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최근 몇 년 새, 모바일을 통한 배달대행 업체들이 생겨나면서 기존에는 배달이 되지 않던 카페나 분식점 메뉴들까지 집에서 받아 먹을 수 있는 이른바 ‘대배달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대행업체 및 미양심 배달부들의 음식 빼먹기 만행으로 인해 배달불신은 물론 위생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밀봉 시스템을 도입하자거나, 법적 제재를 강화하자거나, 배달업체가 갑이 되는 구도를 바꾸자는 등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결과물이 나오진 않고 있다. 그 와중 피해를 보는 것은 선량한 고객 및 가게들 뿐이다.
잠시 괴로운 현실에서 눈을 돌려 게임으로 향해 보면, 이쪽 세계에는 참으로 모범적인 배달부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그들은 고객의 음식을 빼 먹는 상저질 행위는 절대 하지 않으며, 시간 엄수는 기본. 엘리베이터는 커녕 방범장치에 경비원까지 뚫어가며 배달을 완수한다. 내 치킨을 배달해 줬으면 하는, 프로 정신으로 무장한 게임 속 배달부들을 만나보자.
TOP 5. GTA 5 - 프랭클린
GTA 5 주인공 3인방 중 가장 정상인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프랭클린 클린턴. 그는 게임 시작 전부터 유능한 자동차 배달원으로 활약해 왔다. 물론 자동차 센터에서 고객에게 차를 배달해 주는 것과 반대로, 빚을 갚지 못 한 고객의 차를 센터로 배달하는 일이긴 하지만, 어찌나 일을 잘 하는지 ‘이달의 직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프랭클린의 배달 능력은 탁월하다. 교통질서는 바닥의 껌으로 아는 GTA 세계에서 차를 손상시키지 않고 배달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겪어 본 사람만 알 것이다. 그래서인지 유독 프랭클린에게는 물건이건 사람이건 음식이건 장물이건 배달 퀘스트가 자주 주어지는데, 운전 중 시간을 느리게 흘러가게 만드는 그의 특수능력과 맞물리면 그야말로 신속배달의 전설을 쓸 수 있다. 아, 만약 프랭클린이 피자를 배달해 준다면 반드시 친절하게 대해 주고 팁도 넉넉히 챙겨주도록 하자. 당신이 메인 퀘스트와 관련된 무적 NPC가 아니라면 그 피자를 열 기회조차도 주어지지 않을 수 있으니.
TOP 4. 보더랜드 3 - 볼트 헌터
배달업계의 신성. 보더랜드 3에 등장하는 네 명의 볼트 헌터가 떴다! 모즈, FL4K, 아마라, 제인으로 결성된 이들은 패스트푸드, 특히 커피와 햄버거 배달에 특화된 이들이다. 예를 들어 게임 도중에 만날 수 있는 사이드 미션 ‘다이너스티 다이너’에서는 맬리완이 인수한 햄버거 가게를 되찾고, 햄버거를 만들어 맬리완의 아처 로웨 대장에게 배달해주는 과정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볼트 헌터들은 배달부 이상의 역할을 한다. 닫힌 가게를 열고, 부족한 고기를 구해오고, 먼 길을 달려 햄버거를 배달하며 길을 가로막는 나쁜 놈들을 뚫어버린다. 그런 험난한 여정에도 불구하고, 배달왔다는 소리에 “오예~ 햄버거다!” 라며 좋아하며 뛰어내려오는 고객님의 웃음을 접하면 모든 고생이 잊혀지는 기분이다. 물론 고객이 조금 진상을 부려서 약간의 투닥거림이 있긴 하지만… 뭐 그 후 곳곳에 햄버거를 신속 배달하는 과정에서도 감자튀김 하나 빼먹지 않으니 모범 배달부라는 칭호가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TOP 3. 데스 스트랜딩 - 샘 포터 브리지스
코지마 히데오의 신작으로, 2016년 첫 공개 이후 최근까지 ‘무슨 게임인지 모르겠다’는 평이 압도적이었던 데스 스트랜딩. 발매를 몇 주 앞둔 최근 들어 게임에 대한 정보가 속속 공개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그 정체가 무려 ‘프로 배달부 게임’이라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생각해 보면, 그 동안 공개된 수많은 이해 불가능 트레일러들에서 주인공은 항상 뭔가를 옮기고 있었다.
데스 스트랜딩의 세계는 인류 문명이 파괴된 시대다. 사람들은 간신히 살아남아 쉘터 등에 고립돼 있고, 바깥에는 저승에서 흘러넘친 듯한 검은 비가 내리는데, 이 비를 맞으면 시간이 빠르게 흘러 죽고 만다. 그런 세상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무엇인가를 꿋꿋히 배달하는 주인공 샘 포터 브리지스를 보면 절로 응원이 나온다. 그가 배달하는 물품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게임이 출시돼 봐야 알 수 있지만, 세계를 구할 것이라는 힌트를 볼 때 프라이드, 아니 양념 치킨임이 유력해 보인다.
TOP. 2. 게이머 ‘바로 당신’
2위는 배달부라는 주제를 보자마자 수많은 독자들이 바로 떠올렸을, ‘바로 당신’이다. 특히나 RPG나 MMORPG를 한 번이라도 해 본 게이머라면 수많은 배달 퀘스트를 수행했을 것이다. 무협이건, 판타지건, SF건, 현실 바탕 세계관이건… 어느 세계에서나 우리 플레이어들은 NPC들의 배달부가 되어 뛰어다니기 마련이다. 물건이라도 주면서 배달시키면 양반이고, 가끔은 없는 물건을 구해다가 갖다주라는 ‘무에서 유 창조’ 배달 콜까지 울리니… 성격 같아서는 당장에 때려치고 싶을 정도지만 결국 끝까지 해내지 않는가.
하지만, 사실 게임을 하다 보면 플레이어들이 100% 완벽한 배달부라고 자처하기엔 무리가 있는 경우도 있다. 가끔이지만 수상한 배달 물품을 열어보고 분석해 음모를 파헤치는 퀘스트가 나오기도 하고, 배달 의뢰자나 배달 받는 사람을 처치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 물건에는 손도 대지 않는다. 배달비도 헐값 혹은 무상인 경우가 많으니, 게이머야말로 진정한 프로 배달부다.
TOP. 1.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 - 배달부
게임 속 배달부로서 당당한 1위를 차지한 캐릭터는 바로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에 나오는 배달부다. 그는 도바킨에게 다양한 편지를 전해주는 NPC인데, 상식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장소에까지 툭 튀어나와 배달을 완수한다. 그러니까, 온갖 역경을 다 헤치고 들어간 던전 최심부라던가, 사후 세계로 분류되는 ‘소븐가르드’, ‘소울 케언’ 같은 지역까지 휙휙 들어와 편지만 주고 쿨하게 사라진다. 퀘스트 장소까지 나를 업어서 배달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 정도다.
스카이림 배달부가 무서운 점은 불사신이라는 것이다. 주인공과 드래곤의 사이에서 등이 터져도 죽지 않는다. 다만 바닥에서 살짝 길뿐이다. 그리고 잠시 후 상처 따위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휙 나타나 편지를 전해준다! 이정도면 아마도 엘더스크롤 세계관 최강자 혹은 창조신 격인 존재가 아닐까 싶은데, 이대로 가다간 엘더스크롤 6에서는 ‘배달교’가 생기고 신으로 숭배받을 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경배하는 마음으로 편지를 받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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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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