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모탈 컴뱃 팬, 이른바 ‘모탈리언’ 26년차다. 인생 전체로 보면 모탈리언으로 산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두 배는 더 많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는 모탈 컴뱃 2였다. 당연히 1995년 나온 실사 영화도 즐겁게 봤다. 두 번째로 좋아하는 시리즈는 세계관을 대체 시간대로 옮기며 리부트한 모탈 컴뱃 9(2011년작)다. 리부트 후 3부작은 영화에 버금가는 스토리 모드와 연출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줬지만, 아무래도 진짜 영화가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아 있었다.
그러던 중, 모탈 컴뱃 실사 영화가 제작에 들어갔고 마침내 개봉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 날부터 밤마다 모탈 컴뱃 꿈을 꾸기 시작했다. 오직 하나 걱정거리라면 모탈 컴뱃이라는 게임 자체가 국내에서는 비주류인지라(정식 발매조차 안 된!), 영화관에서 만나지 못 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 걱정은 기우였고, 모탈 컴뱃은 당당히 4월 8일 국내 박스오피스에 이름을 걸었다.
뼛속 깊이 모탈리언인 기자가 이 영화를 주말까지 기다릴 순 없는 노릇, 점심시간을 아주 길게 잡은 후 곧바로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코로나19 상황에 평일 오전이라는 시간대가 겹치며 상영관엔 오로지 기자 한 명 뿐이었지만, 영화를 즐기기엔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액션/연출 (9/10),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영상미
이번 영화 리뷰는 크게 액션/연출, 스토리, 캐릭터성까지 세 가지 관점으로 분석해 보겠다. 먼저 액션/연출이다. 최근 영화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배급사 로고가 나오는 도입부부터 모탈리안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워너브라더스 로고에 살얼음이 쫙 끼는데, 누가 봐도 서브제로 아닌가! 26년간 서브제로 팬으로 살아온 기자에게 있어 시작부터 소름이 끼치게 만든 부분이었다. 20여 년 동안 이런 미디어믹스를 거의 겪어오지 못 한 모탈리언들에게는, 이런 사소한 배려 하나만으로도 눈물이 난다.
팬들을 배려한 부분은 영화 곳곳에 까메오처럼 숨어 있다. 예를 들어 모탈 컴뱃의 철자인 Mortal ‘K’ombat은 원래 단어인 Combat의 C 대신 K를 넣어 더 강해 보이는 효과를 낸 의도적 표현이지만, 일반인들이 보기엔 오타일 뿐이다. 이 대회 명칭을 본 주인공이 “이거 가짜지? 이거 봐 철자도 틀렸네” 하는 장면은 일반인이 보기엔 단순한 지적이지만, 사정을 아는 팬들이 보기엔 빵 터지는 부분이다.
그 외에도 케이노가 싸움에서 이긴 후 스스로 “케이노, 윈!”이라고 외친다거나, 리우 캉이 친구의 복수를 한 뒤 적에게 대고 “페이탈리티!”라고 외치는 장면은 게임 내 대전 결과창을 떠오르게 하며, 잭스가 외나무다리를 연상시키는 구덩이 맵 같은 곳에서 싸운다거나 밀리나와 리우 캉이 아주 잠깐 묘한 눈빛을 주고받는 부분에서는 정말이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참고로 기자는 아무도 없는 상영관에서 혼자 영화를 봤기에 그 부분에서 대놓고 환호성을 질렀다. 모야호!
다음은 연출이다. 영화 모탈 컴뱃의 연출력은 95점을 주고 싶다. 전체적으로 리부트 후 멋있어진 캐릭터 디자인을 거의 100%에 가깝게 재현했으며, 배우도 일부는 게임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싱크로율이 높은 이들로 이루어졌다. 물론 흑인으로 바뀐 밀리나 등 원작과 전혀 다른 배우도 많지만, 그 다름이 불편함이 아닌 자연스러움으로 느껴질 정도로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다.
CG도 잘 활용했다. 트레일러에 나온 서브제로의 얼음검 생성은 당연하겠지만 소름 돋을 정도로 멋있었고, 입에서 불을 뿜는 스콜피온, 잭스의 기계팔 액션 등은 좋다 못해 예술적이라 표현하고 싶다. 심지어 트레일러에선 조금 웃겨 보였던 리우 캉의 드래곤 소환도 상황에 맞게 잘 어울려서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케이노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레이저가 다소 어색하고 라이덴의 눈빛이 볼 때마다 웃겼지만, 그 외엔 모두 만족한다. CG 캐릭터인 고로는 아예 게임에서 그대로 뽑아 데려온 느낌이며, 랩타일의 경우 조금 더 짐승처럼 변했지만 충분히 멋있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액션이다. 사실 대부분의 관객들이 이 영화에서 기대하는 것은 화려한 액션이다. 그 면에서 모탈컴뱃 영화는 합격을 넘어 슈퍼패스다. 일단 액션 장면만 떼놓고 보면 모탈리언 뽕이 머리 끝을 넘어 8848m 에베레스트 꼭대기까지 차오르는 느낌이다. 아마 저 시간대에 서울 홍대 상공을 날고 있던 비행기가 있었다면 기자에게서 넘쳐흐른 뽕을 눈앞에서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전반적으로 무술 장면의 완성도가 높은 가운데, 중간중간에 각 캐릭터들의 특징적인 공격들이 숨어 있다. 예를 들면 서브제로가 상대를 살짝 얼려서 움직임을 제한한 뒤 얼음째로 깨버리거나, 얼음 분신을 만들고 뒤로 회피하는 기술, 쿵 라오의 모자 던지기, 리우 캉의 공중자전거 발차기, 고로의 4손 잡기, 랩타일의 투명기와 산성 침, 심지어 모탈컴뱃 특유의 아래발차기와 영화 초반부터 지겹도록 외치는 ‘어퍼컷!!’이 그대로 재현되기까지. 그야말로 원작 게임에 대한 리스펙트가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그러나 완성도 높은 액션 장면들이 드문드문 배치돼 있는 점은 영화의 템포를 지루하게 만들었는데, 이는 아래 스토리 부분에서 상세하게 다루겠다.
마지막은 페이탈리티다. 페이탈리티의 잔혹도는 얼핏 그리 높지 않아 보이지만, 예고 없이 잔인한 장면들이 하나둘씩 튀어나온다. 쿵 라오의 칼날 모자에 세로로 잘리는 악역 캐릭터나, 랩타일의 심장을 빼는 케이노, 적을 산 채로 불태워버리는 스콜피온, 머리를 양 팔로 압쇄하는 잭스, 적의 배를 관통하는 장풍기를 쏘는 쏘냐 등… 모탈 컴뱃 시리즈에 익숙치 못 한 팬이라면 절로 고개가 돌려질 정도의 잔혹함이 최소 악역 캐릭터 수 정도 나온다. 물론 게임에 익숙하다면 그저 반가운 장면일 뿐이다. 아, 그리고 서브제로의 척추뽑기는 나오지 않으니 안심, 혹은 미리 실망해 두도록.
스토리 (2/10), 오리지널 주인공 빼면 안될까?
원작 모탈 컴뱃은 사실상 캐릭터 게임이다. 대부분의 초창기 대전액션 게임이 다 그렇듯, 모탈 컴뱃 역시 전체적인 스토리가 있긴 하지만 캐릭터별로 엔딩이 각기 다르다. 시리즈가 오래 지속되며 각 캐릭터를 둘러싼 배경이나 누적 스토리가 쌓여갔고, 새로운 캐릭터들까지 계속 추가되다 보니 아마게돈에 이르러서는 게임 스토리를 도저히 정리할 수 없을 지경까지 이르렀다. 거기에 리부트까지 됐으니, 이를 어떻게 한정된 영화 속에 풀어나갈 수 있을 지 걱정이 많이 됐다.
모탈 컴뱃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지구와 아웃월드가 세계의 주도권을 두고 벌이는 격투대회 ‘모탈 컴뱃’이 있고, 아웃월드가 1번만 더 이기면 지구를 차지할 수 있다. 그 와중에 전사로 임명돼 드래곤 마크를 몸에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인다. 아웃월드의 지도자인 쌩 쑹은 모탈컴뱃 대회가 열리기 전 이러한 전사들을 모두 죽여 대회가 열리기도 전에 승리를 확정지으려 하고, 전사들이 모여 있는 곳을 습격해 전투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등장 캐릭터는 꽤 한정적이다. 선역 팀은 라이덴을 필두로 리우 캉, 쿵 라오, 소냐, 잭스, 케이노, 그리고 오리지널 캐릭터인 ‘콜 영’과 그의 선조인 스콜피온으로 구성된다. 악역 격인 아웃월드 팀은 쌩 쑹을 대장 삼아 서브제로, 고로, 랩타일, 밀리나, 카발, 그리고 존재감 없는 잡캐릭터 몇 명으로 구성된다. 모탈 컴뱃 1편을 기반삼아 몇몇 캐릭터들에 초점을 쏟은 느낌인데, 쟈니 케이지가 등장하지 않는 점은 좀 의외다.
원작은 모탈 컴뱃 대회가 열리고, 거기에 캐릭터들이 참가한다는 것을 전제로 시작된다. 이들이 어떤 계기로 대회에 참가했는지, 무엇을 기준으로 뽑힌 전사들인지에 대한 내용은 그리 상세히 다뤄지지 않는다. 이는 전투가 주가 되는 대전격투 게임에서는 꽤나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이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그렇지 않다. 적어도 이 캐릭터들이 왜 이 대회에 출전하게 됐는지, 왜 세계의 운명을 걸고 목숨을 걸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과 납득이 필요하다.
영화는 그 부분을 설명하는데 꽤나 오랜 시간을 할애한다. 아니,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다. 영화 시작 후 40분이 지나서야 겨우 우리가 왜 싸워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처음으로 나온다. 참고로 이거 110분 짜리 영화다. 이래서야 언제 세계의 운명을 건 모탈 컴뱃 대회를 시작하고 마무리까지 지을지 걱정이 앞서는데, 결국 영화가 끝날 때까지 대회는 시작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쌩 쑹이 모탈 컴뱃 대회가 열리기 전에 반칙을 쓰려 하고, 이를 막는 내용이 영화의 핵심 줄거리다. 영화가 거의 끝날 때에서야 이러한 점을 깨달을 수 있기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다.
더불어, 이 영화는 110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내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했다. 그러나 그걸 전부 마무리하지 못했다. 예를 들면 케이노에 대한 이야기가 꽤 공들여 전개된다. 악당이긴 한데 같은 편으로 투닥대며 미운 정이 쌓이고, 과거 얘기도 잠깐 나오고, 선역 팀에서 훈련까지 한다. 그런데 마지막에 돈을 더 준다니까 갑자기 배신을 때리고, 나중엔 약속한 돈 달라며 쏘냐네 집에 찾아왔다가 어처구니 없이 최후를 맞는다. 재해석으로 이해하려 해도 대체 제작진이 이 케이노라는 캐릭터를 통해 무엇을 전달하려 했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 애초에 쉽게 배신하는 캐릭터를 표현하려 했다면 앞에서 쌓아놓은 것들은 대체 뭘까 싶을 정도다.
그 와중에 주인공은 오리지널 캐릭터인 ‘콜 영’이다. 콜 영은 스콜피온의 먼 후손으로, 태어날 때부터 모탈 컴뱃에 출전할 운명을 띄고 태어난 파이터다. 그러나 그것은 꽤 마지막에서나 나오며, 영화 내내 지지부진한 모습만 보인다. 격투기 무대에선 그리 강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각종 아웃월드 적들에게 쫒겨 다니며, 빛의 사원에서는 능력도 제대로 깨치지 못한 채 짐이 된다며 쫒겨난다. 마지막에 겨우 각성해 갑옷(?)이라는 힘을 얻고 파워도 강해지지만, 강렬한 임팩트도 캐릭터성도 부족하다. 그저 가족애로 각성했다는 억지 감동과 전체적인 스토리텔링 화자를 위한 인물일 뿐인데, 그것을 위해 엄청난 시간을 콜 영 하나에 할애해 나머지 캐릭터들의 들러리화를 심화시켰다.
더불어 영화 전체적으로 템포가 다소 지루하다. 오프닝에 나오는 서브제로와 스콜피온의 악연, 잭스와 서브제로의 전투, 쏘냐/케이노와 랩타일의 전투가 이어지는 초반을 지나 종반의 쌩 쑹 군단 습격까지가 특히 그렇다. 선역 캐릭터들이 모여서 빛의 사원을 찾아가고, 능력을 깨우치고, 새로운 동료를 만나고, 쌩 쑹과 아웃월드 군단이 집결하고, 음모를 꾸민 후 싸우기까지 너무 서사가 길다. 제대로 된 전투도 없이 지루한 장면이 이어지는데, 꼭 필요하지 않은 부분에까지 공을 지나치게 쏟았다는 느낌이다.
설득력도 떨어진다. 후반부에 선역 군단은 아웃월드 군단의 습격을 받아 쿵 라오가 죽는 등 매우 큰 피해를 입는다. 그들은 “적은 루아보다 훨씬 강해”라며 대책을 내는데, 그 작전이 “각자 싸우면 이길 수 있을 거야”다. 다 모여서 하나씩 하나씩 해치우는 각개격파도 아니고, 따로따로 다른데서 동시에 싸우면 이긴다니. 이게 작전인가!? 그런데 그게 또 먹힌다. 강해 보였던 아웃월드 악역들은 파워업(+분노)한 선역 군단에게 쪽도 못 쓰고 당한다. 깊게 생각하면 지는 것 같은 전개다.
마지막으로 모탈 컴뱃이면서 모탈 컴뱃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영화 말미에 쌩 쑹이 “다음엔 전사가 아닌 군대를 이끌고 오겠다”라며 퇴장하고, 라이덴이 “이기긴 했지만 도처에 있어, 방심하지마”라고 말하고, 마지막에 쟈니 케이지 포스터가 스쳐 지나가는 걸 보아하니 차기작도 계획 중인 것 같다. 아무래도 진짜 대회는 다음편에서나 시작될 듯 한데, 이게 또 묘하게 프리퀄만 본 것 같아 찝찝하다. 영화라는 게 다음편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지 않나! (참고로 저렇게 노골적으로 후속작을 암시했지만 쿠키 영상도 없다)
캐릭터성 (4/10), 스콜피온은 정말 멋진데...
앞서 스토리 설명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영화 모탈 컴뱃은 게임 내 고참 캐릭터 몇 명을 쏙 빼 재해석했다. 각 캐릭터들의 비중이나 과거도 달라졌고, 처한 위치 등도 꽤 바뀌었다. 그 과정에서 몇몇 캐릭터는 원작보다 매력 있게 바뀌기도 했지만, 그보다 많은 캐릭터들이 평면적이고 단순 소비성 캐릭터로 바뀌어 버렸다.
가장 좋은 사례는 스콜피온이다. 영화 시작 부분부터 스콜피온의 일족이 서브제로가 이끄는 린 쿠에이에게 습격당해 전멸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게임에서도 대략적으로 다뤄진 부분이지만, 영화에서는 마을 규모를 축소시키고 가족을 잃은 스콜피온의 슬픔을 보다 직접적으로 그리면서 이 부분을 훨씬 강조했다. 게임에서처럼 군대 수준의 습격이 진행됐다면 이러한 슬픔이 덜 전달됐을 텐데, 덕분에 관객은 스콜피온의 편에 서서 그의 아픔을 공감하고 절로 응원하게 된다. 영화 후반부 “겟 오버 히어!” 부분에서 이러한 감정은 절정에 달한다.
반대로 서브제로는 호불호가 갈린다. 일단 이 영화에 등장하는 서브제로는 1대이자 스콜피온 가족을 몰살시킨 주범, ‘비 한’이다. 원작에서도 악역으로 등장하는데, 이번 편에서도 제대로 악역 역할을 도맡아 한다. 가족들을 먼저 죽여서 분노케 한 후 적을 상대하는 건 이 놈의 주특기인가 보다.
일단은 원작에서의 인기를 반영하듯 등장신이 꽤 많은데, 문제는 서브제로가 쌩 쑹의 충성스러운 부하이자 행동대장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사실 스콜피온과 서브제로는 모탈 컴뱃 주요 스토리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는 캐릭터들이기에 이들을 강제로 메인 스토리에 편입시키려면 뾰족한 방도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작중 계속해서 나오는 서브제로의 멋진 모습이 쌩 쑹의 부하직원으로서 악행을 도맡아 하는 졸개 같은 이미지와 상충되면서 그 멋이 덜해지는 느낌이다.
쌩 쑹 휘하에 있는 아웃월드 악역들도 깊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단역 악당으로 바뀌어 버린 데다 취급도 영 좋지 않다. 밀리나는 그저 충성스러운 여전사 역할 뿐이며, 카발은 케이노에게 당했다는 과거만 한 마디 언급될 뿐 그냥 무기 들고 설치는 악당일 뿐이다. 비행형 악당은 쿵 라오의 페이탈리티를 위한 희생양이며, 망치 들고 나온 아저씨도 그저 ‘놈놈놈’에서 마동석 역할인 힘만 센 캐릭터에 불과하다. 고로는 엄청난 존재인 것처럼 등장하더니, 각성한 주인공에게 몇 방 맞고 다른 전사들과는 만나지도 못한 채 리타이어 한다. 랩타일은… 투명도마뱀 같은 외형은 괜찮지만 워낙 빨리 퇴장해서 뭐라 말하기가 어렵다.
선역 캐릭터들도 마찬가지다. 리우 캉은 좋게 보면 이소룡처럼 날렵한 근육을 가졌지만, 왠지 모르게 약해 보인다는 인상을 준다. 인류 최강의 전사 같은 느낌은 없이 평범한 소림승이 됐으며, 활약도 미미하다. 쿵 라오는 위력적인 페이탈리티 한 번 보여준 후 그대로 죽어버리며, 케이노는 앞에서 설명했듯 캐릭터성이 이도 저도 아니다. 쏘냐와 잭스가 그나마 영화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데, 케이노와의 악연이나 둘 사이의 관계 묘사도 적고 각성도 너무 늦게 해서 제대로 된 활약이 없다.
가장 아쉬운 점은 라이덴이다. 원래 라이덴은 번개신이자 전사로 삽질을 비롯해 상당히 여러 일을 한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그냥 뒤에 앉아서 가끔 순간이동이나 시켜주고 배리어나 치는 마법사가 되었다. 오죽하면 영화 내에서도 간달프라고 놀림을 받을까. 캐릭터 역시 신이라기엔 동네 아저씨에 눈만 번쩍이게 해 놓은 느낌이라 웃길 뿐이다.
물론 원작 팬으로서의 콩깍지를 벗고 보면 이러한 인물 구도도 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 영화는 게임 팬들을 1차적으로 겨냥했고, 후속작까지 염두에 둘 정도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듯 하다. 그렇다면 캐릭터를 파격적으로 재해석하더라도 좀 더 깊이 있는 묘사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주인공으로 나온 오리지널 캐릭터가 없었다면 다른 캐릭터들의 비중이 3배는 더 늘어나지 않았을까 싶어 더욱 아쉽다.
총평: 뽕이 차오르다 떨어진다
결론적으로, 모탈 컴뱃 영화는 절반의 성공이다. 영상미와 액션, 원작 재현도 측면에서는 역대 나온 게임 기반 영화 중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다소 어설프고 지루한 스토리와 분량 배분 실패, 평면화 돼서 소비된 일부 캐릭터, 원작을 모르는 일반 관객들에게도 어필할 만한 매력 요소 부재 등이 약점으로 남는다.
과연 강점과 약점 중 어느 부분이 더 클까? 26년 모탈리안인 기자 입장에서는 강점 부분이 더 크게 느껴진다. 영화를 또 보라면 망설이다가 1번 정도는 더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다만, 액션 장면만 모아 놓은 하이라이트 영상이 있다면 그것만 볼 것이다. 만약 모탈 컴뱃 팬이 아니라면 액션 씬의 몰입도도 떨어질 뿐더러, 찝찝하고 다소 유치한 스토리로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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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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