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하무트: 배틀 오브 레전드'
온라인 MMORPG에 익숙한 게이머가 소셜카드배틀게임(이하 카드배틀게임)을 처음 맞닥뜨렸을 때 반응은 대부분 '촌스럽다, 구식이다, 재미없다'로 나뉜다. 게임 선진국으로 글로벌 업계에서도 테스트베드로도 불리는 안목 높은 국내 유저들에게 구식의 피처폰 사양에도 구동되는 카드배틀게임은 저사양으로 느껴질 수밖에.
하지만 지금 꽤 많은 수의 사람이 카드배틀게임을 즐기고 있고, 이들을 타겟으로 많은 수의 게임이 앞으로 론칭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 서비스 중인 ‘바하무트: 배틀 오브 레전드’(이하 바하무트) 외에도 ‘확산성 밀리언 아서’, ‘드래곤사가 배틀필드’, ‘보물탐정 캐리’ ‘로드 오브 나이츠’ 등이 출시 직전이다. 또, 이러한 트랜드에 소규모 개발사도 합류하며, 국산 카드배틀게임 개발을 시작했다. 더이상 특수 장르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
최근의 카드배틀게임 인기는 신기할 정도다. 아무도 이렇게 잘될 줄 몰랐다. 카드배틀게임 유행의 선두에 서있는 검색포털 다음이 지난 2월 일본 DeNA와 손잡고 다음-모바게를 론칭하면서 일본의 인기 카드배틀게임을 ‘바하무트’를 내놓자 일부 게이머들은 ‘덕후게임’(오타쿠를 칭하는 속어, 어느 한 분야에 심취해 있는 사람)이라며 비판적인 시선을 보냈으니 말이다.
도대체 어떻게 카드배틀게임이 모바일게임도 블록버스터급으로만 즐긴다는 국내 게이머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을까.
MMORPG를 사랑하는 국내 실정에 딱 맞는 모바일게임
여기 카드배틀게임이 MMORPG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다음의 모바일게임본부 김동현 본부장이다. 김동현 본부장은 ‘바하무트: 배틀 오브 레전드’(이하 바하무트)의 경우 미국 서버부터 시작한 경력을 자랑하며, 북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블러드 브라더스'의 북미 상위 랭커에 오른 바 있는 말 그대로 카드배틀게임 고수다. 게임메카는 김동현 본부장을 만나 국내 유저들이 카드배틀게임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들어 보았다.
게임메카: 만나서 만갑다. 지스타2012에서 발표를 잘 들었다. 여전히 머리 스타일이 상당히 독특한데.
김동현 본부장(이하 김동현): 고맙다. 머리는 개츠비 왁스 덕분이다. 개츠비가 발전하면서 머리가 솟구쳐 오르는 높이가 달라졌다.
▲ 다음의 모바일 게임 사업을 담당하는 김동현 본부장
게임메카: 지스타에서 2013년 다음-모바게 출시 타이틀로 카드배틀게임을 4개나 발표했다. 지표만 봐도 카드배틀게임이 국내에서도 급성장하는 분위기다. 그만큼 소구층이 많다는 이야기인가?
김동현: 생각만큼 나쁘진 않다. 개인적인 짐작으로 일본만큼은 아니어도 미국이나 타 국가보다 사정이 훨씬 좋다. 사용 유저수도 매출도 모두 높다.
게임메카: 사실 카드배틀게임의 전초를 알린 것이 다음-모바게였다. 성적표를 정확히 공개해야 사람들이 어느 정도 위력을 짐작할 것 같은데.
김동현: 사업적인 문제로 아직 정확한 수치를 밝히긴 힘들다. 다만 2월 이후부터 점점 좋아졌고, 8월부터 ‘판타지카’와 ‘바하무트’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수익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바하무트’는 이제 겨우 보유하고 있던 콘텐츠의 반을 선보였을 뿐이니까.
▲ 8월 이후 급성장한 그래프
▲ '바하무트'는 모바일게임 사상 처음으로 중계 업체 사이트 인기 순위 10위 권에 진입했다
게임메카: 처음에는 국내 유저들이 과연 카드배틀게임에 돈을 쓸까 싶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나쁜 습관이긴 한데 돈을 쓰게 만드는 게임을 싫어하는데다 카드배틀게임이 수집형 게임이라는 인식이 강해 배타적인 사람도 있다. 또, 몇몇 일본풍을 즐기는 특정 취향에만 어필한다는 인식도 있고.
김동현: 생소한 분야 같지만 국내에도 TCG를 플레이하던 문화가 분명 존재했다. ‘유희왕’보다 훨씬 전이다. ‘매직 더 게더링’하면 다들 알지 않나. ‘매직 더 게더링’이 한 10년 전 남학생들 사이에 상당히 인기를 끌면서, TCG 문화의 시작을 이끌었다. 당시 다섯 종류의 카드를 사용해서 머리싸움을 벌이는 긴장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때는 용돈만 받았다 하면 바로 카드팩을 구매하던 아이들이 지금 커서 카트배들게임을 열심히 플레이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메카: 카드배틀게임을 TCG에 속하긴 하지만 다른 측면이 더 많다. 일본에서 발전하다 보니 왜색적인 느낌이 강하다. 소수의 일본 RPG 팬이나 TCG 유저에게만 먹힌다는 의견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동현: 모두 카드배틀게임을 낮게 보는 편견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카드배틀게임은 모바일 환경에 축소시킨 MMORPG라 정의내리고 싶다. 1990년대 인터넷과 PC의 보급률이 늘어나면서 온라인 MMORPG가 부흥했듯이, 일본에서는 이러한 기류가 컴퓨터가 아니라 모바일에서 실현됐다. 환경적인 특성상 작고 빠르게 구동시켜야 하다 보니 카드시스템을 채택한 것이고. 그 외 MMORPG, 즉 다수가 온라인에서 플레이하는 롤플레잉 게임이라는 면에서 보면 카드배틀게임과 다른 것이 없다.
게임메카: 카드배틀게임이야말로 MMORPG 유저에게 더 어필한다는 의견인가?
김동현: 소셜과 성장이라는 점. 일반적인 모바일게임과 달리 온라인 MMORPG와 비슷한 속성이 있다. 카드배틀게임이 같은 모바일 플랫폼이라고 해도 ‘애니팡’ 같은 캐주얼게임과 비교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애니팡’은 단순하고 직관적인 시스템을 선택해서 남녀노소 다수가 즐길 수 있지만, 자신의 자산이 쌓이는 것과 같은 가치를 전달하지 못한다.
▲ 김동현 본부장 |
게임메카: 국내 유저들이 카드를 온라인게임의 아이템과 같은 재화로 인식할 수 있을까? 김동현: 당연하다. 이미 그런 기류는 형성돼 있다. TCG를 할 때 카드팩 구매하기 위해 용돈 모았던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단순히 카드 하나만으로 전투가 된다면, 올바른 ‘배틀’이 아니지 않나. 정식 명칭이 소셜카드배틀전략게임 이듯이 소셜도 중요하다. 카드배틀게임에서 소셜이란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대결을 하고, 더 나아가 집단적인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것이다. 결국, MMORPG의 공성전과 다를 부분이 없다. 단지 카드로 거들뿐. |
게임메카: 전에 지스타에서 길드전을 상당히 강조하더라. 사실 카드배틀게임은 카드 수집이 전부일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길드전이 어느정도 영향을 차지하는지 궁금하다.
김동현: 길드전이 핵심 콘텐츠라고도 생각한다. 어디를 가나 사람은 비슷하다. 모으는 재미도 있지만, 성장하고 유저들끼리 대결하고 하는 니즈는 항상 있다.
카드배틀게임의 핵심은 카드수집보다는 길드전
▲ 카드를 수집하면 도감에 기록된다
게임메카: 메카 기자 중에도 ‘바하무트’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나다. 가끔 보스 몬스터 이벤트가 발발하면, 주변 기자들을 부른다. 혼자 하면 공격 포인트 낭비가 너무 심해서 동료한테 SOS를 친다. 이게 바로 길드전의 초기 형태일 것 같은데. 서로 카카오톡으로 메시지 주고받으면서 파티플레이를 하는 재미가 있더라.
김동현: 마이피플을 이용해주면 좋겠는데.
게임메카: …
김동현: 초기에는 그런 식으로 협력전투가 이루어 지는 것이 맞다. 코스트 사용이 높은 보스 몬스터나 이벤트 몬스터가 출연해서 게임 내 소셜을 이끌어 낸다. 카드배틀게임을 운영하는 데 이런 방식의 소셜 장치가 굉장히 중요하다. ‘바하무트’에 곧 추가될 콘텐츠도 바로 이런 기사단끼리 붙는 전쟁이다. 연내에 오픈할 시스템인데 유저들의 기사단 가입을 활발하게 이끌어 주는 장치를 추가할 계획이다.
이렇게 보면 MMORPG랑 똑같다. 중요한 건 시스템을 사용해 초반에 안착시키는 것이고 그 뒤로는 콘텐츠 운영으로 효과를 유지해야 한다. 카드배틀게임이 일러스트만 잘 만들면 될 것처럼 단순해 보이지만 운영이 미숙한 신생 게임사는 성공하기 어려운 장르다.
▲ '바하무트'의 기사단 모습
게임메카: 부끄럽지만 카드배틀게임은 카드만 이쁘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김동현: 카드배틀게임은 질리지 않는 동화를 만드는 과정이다. 유려한 일러스트는 동화의 삽화다.이것이 어필하는 범위는 한계가 있다. 이야기는 운영과 밸런스가 만든다. 알다시피 플레이 방법이 단조롭지 않나. 겉은 RPG의 포장을 입고 있어도 속은 다 같은 종류다. 여기에 차별성을 주는 건 결국 적절한 이벤트다. 이것이 단순한 게임이 질리지 않게 하는 요령이다.
게임메카: 카드배틀게임을 이벤트 게임이라고 부르기도 하던데.
김동현: 8개월 정도 다음-모바게 일을 해보니까 이벤트 관리하는 노하우를 알게 됐다. 쉽게 말해 엔씨소프트 ‘리니지’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라 할까. 카드배틀게임에게 이벤트란 어느 상황에도 변하지 않고 똑같은 시세를 유지하는 아덴의 골드 밸런싱 같은 존재다.
게임메카: 카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가끔 카드가 주인지, 전략이 주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게임을 잘하려면 결국 질러야 하나?
김동현: 북미 랭커로 자신하지만, 좋은 카드 앞에서 답이 없다.
▲ 누가 봐도 왼쪽이 레어 카드임을 알 수 있다
게임메카: 결국 뽑아야 한다는 이야기인지.
김동현: 물론 열심히 로그인하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다양한 장치가 있다. 바로 이벤트다. 돈을 쓰지 않으려면 노력해서 티켓을 확보하고 머리를 엄청나게 굴려서 덱을 짜야한다. 사실 후자가 더 재미있을 수도 있다.
게임메카: 노멀 카드만 나오니까 화가 나긴 하더라. 일본에서 콘뿌가챠와 같은 뽑기 시스템 문제가 많이 들려서 그런지 국내에도 벌써 카드배틀게임 사행성 논란이 제기되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김동현: 국내에서는 워낙에 사행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그래서 이미 제도적으로 보완 장치가 많이 마련된 상태다. 우려할 것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제한 금액 같은 것도 있고.
게임메카: 개인적으로 내년 다음-모바게에 론칭할 카드배틀게임에 기대감이 크다. 특히 ‘라그나브레이크’나 마이피플과 연동되는 부분들이다. 짧게 2013년 계획을 좀 알려달라.
김동현: 아직 시너지라고 부를 만큼의 사건을 만들지 못한 건 사실이다. 물론 리얼소셜그래프를 다음-모바게에 연동해서 메시지를 보낸다든지 주소록을 끌어온다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첫 번째는 메신저 본연의 건강함을 유지하는 걸 우선시하고 싶다. 내 주소록에 있는 친구들이 게임 플랫폼에 그대로 옮겨 놓는 것이 행복할까? 내부적인 고밉니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싶다. 걸음이 느리다곤 하지만, 하나 하나 앞으로 가되 옆으로는 가지 않으니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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