했다. 모바일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졌다. ‘마블 퓨처파이트’도 구글 매출 순위가 급격히 상승했다. 이들의 공통과제는 현재 기세를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이다.
이번 주 상위권에서는 ‘로스트아크’가 두 단계 하락한 4위에 그쳤다. 지난주에 ‘로스트아크’는 새로운 클래스 ‘창술사’를 발판 삼아 2위까지 진격했으나 1주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현재 유저들이 가장 큰 불만을 품고 있는 부분은 밸런스다. 특히 오는 15일에 본격적인 PvP라 할 수 있는 경쟁전 시즌 1이 시작되기에 그 전에는 밸런스를 잡아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제작진이 경쟁전 이전에 걱정을 불식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어서 중위권에서는 ‘엘소드’가 껑충 뛰었다. 지난주보다 9단계 뛰어 27위에 안착한 것이다. 3월 초부터 이어진 하락세를 박차고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캐릭터 14명을 주인공으로 한 가상 아이돌이다. 게임 캐릭터들이 멤버로 활약하는 가상 아이돌의 성공사례는 롤드컵 결승을 강타했던 ‘리그 오브 레전드’ K/DA가 잘 보여준 바 있다. 10년 넘게 쌓인 두터운 팬층을 지닌 ‘엘소드’에게 가상 아이돌은 가장 큰 강점인 캐릭터를 부각시킬 수 있는 좋은 소재다.
마지막으로 하위권에서는 ‘GTA 5’가 6단계 상승한 32위를 차지했다. ‘GTA 5’는 출시 이후에도 ‘GTA 온라인’을 통해 생명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지난 2일에는 열기에 불을 붙여줄 만한 연료가 투입됐다. 5월 8일까지 모든 서바이벌 작업 보상을 세 배로 늘렸다. 실제로 이번 주에 ‘GTA 5’는 포털 검색량과 PC방 이용량이 함께 늘었다. 서바이벌 보상을 비롯해 각종 보상이 늘어나는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게이머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느껴지는 한 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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