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펄어비스 대표이자 '검은 사막'을 총괄하고 있는 김대일 대표
김대일 대표가 '검은사막'으로 대중 앞에 섰다. NHN게임즈 퇴사 후, 개발사 펄어비스를 설립한 이래 처음이라 반갑다. 게다가 시장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비중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나온 정통 MMORPG라 더 그렇다.
오랜만에 모습을 보인 김 대표는 시장 분위기에는 전혀 유념치 않는 밝은 모습이었다. 천성이 낙천적일 수도 있지만, 현재 시장상황을 그리 암울하게 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23일 진행된 '검은 사막' 기자 간담회 이후, 게임메카는 김대일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시장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온라인게임 암울기 아니다, 게임 저변이 확대되고 있을 뿐
우선 김대일대표는 현재 시장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답부터 이야기하자면, 암울기가 아니라고. 김대일 대표는 이를 온라인게임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 보다는 ‘전체적인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로 해석했다.
“국내 게임의 여러 시대를 다 경험했습니다. 한때는 PC게임이 활발했던 시대도, 플랫폼 게임이 나오던 때도 있었습니다. 온라인게임이 부흥하다가 또 콘솔게임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둘 때도 있었죠. 그런 흐름에서 지금은 모바일 플랫폼이 잘되는 것이고, 이에 맞춰 전체적인 게임 시장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김대일 대표 스스로 게임을 즐기는 순수한 게이머의 입장에서 봐도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하드코어에서 일반 대중에게 까지 게임의 저변이 확대된 덕택에 온라인게임을 이용하는 잠재 고객의 수도 많아졌다. 더불어 발전된 기술 등으로 시장에서 이용자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이제 그런 기회도 많아졌다는 것.
결정적으로 김대일 대표 역시 3년 정도 후에는 지금의 온라인 PC게임에서만 가능한 하드코어한 게임 플레이를 모바일 기기에서 구현할 정도의 기술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라 보고 있었다. 개발사 대표의 생각이 이렇다 보니 ‘검은 사막’ 역시 온라인과 모바일을 연동하는 욕심은 당연히 가지고 있고, 이 부분은 현재 진행형인 사항이라고.
▲ 가장 먼저 모바일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검은 사막' 지식을 모아둔 위키 시스템
책임감이 너무 많았기에 개발사를 차렸다
이처럼 순수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김대일 대표지만, 반대로 시장에서 그를 보는 시선은 상반되는 두 가지 입장이 존재한다. 김 대표는 '릴 온라인'부터 'C9', 'R2' 등 개발자로서 진득한 삶을 살아 온 덕택에 그를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믿을 만한 개발자라고 높이 평가하기도 하지만, 간혹 책임감이 다소 부족한 개발자로 평가되기도 한다. 게임개발 + 서비스 = 인기유지, 라는 공식에서 '서비스'와 '인기유지'가 다소 취약했기 때문이다.
'검은 사막'이 처음 미디어에 노출됐을 때도 이러한 여론은 피할 수 없었다. 어렵사리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꺼내자, 되려 김대일 대표는 ‘게임을 만들어 게임으로 밥을 먹고 사는 게임 개발자’로서 자신이 오랜기간 공을 들여 만든 게임에 대한 책임감, 즉 욕심이 많다는 것을 강조했다.
“권한이 많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죠. 내가 만든 게임이 정확하게 이런 식으로 팔렸으면 좋겠고, 운영은 어떤 방식으로 집중을 했으면 좋을지, 내 의견이 들어 가는지, 못하는지에 대한 문제라고 할까. 운영에 개발자가 참여하는 문제와 많이 부딪혔었죠.”
결국 직접 개발사를 설립해서 개발에서 운영까지 열심히 참여하는 ‘참견쟁이’(?) 김대일 대표는 적임 파트너를 찾았다고 한다. 대형 MMORPG 운영 경험 無, 바로 다음커뮤니케이션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대형 검색 포털 사이트인 ‘다음’을 운영하면서 게임과 연관된 서비스인 카페, 커뮤니티 등의 경험은 있지만, 온라인게임 타이틀 특히 블록버스터급 MMORPG에 대한 지식은 전무한 수준이다. 지난 지스타 2012에서 앞으로의 로드맵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사업 개시를 선언한 상황이기 때문.
그러나 다음은 ‘검은 사막’ 기자 간담회에서 이 같은 자신의 약점을 여지없이 공개하고, 거꾸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다짐했다. 플랫폼 제공자라는 ‘퍼블리셔’의 입장이 아니라 개발사의 마음, 혹은 후원자의 마음으로 펄어비스와 밀착협업하겠다는 것. 바로 펄어비스와 김대일대표가 열심히 찾아 왔던 ‘서포터’다.
“다음을 선택한 이유도 그렇죠. 다음은 지금 MMO 색(色)이 없어요. 보통 퍼블리셔는 응당 유저들이 기대하는 MMO의 스타일이 있는데, 다음은 그런 게 없는 상태니까요. 처음부터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왔죠.”
▲ 공식 행사에 오랜만에 모습을 나타낸 김대일 대표
생각해 보자, 개발자는 언제나 힘들었다
김대일 대표 또한,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게임규제 등 게임에 대한 시선이 더 나빠진 것에 대해서도 안타깝다는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사회적 상황 때문에 기가 죽어 있을 필요도 없다는 의견도 확실히 피력했다.
“사회적 합의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부분이 참 안타깝죠. 많은 사람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함께 했으면 좋겠는데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니까요.”
안타까운 사회적 상황은 그렇더라도, 개발자 후배들에게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함을 전했다. 특히 사회적 상황 때문에 사기가 저하된다거나, 개발하면서 힘든 부분은 없느냐는 질문에 “게임 업계 종사자나 개발자나 모두 힘들지 않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을 정도.
그의 의견에 따르면, 애초에 ‘게임 개발’이라는 자체는 항상 어려웠다고. 기술적으로나 조직 운영에 대한 부분이나 너무 힘들다. 특히 MMORPG 개발은 적어도 30명 정도 인원이 팀을 꾸려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개발기간도 너무 길기 때문이다. 이처럼 완성을 향한 골인점으로 달려가는 과정이 한번도 쉬운 적이 없었기에 결국 ‘고된 업무 경력자’가 개발자라는 셈.
“개발자는 언제나 힘들었어요. 한번도 편한 날이 없었죠. 하지만 옛날 생각을 해보면 힘들기도 한 반면 좋기도 합니다. 고등학생 시절에 게임을 만들려고 했지만, 아예 이런 시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거든요. 특정 대형업체 한 두개 말고는 직원을 고용하고 월급을 줄 수 있는 회사가 없었죠. 지금은 정말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을 해요. 사회적인 탄압이나 부정적인 시선, 그래도 지금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 시도해 볼 수 있잖아요. 그리고 당당하게 '게임 개발자'라고 이야기할 수 있죠. 지금이 마냥 힘들어 보여도, 어찌 보면 가장 좋은 날일 수도 있지 않나요? 저는 제가 개발자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지금이 참 좋고 기쁜데 말이죠."
김대일 대표의 대답은 마치 교과서에 나오는 정석처럼 당연했고, 순수한 대답이다. 과거에 비하면 게임은 산업으로 발전했고, 기술의 발전으로 그 수혜까지 안을 수 있다. 게임 개발자라는 일이 어엿한 고소득 직종으로 손에 꼽히게도 됐다. 불과 얼마 전이었고,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다. 이런 경험이 있는 개발자들에게는 어쩌면 당연히 들을 수 있는 대답일는지 모른다.
'김대일'이라는 사람에 붙여진 이름값을 빼고, 김대일 대표는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이자 개발자로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이 부분은 개발자로서 자신 혹은 ‘게임’이란 존재에 대한 평가를 내려 달라는 질문에 “나중에 ‘게임이 신’이 되면 답하겠다”라고 한 장난섞인 모습에서도 바로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이 '검은 사막'이 될지 10년 후, 20년 후가 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아, 참고로 김대일 대표에게 게임의 신은 “시게루 아.저.씨”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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