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총, 회피, 탄의 개수를 세어가며 짜맞추는 깔끔한 액션. 영화 존 윅을 보고 있자면 액션을 가미한 화려한 퍼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직 손에 잡히는 것만으로 길을 막아서는 적을 말끔히 쓸어버리는 존 윅의 깔끔하고 딱 들어 맞는 액션은 일종의 아이덴티티가 됐다.
그런 와중 포스터의 오마주를 필두로, 꼭 ‘존 윅’을 떠오르게 하는 소코반류 퍼즐 게임이 BIC 2024에 등장했다. 회피와 슈팅만으로 거침없이 적을 쓰러트리는 햄스터가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돌아가 얌전히 퍼즐을 푸는 모습은 웃음을 낳기까지 한다. “그냥 귀여운 햄스터가 총을 쏘는 걸 보며 게임을 즐긴 유저들이 한 번쯤은 그냥 재밌게 웃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바라면서 만들게 됐다”라고 말한 개발자 ‘길티준’에게 귀엽고 재밌는 액션 소코반 ‘더 지니어스 햄스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퍼즐이 안 풀려. 안되겠소, 쏩시다! ‘더 지니어스 햄스터’
‘가련한 햄스터 한 마리도 강력한 총만 있다면 이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라는 설명이 잘 어울리는 게임 ‘더 지니어스 햄스터’는 작고 귀여운 햄스터가 상자를 옮겨 필드에 있는 별을 먹으면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일견 간단한 게임이다. 스테이지를 클리어 할 때마다 ‘Genius!’라는 손글씨와 함께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모습은 바바 이즈 유나 메이드 인 와리오를 연상케하는 아기자기함을 선보인다.
게임의 분위기는 주인공인 햄스터에 맞게 작고 아기자기한 기본 배경과, 햄스터가 총을 들었을 때 액션 영화나 스파이물처럼 변하는 액션 배경으로 구분된다. 액션 배경에서는 햄스터의 비주얼도 거대한 총기를 든 채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소소한 재미를 준다. 햄스터가 총을 들게 되면 상자 안에서 총을 쥐고 정체를 감춘 적들이 등장하는데, 퍼즐을 진행하기 위해 방해가 되는 적을 회피와 사격으로 처리하고 제자리로 돌아와 다시 퍼즐을 풀면 된다.
이런 게임 디자인을 떠올린 계기에는 바바 이즈 유가 있었다. 더 지니어스 햄스터를 만들기 전 오랜만에 바바 이즈 유를 켜게 됐는데, 오랜만에 하니 퍼즐이 잘 풀리지 않았다고. 그래서 문득 진행을 가로막는 요소를 다 부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퍼즐 게임임에도 막히면 부순다라는 개념이 흥미로워 본작에 이런 요소를 넣게 되었다는 게 개발자의 말이다.
그러면서도 차별점을 줘야만 했다. 이미 퍼즐과 액션이 합쳐진 게임이 시장에 많기 때문이었다. 길티준 개발자는 퍼즐과 액션 요소를 완벽히 분리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게끔 의도했다. 앞서 언급된 기본 배경과 액션 배경의 차이와, ‘항복’을 통한 복귀 시스템의 자연스러운 순환이 이 의도에서 기인했다.
‘항복’ 시스템은 유저가 항복 키를 눌러 햄스터가 백기를 흔들면 발생하는 일종의 복귀 시스템이다. 유저가 액션 모드에서 항복을 선언하면 하늘에서 손이 내려와 햄스터를 제자리로 옮기고, 주변의 상자들도 조용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이런 독특한 연출의 도입 계기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시스템적 이유로 박스가 자유롭게 움직일 경우 설계변수가 너무 많아 위치에 대한 통제가 어렵다는 점이 언급됐다. 연출적 이유에는 개발자가 햄스터를 키우던 경험에서 시작됐다.
길티준 개발자는 “햄스터를 키우다 보면 무조건 탈출을 한다. 근데 탈출한 햄스터를 찾아 케이지에 넣으면서도 혼내는 사람은 없다. ‘햄스터가 그럴 수도 있지’라며 귀여우니까 봐주는 경우가 많다”며, “햄스터가 총을 들고 쏜다는 일탈 행위 자체가 그냥 귀여운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 아무 일 없이 되돌리며 어이없는 상황으로 웃음을 주는 것을 의도했다”고 전했다.
대중성을 위한 기묘함과 매력, 독특한 비주얼 살린 개발자 ‘길티준’
길티준 개발자는 2학년에 재학 중인 대학생 개발자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RPG 메이커 툴을 사용해 게임을 만들어왔고, 언젠가 유니티로도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이번 작품은 게임 개발이 취미였던 길티준 개발자가 좀 더 게임성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만든 게임이다.
더 지니어스 햄스터의 주인공은 사실 햄스터가 아닌 고양이가 될 뻔했다. 무난하게 수요도 있고, 게임에 곧잘 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트를 찍은 결과 어디서 본 것 같은 디자인과 16x16 픽셀 안에서 명확하게 표현하기도 어려워 평소에 좋아하던 햄스터로 설정하게 됐다고. 여기에 매력을 더하는 것은 액션 모드에서 햄스터가 들고 있는 총기다. 자신의 몸 만한 총기를 아무렇지 않게 쏘며 적과 맞서며 용맹함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길티준 개발자는 이 비주얼에 대해 “처음부터 의도하진 않았지만 굉장히 매력적으로 나왔다고 생각한다. 총 도트를 급하게 찍게 됐다 보니 처음는 무작정 크게 그린 다음에 햄스터 사이즈에 맞춰 작게 변환하려고 했다. 그런데 너무 크게 찍혀버렸다. 일단 그대로 넣었는데, 막상 들고 있는 모습을 해보니 이게 더 매력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유지했다. 지금 봐도 너무 만족스럽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렇듯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경험의 조합으로 빠른 개발에 성공한 것 같지만, 이런 개발에는 주변인들의 도움이 컸다. 개발을 확정짓게 된 계기 또한 주변인의 조언에서 시작됐다.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동기로부터 들었던 “게임은 그래픽이나 시스템을 정교하게 만들지 않은 상황에 도형으로만 이루어진 상태에서도 재미가 있어야 한다”라는 말이 생각나 프로토타입을 도형으로만 이루어지게 그냥 진짜 간단하게 제작을 했다고. 그런 상황에서 즐겼을 때 지금까지 느꼈던 재미와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 개발자의 말이다.
BIC 2024 출품 직전에도 이와 같이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았다. 스터디와 유사하게 다른 개발자들과 모여 자기 게임 만들면서도 서로 많은 조언을 주고 받았다. 길티준 개발자는 당시를 소회하며 “만약 주변 사람들의 피드백이나 조언이 없었다면 제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지금 같은 퀄리티가 나오지 않았을 것 같다”며,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적다. 도움을 받아야 된다”라는 생각을 깊게 했다고 전했다.
‘쥑 윅’의 귀여운 모험, 내년 출시가 목표
더 지니어스 햄스터는 현재 사실상 프로토타입 단계다. 길티준 개발자는 “개발 기간이 굉장히 짧은 편이다. 1차적인 완성 자체는 아마 올해 안으로도 가능은 할 것 같지만, 보강이나 출시 과정 등을 고려한다면 이상적으로 봤을 때 내년 여름이나 되어야 출시 가능 빌드를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현실적으로는 조금 더 늦출 수도 있을 것 같다. 목표는 일단 적어도 내년 출시가 목표”라며 개발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인터뷰 마무리에 길티준 개발자는 “세상에 인디게임과 게임 개발자들이 참 많은데, 굳이 인디게임이 아니라도 모든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의 노력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국내에도 수많은 인디 게임과 개발자들의 영혼이 들어가 있는 영혼을 갈아서 만든 양질의 게임들이 많으니, 다양한 게임 정말 재밌는 거 많이 해보셨으면 좋겠다”라며 독자들에게 인디게임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이렇듯 인디게임이라는 시장에 깊은 관심을 가진 길티준 개발자의 경험이 천재적인 ‘쥑 윅’의 모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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