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스팀에서 떠오른 장르가 하나 있다. 바로 오픈월드 크래프팅 생존게임이다. 지난 1월에 급작스레 역주행을 시작한 러스트와 지난 2월에 출시된 발하임이 대표작이다. 이 두 게임 모두 배경과 진행방식만 약간 다를 뿐, 넓은 맵을 끊임없이 탐험하며 전투와 건축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긴다는 부분은 동일하다. 높은 자유도를 바탕으로 보스전이나 RPG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한 가지 작품에서 즐긴다는 점이 오픈월드 크래프팅 장르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리얼리티매직이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를 준비 중인 '디스테라' 또한 이런 오픈월드 크래프팅 생존게임이다. 지난 11일 시작한 알파 테스트를 통해 체험해본 디스테라는 위에서 말했던 요소를 충실히 갖추고 있었다. 여기에 SF라는 배경과 FPS의 특징도 게임 내에 잘 융합시켰다. 물론 아직까진 알파 테스트 단계라 그런지 밸런스나 편의성 등 미흡한 부분도 보였지만, 게임이 추구할 본질적 재미는 확실히 느껴졌다.
SF와 FPS가 결합된 크래프팅 생존게임
디스테라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발하임과 러스트에 SF 세계관을 섞고 FPS 요소를 강조한 게임이다. 게임의 배경은 인류의 무분별한 자원 채취로 인해 황폐화된 지구다. 게임 속 인류는 지구를 버리고 우주로 이주해 살고 있으며, 플레이어는 인류에게 필요한 자원인 '테라사이트'를 찾기 위해 지구에 파견된 죄수라는 설정이다. 인류는 이 지구에서 테라사이트를 확보하고 지구의 붕괴를 막기 위한 생존과 전투, 탐험 등을 계속하게 된다.
게임의 기본은 '생존'에 방점을 두고 있다. 체력이 떨어지는 것 외에도 배가 고프거나 목이 마르면 죽는다. 더불어 야생동물이나 무법자, 로봇, 돌연변이 생명체 등에게 공격을 받아도 죽는다. 심지어는 각종 기후환경이나 자연재해 때문에 몸에 상태 이상이 생겨도 죽는다. 그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식량과 식수, 무기와 거주지 등을 구축해야 하며, 자연히 게임의 일차적 목표는 여기에 사용할 자원을 구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것이 된다.
크래프팅을 내세운 게임답게 자원들을 이용해 다양한 물건을 만들고 이를 활용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간단하게는 동물 가죽으로 가죽끈을 만드는 것부터, 그릴을 이용해 고기를 구워 먹거나, 오염된 물을 식수 생성기를 이용해 식수로 만들어 마실 수 있다. 돌멩이를 조합해 토대를 깔고 그 위에 벽을 세워 아지트를 만들고, 석판 문에 비밀번호를 입력해 자신만의 거주지로 구성할 수도 있다. 심지어는 집 근처에 포탑을 설치하거나 전기 방어막으로 둘러싸 다른 유저나 적으로부터 몸을 지킬 수도 있다.
FPS다운 특징도 많이 살렸는데, 일단 렌치나 망치를 제외하면 게임 내 근본적인 전투 방법은 권총과 소총을 이용한 사격밖에 없다. 더불어 모든 총기가 헤드샷을 지원하며, 적들 또한 원거리에서 공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체력 회복 아이템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선 은폐와 엄폐를 적절히 활용하며 섬광탄을 비롯한 여러 보조무기를 적절히 사용하도록 구성돼 있다. 전투 측면에서 FPS로서의 정체성을 중점적으로 담아낸 셈이다.
PvP와 PvE 사이 훌륭한 균형감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니 PvP와 PvE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에 꽤 많은 신경을 썼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일단 PvP의 경우 주변에 지나가던 플레이어와 마주치면 거두절미하고 싸움을 벌일 수 있어 자유도가 꽤 높다. 그러나 사람 한 명 상대하는 데 수십발의 총알이 소모되고 애써 만든 총의 내구도가 대폭 깎이는 데다, 전투에서 이기더라도 많은 치료용 아이템이 필요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싸움은 굳이 할 필요가 없다. 심지어 상대방이 자원을 자기 집에 두고 왔다면 싸움에서 이겨 놓고도 손해를 보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테스트가 시작된 첫 날 초반에는 PK가 자유롭게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만나는 족족 적을 공격하는데 혈안이 됐지만, 어느정도 자원이 생긴 다음에는 오히려 다른 플레이어를 만나도 데면데면 스쳐가는 경우가 자주 보였다. 이는 초보자도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요소라는 점에서 장점이라 볼 수 있다.
대신에 PvE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을 늘렸다. 예를 들어 다른 유저와 힘을 합쳐서 기후 변화 연구소나 지질 역학 연구소 같은 거점을 점령하면 맵 전체에 대규모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가령 지질역학 연구소에서 지진을 일으켜 다른 플레이어의 거주지를 무너뜨리거나, 날씨를 바꿔 다른 플레이어의 상태 이상을 유발하는 등이다. 이 밖에도 거점 점령 진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자원이 많다는 점도 PvE를 유도하는 부분이다.
이 PvE 이벤트에선 상대적으로 많은 적이 등장하기 때문에, 다른 플레이어와의 협업도 어느 정도 강제된다. 현 테스트 단계에서는 개발진이 의도적으로 난이도를 낮춰서 잘 안 드러나는 부분이지만, 적들의 AI가 조금이라도 높아진다면 혼자서는 퀘스트를 온전히 수행하기 힘들 것이 자명하다. 길게 표현됐지만 전반적으로 PvP와 PvE 간 분량 밸런스는 나쁘지 않았으며, 그 의도도 플레이어에게 비교적 명확하게 전달됐다.
테스트 빌드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전반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주길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 부분도 보기 좋았다. 가령, 게임 내 등장하는 적 세력은 돌연변이와 뮤턴트, 무법자 등 다양하며, 배와 차 등의 이동수단도 배치돼 있다. 포스트아포칼립스와 미래라는 시대적 배경을 살리기 위해 동물이나 각종 자연환경과 풍광에도 힘을 준 것이 느껴졌다. 추후 개발이 더 진행되면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더욱 기대되는 부분이다.
아직은 고쳐야 할 것이 더 많은 상황
물론 아직 개발 초반 단계인 만큼 어색한 부분도 많다. 게임 내에서 일말의 튜토리얼이나 매뉴얼을 전혀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 게임을 시작하고 나면 정말 허허벌판에 아무것도 모른 채로 떨어져 한참을 헤매야 한다. 하염없이 헤매더라도 처음 리스폰 된 장소가 마땅치 않으면 자원 수급이 어렵고 제대로 된 무기도 얻기 힘들어 지나가던 야생동물이나 무법자한테 맞아 죽기 십상이다. 향후 테스트 및 정식서비스에서는 초보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까지나 개발 초기 단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초기 인상은 분명 나쁘지 않다. 적어도 오픈월드 크래프팅 생존게임이라는 장르의 특성과 게임의 목적은 확실하게 전달됐기 때문이다. 디스테라가 테스트 단계에서의 적극적인 피드백 수용을 통해 양산형게임, 확률형 아이템 등에 지쳐 있는 국내 게임계에 의미 있는 경종을 울리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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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에서 모바일게임과 e스포츠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밤새도록 게임만 하는 동생에게 잔소리하던 제가 정신 차려보니 게임기자가 돼 있습니다. 한없이 유쾌한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담백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남기고 싶습니다.bigpie1919@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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