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게임을 떠나 넵튠이란 모바일 게임회사로 새 시작을 알린 정욱 대표를 만났다. 판교에 둥지를 튼 정욱 대표는 시원한 차림 만큼이나 갑갑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다소 편안한 인상을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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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근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정욱 대표는 첫 작품인 '넥슨 프로야구마스터 2013(이하 넥프마)' 업데이트와 지난 11일 라인(LINE)을 통해 서비스를 시작한 '터치터치' 등의 이슈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뭔가 다른 대답을 기대했을 것일까. 순수하게 최근 회사 이슈만을 언급한 정욱 대표를 통해, 현재 그가 창업 이후 얼마나 여기에 집중하고 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 넵튠의 정욱 대표 |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욱 대표는 '게임'과의 인연이 꽤 깊다. 오락실 세대인 그는 어린 시절부터 게임을 접했고, 이후에는 애플II 컴퓨터를 구입해 직접 게임을 만들어볼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 컴퓨터 관련 전공은 아니었지만, 대학 시절에도 꾸준히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보여 졸업 이후 프리챌에 입사해 '드림챌'이란 게임으로 업계에 처음 입문했다. 이후 NHN을 거쳐 넵튠을 창업하기까지 13년이 걸렸다.
정욱 대표는 자신이 게임사업에 발을 들일 줄은 스스로도 몰랐다고 솔직히 전했다. 주어진 상황에 맞춰 '할 수 있는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게임회사 대표 자리까지 오르게 됐다고.
그러나 이 과정 속에서 정욱 대표는 '내 게임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창업에 대한 꿈도 여기서 시작됐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하지 못했다. NHN한게임 대표 대행 시절, PC온라인 게임으로 사업을 하기에 리스크가 너무 컸기 때문. 이로 인해 망설였지만, 작년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그의 꿈도 고개를 들었다. '기회'라는 촉이 선 셈이다. 그는 창업을 결심했고, 그렇게 NHN한게임을 떠나 넵튠을 설립했다. 첫 작품인 '넥프마 2013'은 정욱 대표의 '강한 의지'가 담긴 게임이다.
▲ 대학교 동아리 지원 프로젝트 등으로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넥슨 프로야구마스터 2013'
- 새 둥지를 튼지 1년이 훌쩍 넘었다. 최근 어떻게 지내나?
정욱 대표: 게임 개발사인 만큼, 게임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넥프마 2013' 마스터리그 업데이트에 집중했고, 지난 11일 라인(LINE)에 '터치터치'를 오픈했다. 여기에 '넥프마 2013'가 최근 카카오 게임하기 플랫폼에 들어가 세 게임만으로 현재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 계속 게임 개발에만 주력할 계획인지.
정욱 대표: 다른 걸 생각하기에는 아직 엄두가 나지 않는다(웃음).
- '넥프마 2013'의 성과는 만족스러운 수준인가?
정욱 대표: 꾸준하게 매출이 나오고 있다. 소위 말하는 '대박'은 아니지만, 첫 게임으로는 만족한다.
- 넥슨과 손을 잡은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거 같다. 가장 끌렸던 점은?
정욱 대표: '넥프마 2013' 자체가 운영에 손이 많이 가는 야구 시뮬레이션 장르다. 넥슨은 이 방면에서 경험도 많고, 이후로도 2014, 2015로 시리즈가 나올 예정이라 가장 믿음직스러웠다.
- '넥프마 2013'는 초기 '어떤 게임'을 목표로 개발했나?
정욱 대표: 당연히 모바일 넘버원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이다.
- 그렇게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느꼈는지.
정욱 대표: 야구 매니지먼트 장르는 PC온라인에서 '프로야구 매니저'나 '야구9단' 등이 있다. 우리 게임은 비록 모바일이지만 여기에 견줄 정도의 콘텐츠는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다. 막상 게임을 내놓고 보니, 우리가 지금까지 했던 PC온라인에서의 '손때'가 모바일에 묻어 있었다. 그래서 복잡해 보이기도 하고, 어려워 보이기도 했다. 계속 개선해 가고 있다.
- 야구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나?
정욱 대표: 원래 야구를 좋아하기도 했고, 한게임 재직 시절 '야구9단'을 서비스한 경험도 있었다. 가장 잘 아는 장르로 시작한다는 측면에서 야구 매니지먼트를 선택하게 됐다. 또, 국민게임이 되려면 엄청난 마케팅도 필요하지만, 그만큼 운도 따라야 한다고 본다. 때문에 매니아 장르가 기본 유저 층이 있으니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생각도 했다. '운'에 맡겨 '대박'을 노리기에는 위험부담이 컸다.
- 모바일 야구게임도 이미 포화상태라고 본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할 텐데.
정욱 대표: 모바일 야구게임의 장점은 매년 새롭게 경쟁구도가 갖춰지는 데 있다. 특정 IP의 모바일 야구게임도 매년 시리즈로 출시되면서 그때그때 시장이 다르게 편성된다. 때문에 위험부담이 적으면서 계속할 수 있는 장르라고 판단했다. 야구게임 시장이 치열하긴 하나, 상대적인 이점도 있다.
- 이번 '넥프마 2013'의 업데이트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정욱 대표: 가장 큰 규모라고 보면 된다. 25일 월드리그 콘텐츠가 도입되면서, UI 등도 개선이 이루어진다. 모바일 게임 중에서도 가장 큰 업데이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 25일 시즌2 '마스터리그'가 업데이트된 '넥슨 프로야구마스터 2013'
- 해당 업데이트는 애초에 계획했던 부분인가? 아니면 넥슨의 영향인가?
정욱 대표: 처음 게임을 만들 때부터 기획했던 부분이다. 만약 내년에 '넥프마 2014'가 나온다고 해도, '넥프마 2013'에 즐길거리가 충분하다면 유저들은 계속 즐겨줄 것이라고 본다. 기존 타이틀을 버리고 새로운 패키지로 갈 수도 있지만, 유저들의 신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업데이트를 통해 즐길거리를 제공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다만 모바일에서는 너무 자주하면 유저들을 귀찮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자주 하는 것보다는 큼직하게 한번씩 하려고 한다.
- 그렇다면 '넥프마 2013'은 내년 '넥프마 2014'로 업그레이드 될 가능성도 있나?
정욱 대표: 새 패키지로 갈 지, 업그레이할 지는 아직 고민 단계다. 사실 새 패키지로 가는 건 기존 유저들에게 득 될 것이 전혀 없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는 신규 이용자를 고려해 마케팅 방향을 고민해야 하니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정확한 건 이후에 발표할 수 있을 거 같다.
-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의 운영은 어떤 점이 다른가?
정욱 대표: 운영에서 큰 차이는 아직 없다. 이용자 커뮤니티 관리하고, 업데이트 내용 공개하는 등 온라인게임과 동일하게 하고 있다. 운영을 도맡고 있는 넥슨의 역할이 중요하다.
▲ '넥프마 2013' 스샷, 야구9단처럼 실시간 개입 플레이가 가능하다
- NHN한게임 시절의 경험이 현재 사업하는 데 영향을 미쳤나?
정욱 대표: 물론이다. 인맥에 대한 부분부터 게임을 선택하는 것까지, 모든 데 영향을 받았다. 라인과 카카오 게임하기에 '넥프마 2013'이 서비스되는 것도 한게임 시절 쌓은 인연이 도움이 됐다.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자산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 경험 때문에 1년 반 동안 회사가 유지되는 게 아닐까?(웃음)
- 현재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어떻게 진단하나?
정욱 대표: 춘추전국시대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본다. 현재 창업 열풍이 불면서 게임이 쏟아지고 있는데, 올해는 각 회사 별로 성패가 갈리는 해가 될 것으로 본다.
- 현재 스타트업이 가장 고민해야 할 점은?
정욱 대표: 해외 진출 대안을 더 빨리 생각해야 한다. 모바일은 PC온라인처럼 하나의 게임이 아예 선점한다는 식의 느낌은 없다. 수익구조 역시 성공을 거둔다고 해도, 개발사에 돌아가는 이익이 크지 않으니, 결국 해외 서비스의 비중이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쓴 맛을 본 게임이 해외에서도 통할 여지가 있는 만큼, 지금은 이 부분에 더 집중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또한, 카카오톡을 비롯한 라인, 위챗,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과의 관계를 풀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 이를 위해 넵튠은 현재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정욱 대표: 해외 서비스는 퍼블리셔의 능력과 플랫폼과의 관계가 더 중요한 만큼, 현지 업체나 플랫폼사와 좋은 관계를 맺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더 빨리' 진출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뭐든지 빨리 해보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 창업 열풍이 거센데, 이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게 있다면?
정욱 대표: 사업의 성공과 실패는 운칠기삼이라고 본다. 실패할 수도 성공할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결과는 운의 역할이 크다. 때문에 즐기는 기분으로 임하는 게 좋다고 본다. 나도 10년 넘게 해보니, 게임은 '대박'을 내는 사업이라기 보다 '잘 버티는' 사업인 걸 알겠더라. 그렇게 잘 버티면서 즐겁게 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 찾아오는 운에 따라 기분 좋은 일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또, 게임사업은 야구 타율과 비슷한데, 운이 좋아서 첫 타석부터 안타를 칠 수 있고, 운이 따르지 않으면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가 나올 수 있다. 문제는 마지막 타석까지 갈 수 있는 집중과 노력이다. 결국 기회는 온다. 때문에 현재 만들고 있는 게임 하나에 '모든 걸 건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우선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 넵튠 정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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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산적형. 나사빠진 낭만주의자.
'오빠'와 '모험'이라는 위대한 단어를 사랑함.blue@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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