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대규모 IT 행사였던 CES 2022에서 우리의 눈길을 가장 끌었던 건 새롭게 공개된 노트북 프로세서이다. 인텔과 AMD가 이번에 공개한 노트북 프로세서는 이전 세대에 비해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게다가 이미 한 발 앞서 M1 pro와 M1 Max로 공세를 펼치는 애플까지 더하면, 2022년은 노트북 프로세서 시장이 굉장히 치열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2022년을 장식할 인텔, AMD, 애플의 새로운 모바일용 프로세서에 대해 정리했다.
인텔, 하이브리드 아키텍처 적용된 12세대 코어 모바일 프로세서 공개
인텔은 CES 2022에서 인텔7 공정 기반의 12세대 인텔 코어 H-시리즈와 코어 U-시리즈, 코어 P-시리즈를 공개했다. 기존 11세대까지는 코어 H-시리즈와 코어 U-시리즈만 있었지만, 이번에는 새롭게 P-시리즈가 추가되었다. 인터페이스는 데스크톱 12세대 코어처럼 새롭게 DDR5/LPDDR5와 PCIe 5.0 지원을 추가.
코어 H-시리즈는 기존처럼 전력 소모가 큰 고성능 버전이고 코어 U-시리즈는 성능은 낮지만, 전력 소모가 적은 저전력 버전이다. 새롭게 추가된 코어 P-시리즈는 기존(11세대 기준) 코어 U-시리즈에서 비교적 전력 소모가 높았던 28W 모델을 따로 분류한 것이다. 전력 소모는 인텔의 경우 이제 TDP가 아니라 PBP(Processor Base Power, 기본 전력소비량)와 MTP(Max Turbo Power, 최대 전력소비량)로 표기한다.
예전에는 코어 U-시리즈라도 전력 소모가 15W, 28W 두 가지로 있었는데, 보통은 따로 전력 수치를 표기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PBP가 9-15W면 코어 U-시리즈, PBP가 28W면 코어 P-시리즈로 분류해 CPU를 선택하는 데 곤란한 일이 생기지 않게 했다.
모든 12세대 모바일 프로세서는 데스크톱용 12세대 코어 엘더레이크-S처럼 big.LITTLE 방식의 하이브리드 아키텍처가 적용되었다. 성능을 중시한 퍼포먼스 코어(P코어)와 저전력인 에피션트 코어(E코어)로 구성되어 각 작업에 맞는 코어가 작동하고 멀티 스레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프로그램이라면 P코어와 E코어가 모두 작동해 성능을 높인다.
12세대 인텔 코어 H-시리즈 프로세서는 노트북의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고자 하는 게임 마니아, 크리에이터 및 엔지니어링 전문가들을 위한 제품으로 언제 어디에서나 데스크톱 급의 성능을 제공한다. 데스크톱 대신 노트북+모니터 조합을 메인 PC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어댑터를 연결하는 환경을 고려한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전력소비량이 크게 늘었지만, 성능이 그만큼 더 강력해졌다.
최상위 모델인 코어 i9-12900HK는 코어 i9-11980HK(8코어 16스레드)와 비교해 코어와 스레드 모두 증가했다. 물리 코어 개수는 14개, 스레드는 20개로 각각 6개, 4개 늘어났고 P코어의 부스트 클럭도 5GHz에 달해 코어 성능도 여전히 강력하다. PCIe 5.0 지원과 DDR5/LPDDR5 지원으로 종합적인 성능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단, 소모 전력은 기존 45-65W에서 45-115W로 크게 늘었다.
전체적으로 모두 기존보다 코어와 스레드가 많다. 단, 각 최하위 모델인 코어 i7-12650H와 코어 i5-12450H는 기존 코어 i7과 코어 i5와 스레드 수는 같다. 그래도 코어 수는 더 많고 클럭 속도도 더 빨라져 전체적인 성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될 예정.
저전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강한데? 12세대 코어-P 모바일 프로세서
코어 P-시리즈는 최대 14개 코어와 20개의 스레드를 갖추고 인텔 Iris Xe 통합 그래픽을 내장했다. 28W 기본 전력으로 작동하며, 최대 64W까지 소모하여 예전 H 프로세서와 거의 비슷한 성능이 예상된다. 얇고 가벼운 노트북 중에서 성능이 강력한 고사양 노트북을 위한 프로세서다.
H-시리즈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전 세대 최상급 프로세서에 비교 될 정도의 높은 성능과 다소 낮은 기본 소비전력을 갖춰 다용도로 쓸 수 있다. 이전 세대 코어 U-시리즈와 비교 불가능할 정도의 높은 성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코어 i7과 코어 i5는 코어와 스레드가 H-시리즈와 똑같은 수를 갖춰 멀티 태스킹 성능도 뛰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신 폼팩터에 최적화, 12세대 코어-U 모바일 프로세서
코어 U-시리즈 프로세서는 PBP가 9~15W(MTP는 29~55W)로 설정된 저전력 프로세서다. 휴대성이 뛰어난 Thin & Light 노트북이나 폴더블, 2in1 등 최첨단 폼팩터에 적합한 성능으로 제작되었다.
저전력인 만큼 고성능인 P코어 개수는 적지만, 저전력인 E코어 개수는 상위 라인업과 별 차이 없기 때문에 스레드 개수는 코어 H-시리즈나 코어 P-시리즈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15~55W 모델은 끝이 5로 끝나고 9~29W 모델은 끝이 0으로 끝나기 때문에 이것으로 PBP 수치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AMD, 내장그래픽으로 최신 게임 가능한 라이젠 6000 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
인텔에 맞서는 AMD는 CES 2022에서 내장형 고성능 라데온 그래픽이 탑재된 노트북 전용 AMD 라이젠 6000 시리즈(AMD Ryzen 6000 Series, 코드명 렘브란트) 프로세서 20종을 공개했다. 이미 세잔 프로세서에서 검증된 연산 성능에 더해서 내장 그래픽 성능을 대폭 향상한 것이 특징.
AMD 라이젠 6000 시리즈는 6nm 공정 기반 ‘젠 3(Zen 3)’ 코어 아키텍처와 RDNA 2 아키텍처 기반 내장형 그래픽 카드를 하나로 합쳤다. AMD 노트북 플랫폼의 약점이었던 최신 기술 호환성도 많이 보완했다. USB 4.0 지원, 와이파이 6E(Wi-Fi 6E), 블루투스 5.2, LPDDR5 메모리, PCIe 4.0 등이 지원된다.
라이젠 6000 시리즈는 경량형 슬림 노트북에서 탁월한 성능과 효율성을 제공하는 라이젠 6000U 시리즈 프로세서, 게임 및 크리에이티브 워크로드를 위한 노트북에 최적화된 라이젠 6000H 시리즈 프로세서로 구분된다.
데스크톱 대체하는 노트북 ~ 경량 노트북까지 폭 넓은 활용성, 라이젠 6000-H 프로세서
고성능의 라이젠 6000H 시리즈는 라이젠 9과 라이젠 7은 8코어 16스레드, 라이젠 5는 6코어 12스레드로, 기존 4세대 세잔과 코어와 스레드 구성은 똑같다. 하지만 부스트 클럭이 세잔보다 더 높아짐에 따라 전체적인 성능은 더욱 향상되었다. 0.2~0.3GHz 클럭 더 높아졌는데 최상급 성능인 라이젠 9 6980HX와 라이젠 9 6980HS는 최대 클럭이 5GHz에 달한다. 캐시 메모리도 3~4MB 더 높아졌지만, TDP는 세잔과 동일하다.
주목할 부분은 PCIe 4.0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이전 세대인 세잔에서는 PCIe 3.0 x16이었기 때문에 외장 GPU 성능을 온전히 다 활용하지 못하거나 PCIe 4.0 SSD를 장착할 수 없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라이젠 6000 시리즈는 PCIe 4.0을 지원하기 때문에 이러한 단점이 모두 해결되었다. 또한, 썬더볼트 4는 아니지만 새로운 규격인 USB 4.0을 지원해 최대 40Gbps 전송 속도와 USB PD 충전 등이 가능해졌다.
저전력의 라이젠 6000U 시리즈는 현재 라이젠 7 6800U와 라이젠 5 6600U만 공개되었다. 기존 세잔 버전과 비교하면 코어와 스레드는 같지만, 기본 클럭과 부스트 클럭 성능이 향상되었다. 특히 부스트 클럭보다 기본 클럭이 크게 높아졌고 캐시 메모리도 각각 4MB, 3MB 증가했다. TDP는 기존 15W에서 15-28W로 상승했으며, 상승한 TDP만큼 더 높은 성능을 갖췄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내장 GPU 성능이다. 라이젠 6000U 시리즈는 주로 내장 GPU를 쓰는 노트북에 탑재하기 때문에 내장 GPU의 성능 향상의 체감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AMD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라이젠 7 6800U에 탑재된 내장 GPU의 성능은 인텔 코어 i7-1165G7의 내장 GPU는 물론, 엔비디아 지포스 MX450보다 높으며, 기존 세잔 내장 그래픽에 비해 거의 2배의 성능 향상을 기록했다.
AMD에서 개발한 오픈소스 업스케일링 기술인 FSR (FidelityFX Super Resolution)을 이용하면 최신 게임인 파크라이 6를 FHD '중간 그래픽 옵션'에서 평균 59FPS로 즐길 수 있는 정도의 성능을 제공한다. 라이젠 6000 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를 사용한 노트북은, 기존 내장 그래픽 노트북으로는 상상조차 불가능했던 '초경량 + 고성능 + 게이밍' 영역을 정복할 가능성이 높아서 소비자들의 기대가 큰 상태다.
한편, 기존 4세대인 세잔의 리프레시 모델도 함께 공개되었다. 세잔 리프레시는 7nm 공정은 그대로지만, 기존 대비 최대 부스트 클럭이 0.1GHz 증가했다. 캐시 메모리는 기존 라이젠 7 5800U, 라이젠 5 5600U, 라이젠 3 5400U와 비교해 라이젠 7 5825U는 4MB, 라이젠 5 5625U는 3MB, 라이젠 3 5425U는 2MB 증가했다. 그 외에 인터페이스가 PCIe 3.0에서 PCIe 4.0으로 바뀌고, 메모리 지원은 LPDDR4가 제외되고 DDR4만 지원한다. 성능은 향상되었지만, TDP는 여전히 똑같아 전성비가 더 향상되었다.
CPU 전쟁을 불러온 장본인, 애플, M1 Max, M1 Pro & M2 프로세서
<이미지 출처 : 애플>
애플의 M1 Pro 프로세서와 M1 Max 프로세서는 2021년 10월 애플 이벤트에서 공개되어 2021년 막판에 출시한 맥북 프로 14형과 맥북 프로 16형에 적용되었다. M1 Pro 프로세서는 성능이 제한된 버전이고, M1 Max는 성능이 제한되지 않은 고성능 풀 칩 버전이다.
CPU는 고성능 코어인 빅 클러스터(Apple Firestorm)와 저전력 코어인 리틀 클러스터(Apple Icestorm)가 혼합된 ARM big.LITTLE 방식이다. 맥북 프로 14형에 탑재된 M1 Pro는 빅 클러스터 6개와 리틀 클러스터 2개로 구성되었으며, 나머지는 빅 클러스터 8개와 리틀 클러스터 2개로 구성되었다.
GPU는 Apple G13X로, 맥북 프로 14형의 M1 Pro는 14코어로 동작하고 맥북 프로 16형은 16코어로 동작한다. 고성능 버전인 M1 Max에 탑재된 Apple G13X는 24코어 탑재 제품과 32코어 탑재 제품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M1 Max 프로세서 기준으로 CPU 성능은 데스크톱용 인텔 코어 i9-11900K와 비교해 싱글 코어 성능은 약 5% 낮고, 멀티 코어 성능은 약 10% 더 높다. 모바일 프로세서임에도 데스크톱 프로세서에 전혀 밀리지 않는 성능을 보여준 것. GPU는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60 랩톱(TGP 70W) 정도의 성능을 지녔지만, 어디까지나 게이밍 성능이며, 그래픽 작업에서는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80 랩톱(TGP 100W) 못지 않다.
M1 Pro는 M1 Max와 비교하면 멀티 코어 성능이나 GPU에서 성능 차이가 있다. 특히 GPU 성능은 M1 Max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에 GPU를 많이 사용하고 메모리를 많이 쓰는 작업을 한다면 M1 Max를 탑재한 맥북, 아이맥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고해상도 영상 편집 등이다. 하지만 그 외에는 M1 Pro를 탑재한 제품을 선택해도 충분한 성능을 제공한다.
2022년 하반기에는 애플에서 차세대 프로세서인 M2 프로세서를 선보일 전망이다. M2 프로세서는 5nm 공정으로 개발된 M1 시리즈 프로세서보다 미세 공정인 4nm 공정이 적용될 예정이며, M2 프로세서가 탑재된 맥북 에어는 2022년 하반기, M2 Pro 프로세서와 M2 Max 프로세서가 탑재된 맥북 프로는 2023년에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구체적인 성능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 M1 시리즈의 성능을 더 뛰어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지금까지 인텔과 AMD, 애플의 새로운 모바일 프로세서에 대해 살펴봤다. 모든 모바일 프로세서가 성능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룬 것은 물론, 인터페이스 측면에서도 놀라운 진보를 보여줬다. 이러한 모바일 프로세서를 바탕으로 초경량 노트북부터 게이밍 노트북에 이르기까지 모든 노트북의 전체적인 성능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2022년에 노트북을 구매할 사람이라면 즐거운 기다림이 될 것이다. 최신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들은 빠르면 오는 1월 말이나 2월 초부터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