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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왜 맞고만 있나, 리딩 기업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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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대선 당시 화제가 됐던 박근혜 당선자의 게임 공약 (출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제18대 대통령인 박근혜 당선자 취임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앞세운 신정부 출범 앞에서 모두들 기대 반, 초조함 반의 눈초리로 기다리고 있다. 특히 게임 업계는 이번 정부 출범이 산업의 성장을 가늠하게 할 전환점으로 여기며, 지켜 보고 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이, 박근혜 당선자는 대통령 경선부터 쭉 청소년 게임 중독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중독 예방 센터의 전국적인 확대 건립을 공약한 바 있다. 이러한 주장은 청소년 범죄 사건과 함께 그 배후로 ‘게임’이 자주 지목되면서, 일반 대중들, 특히 학부모들에게 필요성을 부각시킬 수 있었다.

이제 많은 이들이 게임중독이라 이야기한다. 산업 종사자들만이 게임 과몰입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전방위적으로 양산되는 사회적 목소리를 설득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고작’ 이 프레임 다툼에서 승리하는 것 일까. 한국정보화진흥원 정보문화사업단의 전종수 단장을 만나 이 질문을 던져 보았다.


‘게임’을 사이에 둔 극단적 프레임 논란, 세대 갈등이 원인


▲ 한국정보화진흥원 정보문화사업단을 이끄는 전종수 단장

“중독과 과몰입의 사이에서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세대갈등이다.” 

국내에 몇 안 되는 인터넷중독 및 게임중독 전문가인 전종수 단장의 말이다. 정보통신부 산하에 있는 한국정보화진흥원 정보문화사업단을 이끄는 전종수 단장은 이를 ‘게임에 무지한 다수’와 ‘한없이 게임에 긍정적인 소수’의 다툼이라고 설명했다.

전종수 단장은 “30대~40대 초반 학부형들은 게임을 하고 자란 세대다. 게임의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을 많이 생각하고 고려한다. 게임에 관대하기 때문에 무절제하게 태블릿PC나 컴퓨터를 자녀에게 건네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대한 행동은 현실에서 부정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이들이 겪는 딜레마다. 게임이 문제가 아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이미지와 영상 노출이 범인이다. 

전종수 단장은 “7세 유아는 규칙에 대한 판단이 없고 영상이나 이미지만을 인식한다. 어렸을 때 너무 많이 노출되면 어른이 돼도 습관화가 된다. 미국도 유·아동을 위한 영상물에 대해서는 금지한다. 하지만 우리 30대는 이러한 교육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미국은 민간기관에서 게임물 등급제를 심사한다
ESBR은 3세부터 등급제가 나뉜다 

반면 극단에 서 있는 사람은 어떤가. 게임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50대 이후의 사람들이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게임 지식은 ‘테트리스’나 최근 나온 ‘애니팡’ 정도다. 문제는 사회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바로 이러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전종수 단장은 “게임업계에서 줄곧 게임중독 문제를 개인의 속성과 사회 환경 문제라고 회피했다.그러다 보니 반대파는 물론 관대한 세대와도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여기서 사회적 동의를 만들어 내는 것은 게임 업계가 할 일인데 말이다.”고 말했다.


정부, 게임중독은 '감기'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알아야 한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게임중독과 인터넷중독의 심각성을 알린 전종수 단장이지만, 그도 현 정부의 게임 규제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았다. 이 규제안들이 단순히 게임중독에만 국한되어 있으며, 교육보다는 강제성만 띄고 있기 때문이다. 

▲ 게임만 막는다고 아이들의 정신 건강이 해결될까? (2010년 4월 16일 게임메카 이구동성)

▲ 이유없이 우선 '게임'은 나쁘다 라는 것이 현 사회의 논리다 (2013년 1월 11일 게임메카 이구동성)

사회에서 가장 중독성이 높다고 말하는 MMORPG가 가지는 장점은 네 가지다. 커뮤니티의 기능, 돈과 바로 연결되는 상거래, 아바타가 가지는 매력, 그리고 익명성. 그리고 이것은 결국 인터넷의 요소와 상통한다. 

전종수 단장은 “강제로 게임을 못하게 한다고 해서 게임을 안 하나? 아니다. 아이들은 그 시간에 인터넷을 한다. ‘인터넷중독’이라는 상위 범주 안에 포함된 다른 하위 중독 현상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문제다. 셧다운제에 걸린 청소년들은 12시에 게임이 종료되면, 블로그나 메신저로 친구들과 채팅을 한다. 가장 나쁜 경우는 음란물에 빠지게 된다. 전종수 단장은 “정부는 게임을 안 해보았으니 이러한 메커니즘을 모른다. 중독은 하나를 강제적으로 틀어막으면 다른 문제가 일어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난다. 인터넷 게임은 다 중독이나 과몰입과 연결된다는 성급한 일반화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종수 단장이 말하는 게임중독 현상이란 마치 ‘감기’같은 것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제 우리는 인터넷이 없으면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으며 그 안에서 인터넷중독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는 것. 걸렸다 완치되는 감기 정도로 보는 것이 맞다.

전종수 단장은 “인터넷중독을 부정적으로 보는 건 잘못된 시각이다.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듯이 내가 심하다고 생각하면 상담을 받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걸 부정하고 피하고 막으려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가 주의해야 하는 것은 지금 연구자료들이 모두 단편적인 내용을 가지고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약을 개발해도 임상실험을 통해서 안정성이 검증돼야 하는데 한 두 번 실행한 뇌 CT촬영 등으로 게임중독을 현실화하고 일반화하고 있다.

정보를 제공받는 사람도 거르지 않고 받아 드린다. 정확한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2012년 가톨릭대학교에서 실험했던 뇌 영상 자료도 18세 이상을 찍은 연구였지만, ‘청소년 게임 중독, 뇌 질환 가능성 높다’라는 이슈로 포장됐다. 원칙적으로 18세 이하에 대한 연구는 부모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청소년 관련된 분야는 정확하게 조사가 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발표된 자료다.


왜 게임업계는 스스로 돌만 맞고 있나, 리딩 기업이 나서라


▲ 인터넷중독=게임중독이라는 프레임 아래 꾸준히 입법이 발의돼 왔다
(자료 출처: 인터넷중독의 예방과 해소를 위한 법제 정비 방향, 2010)

모두 심층적인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개 게임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정부가 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부가 이러한 일을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어떤 것일까? 기다림인가, 아니면 행동인가. 

전종수 단장은 “왜 게임사는 스스로 돌만 맞으며 정부 지원을 기다리고 있나. 게임 관련 문제에 대해 사회적인 방어나 대응을 내놓지 않고 정부의 규제안을 탓하는지 의아할 따름이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 그는 “지금까지 여러 가지 사건이 숱하게 났다. 부모들이 게임 때문에 아이들을 방치한다거나 자녀가 부모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어느 게임사도 게임 관련 문제가 일어났을 때 대책을 마련하고 역기능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계획을 세우거나 자정하겠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본디 막을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최악의 상황에 온 이유는 결국 선도 그룹 부재의 영향이다. 전종수 단장은 “게임 기업에게 사회 공헌은 필수적인 부분이다. 지금도 많은 기업들이 사회공헌을 하고 있지만, 각자가 단편적으로 하다 보니 일반인은 전혀 게임사가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 인터넷중독대응센터는 엔씨소프트의 2억 원 출자가 없었으면 만들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도 이러한 정보를 알지 못한다고 (사진 출처: 한국정보화진흥원)

게다가 노출도도 일반 기업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다른 업종의 대기업들은 일주일에 적어도 종류별 5건이 넘는 사회공헌 자료가 노출된다. 이에 비교해보면 게임업계는 거의 없는 정도다.

전종수 단장은 “기금을 모아 게임문화재단을 만들어 봤자 무엇하나. 학부형들 대부분은 모르고, 안다고 해도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른다. 기업 홍보 차원이 아니라 협회 차원으로 공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게임이야 말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

▲ 지난 KGC 2012 행사장 내 마련된 국방부의 공중 교전 모의 시스템
최근 전세계적으로 가상현실이 대두되는 이유도 게임기술이 군 전력 강화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

결론을 말하자면, 게임이 답이다. 국가 경제력 상승을 위해서도, 사회적 안전망 생성을 위해서도 게임이다. 전종수 단장은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게임이다. 우리 사회의 소외된 많은 부분을 게임을 통해 고칠 수 있는 것은 게임에서 경험하는 가상현실이다. 그런데 우리만 이를 모른다”고 강조했다.

최근 성폭력 문제가 많이 일어난다. 전종수 단장이 설명한 예시도 바로 성폭력, 특히 노인들의 아동 성추행 사태였다. 인간이기에 포기할 수 없는 동물적인 본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노인층은 극한 결핍감을 맛보게 된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 하지만 게임 내 가상 공간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활용하면 이러한 욕구를 해결할 수 있다. 

게임중독이냐, 게임과몰입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이를 다루는 쪽이 진지함에 어느 정도 무게를 두느냐의 문제다. 게임중독 문제는 거진 5~7년 전부터 국내 게임사를 괴롭혀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사는 게임중독 대신 ‘게임 과다 몰입’ 증세라는 말로 우회적으로 표현하며, 책임자에서 벗어나길 원했고, 결국 일반 대중의 지지를 잃었다. 

게임은 문화 산업이다. 문화산업은 시대의 생활 양식이나 정신을 대변하는 것이다. 사회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자라날 수 없는 산업이다. 지금 업계에 절실한 것은 ‘보호관찰’도 ‘집행유예’도 아닌, 사회와 연계한 교정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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