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많은 게이머들이 영화 원작 게임이라는 말을 들으면 일단 눈살부터 찌푸리고 본다. 예외도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영화 원작 게임은 유명세에 비해 게임성이 조악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영화의 인기를 등에 업고 부실한 게임을 팔아먹으려는 상술이 빚어낸 비극인데, 특히 영화를 감명 깊게 본 후 영화 기반 졸작 게임을 구매한 경우 그 배신감은 더할 나위 없다.
다만, 아래 있는 게임들은 팬들의 분노를 살 일이 없다. 게임이 잘 나와서가 아니다. 원작 영화 자체가 혹평 투성이인지라 애초에 실망할 팬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게임 자체는 조악하지만 어찌저찌 봐 줄 만한 수준으로 나온 경우도 있음에도, 영화의 악명을 껴안고 함께 침몰하기 일쑤다. 게임도 영화도 사이좋게 망작이라 불리는 환장의 콤비 TOP 5를 뽑아 보았다.
TOP 5. 워쇼스키 형제의 저주? 스피드 레이서
매트릭스를 제작한 워쇼스키 형제(현 남매)가 메가폰을 잡은 2008년작 영화 스피드 레이서. 일본 애니메이션 마하 GoGoGo를 원작으로 한 마니아 영화였음에도, 국내에서는 당시 가수 비(정지훈)와 와썹맨 박준형이 출연한다는 이유로 유명세를 탔다. 뭐, 영화 자체는 아주 제대로 망해 주셨다. 오죽하면 이 작품을 시작으로 워쇼스키 형제의 먹튀 이미지가 굳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다만,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는 이 작품이 이렇게 혹평 속에 묻힐 지 미처 몰랐던 것 같다. 워쇼스키 형제를 믿고 공식 게임까지 만들어냈으니 말이다. 이름만 들어도 공식 게임 냄새를 풍기는 ‘스피드 레이더: 더 비디오게임’이 그 주인공인데, 사실 이 게임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게임 자체는 평균보다 살짝 떨어지는 레이싱게임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아무래도 원작이 싸 놓은 똥을 치우기엔 무리였나 보다.
TOP 4. 라이언 레이놀즈에 애도를… R.I.P.D: 유령 퇴치 전담반
데드풀 이전의 라이언 레이놀즈는 꽤나 험난한 길을 걸었다. 전설로 회자되는 그린 랜턴: 반지의 선택 이후에도 꽤 오랫동안 쪽박 영화만 골라 다녔는데, 2013년 개봉한 R.I.P.D. 유령 퇴치 전담반 역시 그린 랜턴에 버금갈 정도의 폭망작이었다. 로튼토마토 지수 13%, 메타스코어 25점, 1억 3천만 달러 제작비로 전세계 7,800만 달러 수익… 수치로 따지면 ‘그’ 그린 랜턴의 절반 수준도 안 된다.
놀랍게도, 이 끔찍한 영화에도 공식 게임이 존재한다. 제작사는 무려 크라이텍과 함께 크라이시스 리마스터를 공동 개발하고 있는 세이버 인터렉티브로, 일반적인 영화 원작 게임과는 달리 온라인 전용 협동플레이 게임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만약 일반 게임으로 나왔다면 그럭저럭 선방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망해버린 영화를 기반으로 스토리를 짜고 각종 요소들을 집어넣으려다 보니 게임도 영화 따라 유령에게 먹혀버렸다.
TOP 3. 어벤저스에게 당했으니 명예로운 죽음이었지, 배틀쉽
2012년 개봉한 영화 배틀쉽은 동명의 보드게임을 원작으로 한다. 해군과 외계인의 전투를 바탕으로 영화 내내 거대 전함들이 등장하는 함선 마니아의 로망을 담아낸 영화로 보였지만, 정작 수많은 고증 오류로 외면을 받은 작품이다. 일반 관객 눈에도 작위적인 스토리가 곱게 보이진 않았고, 하필 동시기 개봉한 작품이 전설의 레전드격 영화 ‘어벤저스’였기에… 결과적으로 배틀쉽은 2012년 가장 크게 망한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망작이 되었다.
사실 원작 배틀쉽 자체가 보드게임인데다, 이를 바탕으로 한 게임도 있었기에 굳이 영화 기반 게임이 또 필요한가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공식 게임이 함께 나왔다. 많은 북미 영화 원작 게임이 그렇듯 당대 모든 거치형/모바일 콘솔 기기로 나왔는데, PS3와 Xbox360에서 나온 FPS는 혹평 그 자체, Wii와 NDS, 3DS로 나온 턴제 전략 게임 역시 긍정적인 평가는 받지 못했다. 마음 편하려면 영화는 잊고, 원작 보드게임이나 즐기자.
TOP 2. 모탈 컴뱃 따라하다 다리 찢어진, 스트리트 파이터 더 무비
1991년, 스트리트 파이터 2의 대 히트는 장 끌로드 반담 주연의 실사 영화를 낳았다. 비록 흥행 면에서는 게임 원작 영화 사상 최초로 손익분기점을 넘겨 히트한 영화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졸작이라는 평가를 면치 못했다. 결국 이 작품은 지금까지 ‘최악의 게임 원작 영화’ 순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물론 동시기 국내 출시된 스트리트 파이터 실사 영상물들에 비하면 완성도는 높은 편이지만...
그렇다 해도 이 영화를 기반으로 한 게임은 절대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 스트리트 파이터 더 무비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이 게임은 모탈 컴뱃과 유사한 실사 그래픽 기반 2D 대전액션 장르였는데, 원작과는 전혀 다른 괴상한 작품이 나왔다. 불편하다 못해 기기를 부수고 싶은 조작감, 흐느적거리는 액션, 오글거리는 더빙, 안드로메다급 밸런스까지.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의 최대 흑역사로 꼽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다.
TOP 1. 이쯤 되면 예술의 경지, 드래곤볼 에볼루션
대망의 1위는 21세기 최악의 영화를 꼽을 때 최상위권에 항상 이름을 올리는 작품, 드래곤볼 에볼루션 되시겠다. 1억 달러라는 거액의 제작비로 뽑아낸 아마추어급 CG, 원작과는 백만광년 정도 차이가 있는 캐릭터 설정, 주연 배우들의 심각한 발연기… 오죽하면 원작자 토리야마 아키라가 공식적으로 영화를 부정할 정도니… 국내에도 야무치 역 박준형을 보러 영화관을 찾았던 사람이 기자 포함 꽤 되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화룡점정 격으로 이 영화 기반 게임이 PSP로 나왔다. 영화가 워낙 최악 of 최악이었기에 이보다 더 나쁠 수 있겠나 싶었는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대전격투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버튼만 연타해 엔딩을 볼 수 있다거나, 아무리 PSP라고는 하지만 PS1 수준에도 못 미치는 그래픽, 캐릭터마다 별 차이 없는 플레이 스타일, 끔찍한 영화 기반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야 하는 고문 모드까지… 하긴, 드래곤볼 에볼루션 게임이 고품질로 나왔다면 그게 더 이상할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게임과 영화 양쪽에서 2관왕 기록을 세웠으니 그것으로 좋은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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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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