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만평
지난 4일, 콘솔게임 업계의 꽤나 긴 난제 하나가 해결됐습니다. PS5의 전용 컨트롤러 듀얼센스의 ‘확인/취소’ 버튼 기능이 지금까지 나왔던 듀얼 쇼크와 달라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존에는 O버튼이 확인, X버튼이 취소였으나, 이제는 반대로 X버튼이 확인, O버튼이 취소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죠.
이는 그동안 지역별로 달랐던 조작법을 통일하기 위한 선택입니다. 그동안 플레이스테이션을 주 기반으로 했던 동양쪽은 오른쪽에 위치한 O버튼(Xbox 기준 B)이 확인이었고, Xbox에 기반을 둔 서양권은 아래쪽에 있는 A버튼(PS 기준 X)이 확인이었습니다. 정반대인 셈이죠. 이런 차이를 없앰으로써 오조작 문제도 방지하고, 개발자에게도 편한 환경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꽤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하지만, 꼬꼬마 시절부터 듀얼쇼크로 O버튼 확인에 익숙했던 동양권 게이머 입장에선 이번 변경이 다소 황망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20년 넘는 세월 동안 사용하던 법칙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일부 게이머들도 이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ID 필립김 님 "차라리 일본 기준으로 하지, O가 어딜 봐서 취소랑 어울리냐", 추추 님 "통일은 좋은데 왜 헷갈리게 통일하냐고", 조상우 님 "난 왜 아직도 X가 확인, O가 취소인지 모르겠다" 등의 의견이 그것이죠.
한편으론 북미 유저를 위한 일방적 변화라고 지적하는 유저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 동양쪽 저를 향한 차별이라는 것이죠. "옵션을 넣어도 되는 건데 이렇게 한다는 건 결국 아시아 시장보다 북미를 우선시한다는 건가?", "왜 억지로 서양식 사고방식을 따라야 하는 건지…" 등의 의견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한 유저는 "오른손잡이용 왼손잡이용 따로 나오던 제품을 오른손잡이가 더 많으니 억지로 맞추라는 격 아닌가?"라며 상황을 신랄하게 비판했지요.
물론 이번 선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유저들도 있습니다. 페이스북 아이디 임준혁 님 "예전에 PSP로 게임할 땐 X가 확인이고 PS4에선 O가 확인이라 헷갈렸는데 좋은 변화다", 배한성 님 "해외게임 할 때 O, X 뒤바뀌는 거 때문에 헷갈렸는데 이참에 잘됐다" 등의 의견이 그것이지요. 한 유저는 "북미가 아시아보다 4배는 큰 시장이기 때문에 통일을 한다면 북미 쪽에 익숙하게 바뀌는 것이 당연하다"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통상적으로 '예, 아니오' 순으로 배열되어 있는 걸 생각하면 이 또한 자연스러운 배치"라고 말했습니다.
생각해보면 간단한 키 위치 변경인 만큼, 시간이 지나면 대다수의 게이머가 바뀐 버튼에 적응하게 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이머들 사이에서 이토록 많은 논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이번 변경이 게이머를 위한 배려가 결여되어 있다는 인식을 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장 논리관점에선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유지해오던 경험 체계를 갑작스레 바꾸는 게 유쾌한 일은 아닐 테니까요. 그래도 때가 되면 모든 게이머가 ‘라떼는 말이야’를 읊으며 편하게 게임하는 날이 올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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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에서 모바일게임과 e스포츠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밤새도록 게임만 하는 동생에게 잔소리하던 제가 정신 차려보니 게임기자가 돼 있습니다. 한없이 유쾌한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담백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남기고 싶습니다.bigpie1919@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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