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 뿌잉뿌잉의 첫 게임 '뀨잉펫'
하루 매출 10억. 모바일게임이 기록적인 매출을 보이면서, 대중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기존 PC용 MMORPG 개발자들도 모바일 쪽으로 종종 눈길을 돌리고 있으며, 게임 출시도 쉽고 개발기간도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라는 장점은 젊은이들이 도전해볼 만한 희망진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게임개발에 이제 막 발을 담근 사람들이 조언을 얻을 곳은 마땅치 않다. 모바일게임과 관련된 강연들이 많지만 경력차이가 많이 나는 개발자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수익모델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인데다, 어떻게 하면 많은 유저를 끌어모을지 설계해야 한다. 꿈을 꾸는 젊은이들이 현실적인 벽부터 만나게 되는 셈이다. 물론 개중에는 그 벽을 과감히 깨부수고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동인게임 개발자, 인디게임 개발자 들이다.
지난 4월 23일, 인디게임 개발 팀 ‘팀 뿌잉뿌잉’은 ‘뀨잉펫’을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등록했다. 물론 마켓에 게임이 등록됐다는 것 자체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 하지만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일념으로 개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점은 조금 특별했다.
‘뀨잉펫’은 자신만의 펫을 키우는 육성시뮬레이션 게임으로, 펫을 분양받아 밥을 먹이거나 같이 놀아주는 등 ‘다마고치’방식의 재미를 그대로 살렸다. 이름 있는 IP를 가지지도 않았고 화려한 풀 3D 그래픽도 아닌데, 다운로드 수가 1만을 넘어서며 게이머들의 마음을 조금씩 사고 있다.
이름도 상큼한 팀 뿌잉뿌잉의 장혜선 기획자와 이준수 프로그래머를 만나 게임제작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 더욱 가까운 이야기, 그리고 ‘뀨잉펫’의 탄생 비화를 들어보았다.
맨땅에서 시작해 온몸으로 굴러가며 만든 게임 '뀨잉펫'
게임메카: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장혜선(이하 혜선) 21살이고 대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다. 원래 게임개발에 흥미가 있었는데, 학생 때부터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서 도전했다.
이준수(이하 준수) 29살이며 개발사 ‘저스트나인’에 근무 중이다. 같이 게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작년 7월부터인데, 인턴으로 갓 입사해 일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게임 프로그래밍 경험도 없었지만, 같이 게임을 만들면서 경험도 쌓을 겸 참여했다. 혜진 씨가 설명한 게임에 흥미도 있었고, 수익을 원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참여하니 회사에서도 인정해줬다.
▲ 기획을 담당한 팀의 리더 장혜선(좌)와 프로그래머 이준수(우)
게임메카: 게임을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혜선 고등학생 때부터 토끼를 좋아했는데, 동물을 소재로 게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육성게임을 좋아하는 편인데, 스마트폰게임에서는 ‘다마고치’ 같은 전문적인 육성게임이 적었다. 또, 요즘 게임은 소셜기능이 너무 강해져서 육성한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었다. 그렇게 하고 싶은 게임을 찾다 지쳐서 결국 스스로 만들었다(웃음). 그래서 캐릭터도 만들어보고 혼자 기획도 해봤는데 막상 하려니 프로그래밍에서 막혔다. 손 놓고 있었던 와중에 게임 커뮤니티에서 준수씨를 만났고, 프로그래머라는 말에 도움을 구했더니 한 번에 승낙해 주시더라.
게임메카: '뀨잉펫'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혜선 달달별이라는 우주의 행성이 무대다. 달달별 주민이 그 별에서 살기 어려워지자 새로운 별을 개척하러 나갔는데, 아기들을 돌봐줄 일손이 필요해 지구에서 사람을 구한 것이다. 거기서부터 플레이어와 ‘뀨잉펫’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나리오나 메인은 내가 만들었고, 시스템기획은 같이 했다. 내가 UI를 그려주면 준수씨가 만들고 의견을 내서 수정하는 식으로 제작됐다.
▲ '뀨잉펫'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만화로도 볼 수 있다 (사진출처: 팀뿌잉뿌잉 공식 블로그)
준수 처음 만든 게임이기도 했고, 유료 결제를 넣어봤자 살 사람도 없다고 생각해 무료로 출시했다. 유료로 내기보다는 팀 이름을 알리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고, 돈 벌자고 시작한 것도 아니니까. 지금 ‘뀨잉펫’ 다운로드가 1만을 넘었고, 신규 인기 무료게임 77위까지 올라갔다.
게임메카: 육성게임은 만들기 쉬웠나?
준수 쉬워 보이지만 많이 힘들었다. 그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내가 경험이 많지 않다. 만들기 시작했을 때는 완전 백지상태였고,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몸으로 부딪히면서 배운 것이 더 많다.
혜선 처음에는 쉬운 줄 알고 시작했다. 캐릭터 숫자를 거의 ‘포켓몬스터’급인 100종 이상으로 기획했으며, 기계나 슬라임 같은 모든 캐릭터의 5단계 진화를 생각했다. 그렇게 하니 인원도 부족할뿐더러 제작기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문제가 생겼다. 하지만 포부가 커야 조금이라도 완성할 것 같아서 목표는 일단 크게 잡았었다.
게임메카: 전문 기획자가 없어서 힘들지 않았나?
준수 애초에 기획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 힘들었다. 그래서 주요 시스템은 다른 게임을 많이 참조하는 한편, 조금씩 다른 시스템을 넣으면서 그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기획을 고쳐나갔다. 예를 들어 기획 초기에는 캐릭터가 행동할 때마다 시간이 실생활과 똑같이 소비됐다. 밥 먹는 시간이 5분이면 그 시간 동안 기다려야 하는 식이었는데, 우리가 생각해도 이렇게 하면 재미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다른 게임에서 시간이 아니라 행동력을 소모하는 시스템을 봤고, 그런 방식이 타당할 것 같아서 ‘뀨잉펫’에도 반영했다.
▲ 간단해보여도 들어갈 요소는 다 들어간 육성게임이다
▲ 캐릭터 하나에도 여러 가지 능력치로 개성을 더했다
게임메카: 게임 만들면서 재미있었던 일화가 있다면?
혜선 독특한 버그가 있었다. 예를 들어서 게임 내 놀이아이템을 사용하면 캐릭터가 방방 뛰는 동작이 있다. 당시 준수씨가 애니메이션 프로그래밍을 잘 몰라서 동작에 대한 이해가 별로 없었고, 덕분에 귀여운 캐릭터가 미쳐 날뛰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웃음).
준수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사용해 본 일이 없어서 생긴 실수도 있다. 게임을 완성하고 구글 플레이에 등록했는데, 심사하고 등록하는데 3~4시간이 걸린다더라. 그래서 올리고 그 다음 날 확인했는데 안 떠있었다. 알고 보니 혜선씨가 애플리케이션을 등록하고 게시하기 버튼을 눌러야 했는데 안 눌렀던 것이다.
게임메카: 게임 업데이트가 비교적 자주 있는데, 본업에 지장이 가지는 않았는지
준수 초기엔 버그가 워낙 많아서 하루 이틀에 한 번씩 업데이트를 했다. 지금은 가끔 큰 버그 제보가 들어오면 업데이트하는데, 콘텐츠가 추가되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어렵진 않았다. 또, 회사 일에 지장을 줄 정도로 하는 것은 직장에 대한 실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인 시간을 할애해서 열심히 하고 있다.
▲ 이준수씨는 프로그래머로서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혜선 디자인학과라서 시험보다는 여태까지 했던 것을 발표하는 일이 많았고, 교양과목을 벼락치기로 하는 일은 있었다. 또, 디자인과는 일정이 끝나고 오후부터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 이전까진 노는데, 그 노는 시간을 쪼개서 투자했다. 그리고 콘텐츠 추가가 아닌 이상 내가 직접 할 일은 적다.
인디게임시장, 좀 더 활발했으면…
게임메카: 힘들었던 점도 있나?
혜선 잘 맞는 팀원을 구하는 게 힘들었다. 같이 일하던 후배 두 명은 학업과 게임제작을 병행하기 어려워서 중간에 포기했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구했던 사람은 얼굴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하다 보니 일이 잘 안됐다. 게다가 작년 겨울쯤에는 슬럼프까지 왔는데, 총괄하는 내가 손을 놓으니 팀이 해체될 위기까지 왔었다. 덕분에 책임감의 중요성도 느꼈다.
준수 기획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실제로 겪어보니 안 되겠더라. 하나 고치면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기고, 도미노처럼 문제가 몰려왔다. 그래서 기획자를 구하려고 해도 막상 찾아보면 인디게임 커뮤니티가 별로 없다. 딱 한군데밖에 못 봤는데, 게임 시장이 좁아졌다는 것을 실감했다. 인디게임 공모전 등을 해서 다시금 활기를 띠었으면 좋겠다.
혜선 공모전도 공모전이지만 게임개발시장에서 기획자가 희박하다. 기획자들이 처음에는 방대한 MMORPG의 스토리를 원하는데, 그런 것을 시작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이상과 다르다는 판단으로 중간에 포기하는 분이 많은 것 같다. 시스템적인 부분도 생각해야 하는데, 콘셉트만 가지고 만드는 게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도 게임 밸런스를 맞추는 게 힘들었는데, 아이템 가격이나 경험치 설정 등 간단하게 생각했던 것도 둘이 하기엔 너무 벅찼다.
게임메카: 인디게임도 게임 규제에 민감한가?
혜선 정책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총 쏘고 죽이는 게임만 생각할까 봐 일부러 육성게임, 귀여운 게임, 힐링 게임을 만들려고 했다. 또 요즘 게임들이 너무 경쟁을 부추기고 사용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데, 편하게 즐기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어떤 사람은 게임을 마약과 동급으로 취급하고, 어른은 게임 만든다고 하면 좋지 않은 시각을 가지고 보는 분이 더 많아서 마음이 아팠다.
▲ 가녀린 몸으로 근성을 매우 강조한 장혜선씨
준수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규제가 점점 심해지는 것 같으니까. 앞에서 말했다시피 인디게임 개발과 관련된 커뮤니티를 찾기 어려웠던 것도 규제의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큰 기업들이 위축될 정도면 개인 개발자들은 더 큰 영향을 받는 게 당연하다.
게임메카: 꿈을 위해 지금도 열심히 개발에 정진하고 있는 인디개발자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준수 프로그래밍을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인디개발자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우고, 완성할 때쯤에 성장해 있을 자신을 생각하면 도움될 것 같다. 화려하고 이름 있는 게임 속에서만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뀨잉펫’을 만들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혜선 게임제작 커뮤니티를 보면 우리같이 팀원 모으는 사람도 많고 개발 진행 중인 분들도 있다. 하지만 그만두는 팀이 매우 많다는 것도 문제다. 조금이라도 게임 관련된 꿈이나 진로를 생각 중이라면 결과물이 느리게 나오더라도 꾸준히 완성했으면 한다. 하고 보면 다 좋은 경힘이 될 것이다. 게임개발 쪽으로 진로를 잡고 있으면 생각만 하는 것 보다, 커뮤니티 같은 곳에서 실제로 행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조그만 슈팅게임이라도 만들면 지식이 쌓이고 능력이 쌓이는 느낌이 든다. 또한, 하다 보면 나와 맞는 길인지 알 수도 있으니, 좀 더 많은 분이 인디게임이나 동인게임 개발에 뛰어들었으면 좋겠다.
▲ 각자의 펫을 꺼내보는 자리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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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게임 소개기사 [신작앱]을 연재하고 있다. 축구와 음악을 사랑하며, 깁슨 레스폴 기타를 사는 것이 꿈이다. 게임메카 내에서 개그를 담당하고 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잘 먹히지는 않는다.rotos@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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