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모바일 게이머 시대가 열린 것은 두 손 들어 환영인데, 최근 편식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드코어 시대가 열려야 한다거나 혹은 열렸다거나 앞으로 열릴 것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도대체 언제 온다는 건지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확산성 밀리언 아서’(이하 확밀아)가 인기를 끌면서 ‘집중력’을 요구하는 게임이 흥하는 분위기이기도 한데, 여전히 RPG와 같은 대표적인 게임 장르는 황무지 상태다.
이런 척박한 땅에 그리 코리아(GREE KOREA)가 오늘(3일) MORPG 타이틀을 하나 출시했다. 게다가 PC 온라인게임에 견주어도 절대 기죽지 않는다는 자신감에 한껏 충만해 있다. 바로 ‘로스트 인 스타즈’다.
우선 겉보기에는 눈 높은 게이머들 입맛을 한껏 충족시킬 장점이 눈에 띄는 수작이다. 하지만 그보다 우려가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4인에서 8인까지 즐기는 던전 플레이 라거나 레이드 콘텐츠, PVP 배틀모드 같은 게임성이 스마트폰 환경에 맞을 지도 의문이고, 이걸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집중력이 있는 유저들이 있을지도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그리 코리아에서 ‘로스트 인 스타즈’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이기훈 PM과 윤승민 엔지니어, 김성용 엔지니어를 만나 이들의 청사진을 물어보았다.
▲ 왼쪽부터 윤승민 엔지니어, 이기훈 PM, 김성용 엔지니어
‘로스트 인 스타즈’는 일본을 대표하는 모바일게임기업인 GREE가 한국 지사를 설립한 이래 처음으로 내놓는 대형 타이틀이다. 물론 그리 코리아가 그동안 게임 개발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대부분 일본 지역 한정으로 출시한 데다가 국내에는 이렇다 하게 흥행한 타이틀이 없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지금까지 유명세에 맞는 ‘면’이 서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로스트 인 스타즈’는 감격스러운 출시다. 그리 코리아라는 이름을 견 줄 현판이 마련된 셈이니 말이다. 특히 개발팀 입장에서는 지사 설립과 함께 시작된 게임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리에서 일하는 개발자 대부분이 ‘로스트 인 스타즈’ 팀을 거쳐 갔을 정도니,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체 기술력을 자랑할 최적의 타이틀이나 마찬가지다.
‘로스트 인 스타즈’ 개발을 총괄하는 이기훈 PM은 초반에 인프라를 갖추고 팀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설명하며, “개발팀이 손발을 맞추어 나가는 과정이 모두 게임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축하하고 기뻐하는 것도 잠시, 현재로서는 시장성이 딱히 좋지 않은 멀티플레이 게임 ‘로스트 인 스타즈’를 간판으로 내건 부담감도 없지 않았다고 한다. 이기훈 PM은 “카카오 게임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데다 캐주얼하지 않은 게임이 설 자리가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도 “조금 이르다고 볼 수 있지만, 미드코어 장르에 대한 니즈는 여전히 존재한다”며, “이르다고 볼 수도 있지만 지금 시즌이 ‘로스트 인 스타즈’가 나오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PC의 심장을 가진 거침없는 모바일 MORPG
‘로스트 인 스타즈’에 담긴 그리 코리아의 야망에 대한 설명은 잠시 뒤로 하고, 우선 이 그릇 안에 담긴 내용물을 짚어 볼 필요가 있었다. ‘로스트 인 스타즈’의 차별점은 크게 두 가지다. PC게임 수준의 게임성과 함께 ‘보석 배틀’이라 불리는 소셜 콘텐츠다.
‘로스트 인 스타즈’는 메이지, 헌터, 나이트 등 직업별로 특화된 액션과 타격감, 거기에 화려한 이펙트까지 구비하고 있다. 여기에 속도감을 더할 수 있는 피버 타임 모드와 같이 경쾌한 콘텐츠에 파괴모드, 디펜스, 타임 어택, 섬멸전 등 다양한 모드도 완비했다. 또한, RPG의 최대 매력인 던전 공략과 던전의 보스 몬스터를 팀원과 함께 처치하고 그에 걸맞는 레어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기본 던전은 4인이 함께 참여하며, 최소 3분에서 5분 정도의 플레이 타임 내에서 미션을 완료할 수 있다. 또한, 8인이 함께 하는 레이드 던전의 경우 10분 가까이 소요된다.
게임 자체는 ‘드래곤 네스트’나 ‘마비노기 영웅전’처럼 우리가 많이 보아 온 보편적인 PC MORPG와 다르지 않다. 다만 PC 모니터가 아니라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있을 뿐이지, 게임성은 우리가 익숙히 즐겨왔던 MORPG와 같다.
윤승민 엔지니어는 “내부에서는 그래픽 수준만 조금 더 높여서 PC로 론칭을 해도 좋겠다는 피드백이 나왔을 정도”라고 자부했다. 이기훈 PM은 “전체적으로는 멀티 게임을 지향하지만, 통신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혼자 놀 수 있는 싱글 콘텐츠도 많이 확보해 두었다”며, “때에 따라서 그리고 유저들의 성향과 입맛에 맞게 즐길 거리를 찾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로스트 인 스타즈’에서는 보석 배틀만 알면 된다
▲ 핵심 콘텐츠를 구성하는 아이템, 바로 '보석'
뭐니 뭐니 해도 ‘로스트 인 스타즈’가 다른 게임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비실시간 PVP 콘텐츠인 ‘보석 배틀’이다. 사용자는 게임에서 명예 보석을 모아 명예 장비를 구매할 수 있는데, 보석은 오로지 보석 배틀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보석 배틀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보석을 한 개 걸고, 원하는 보석 강탈을 위한 배틀에 참여하게 된다.
게임 구조 자체는 카드배틀게임의 PVP와 비슷하고, 표현 방식은 대전게임과 틀을 함께 한다.쉽게 설명하자면 ‘바하무트’의 성물 조합시스템에 ‘확밀아’의 인장 배틀 애니메이션을 합쳤다고 생각하면 된다.
‘확밀아’에서 인장 배틀에 들어가면 유저는 관람객의 입장에서 자신의 캐릭터가 상대 플레이어와 사이좋게 한 대씩 카운트를 나누어 맞는 모습을 구경해야 한다. 반면 ‘로스트 인 스타즈’의 배틀은 대전 게임에 가까워, 배틀 라운지에 사용자가 직접 입장해서 싸우기 때문에 액션성이나 전략성이 차원이 다르다. 또 하나의 액션 콘텐츠로 보아도 만무할 정도. 게다가 자신의 친구가 PVP 보조 캐릭터로 등장해 함께 싸우기 때문에 협동 플레이를 즐기는 것 같은 기분도 느낄 수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MORPG를 모바일로 즐기다 보면 장소나 인터넷 연결 등의 문제로 게임 진행이 끊길 수 있다. 하지만 보석 배틀은 혼자 게임을 하고 서버 내 정보를 전송하는 구조다 보니 통신 환경이 열악해도 서버 내 전송을 놓칠 일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 명예 보석을 탈취해서 명예 아이템을 구비해야 누추한 차림새를 피할 수 있다
▲ 보석을 선택하고 상대 플레이어를 고른다
▲ 배틀 라운지에 입장해서 AI로 움직이는 상대 플레이어와 싸우게 된다
이렇게 흥미로운 시스템이 만들어진 계기에는 GREE 코리아의 핏줄과도 함께 한다. 이기훈 PM은 ”보석 배틀은 카드배틀 장르에 특화된 GREE가 가진 콘셉트와 한국의 온라인게임 기술력이 결합하면서 탄생한 독특한 MORPG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보석 배틀은 지난 2012년 동경게임쇼에서도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소셜카드배틀게임의 수동적인 PVP 시스템에만 익숙해져 있던 일본 게이머에게 직접 전장에 뛰어들어 상대와 붙는 ‘보석 배틀’이 신선한 것은 당연지사.
‘로스트 인 스타즈’, 우선 축포부터 쏠게요
‘로스트 인 스타즈’는 오늘부터 사흘간 비공개 테스트(CBT)에 돌입한다. 테스트가 종료된 이후 바로 iOS와 안드로이드로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우선 일본 대기업이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한국인 개발진으로 꾸려진 게임을 출시했다는 것은 축하할 일이다. 1년 가까이 쏟아 부은 시간과 노력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개발진들은 기대감에 가득 찬 분위기다.
총체적으로 ‘로스트 인 스타즈’가 내세울 전략은 웰메이드한 게임성, 그리고 일본 기업의 노하우가 담긴 소셜 배틀이다. 이는 천편일률적인 게임으로 가득 찬 시장에서 ‘로스트 인 스타즈’를 차별화 시키는 도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이후 시장에는 위메이드를 필두로 정말 많은 MORPG가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그들의 말처럼 “첫 깃발을 그리가 꽂고, 장르의 첫 번째 걸음이 될 것”인지는 유저들이 대답해 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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