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중국은 문화 전반에 대해 꽤나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해골(뼈, 스켈레톤 등)이다. 비록 중국 정부가 대놓고 ‘해골은 불가’라고 명시하진 않았지만, ‘미신이나 숭배 등 자국의 종교 정책을 위반하는 모든 것’을 금지한다는 조항을 고무줄처럼 확대 적용시킴에 따라 해골은 대표적 금기사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게임 역시 예외는 아닌데, 실제로 텐센트, 넷이즈, 완미시공 등 중국 주요 게임사들은 해골 표현 외에도 과도한 신체 훼손이나 신체 변형, 인체 개조 등의 표현을 금지하는 자율규제안을 지키고 있다. 따르지 않으면 판호가 나오지 않는 최악의 사태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강제규제와도 같다.
글로벌 게임들도 마찬가지다. 중국에 안정적으로 출시 및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조항을 알아서 따라야 한다. 특히 게임에서 자주 쓰이는 해골의 경우 중국 버전에서 가면으로 바뀌거나 심지어 살이 돋아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해골 입장에서는 잃어버린 살을 다시 얻었으니 좋아해야 할 지, 무거워졌다며 싫어해야 할 지 감이 안 잡히는 상황. 오늘은 중국에 입국하며 살을 얻은 해골들을 모아 보았다.
TOP 5. 영원한 7일의 도시, 뼈만 있는 손이라니! 삭제!
영원한 7일의 도시에 등장하는 신기사 와타리는 게임 메인 아이콘에도 등장하는 인기 캐릭터다. 그녀의 특징은 한쪽 눈을 가린 안대와 까마귀가 달려 있는 대낫, 그리고 치마 아래에 조수 역할을 하는 손들이 나와 이런저런 일들을 한다는 것이다.
보통은 일반적인 손이나 그림자 등이 나오는데, 나중에 추가된 ‘로르샤의 나비’ 스킨은 조금 독특했다. 흩날리는 야광 나비 사이로 백골이 된 손들이 삐져나와 묘한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 스킨은 이내 칼질을 당했고, 이러한 백골 손들은 사라지고 말았다. 이유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글에도 수없이 등장한 이유로 본진인 중국에서 용납되지 않았을 것으로 강력하게 추측되는 바이다.
TOP 4. 도타 2, 해골 왕이라고? 앞으로는 망령 제왕이다
도타 2 역시 중국 서비스를 시작하며 해골이나 피 등 다양한 요소를 삭제했다. 아이콘은 물론 인게임 그래픽들도 상당수 수정됐는데, 존재 자체가 해골 그 자체인데다 해골 소환술까지 있는 영웅 해골 왕(스켈레톤 킹)은 도저히 어떻게 해도 중국 규제망을 피할 도리가 없어 보였다. 일단 당시엔 앞서 소개한 카서스처럼 얼굴을 투구로 가리고 안광을 강조하는 식으로 수정했다.
그러나, 중국 서비스를 개시한 지 1년여 만에 결국 해골 왕은 ‘망령 제왕’이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 됐다. 그 결과 얼굴에 살이 붙으면서 수염이 무성한 중노년 남성 캐릭터로 탈바꿈했다. 사실 이 리메이크에 대해서는 ‘해골 왕’ 상표권에 대한 블리자드와의 공방 등 여러 문제가 겹친 것으로 해석되지만, 중국이 도타 2 매출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영향을 안 받았으리라 보기도 어렵다. 어쨌든, 현재 도타 2에서 해골 왕은 망령 제왕의 신비스킨인 ‘유일무이한 왕’으로만 만날 수 있다.
TOP 3. TCG 매직: 더 개더링, 구소련 사진 조작 보는 느낌
비디오게임이 아닌 TCG도 검열의 눈을 피해갈 순 없었다. 대다수 유명 TCG들은 언데드나 종교 관련 내용에 크게 기대고 있는데, 하나 같이 중국에서 규제하는 내용들이다. 특히나 해골 관련해서 크게 칼질을 당한 대표적인 게임이 바로 매직: 더 개더링이다.
예를 들어 우드레이스 스트랭글러(Woodwraith Strangler)는 눈 부분이 휑하게 뚫려 있는 반 해골의 모습으로 그려졌지만, 중국 버전에서는 눈알을 채워넣어 해골보다는 괴물 같은 이미지를 줬다. 마찬가지로 언워씨 데드(Unworthy dead)는 스켈레톤 그룹이지만, 중국 버전에서는 투구를 쓴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되었다. 디아볼릭 서비튜드(Diabolic Servitude)는 해골처럼 보이는 왼쪽 캐릭터를 앵글에서 지우고 오른쪽 캐릭터에만 초점을 맞추는 구소련 사진조작 느낌의 칼질을 당했다. 다행히도 이러한 중국 버전이 글로벌로 역수출 되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TOP 2. 리그 오브 레전드, 해골이었던 카서스가 유령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해골을 활용한 캐릭터가 꽤 많은데, 그 대표를 뽑자면 역시 초기 챔피언 중 한 명인 카서스다. 언데드 리치이기 때문에 얼굴에 해골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데, 초기 일러스트를 보면 이 같은 모습이 뚜렷하게 묘사돼 있었다. 이는 기본 일러스트 뿐 아니라 다른 스킨들에서도 동일하게 드러났던 부분이었다.
그러나 롤 중국 서비스가 시작되며 카서스의 해골은 게임 내에서 모습을 감춰야만 했다. 처음엔 은하철도999의 차장 같이 어둠 속에서 눈만 번쩍이는 괴생명체처럼 묘사됐지만, 중국 비중이 커지자 일러스트 리메이크를 통해 음침한 유령 모습이 되었다. 그 와중에도 사신 카서스는 해골이 그대로 남아 있어 의아함을 자아낸 점은 덤이다.
TOP 1.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뼈만 남은 용? 블루 드래곤으로 부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는 참 많은 언데드가 등장한다. 애초에 선택 가능한 종족명이기도 하니까. 그중에는 뼈만 남은 유명 NPC도 상당수다. 뼈만 남은 푸른 용 신드라고사, 테 개의 머리가 날려 날아다니는 군주 매로우가르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대놓고 해골인 이들이 중국에서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졌을리가 만무하다. 결국 신드라고사는 살이 탱탱하게 차올라 푸른 비늘을 자랑하는 건강한 용이 되었고, 매로우가르는 근육과 피부가 덧입혀진 4민머리 캐릭터가 되었다.
아무튼, 그 외에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중국 심의에 걸릴 만한 부분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 특히나 언데드와 스켈레톤, 강령술까지 쉼없이 등장하는 리치왕의 분노는 중국 게임 판호를 담당하는 국가신문출판총서의 심기를 크게 거슬러 수 년간 표류해야만 했다. 참고로 뼈에 살 붙인 해골 캐릭터들은 하스스톤 초상화에도 그대로 적용됐는데, 차라리 뼈만 남아있는 모습이 덜 무서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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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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