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일, 블리즈컨 2019가 기대 반 불안 반 속에 개최됐다. 지난 해 실망 속에 공개된 ‘디아블로 이모탈’을 시작으로 최근 불거진 하스스톤 홍콩 지지 퇴출 사건까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와중, 디아블로 4는 이러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자 둔 강수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시네마틱 영상을 보고 조금 의아함을 느낀 이들도 있을 것이다. 기존 디아블로 시리즈는 악마 ‘디아블로’를 포함한 일곱 대악마를 숙적으로 삼아 왔다. 그런데 이번 디아블로 4에서는 정체불명의 새로운 여성 악마가 주역으로 등장했다. 공개된 바에 따르면, 해당 여성 악마는 릴리트라는 존재다.
과연 릴리트는 누구고, 디아블로 세계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디아블로 4 공개를 맞아, 디아블로 세계관에 대한 트리비아와 새로 나타난 악마 릴리트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히 알아보자.
핵앤슬래시 대표작 디아블로, 처음엔 턴 기반 게임이었다
디아블로는 명실상부 핵앤슬래시 액션 RPG 대표주자다. 하지만 이 게이이 원래 턴 기반 RPG로 기획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디아블로는 블리자드 노스 스튜디오 초대 사장인 데이빗 브레빅이 어린 시절부터 구상한 기획에서 출발했는데, 당시 기획안에 따르면 이 게임은 턴 기반 로그라이크 RPG였다. 실제로 디아블로는 거의 절반 이상 턴 기반 RPG로 제작되다가, 중간에 실시간 액션 장르로 전환돼 오늘 우리가 아는 모습이 됐다.
해외 게임매체인 IncGamers 인터뷰에 따르면, 데이빗 브레빅은 고등학생 시절 디아블로에 대한 첫 구상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잔혹한 분위기의 던전에서 악마들과 사투를 벌인다는 콘셉트 정도만 있었는데, 데이빗 브레빅은 디아블로라는 이름 자체도 단순히 자신이 살던 지역 산 이름에서 어감이 따온 것이며, 당시에는 스페인어로 ‘디아블로’가 악마를 뜻한다는 사실조차도 알지 못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구체적으로 게임 제작이 시작된 것은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흐른 뒤인 1994년이었다. 게임개발업계에 뛰어든 데이빗 브레빅은 재직 중이던 회사를 떠나 1993년 몇몇 동료들과 함께 콘도르라는 개발사를 설립하고 디아블로 프로젝트 제작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이 게임은 오늘날과는 다른 모습이었는데, 우선 장르가 턴 기반 로그라이크 RPG였다는 점부터 그러했다.
데이빗 브레빅은 다양한 턴 기반 RPG를 즐기면서 자랐기에, 디아블로도 당연히 턴 기반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실제로 그가 쓴 디아블로 초기 기획서에는 게임이 턴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내용이 표기돼 있다. 종족과 클래스도 다양하게 지원되며, 한 번 캐릭터가 사망하면 다시는 그 캐릭터로 플레이 할 수 없는 ‘영구적 죽음’ 시스템도 채택하고 있었다. 그가 이전에 즐겼던 ‘로그’나 ‘넷핵’, ‘모리아’ 같은 게임들에서 강하게 영향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설립 초기 콘도르 스튜디오는 자본이 부족해 디아블로 외 다른 프로젝트를 병행해야 했다. 그러한 외주 일감 중 하나가 대전게임 ‘저스티스 리그 태스크 포스’를 메가 드라이브판으로 만드는 것이었는데, 이 일이 예기치 않게 콘도르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사실 저스티스 리그 태스크 포스는 슈퍼 NES판 제작도 동시에 추진 중이었고, 이 일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외주 받아 맡고 있었다. 그렇게 콘도르와 블리자드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리고 1995년, 데이빗 브레빅은 블리자드를 찾아가 디아블로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유통 및 투자를 제안했다. 처음에만 해도 블리자드는 디아블로에 썩 긍정적인 입장이 아니었지만, 결국 디아블로 유통을 맡기로 했다. 얼마 후에는 만성적인 지금난에 시달리던 콘도르 스튜디오를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로 전환했다. 그 과정에서 콘도르는 오늘날 디아블로의 산실로 유명한 블리자드 노스로 개명하게 됐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처음에는 데이빗 브레빅이 프로젝트를 주도하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결과물이 썩 만족스럽지 않자, 블리자드는 브레빅에게 디아블로를 실시간 ARPG로 바꾸고 멀티플레이 모드를 강화하라는 요구를 했다.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의 성공으로 실시간 게임과 멀티플레이의 잠재성에 고무되어 있었다. 그리고 디아블로가 이 요소들을 포용해야만 흥행할 수 있으리라 여긴 것이다.
하지만 턴 기반 게임을 실시간 ARPG로 만들라는 건 사실상 게임을 갈아엎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어린 시절부터 디아블로를 구상해왔던 데이빗 브레빅에게 이러한 요구는 가혹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블리자드가 투입한 프로듀서 빌 로퍼와 스토리 담당 크리스 멧젠 등은 데이빗 브레빅을 끈질기게 설득했고, 결국 내부 투표를 거쳐 개발 6개월 만에 디아블로 프로젝트를 실시간 ARPG로 다시 만들자고 결론내린다.
다행인 점은 데이빗 브레빅이 생각보다 빨리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그는 실시간 ARPG로 만든 디아블로 테스트 버전을 돌려본 후, 블리자드의 방향이 낫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후 디아블로는 게임성과 스토리를 모두 새롭게 짜기 시작했다. 이미 6개월이나 개발한 게임을 다시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 1996년 출시된 디아블로는 한 해 만에 미국에서만 67만 장 이상 팔리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초기 디아블로는 오늘날처럼 단단하고 방대한 세계관이 결코 아니었다. 개발 도중 투입된 블리자드 측 인사에 의해 급히 바뀌거나 새롭게 쓰인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 디아블로 세계관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많은 요소는 훗날 추가됐거나, 기존의 설정을 나중에 수정하며 나온 것들이다. 워크래프트 시리즈가 중간에 설정을 바꾸며 세계관을 확장한 것처럼, 디아블로도 초기 설정을 계속 바꾸며 확장해 나간 셈이다.
원작자가 구상했던 디아블로 첫 설정, 어떻게 바뀌어 왔나?
그렇다면 블리자드가 개입하기 전 디아블로는 대체 어떤 내용이었을까? 데이빗 브레빅이 구상했던 초기 줄거리는 오늘날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였다. 당시 게임 스토리는 다양한 종족이 살아가는 다크 판타지 세계에서, 약탈자들에게 고향과 가족을 잃은 무명 주인공이 피의 복수에 나선다는 내용이었다. 주인공이 던전에 들어가게 되는 이유도 단순히 원수들을 쫓아가는 것에 불과했으며, 던전 최하층에 있는 디아블로와는 별 상관도 없었다.
초안에 따르면 이 게임은 플레이에 따라 악마와 전혀 상관없는 전개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확장팩에 따라 고블린 동굴이나 움직이는 버섯 괴물의 세계로 가는 등 다양한 테마의 던전을 추가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면들을 종합해 보면, 초기 디아블로는 ‘던전 크롤’처럼 여러 테마의 던전을 돌아다니면서 괴물을 무찌르고 보물을 모을 뿐, 스토리는 사실상 없는 것에 가까웠다. 가족의 복수라는 것도 던전에 들어가는 계기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블리자드가 개입한 후 디아블로 스토리는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스토리 변경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은 단연 크리스 멧젠이다. 워크래프트 스토리에도 큰 영향을 준 크리스 멧젠은 블리자드가 데이빗 브레빅의 초안을 수정시키기 위해 투입한 인사 중 하나였다. 훗날 인터뷰에서 전하길, 사실 그는 디아블로라는 이름부터 썩 내키지 않았다고 한다. 스토리는 말할 것도 없었기에, 디아블로라는 악마의 콘셉트와 지하 던전이라는 콘셉트 정도만 남기고 거의 새로 쓰다시피 했다.
크리스 멧젠은 디아블로의 무대를 ‘모탈 렐름(Mortal Realm)’이라는 가상 세계로 상정했다. 지금 쓰이는 ‘성역(Sanctuary)’이라는 이름은 훗날 덧붙여진 것이다. 디아블로의 근간이 되는 세 악마와 영혼석 설정, 그리고 영혼석에 깃든 악마들이 인간을 유혹하고 타락시키고 숙주로 삼아 대학살을 벌이는 등의 줄거리는 거진 이 시기에 구상됐다. 사실상 크리스 멧젠이 투입된 후에 비로소 지금 우리가 아는 디아블로 세계관의 토대가 구축된 셈이다.
그렇게 재구성된 디아블로는 인간이 사는 ‘모탈 렐름’을 차지하기 위해 인간들을 꼬드기던 가장 강한 세 악마가 고대에 대천사의 도움을 받은 인간에 의해 봉인 당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 악마들에 대한 기억이 잊힐 즈음, 대악마 디아블로의 봉인지 유적 위에 대성당이 세워진다. 하지만 지하에 봉인된 악마의 영향 탓에 사제와 왕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미쳐 가고, 결국 사제가 왕자를 디아블로의 숙주로 삼기 위해 납치하며 게임이 시작된다.
게임 플레이를 통해 주인공은 결국 성당 카타콤 아래 존재하는 지하 미궁을 지나 왕자를 찾아낸다. 그러나 왕자는 이마에 디아블로의 영혼이 담긴 영혼석이 박힌 상태였고, 결국 디아블로의 숙주가 된 왕자를 처치하는 것으로 엔딩을 맞이한다. 다만 주인공은 자신이 쓰러뜨린 디아블로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결국 영혼석을 자기 이마에 박아 넣으며 후속작을 암시한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설정상 많은 공백이 있었다. 최근 디아블로 4가 공개되며 화제가 된 캐릭터 이나리우스와 릴리트는 세계관에서 성역 세계를 만든 창조주로 설정됐지만, 처음에는 거의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그나마 이나리우스가 오만하게도 천상에서 떠나 지상으로 와 자신의 영역을 세우고 메피스토에 도전했다 패배한 천사로만 간단히 소개됐으며, 릴리트는 아예 언급조차 없었다.
배경이 되는 세계 ‘모탈 렐름’도 그저 어느 순간부터 원래 있던 것을 천사와 악마들이 발견한 것으로 소개된다. 즉, 창조주가 누구인지 모르는 세계였던 셈이다. 여기서 인간들이 특별하게 여겨진 이유는, 이들이 선과 악 중 한 쪽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으로 설명됐다. 팽팽하게 대치 중인 천사와 악마 중 한 쪽을 도와, 선과 악의 전쟁에서 한 쪽을 우세하게 만들 수 있는 존재인 셈이다. 악마가 인간을 타락시키고자 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디아블로 2는 전작 주인공이 결국 디아블로에게 몸을 빼앗기고, 봉인된 다른 대악마 메피스토와 바알까지 해방시켜 ‘모탈 렐름’을 완전히 지배할 계획을 세우며 시작된다. 이에 게임은 디아블로가 봉인된 ‘서부 원정지’ 지역을 벗어나, 황량한 사막과 열대우림을 지나 마침내 지옥까지 가는 등 확장된 세계관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사실 전체적인 내용에 있어서는 전작의 단순한 줄거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사실 오늘날 디아블로 세계관의 중요한 부분은 디아블로 2 출시 이후인 2001년부터 나왔다. 그 중에서 2006년에 발간된 소설 ‘죄악의 전쟁’에 이르러서야 디아블로 세계관은 지금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천상과 지옥의 전쟁에 질린 천사 이나리우스와 악마 릴리트가 함께 도주해 창조한 세상이 디아블로 무대 ‘성역’이며, 이들 사이에서 막강한 힘을 지닌 고대인 ‘네팔렘’이 탄생했다는 등의 설정은 모두 여기서 비롯됐다.
시네마틱 영상의 메인 악마, 릴리트는 누구인가?
이처럼 세계관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가 소설에서 정립되다 보니, 게임만 열심히 한 플레이어는 릴리트가 누구인지 감을 잡기 힘들다. 실제로 인터넷 상에서는 디아블로 4 트레일러가 공개된 직후 대체 저 여성 악마가 누구냐는 문의가 빗발쳤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 게임에서 문제의 여성 악마 릴리트는 세계관상으로 대단히 중요한 존재임에도 실제 게임에서는 제대로 등장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사실 릴리트는 디아블로 2: 파괴의 군주 때부터 알게 모르게 얼굴을 비춰 왔다. 다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긴 설정 변경 속에 릴리트에 대한 설정도 여러 번 바뀌어 왔기에, 이를 제대로 기억하는 이는 생각보다 드물다. 이에 디아블로 4에서 새로운 주요 악역으로 등장하리라 추측되는 악마 릴리트의 변천과정에 대해 정리해 보도록 하자.
사실 릴리트가 처음 등장한 시기는 생각보다 이르다. 디아블로 2: 파괴의 군주 배틀넷 이벤트인 2005년 ‘판데모니움’에서 처음 등장했으니, 얼추 2006년작 소설 ‘죄악의 전쟁’ 출간과 맞물리는 시기에 등장한 셈이다. 여기서 릴리트는 지금 설정과 달리 ‘안다리엘’의 어머니이자 서큐버스의 여왕으로 등장했다. 그는 영웅들이 세계석을 지켜내자 직접 개입해, 디아블로를 비롯한 대악마들을 부활시키는 어둠의 의식을 치른다. 이에 플레이어는 강해진 채 살아난 ‘우버 디아블로’ 등을 상대해야 했다.
이 이벤트는 배틀넷에서만 지원되고 싱글 플레이에서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공식 설정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어쨌든 이 이벤트에서는 릴리트를 게임 내에서 직접 만나볼 수 있었다. 정해진 퀘스트 아이템을 조합하면 포탈이 릴리트가 있는 곳으로 포탈이 열리며 전투가 가능했다. 다만 이 시기 릴리트는 독자 모델이 없었기에 ‘안다리엘’ 모델을 색만 바꿔서 그대로 사용했다. 그렇기에 국내 커뮤니티에서는 그냥 ‘우버 안다리엘’이라고 부르거나, 원어 발음인 ‘릴리스’로 부르곤 했다.
릴리트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앞서 언급한 소설 ‘죄악의 전쟁’에서였다. ‘판데모니움’ 이벤트와 달리 ‘죄악의 전쟁’은 디아블로 세계관 공식 설정에 포함되는 내용이다. 여기서 비로소 릴리트는 ‘성역’의 창조주 중 하나라는 설정이 확립됐다. 대악마 ‘메피스토’의 딸이지만, 아버지를 증오하고 천상과의 전쟁에 질린 나머지 천사 ‘이나리우스’와 결탁해 새로운 세계인 ‘성역’을 창조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나리우스’와 릴리트 사이에서 고대의 초인 ‘네팔렘’ 종족이 탄생했다.
다만 소설에서 릴리트는 이미 고대에 ‘이나리우스’와 결별한 것으로 묘사됐다. 릴리트는 자신의 자식인 네팔렘들이 천사나 악마보다 강해질 잠재성이 있다고 보았고, 네팔렘의 군대를 만들어서 천상과 지옥을 모두 정복할 야심을 품었다. 이에 ‘이나리우스’가 릴리트를 ‘성역’에서 추방했으나, 작중에서 릴리트는 모종의 방법으로 돌아와 가장 강한 네팔렘 ‘울디시안’을 유혹하다 다시 쫓겨나고 만다. 이후 릴리트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이후 릴리트는 디아블로 3에선 설정으로만 잠깐 등장했다. 게임 중 얻게 되는 기록을 클릭하면 릴리트 입장에서 서술된 텍스트와 음성이 나오는데, 이를 통해 소설 ‘죄악의 전쟁’의 배경 설정을 간략히 볼 수 있는 정도였다. 사실상 디아블로 3에는 등장하지 않은 셈이다. 그렇기에 디아블로 3를 플레이 한 게이머도 일일이 기록 오브젝트를 뒤지면서 설정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면 십중팔구 릴리트의 존재를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다.
릴리트에 대한 설정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이유는 또 더 있다. 사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최근까지도 릴리트에 대한 설정과 묘사 방식을 놓고 고심 중이었다. 본래 블리자드는 2018년에 릴리트를 중심인물로 하는 디아블로 만화를 타이탄 코믹스라는 회사와 함께 출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약판매까지 진행됐던 이 만화는 2018년 말 갑자기 취소됐다. 예약구매 건은 환불됐고, 블리자드는 어떤 성명도 내지 않았으며, 타이탄 코믹스는 취소 사실만 확인해줬다.
이에 해외 팬덤에서는 디아블로 4 정식 발표 이전부터 다음 디아블로에 릴리트가 중요하게 등장할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했다. 기존에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게임과 스토리를 맞추기 위해 기존에 출간 준비 중이던 만화를 취소시킨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릴리트가 나오는 만화가 또 취소됐으니, 이유는 아마 다음 디아블로 게임에 릴리트가 중요하게 다뤄지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실제로 만화 발간 취소로부터 약 1년이 지난 2019년 11월 2일, 블리즈컨에서 릴리트를 주인공으로 삼은 디아블로 4 시네마틱 영상이 공개됐다. 소설 ‘죄악의 전쟁’에서 ‘성역’으로부터 추방당했던 릴리트가, 추종자의 음모로 치러진 인신공양 끝에 고대 유적에서 육신을 얻고 다시 한 번 강림하는 내용이었다.
워크래프트 만큼이나 설정 자주 바뀌는 디아블로, 과연 릴리트 이야기는?
앞서 살핀 바와 같이 디아블로는 초기 기획부터 디아블로 4에 이르기까지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당장 디아블로 4 주요 캐릭터로 예정된 릴리트만 해도 디아블로 2까지 이렇다 할 설정이 없었고, 최근까지도 세부사항이 바뀌어 왔으니 말이다. 블리자드의 또다른 대표작이자 잦은 설정 개변으로 유명한 워크래프트 시리즈 만큼이나 디아블로 설정도 자주 바뀐 셈이다.
과연 디아블로 4에서는 어떠한 이야기가 다뤄질까? 일단 예상되는 전개는 릴리트가 거의 유일하게 중요 인물로 등장한 소설 ‘죄악의 전쟁’에서 이어지는 내용이다. 릴리트는 소설에서 자신의 후손인 네팔렘들의 잠재성을 깨워 천사와 악마를 압도하는 종족으로 키워내고, 이들로 군대를 이루어 전 우주를 지배할 야심을 품은 것으로 묘사됐다. 아마 디아블로 4에서도 이 내용을 기반으로 스토리가 전개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갑자기 기존 설정이 바뀌거나, 새로운 설정이 추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릴리트는 디아블로 2에 처음 등장했을 때와 지금 사이에 괴리가 큰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디아블로 4 새 악당으로 예상되는 릴리트지만, 아쉽게도 그가 어떤 역할로 등장하는 사연은 조금 더 정보가 풀리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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