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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국 게임에 밀리는 게 52시간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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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엔씨소프트 현장시찰 (사진제공: 한국게임기자클럽)

지난 8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판교에 있는 엔씨소프트 사옥을 방문했다. 지금 문체위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및 소속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하고 있고, 이에 맞춰서 게임업계의 목소리를 들어보겠다고 현장에 직접 방문한 것이다. 현장에는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와 한국게임산업협회 강신철 협회장이 자리했는데 먼 길을 찾아온 의원에게 전한 이야기가 가히 충격적이다.

두 사람이 집중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52시간 근무제’다. 김택진 대표는 정부 시책을 존중하지만 게임업계 특성을 고려해달라며 ‘중국에서는 6개월 내에 새로운 게임이 나오는 반면 우리나라는 생산성이 뒤쳐져 1년이 되도 나오지 않는다’라고 밝혔고, 강신철 협회장은 ‘직원들의 여가도 중요하지만 많은 업체들이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의 문제는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국내 게임이 중국에 밀리는 이유가 ‘52시간 근무제’ 때문이냐는 것이다. 게임 시장은 냉정하다. 재미있고, 납득할만한 서비스를 펼치는 게임을 좋아하고, 이러한 게임에 게이머들이 몰린다. 그 게임이 어느 나라 회사에서 만들었고, 직원들이 몇 시간을 들여 개발했는가는 흥행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특히 ‘소녀전선’, ‘붕괴3rd’ 등 중국 게임이 한국에서 대박을 친 후에는 ‘중국 게임이라도 재미있고, 잘 만들었으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중국보다 나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면 52시간 근무제가 아니라 더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투자할 연구개발비에 세제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더 나았다.

두 번째는 강신철 협회장이 ‘직원들의 여가도 중요하지만 많은 업체들이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 부분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회사가 힘들다면 직원들이 개인 시간을 쪼개가며 일해줘야 한다고 보일 수 있다. 강 협회장은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협회의 장이다. 그리고 게임업계에는 회사 경영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좋은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하기 위해 땀흘리는 수많은 종사자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게임산업협회장이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경영진을 대변하는 발언을 공식 석상에서 국회의원에 전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

마지막은 게임업계가 중국에 대해 가장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52시간 근무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가장 큰 부분은 판호가 막혀 있다는 것이다. 중국 게임이 한국에서 잘되는 만큼, 한국 게임도 중국에 나가서 흥행할 수 있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지난 2017년 3월부터 2년 넘게 한국 게임에 판호를 내주지 않았고, 중국 진출길은 완전히 막혀 버렸다. ‘판호 문제’야 말로 정부가 온 힘을 다해서 국가 대 국가로 풀어줘야 할 중요한 과제다.

제한된 시간에 업계 목소리를 집중적으로 전하고 싶다면 임팩트 있는 주제 하나를 강하게 미는 것이 낫다. 그렇다면 ‘중국 판호를 해결해달라’는 것이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생산성이 떨어질까 봐 걱정된다’는 것보다 더 크고, 광범위하고, 더 많은 사람의 목소리를 담은 주제가 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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