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개발사 어벤추린(Aventurine SA)이 개발한 신작 MMORPG '다크폴: 언홀리워즈(이하 언홀리워)'가 지난 4월 16일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게임은 원작 '다크폴'의 정식 후속작으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꽤 독특한 게임 디자인으로 탄탄한 마니아 층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해외 이용자들에게는 '하드코어 MMORPG'로 잘 알려져 있는데, 사실 게임을 구성하는 모든 줄기는 바로 '자유'에 그 힘이 있다. 즉, 내가 하고 싶은대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의미다.
전작 '다크폴'은 '울티마온라인'을 표방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때문에 길을 지나가다 플레이어의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어떤 무기로든 바로 공격할 수 있고, 습격받은 자는 소유한 모든 걸 떨어뜨린다. 끝이 아니다. 특정 장소가 마음에 든다면 역시 아무 제약 없이 집이나 성을 지을 수 있고, 이게 마음에 들지 않는 다른 이용자는 친구를 끌어 모아 이를 습격해 부셔버릴 수도 있다. 배를 만들어 바다로 나아가 해적질을 하거나 혹은 어부로 게임 라이프를 즐기는 것 또한 가능하다. 게임의 모든 '룰'은 시스템 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유'에서 출발해 '자유'로 끝난다.
사실 이 방식은 양날의 검이 될 여지가 넘쳐 흐른다. 워낙 사실적이라 그 자체에 매력을 느낄 수도 있지만, 강한 자만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세계에 도저히 적응을 못하는 이용자도 많기 때문이다.
'다크폴'의 정체성은 후자를 과감히 버리고 전자에 집중했다는 데 있다. 게임 디자인을 애매하게 꼬아 겉으로만 '하드코어'를 지향하는 게 아니라, 캐릭터를 생성하고 월드에 발을 내딛는 순간 보호가 아닌 '생존'을 시작해야 하는 순간부터 게임의 '재미'가 발생하도록 가공해 내놨다는 것이다. 물론 표현에 대해서는 어벤추린의 선택이 있었다. 성인게임이지만 잔인한 표현보다는 화끈한 액션을 더 강조한 점이나, 천박한 성적 표현보다는 수준 있는 비주얼로 월드를 빚어낸 것 등이 이에 속한다.
▲ '다크폴: 언홀리워즈' 플레이 영상 (영상제공: 엠게임)
어벤추린의 이런 화끈한 선택은 통했다. '다크폴'은 출시 이후 북미와 유럽 일대에서 '제 2의 울티마온라인'이라는 명성과 함께 마니아 층의 열렬한 지지를 얻어냈기 때문. 물론 이 게임의 극악무도함에 질린 피해자(?)들의 비아냥도 섞여 있었지만, 목적한 바는 분명히 이루어냈다.
이런 상황에 고무돼 어벤추린이 후속작 개념으로 접근해 새로 내놓은 게임이 바로 '언홀리워'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서는 '언홀리워' 역시 전작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다만 이용자 편의를 높이기 위한 UI 개선 등이 있었고, 월드의 스케일을 높여 콘텐츠의 질적 성장을 이뤄낸 것이 핵심이다. '언홀리워'는 출시 이후 MMORPG.COM 인기게임 1위, 주간 인기게임 2위, 론칭 게임 3위 등을 차지하며 인기를 끌어올리고 있고, 지난 4월 24일 스팀에서도 '정액제' 서비스가 시작됐다.
그러나 어벤추린이 한 가지 이뤄내지 못한 것이 있다. 바로 아시아 시장 진입이다. '다크폴'이 충분히 매력적이긴 하나, 워낙 하드코어한 게임이라 아시아권 정서에 맞지 않아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운 것이 그 이유. 이에 어벤추린은 작년 엠게임과 손을 잡고 '언홀리워'의 아시아 시장 진입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그 결과 엠게임은 '언홀리워'의 아시아 전 지역의 판권을 소유하게 됐고, 현재 언어변환 등 현지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하드코어 MMORPG가 국내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는 사실상 전무하다. 그렇다면 '언홀리워'는 국내 시장, 더 나아가 아시아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게임메카는 1일 엠게임 '언홀리워' 사업 총괄을 담당하는 이명근 실장을 만나 관련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실장은 현재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 전역을 염두에 두고 현지화 작업을 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테스트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말했다. "내가 하기로 마음 먹었으면, 그게 곧 법이다" 이건 바꾸지 않겠다고.
▲ 엠게임 퍼블리싱사업실 이명근 실장(사진제공: 엠게임)
- 익숙함과 문화적 정서가 가장 어려운 고민
"원래 다크폴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해외 웹진에 소개된 걸 자주 봤는데, 7주 연속 인기 MMORPG 1위를 차지할 만큼 호응이 높았죠. 소싱을 하는 제 입장에서는 참 매력적이었어요. 그러나 내용을 보니 국내 정서와 너무 맞지 않더군요. 레벨 1부터 PK가 가능하고, 죽으면 아이템을 다 쏟아내고, 더군다나 개발사 측은 이를 바꿀 생각도 없어 보이고. 아쉽지만, 어렵겠다 싶었죠."
이명근 실장은 지난 09년 당시 처음 본 '다크폴'의 매력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하드코어 MMORPG, 그렇지만 자유도 기반의 매력적인 작품. 촉이 섰다.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희귀한 게임인 만큼, 가져다 서비스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겠다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게임 자체가 너무 어두웠다. 어느 정도 절충한다고 해서 '답'이 나올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내려둘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두 번째 기회가 곧 찾아왔다. 어벤추린이 '다크폴'의 후속작인 '언홀리워' 개발을 시작한 것. 그리고 그들 역시 아시아 시장 진출을 원하고 있었다. 지난 '다크폴'로 한번 접촉했던 이 실장은 바로 그들과 다시 대화를 나누었고, 이번에는 주저 없이 아시아 지역 서비스 계약을 하게 된다.
앞서 언급했듯 '언홀리워'의 게임성은 '다크폴'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드코어한 면은 여전하다는 것인데 엠게임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이에 대해 이 실장은 "극악무도한 게임 내용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최소한 이용자들에 친숙한 '직업' 개념이 생기고 엄청나게 불편했던 UI 등도 대폭 개선돼 게임을 진행하기 편해졌다"면서 "쉽게 말해 이제서야 해볼만하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막상 계약을 하고, 아시아 시장 진입의 판을 짜는 단계에 오자 사실 막막하기도 했다. 어디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 지 여부부터 시작해, 이에 따른 전략 수립까지 모든 게 고비였기 때문.
가장 크게 걸림돌이 된 건 '익숙함'이었다. 국내 이용자들에게 MMORPG는 사실 PvP보다 PvE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소모하기에 더 익숙해 있다. 필드에서 레벨을 올리고 만렙이 돼 보스 몬스터를 사냥해 아이템을 얻는 그런 방식. '다크폴' 역시 이런 형태가 있긴 하나, 사실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아이템 역시 사냥을 통한 방식보다는 '수집'과 '제작'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인스턴스 던전 개념이 없는 하나의 오픈형태로 구현된 심리스 월드도 도통 익숙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또 하나 정서 문제도 빼놓을 수 없었다. 제약 없는 PK부터 시작해 사망하면 모든 걸 잃는 부분까지. 어느새 '친절한 게임'의 트렌드를 '언홀리워'는 역행하고 있었다. 이 실장은 고민에 빠졌다.
▲ '다크폴: 언홀리워즈' 스크린샷
- 시대를 역행하는 것, 이것도 나쁘지 않겠다
이 실장은 고민 끝에 현지화 과정에서 몇 가지 부분을 개선하기로 한다. 그 내용으로는 언어 표현과 비주얼 변경, 부분 유료화 모델 도입, 그리고 통합 서버 운영 등이 있다.
우선 '다크폴'은 철저히 서구 이용자들을 타겟으로 제작됐다. 그만큼 언어 표현부터 시작해 비주얼까지 아시아 지역의 정서와는 거리가 멀다. 때문에 이 실장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신 게임의 분위기까지 해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하겠다고 전했다.
"단순히 원화만 봐도 미국 사람이 보는 오크와 우리가 보는 오크는 다르잖아요. 따라서 이미지 수정도 감안하고 있습니다. 텍스트의 경우 WOW 처럼 그 양이 어마어마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고요. 어벤추린도 오픈 마인드로 '그래 좋다'이기 때문에 순조로운 상황이죠."
다음으로는 부분 유료화 도입. 사실 이 부분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정액제 모델을 도입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최근 몇 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부분 유료화 모델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 어벤추린 역시 아시아 시장 진출에 있어서는 부분 유료화가 적합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역시 게임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갖가지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다.
▲ '다크폴: 언홀리워즈'에 구현된 오크
마지막으로 통합 서버는 아시아 시장 진출에 핵심 포인트다. 통합 서버는 단순히 국내에 한정하지 않는다. 현재 이 실장이 계획하고 있는 건 한국과 일본 통합 서버다.
사실 이 말을 들었을 때 느낌이 왔다. 게임 자체가 워낙 하드코어하기 때문에 국내 이용자가 우르르 몰린다면 그 지옥같은 상황은 충분히 눈앞에 그려진다. 사방에서 곡소리가 들리고, 욕설이 난무하는 그런 상황. 그러나 한일 통합서버가 열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두 국가 모두 명확한 '목적의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부'에서도 갈등이 일어날 수 있지만, 일단 이용자들이 다른 이용자를 '보호'해줄 수 있는 명분히 확립된다. 시스템 적인 룰은 없다. 이는 분명한 이용자 콘텐츠다.
한일 서버통합 계획은 단순히 '한일감정'을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만은 없다. 꼭 일본이 아닌 어느 아시아 국가와 통합되더라도 위와 같은 '목적의식'은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언홀리워는 오픈월드인데 그 맵이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한국와 일본 통합 서버가 열린다고 해서 당장 만나기도 쉽지 않을 정도죠. 싸우기도 전에 지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나 장점은 있어요. 양 국가 모두 초반에 언홀리워의 게임성에 대해 익숙해지면서, 중후반이 되면 만날 수 있으니까요. 서로 쓰는 언어가 다르니, 실제로 게임 내에서 다른 종족을 만난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요."
한일 통합서버 운영방식이 매력적인 건 하나 더 있다. 바로 게임성 자체를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 실장의 고민 항목 중에 '언홀리워'의 하드코어함을 수정하는 건 빠져 있다. 그만큼 '언홀리워'가 지닌 고유한 성질에 대해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훼손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때문에 국가와 국가의 게이머들이 만나는 '관계'를 통해 이 부분을 해소하는 건 상당히 영리한 아이디어다. 더군다나 '언홀리워'의 하드코어한 매력은 국내 이용자들에게도 오픈돼 있으니 상황은 더 재밌어진다.
그러나 이 실장은 이 부분에 대한 지나친 확대해석은 경계했다. 앞서 언급했듯 한일감정을 활용한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고, 추후 어벤추린과의 지원에 따라 내용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일 통합서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만, 론칭 시점에서는 어떻게 바뀔 지 알 수는 없어요. 같은 아시아권 국가라고 해도 정서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그 중간 지점을 찾을 수도 있겠죠. 또, 중국 등을 비롯한 다른 국가 론칭도 생각해야 하니 확정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통합 서버로 가는 게 맞다고 보면 그대로 가겠지만, 그게 아니다 싶으면 별도 론칭할 수도 있습니다."
▲ 아시아 통합 서버를 운영했던 '쉐도우베인' (사진출처: 구글)
- 하드코어 MMORPG의 새 역사를 쓰고 싶다
"언홀리워는 기획자가 의도한 대로 이용자들이 게임을 즐기지 않아요. 게임 내에는 분명 '직업'이 있는데, 일부 유저들은 바다 한 가운데서 해적질을 하면서 본인들을 '해적'이라고 합니다. 또, 바다에는 크라겐이라는 몬스터가 출현하는데, 이것만 종일 사냥하면서 스스로를 '어부'라고 하는 이용자도 있고요. 평소 지나가던 자리에 큰 성이나 집채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그러다보니 내가 다니는 길의 경로가 바뀌게 되고. 제약 없이 내가 하고 싶은 대로하는 것이 이 게임의 큰 매력이죠."
국내 시장에는 사실 제대로 된 자유도 기반의 MMORPG가 없다. 당장 '아키에이지'만 봐도 자유도를 가장 큰 특징으로 내세웠지만, 어느 정도는 게임 룰에 지배를 받는다. 그러나 '언홀리워'는 그런 게 없다. 내가 하고 싶은대로, 욕심대로 즐길 수 있다. 물론 이 부분은 개발사가 제작한 콘텐츠가 '자유'라는 범위 내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바로 이 자유도가 하드코어함을 만들지만, 제대로된 '게임라이프'가 가능한 게임이 바로 '언홀리워'다.
이명근 실장은 '언홀리워'가 어떤 게임이고, 또 무엇 때문에 재미있는지를 꿰뚫고 있다. 때문에 그가 느낀 감정을 국내 이용자들에게 제공해주고 싶은 것이 현재의 가장 큰 목표다. 그가 현지화 과정에서 '언홀리워'의 정체성, 즉 게임성 훼손에 칼질하지 않기로 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엠게임은 지난 4월 30일 '언홀리워'의 티저 사이트를 열고 게임의 콘텐츠를 최초로 게이머들에게 선보였다. 그리고 올해 하반기 첫 비공개 테스트를 목표로 현지화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모바일시장이 커지고 있는데, 그렇다고 MMORPG 이용자 수가 줄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플레이 타임이 줄고, 매일 접속하던 이용자가 일주일에 한번 하는 식으로 바뀌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동일시간 대 동접자 수가 줄어든 건 당연할 수밖에 없죠. 때문에 위기감을 느껴 신작이 안 나오는 상황인데, 때문에 시장 전체가 무뎌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언홀리워는 더 자신이 있습니다. 신작 출시 텀이 줄어든데다, 아직 국내에서 해외 MMORPG WOW 이후 성공한 작품이 없잖아요. 게다가 높은 자유의 기반의 게임이기 때문에 신선하게 다가올 거 같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