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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zip] 계정 제재 분쟁, 유저 승소 사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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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게임에서 계정 영구정지는 '게임오버'와 같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게임 이용자들은 게임 캐릭터 육성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한다" 작년 말에 한 게임 이용자가 자신의 게임 계정 영구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내린 판결문의 일부입니다.

게임 계정을 둘러싼 법적 분쟁에서 법원의 시각이 지난 10년간 크게 바뀌었습니다. 2016년만 하더라도 게임사가 알아서 판단하도록 재량권을 널리 인정해 줬는데, 이제는 게임 계정을 이용자의 소중한 재산권으로 보고 보호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계정 영구정지를 둘러싼 분쟁입니다. 게임사가 마음대로 제재하던 관행에 제동을 걸고, 이용자에게 해명할 기회는 충분히 줬는지, 너무 과한 불이익을 주는 건 아닌지 꼼꼼히 따져보는 법원의 모습은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재산권 개념을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평가할만 합니다.

이번에는 2025년 새해를 맞아 게임 계정 영구정지와 관련된 중요 판결을 살펴보며 변화의 흐름을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2016년부터 2023년까지 게임 계정 영구정지 해제와 관련된 판결 4건을 통해, 판례가 사용한 판단기준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천지방법원 2016. 11. 25. 선고 2016가합55277 판결
 - 불법 프로그램 사용 의심만으로도 게임사의 계정 정지는 정당

가장 먼저 살펴볼 판결은 2016년 인천지방법원에서 선고된 '포키포키' 게임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게임사에서 게임을 이용하던 한 유저가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했다고 의심하여 영구정지 조치를 취했고, 이에 대해 유저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 원고와 피고의 주장 (자료출처 : 인천지방법원 2016가합55277 판결문) 

당시 피고였던 게임사 측은 원고가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물증은 제시하지 못했는데요. 소위 말하는 정황증거만 있는 상황에서 원고 계정을 영구정지한 겁니다.

하지만 법원은 약관을 근거로 게임사의 운영 재량을 폭넓게 인정하며 '불법 프로그램 사용 의심만으로도 계정 영구정지가 정당하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렇듯 이 당시 판례들은 게임사 약관에 영구정지와 관련한 근거가 있다면 별도 판단 없이 게임사 처분을 정당하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0가합100661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0가합1012 판결 
 - 판결에서 비례의 원칙을 검토하기 시작

다음 판결은 각 2020년, 2021년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선고된 판결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선고된 사건인 만큼 판결문 내용도 다소 유사하기에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서 선고된 판결은, 대리 육성을 맡긴 이유로 영구정지를 당한 원고가 게임사를 상대로 계정 영구정지를 해제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선고된 판결은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사전 경고 없이 곧바로 계정 영구정지 조치를 당한 원고가 게임사를 상대로 계정 영구정지를 해제해 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낸 사건입니다.

두 사건 모두 유저가 패소했으나, 각 재판부에서 판단을 내릴 때 약관 내용과 함께 '비례의 원칙'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비례의 원칙'은 제재 수위가 위반 행위의 중대성에 비례해 정해져야 하며, 목적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제한이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주로 행정소송에서 인용되는 법리입니다.

▲ 2020년에 접어들어서는 게임 계정 이용정지 해제 소송에서 비례의 원칙을 검토하는 판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자료출처: 서울남부지방법원 2020가합1012 판결문)

이전 사건에서는 계정 영구정지와 같은 게임사가 유저에게 내리는 제재 처분이 게임사 약관에 근거가 있고, 이용자가 약관을 위반하는 행동을 했다면 별다른 검토 없이 게임사 처분을 정당하다고 판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법원에서 비례의 원칙을 판단 기준 중 하나로 삼으면서, 약관에 근거가 있더라도 유저의 위반 행동에 비해 게임사 처분이 너무 과하지는 않은지 비교하기 시작했습니다.

▲ 이 사건 역시 유저가 패소했으나, 재판부에서 약관과 함께 비례의 원칙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시작했다 (자료출처: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0가합100611 판결문)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4. 6. 25. 선고 2023가합407081 판결
 - 게임 계정은 유저가 성취한 권리

그리고 작년에는 로스트아크에서 대리게임 의혹으로 영구정지를 당한 유저가 스마일게이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2023가합407081호 사건의 판결이 선고됐습니다.

이 사건은 다년간 로스트아크를 즐겨온 유저가 2023년 이벤트에서 대리게임을 했다는 의혹으로 스마일게이트로부터 계정 영구정지 처분을 당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사실 이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원고가 다소 억울할 만만 부분도 많았습니다. 게임사 영구정지 처분의 근거도 잘못된 점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원고는 작업장에 맡긴 게 아니라 지인들을 통한 개인 차원의 대리게임을 통해 이벤트에 참가했는데 로스트아크의 게임 약관은 개인적 차원의 대리게임은 제재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이러한 점을 근거로 원고에 대한 피고의 영구 이용정지 조치가 부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리고 이 판결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그 뒷부분입니다. 판결문에서 법원은 약관의 가장 포괄적인 제재 근거 조항에 따라 게임사가 유저에게 영구정지 조치를 취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게임 내 최고 레벨 수준에 도달했고, 게임 내에서 가장 귀한 무기 아이템을 최고 단계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게임을 하면서 성취한 '권리'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권리 전부를 상실시키는 피고의 영구정지 조치는 유저의 위반행위 정도에 비해 과도한 조치로 보여 부당하다, 즉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점을 명확히 적시했습니다.

▲ 유저가 오랜 기간 육성한 게임 계정의 가치를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자료출처 :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3가합407081 판결문)

게임 계정, 이제는 하나의 재산으로

지난 8년간의 판례를 살펴보면, 법원이 게임 계정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변화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게임사 운영 재량을 폭넓게 인정하던 입장에서, 점차 이용자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재산권 개념을 정립하는 과정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게임 계정의 재산권적 가치를 인정하고 보호하는 것은 게임과 관련된 디지털 자산 전반에 대한 법적 보호의 시금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25년에는, 게임업계가 이러한 판례들을 토대로 더욱 투명하고 합리적인 약관과 운영 정책을 마련할 것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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