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경쟁 관계가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끊임없이 엎치락 뒤치락 하며 서로를 견제하고 상호 보완해가며 발전하는 관계를 라이벌이라 부른다. 통키와 타이거, 지우와 바람이, 손오공과 베지터 같은 관계 말이다. 뭐? 얘네들을 모른다고? 많이 젊으시거나 그 반대군요.
아무튼, 영원히 경쟁할 것 같았던 게임계 라이벌 관계도 시간의 흐름을 거역하지는 못했다. 어느 한쪽이 자연스레 경쟁력을 잃고 궤도에서 이탈하거나, 사업을 접거나, 혹은 양쪽 다 과거의 영광만 남아버리는 경우도 있다. 한때는 모르면 간첩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역사의 일부가 되어버린, 한때 라이벌 관계들을 모아 봤다.
TOP 5. 철권 vs 버추어 파이터
세가의 버추어 파이터(버파)는 대전격투게임을 넘어 게임에서 3D 그래픽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 지 보여준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반다이남코의 철권 역시 초창기에는 버파의 영향을 십분 받았는데, 시리즈를 거듭하며 차별화에 성공해 결국 두 게임은 3D 대전격투 게임 양대산맥이자 라이벌 관계로 발전했다.
그러나, 버파의 몰락으로 인해 이 라이벌 관계는 느닷없이 끝나고 말았다. 2006년 발매된 버파 5가 게임성과 흥행 면에서 처참한 평가를 받고, 유명 게이머들이 떠나가면서 버파 시리즈는 자연스레 쇠락해버렸다. 지난 TGS 2020에서 발표된 버파 e스포츠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부활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라이벌 체제는 어려울 듯 하다.
TOP 4. 서든어택 vs 스페셜포스
2000년대 초중반, 국내 FPS 열풍을 주도한 양대산맥은 단연 게임하이의 서든어택과 드래곤플라이의 스페셜포스였다. 당시 국내 유저들은 서든파와 스포파로 나뉘어 어느 쪽이 나은지에 대해 설전을 벌이곤 했다.
그러나, 몇 년 후 이 라이벌 관계는 깨졌다. 서든어택은 수많은 후발주자들의 습격에도 끄떡없이 업계 선두를 지킨 한편, 스페셜포스는 차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현재는 PC방 등지에서 플레이 하는 유저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그나마 후속작에서는 스페셜포스 쪽이 최소한 서비스 중이라는 면에서 승리라고 해야겠지만, 이건 상대의 자멸인지라…
TOP 3. 세가 vs 닌텐도
한때 세가와 닌텐도는 가정용 콘솔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패미컴과 세가 마스터 시스템(국내명 삼성 겜보이)의 경쟁은 메가드라이브와 슈퍼패미컴까지 이어졌는데, 당시 세가가 마리오를 누르고 메가드라이브의 성능을 한껏 뽐내기 위해 소닉을 만들었다는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그러나 세가 새턴에 이르러 새로운 경쟁자인 소니가 등장하며 라이벌 체제가 깨졌고, 결국 회심의 역작이었던 드림캐스트가 처참한 실패를 거두며 세가는 가정용 콘솔 기기 시장에서 전면 철수했다. 현재 닌텐도는 소니-MS와는 별도로 독자적 입지를 구축한 반면, 세가는 게임 제작과 퍼블리싱에 몰두하며 전혀 다른 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옛날엔 꿈도 못 꾸던 ‘마리오와 소닉’ 시리즈가 나온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TOP 2. 캡콤 vs SNK
1990년대까지, 아케이드 게임은 기술 발전을 선두에서 이끄는 첨단 산업이었다. 그 중 최고 인기 장르는 단연 대전격투게임이었고, 그 중심에는 ‘스파’의 캡콤과 ‘킹오파’의 SNK가 있었다. 물론 앞에서 언급한 남코와 세가 간 경쟁도 치열했지만, 캡콤과 SNK는 이런 관계의 원조격일 뿐 아니라 회사 전체가 투입된 전면전이었다는 것이 큰 차이다. 실제로 스파1 제작진이 SNK로 가서 아랑전설과 용호의 권을 만들기도 하고, 각사 게임에 서로를 디스하는 요소(동상이 된 고우키와 가일, 히비키 단)를 넣어 가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SNK가 도산하고 캡콤이 스파3 이후로 한동안 침체기를 걸으면서 자연스레 해당 라이벌 관계도 끝이 났다. 이후 캡콤은 스파4로 부활해 철권의 반다이남코와 티격태격하는 캐미를 보여주고 있으며, SNK는 IP 사업과 더불어 KOF 신작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재미있게도 둘 다 카툰 느낌이 나는 3D 그래픽에 2D 게임방식을 적용하고 있어, 다시 라이벌 관계가 형성될 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TOP 1. 엔씨소프트 vs 블리자드
‘미래를 내다본 게임메카’ 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는 저 그림. 사실 이 카드뉴스가 올라갔을 당시엔 ‘감히 전세계를 주름잡는 블리자드님과 국내에서만 흥하는 엔씨소프트를 비유하다니!’ 라며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2019년, 거짓말처럼 위 그림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역전됐다. 블리자드의 끝없는 이미지 추락으로 인해 ‘유저 민심은 누구보다 잘 잡는 엔씨소프트를 어디 감히 블리자드에 비유하느냐’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이제 다른 의미에서 라이벌이라 할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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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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