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블레이드, DmC: 데빌 메이 크라이 등을 개발한 닌자 시어리 신작 ‘블리딩 엣지’가 오는 3월 24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게임은 3인칭 4 대 4 대전 게임으로, 얼핏 오버워치나 리그 오브 레전드, 사이퍼즈 느낌의 캐릭터 스킬 기반 전투가 특징이다. 기자는 작년 6월 첫 공개 당시 시연 버전을 플레이 해 봤는데, 시연이 끝난 후 곧바로 맨 뒤로 가서 줄을 다시 섰다. 이후 진행된 테크니컬 알파 테스트에도 참여했을 정도로 이 게임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다만, 현재 국내 게임시장 특성은 Xbox One이 좀처럼 힘을 못 쓰고 있는 판국이기에, Xbox를 메인 플랫폼으로 삼는 블리딩 엣지 역시 국내 게이머들의 관심을 크게 못 받고 있는 것이 다소 아쉽다. 그러나 최근 MS 정책에 따라 블리딩 엣지 역시 PC(윈도우, 스팀)와 Xbox One에서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에, PC 온라인게임으로 봐도 무방하다.
출시를 앞둔 시점에서 블리딩 엣지에 대해 설명하자면, 단연 올해 상반기를 휩쓸 자격이 충분한 멀티플레이 게임이다. 보통 잘 만든 게임들은 처음 한두 판 플레이에서부터 티가 난다. 게임에 익숙치 않아 수많은 삽질을 하고, 상대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해 죽기만 해도 게임에 대한 흥미가 계속 솟아나는 것이다. 블리딩 엣지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게임메카는 3월 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블리딩 엣지 미디어 체험회에서 공개된 최신 버전을 통해 이 게임의 매력을 설명해 보고자 한다.
세 가지 역할군, 12명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
블리딩 엣지는 캐릭터 기반 액션 게임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워치 같은 게임을 3인칭 액션 시점으로 옮겨놨다고 해도 무방하다. 게임 플레이만 따지면 오버워치 쪽에 조금 더 가깝지만, 슈팅이 아닌 액션 장르이므로 정밀한 조준보다는 상황에 맞는 방향 조작과 스킬 사용이 더 중요하다. 굳이 비슷한 게임을 찾는다면 사이퍼즈 등 3인칭 AOS 게임을 생각하면 좀 더 편하겠다.
게임 내에는 크게 세 가지 역할군이 존재한다. 공격형 ‘어쌔신’, 딜탱형 ‘헤비’, 지원형 ‘서포터’다. 각 캐릭터는 제각기 다른 기본 공격(근거리/원거리)과 콤보, 이동기, 패시브 스킬 등을 가지고 있으며, 액티브 스킬 3개, 궁극기 2개(게임 시작 전 택1)가 존재한다. 궁극기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히오스를 연상시키는데, 게임 도중 레벨업이나 스킬 진화 등이 전혀 없다는 점은 오버워치를 더 닮았다.
이 기사에서 모든 캐릭터를 다 소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역할군 별 캐릭터 한 명씩만 살펴보자. 어쌔신 역할군에서는 엔지니어 느낌이 나는 여성 캐릭터 ‘기즈모’가 꽤 재미있고 강하다. 기본 공격이 시간이 지날수록 연사 속도가 빨라지는 원거리 총격이라 전투가 벌어지면 멀리서 안전하게 원거리 공격이 가능하다. 안전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점프대를 설치하거나, 롤의 하이머딩거나 오버워치의 토르비욘과 같은 자동 공격 포탑을 두 기까지 바닥에 깔 수 있다. 적이 나를 향해 다가오면 포탑을 설치해 놓고 이리저리 도망다니기만 해도 탱커가 사르르 녹는 마법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기즈모의 가장 멋진 점은 변신이다. 기즈모의 두 가지 궁극기 중 하나는 게임 내에서 유일한 변신 스킬인데, 순식간에 거대 외골격 로봇을 소환해 전장에 뛰어든다. 이 경우 전방에 광범위한 화염을 내뿜는 딜탱 역할로 탈바꿈한다. 한타가 벌어질 때 후방에서 꾸준히 딜을 넣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궁극기로 변신해 전방으로 나아가다 보면 손쉽게 팀 내 최고 딜량을 기록하게 되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헤비 역할군에는 단연 버터컵이 돋보인다. 큰 체격과 보랏빛 머리, 외발 오토바이(손에 든 무기를 앞바퀴삼아 빠르게 달리기도)가 특징인 버터컵은 오버워치의 로드호그를 연상시키는 끌어오기 스킬을 사용한다. 돌격기와 자가 체력 회복을 기본적으로 지니며, 자신 주변에 감속 디버프를 깔거나 지속적 피해를 주는 범위 공격을 사용하는 등 그야말로 최전방에서 활약하는 전형적인 딜탱 캐릭터다. 궁극기 역시 불을 일으켜 피해를 주거나, 일시적으로 피해량과 체력이 늘어나는 등 역할에 충실하다. 무엇보다 기본 공격과 스킬이 통쾌해 플레이 하는 맛이 난다.
마지막 지원가 역할군에는 아프리카 주술사 캐릭터 미코가 상당히 눈에 띈다. 아군 치유를 패시브로 깔고 있으며, 스킬 역시 치료, 원거리 공격 무효화 보호막, 적 얼리기 등으로 활용 범위가 매우 넓다. 특히 아군을 전부 은신시키는 궁극기는 상황에 따라 기습이나 후퇴 등에서 굉장한 효과를 발휘한다. 아쉽게도 이번 시연에서는 언어 장벽으로 인해 이 기술을 활용할 기회가 없었지만, 향후 정식 서비스 시 꼭 사용해 보고 싶은 기술이다.
현재 공개된 캐릭터는 총 11종이며, 출시 시점에는 실루엣만 발표된 추가 캐릭터 1종이 추가로 참전한다. 이번 시연회를 통해 이 추가 캐릭터의 정체가 밝혀졌는데, 다름아닌 원거리 공격+헤비 스타일의 돌고래 ‘메코’다. 수상 동물인 탓에 수조 안에 들어가 있는데, 아쉽게도 아직 플레이를 공개할 단계가 아닌 모양인지 선택할 순 없었다. 다만, 개발진에 따르면 초심자보다는 고수 플레이어에게 어울리는 ‘손 많이 타는 캐릭터’라고 하니 기대해 볼 만 하겠다.
수많은 변수 존재하는 맵, 직관적이고 성취감 있는 전투
이번 시연 버전에서는 지역 점령전, 데스매치의 두 가지 전투 모드를 경험할 수 있었다. 지역 점령전의 경우 A, B, C로 나뉜 특정 포인트를 점령해서 포인트를 쌓아 최종적으로 목표 포인트를 달성하는 편이 이기는 방식이며, 데스매치는 킬 수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모드다. 모드 자체는 딱히 특이한 것이 없지만, 그만큼 익숙하게 적응할 수 있다.
독특한 것은 맵 구성 쪽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예를 들어 점령전 맵에는 기차가 지나다니는데, 이 기차에 치이면 그대로 죽는다. 기차가 오는 타이밍은 선로 불빛 색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불빛이 주황색으로 물들면 곧 기차가 온다는 신호다. 이 타이밍을 이용해 적을 선로로 밀쳐내거나 하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마오리 전사 ‘마쿠투’의 경우 특히 이런 플레이에 강점을 보이는데, 기차가 오는 타이밍에 적을 성공적으로 밀쳐내면 말로 할 수 없는 쾌감이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전투에서 밀릴 타이밍에 선로 반대쪽으로 도망쳐 기차가 지나가는 시간 동안 도망치는 등 유용하게 사용했다.
게임 내 모든 맵은 입체적이다. 복층 구조 공간이 많아 2층에서 아래를 향해 공격을 퍼붓거나, 순식간에 내려와서 기습하는 등의 전술이 펼쳐진다. 얼핏 4 대 4 게임 치고 맵이 꽤나 넓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2초 만에 소환 가능한 호버보드를 타면 굉장히 빠르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이동 시 불편한 점은 별로 없다. 호버보드 이동이 경쾌한 것은 덤이다.
본격적으로 전투가 시작되면 블리딩 엣지의 진가가 드러난다. 무엇보다 이런 종류 게임은 전투가 재밌어야 하는데, 이에 충실하다. 블리딩 엣지 전투의 특징을 세 가지만 꼽아 보자면 ▲직관적인 표현 ▲손 맛이 느껴지는 스킬 ▲뚜렷한 특색을 지닌 캐릭터들이 펼치는 각양각색 액션이다.
먼저 직관성은 굉장히 뛰어나다. 개인적으로 과거 3인칭 AOS 게임, 혹은 다수 유저들이 벌이는 MMORPG PvP 콘텐츠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근접 전투 캐릭터가 많고 이펙트가 과할수록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캐릭터들이 섞여 있으면 대체 내가 누굴 공격하는지, 어떤 공격이 날 향해 오는지조차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결국 버튼만 연타하다 끝나게 된다.
그러나 블리딩 엣지는 다르다. 근접 전투 캐릭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내 캐릭터가 뭘 하고 있는지, 누구에게 공격 받고 있는지, 누가 멀리서 날 노리는지, 어떤 지원 캐릭터가 방해가 되는지 등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는 게임 디자인의 덕인데, 플레이 인원 수를 4 대 4로 고정시킴으로서 혼잡함을 방지했다. 이펙트 역시 과도하게 화려하지 않으면서 펑키한 멋을 잘 살려내 쾌감과 직관성을 둘 다 살렸다. 적어도 내가 왜 죽었는지, 내가 누굴 어떻게 죽였는지는 확실히 알 수 있다.
두 번째 특징인 손 맛의 경우 초심자와 고수 유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잘 짜여져 있다. 이번 시연 버전에는 ‘초보 추천’, ‘고수 추천’ 캐릭터들이 표시돼 있었는데, 이 중 초보 추천 캐릭터들은 자동 타깃 스킬이나 범위 공격 위주로 조작이 서툰 플레이어도 얼마든지 상황을 이용해 위력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반면 고수용 캐릭터의 경우 적재적소에 쓰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스킬, 빗나가면 끝장인 논타겟팅 기술 등의 비율이 높다. 새롭게 추가된, 상대의 공격을 흘리는 ‘패링’ 역시 이 같은 고수용 기술이다.
그렇게 누구든 게임에서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끔 밸런스가 맞춰져 있기 때문에 승패를 떠나 ‘내가 잘해서 이겼다’, ‘졌지만 잘 싸웠다’, ‘삽질은 했지만 순간순간 빛났다’ 같은 느낌을 받게끔 만든다. 기자는 총 3판의 시연에서 2승 1패를 기록했는데, 이긴 판이건 진 판이건 뿌듯한 감정이 절로 들었다. 재미있는 부분은 몇 번 연속해서 죽더라도 재미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연스레 날 죽인 놈이 어떤 기술을 쓰는지 유심히 보다가, 그 캐릭터를 고르거나 파훼법을 찾아내도록 유도한다. 실제로 기자는 첫 판에 원거리 공격수 기즈모로 학살을 하고 다녔는데, 그 라운드 후반부와 다음 라운드에서 상대편과 우리편 모두 기즈모를 앞다퉈 고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캐릭터 특색은 명확하면서도 직관적이다. 빠르게 움직이는 닌자, 멀리서 적을 가두며 사우는 마녀, 돌진하는 전사, 뒤에서 주문을 외우는 주술사 등 외우기 쉬우면서도 특색이 뚜렷한 캐릭터들을 12명이나 입맛에 맞춰 고를 수 있다. 기자는 특정 범위를 장악하고 안전한 곳에서 약올리는 얍삽한 플레이를 좋아하는데, 원거리 공격과 포탑, 점프기를 지닌 기즈모가 딱 내 스타일이었다. 반면 적 팀에는 아프리카 주술사 서포터 미코를 매우 잘 하는 플레이어가 한 명 있었는데, 아마도 다른 게임에서도 이런 서포팅을 전문으로 해온 듯 적재적소에 힐을 넣는 모습을 보였다. 라운드 도중에도 리스폰 대기 중 캐릭터를 바꿀 수 있으니 선택 자유도도 높다.
게임 한 판은 대략 데스매치 기준 6~8분, 점령전 기준 12~15분 정도 시간이 걸린다. 캐릭터 선택까지 모두 포함한 시간인데, 간혹 잘못 설계된 게임들은 팀이 밀리거나 하면 남은 시간이 한없이 지루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 활약의 여지가 높은 블리딩 엣지는 설령 한타마다 패배하더라도 캐릭터를 바꿔 가며 공략법을 찾고, 한두 명이라도 확실하게 해치우는 데 집중하는 등 지는 와중에도 즐길 거리가 끝없이 나온다.
정리하자면, 블리딩 엣지는 완전히 혁신적인 게임은 아니다. 그러나 기존 게임들이 쌓아올린 다양한 장점들을 펑키하고 유쾌한 분위기 안에서 직관적이게 잘 풀어냈다. 넓지만 넓지 않게 느껴지는 미묘한 맵 크기, 한타가 벌어졌을 때 왁자지껄 하면서도 은근히 직관적인 4 대 4 전투, 그 와중 느껴지는 손 맛과 성취감까지. 그야말로 굉장히 섬세하게 벼려낸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닌자 시어리라는 이름값이 아깝지 않은 게임이 될 것이라 믿는다.
블리딩 엣지는 3월 24일, 스팀과 윈도우 MS 스토어, Xbox One으로 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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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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