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디즈니 만화 풍 레트로 아트 스타일로 주목을 받았던 횡스크롤 액션 게임 컵헤드가 넷플릭스를 통해 영상화 된다. 이 게임은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 등 주요 시상식에서 여러 번 시각 디자인 부문을 수상하며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사실 컵헤드 하면 독특하고 완성도 높은 아트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그 다음으로 주목받는 요소는 난이도 정도다. 실제로 게임 자체가 이런 만화적 연출과 악랄한 난이도에 집중했기 때문인데, 그래서일까 스토리에 대한 언급은 의외로 많지 않다. 게임 리뷰들을 봐도 배경 설명에 그칠 뿐, 스토리까지 설명하는 경우는 적었다. 넷플릭스 시리즈로 영상화 되는 이 시점에서, 컵헤드는 어떤 내용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기묘한 외모의 주인공 컵헤드와 머그맨,뿌리는 제2차 세계대전?
컵헤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독특한 외모를 자랑하는 주인공 쌍둥이다. 두 주인공 모두 이름 값을 하듯, 머리가 머그컵이기 때문이다. 워낙 특이한 외모다 보니 이들 머리가 컵인 이유가 자연 궁금해진다.
과연 컵헤드와 머그맨 컵 두상의 유래는 어디일까? 혹시 과거 미국에서 나온 TV 만화영화 시리즈 같은 걸 오마쥬 한 것일까? 그렇게 생각했다면 반은 맞혔다. TV 영상물 ‘원작’은 있다. 하지만 미국 TV 만화영화 시리즈는 아니다.
사실 이들의 독특한 생김새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제작한 전쟁 선전영상에서 유래했다. 컵헤드 개발자인 채드 몰덴하우어는 인터뷰를 통해 1936년 선전영상에 등장한 캐릭터가 기억에 남아 이를 캐릭터에 반영했다고 언급했다.
채드 몰덴하우어가 이야기한 영상의 정식 명칭은 ‘장난감 상자 시리즈 제3화: 그림책 1936년(オモチャ箱シリーズ第3話 絵本1936年)’이다. 다만 실제 일본에서 송출됐던 시기는 1934년 4월 13일로, 제목에서 소개된 연도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약 8분 분량의 이 영상은 뱀과 악어를 앞세워 침공하는 사악한 미키 마우스에 맞서, 일본 전설 및 신화 캐릭터가 등장해 싸운다는 내용이다. 예컨대 풍신과 뇌신이 하늘을 날던 미키 마우스를 떨어뜨린 후 번개로 찔러 혼을 내주고, 모모타로가 그 모습을 비웃는 등이다.
컵헤드의 모티브가 된 캐릭터는 그 중에서도 잠깐 스치듯 지나간다. 제목처럼 일본 캐릭터들은 그림책에서 소환되는데, 미키 마우스로 상징되는 미국을 막기 위해 책에서 튀어나온 캐릭터 중 얼핏 컵처럼 보이는 절구 캐릭터가 있다. 이 캐릭터는 시민을 보호하고 탱크로 변신해 싸우는 짧은 등장 후 퇴장하는데, 이 장면이 컵헤드 제작자의 뇌리에 남은 것으로 보인다.
여담이지만 이 영상은 표절 건으로도 논란이 됐다. 주적으로 나오는 미키 마우스는 물론이고, 검은 고양이 펠릭스 등 미국 만화 캐릭터를 그대로 본딴 캐릭터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당시 시대상과 향후 미-일 관계를 생각해 보면 표절이 문제냐 싶지만 말이다. 어쨌든, 컵헤드는 미국 만화를 표절한 일본의 전쟁 선전물을 다시 미국 캐릭터 상품으로 오마쥬한 게임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컵헤드는 정말 뿌리부터 1930년대 레트로 만화를 충실히 오마쥬 하고 있다. 심지어 표절까지도.
주인공들이 도박장 수금원? 알고 보면 살벌한 컵헤드 줄거리
그럼 본격적으로 컵헤드 줄거리에 대해 알아보자. 귀엽고 아기자기한 아트 스타일과 달리, 사실 컵헤드는 꽤 하드보일드 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왜냐하면 주인공들이 도박 빚을 청산하기 위해 도박장 수금원이 돼 다른 빚쟁이들을 털러 다닌다는 줄거리이기 때문이다.
게임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잉크통 섬에 사는 두 주인공 컵헤드와 머그맨 쌍둥이는 따분한 삶을 견디지 못해 늘 멀리 쏘다니며 장난을 치는 사고뭉치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은 섬 바깥에 있는 악마의 카지노를 발견한다.
카지노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둘은 즉시 입장, 스크랩 도박으로 지배인 ‘킹 다이스’마저 꺾고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카지노 사장인 악마가 등장하자 상황은 달라진다. 악마는 카지노를 걸고 거액의 도박을 제안하고, 여기에 응한 컵헤드 형제는 그대로 패배해 그대로 빚더미에 오른다.
문제는 악마가 요구한 빚이 바로 쌍둥이의 영혼이었던 것이다. 영혼을 빼앗기고 지옥에 가 고문을 당하게 된 쌍둥이는 넙죽 엎드리며 악마에게 기회를 달라고 호소한다. 이에 악마는 빚을 면제받을 기회를 주는데, 그 조건인 즉 도망친 다른 채무자들의 영혼을 받아오라는 것이었다.
심지어 악마는 탈주 채무자들의 영혼을 수금하는 데 제한시간까지 건다. 다음 자정이 될 때까지 영혼을 못 받아오면 컵헤드와 머그맨 쌍둥이의 영혼은 꼼짝 못하고 악마의 수중에 떨어지게 된다. 이에 쌍둥이는 황급히 수금을 위한 모험에 나서게 된다.
다만 다행스럽게도 이들도 맨몸은 아니다. 잉크통 마을의 주전자 장로가 쌍둥이를 딱하게 여겨서 마법 물약을 줬기 때문이다. 이 힘과 주전자 장로의 조언, 그리고 고성능 총포로 쌍둥이는 악마의 채무자들을 하나씩 찾아가 쓰러뜨리고 영혼을 받아낸다.
하지만 악마라는 게 순순히 액면 그대로의 계약을 지킬 이들인가? 영혼을 다 찾아왔음에도 쌍둥이는 악마의 카지노에서 지배인의 하수인들에게 공격을 받고, 마지막에는 킹 다이스 본인마저 직접 상대해야 한다. 그렇게 킹 다이스를 쓰러뜨리고 나면 드디어 악마와 대면한다.
악마는 쌍둥이에게 최후의 제안을 한다. 악마는 킹 다이스를 쓰러뜨린 너희들의 힘을 인정한다며, 자기와 함께 일하자는 스카웃 제의를 한다. 여기서 플레이어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 악마의 제안을 받아들여 모아 온 모든 채무자의 영혼을 넘기거나, 계약을 깨고 악마와 맞서 싸우거나.
여기서 악마의 제안을 수락하면 쌍둥이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쌍둥이도 아직 채무자이므로, 자신들의 영혼까지 함께 넘기게 되기 때문이다. 거래를 수락함과 동시에 쌍둥이는 영혼 없는 꼭두각시 괴물이 되고, 배드 엔딩이 나온다.
계약을 깨고 악마와 싸우면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일단 힘든 싸움 끝에 악마를 쓰러뜨리면 악마는 항복 선언을 하고, 쌍둥이는 영혼 계약서를 모두 빼앗아 불태워버린다. 그러면 둘은 악마에게 빚을 진 모두를 구원하고 영웅이 되는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컵헤드 쇼!’,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은?
이렇듯 게임 컵헤드의 줄거리는 자못 단순하면서도 성인 취향이다. 물론 악마와 도박을 한 사람이 사기를 당해 패배하고, 자기 영혼을 구하기 위해 악마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전개는 이제 클리셰라 할 수 있다. 다만 귀여운 레트로 만화 풍 아트로 내용을 전개해 색다름을 준다.
그 특이함 때문일까? 별안간 넷플릭스에서 컵헤드를 원작으로 하는 영상물 ‘컵헤드 쇼!’를 방영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는 넷플릭스의 네 번째 게임 원작 영상물이기도 하다. 물론 원작 개발사인 스튜디오 MDHR도 제작에 참여한다.
해외 미디어 매체 더 랩(The Wrap)에 따르면, 모든 에피소드는 원작 게임 제작자 채드 몰덴하우어와 자레드 몰덴하우어 형제의 초고를 바탕으로 제작된다. 실제로 스튜디오 MDHR측은 게임 개발 과정에서 몇 번 방향성을 갈아엎으며 많은 캐릭터와 스토리를 개발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번 영상물에서는 원작 게임에 반영되지 못한 캐릭터와 설정이 더 보여질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까지는 넷플릭스 컵헤드 쇼에 대한 더 구체적인 정보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원작 캐릭터인 컵헤드, 머그맨, 주전자 장로, 악마, 미스 챌리스 등의 등장과 원작 성우 상당수가 그대로 기용된다는 점 외에 줄거리에 대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필름 페스티벌에서 살짝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넷플릭스 컵헤드 쇼 역시 원작 게임만큼 마냥 평화로운 분위기는 아닐 듯 하다. 컵헤드와 머그맨이 사과를 먹는 걸 보고 사과인간이 겁먹어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장면이 나오니 말이다.
과연 넷플릭스의 네 번째 게임 원작 영상물 컵헤드 쇼는 얼마나 엽기적이고 황당한 내용일까? 그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아직 조금 더 기다릴 필요가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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