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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 90년대 감성을 간직한 곳, 방학동 '우리들의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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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지겹고 꿉꿉한 장마의 절정을 달리는 7월 한가운데에서 성지순례의 Ryunan, 인사드립니다. 대학교는 물론이고 이제 전국의 초, 중, 고등학교도 서서히 방학 시즌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하여 이번 성지순례는 방학 특집으로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있는 ‘우리들의 놀이터’ 를 찾아가 봤습니다. 하하하.

방학동 ‘우리들의 놀이터’ 는 그 동안 성지순례에서 한 번도 방문해보지 않았던 서울 동북부에 위치한 게임센터입니다. 서울이긴 하지만, 의정부와도 매우 가까운 곳이죠. 나름 소박한 동네 게임장이지만, 서울 강북이나 의정부 지역 게이머들에게는 상당히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 방학동 '우리들의 놀이터' 위치


▲ 무지개빛 간판! 이 곳은 우리들을 위한 우리들의 놀이터!

‘우리들의 놀이터’ 를 찾아가는 길은 상당히 쉽습니다. 수도권 전철 1호선 방학역에서 하차한 뒤 홈플러스 쪽으로 나와 길을 건너면 바로 나오는 골목 안에 위치하고 있거든요. 위 사진의 풍경이 보인다면 제대로 찾아가신 겁니다. T월드 건물 2층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얼핏 봐서는 게임센터처럼 보이진 않죠.

사실 ‘우리들의 놀이터’ 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한나월드 게임장' 이라는 이름인데요, 과거 이 건물 1, 2층을 사용하며 성황리에 영업을 할 때의 상호였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T월드 자리가 예전 오락실 1층 자리였죠. 이제는 규모가 다소 축소되어 2층만 남았고, 이름도 상호도 ‘우리들의 놀이터’ 로 변경되어 현재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 이 음침한 문은 화장실입니다

계단을 올라오면 뭔가 섬뜩한 철문이 보이는데요, 창살 너머로 속이 얼핏 비치는 것이 흡사 교도소를 보는 것 같습니다. 이 관문을 지나야 게임센터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구요, 사실 단순히 2층과 1층 사이에 있는 화장실입니다. 모르는 분은 ‘뭐야 이거 무서워’ 라며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계단 위로 올라오면 진짜 게임센터가 펼쳐집니다.


▲ 다소 낡은 분위기이지만 넓고 탁 트인 내부

게임센터 입구에서 바라본 전경. 규모가 엄청나게 크진 않지만 입구에서부터 기기를 가득 채워놓지 않아 상당히 쾌적해 보입니다. 간혹 공간도 좁은데 입구부터 게임기가 가득 설치되어 있어 들어가기만 해도 답답한 게임센터도 있지만, ‘우리들의 놀이터’ 는 입구 부근에 벤치를 비롯한 쉴 공간을 확보해놓아 그러한 답답함을 극복했습니다. 제가 방문한 날은 주말 저녁인지라 꽤나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 플레이 요금은 200원이지만 안타깝게도 플레이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왼쪽을 보면 ‘디제이맥스 테크니카 3’ 두 대가 있습니다. 플레이 요금은 200원으로, 이 곳뿐 아니라 서울권에서 찾아볼 수 있는 체감형 게임 중 가격이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합니다. 사실 저렴한 가격을 마냥 반길 수만도 없는 것이, 업데이트가 중단되며 급격히 인기가 식어버린 ‘디제이맥스 테크니카’ 의 현 모습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때 정말 잘 나갔던 게임인데 이렇게까지 몰락한 모습을 보고 있자면 굉장히 씁쓸합니다.


▲ 최근 이 게임의 정식 발매 소식이 조금씩 들리고 있다고 하지요? 

그 옆, 출입문 구석에는 ‘팝픈뮤직’ 의 국내 기준 최신작인 ‘20. 판타지아’ 가 한 대 가동 중입니다. ‘팝픈뮤직’ 은 최근 BEMANI 게임의 연이은 정식 발매 러쉬에 힘입어 조만간 E-amusement 를 이용한 최신 기기가 출시될 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퍼져 있는 상태인데요, 아마 여름이 지나면 좋은 소식이 들려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일본 최고의 인기 BEMANI게임, Beatmania2DX의 한국 정식발매!

최근 13년 만에 정식 발매가 된 BEMANI 게임 최신작 ‘비트매니아 2DX.20 TRICORO’ 도 한 대 보입니다. 이 게임은 정식 발매된 지 약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아 한 번 플레이 하는 데 1천원(500원 동전 두 개)이라는 상당히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이 길게 늘어서 있어 플레이를 위해서 1시간 가량 대기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보이진 않지만 대기열이 꽤나 깁니다). 리듬게임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비트매니아 2DX’ 를 하기 위해 기다리는 것을 '암에 걸릴 것 같이 고통스럽다(?)' 라고 표현하기까지 합니다.

‘비트매니아2DX’ 기기 옆에는 이제는 E-amusement 서비스가 종료된 ‘기타프릭스 & 드럼매니아 V7 세션’ 이 한 조 가동 중이네요. 국내에 이제 몇 대 안 남은 기종이라 마니아들이 꽤 찾는 편입니다.


▲ 다른 게임센터보다 20% 저렴한 400원에 즐기는 ‘펌프 잇 업’


▲ 재도약을 노리고 있는 한국 아케이드 게임의 자존심 ‘EZ2DJ’

한켠에서는 한국 댄스게임의 자존심, ‘펌프 잇 업 FIESTA 2’ 가 한 대 있습니다. 보통 ‘펌프 잇 업’ 은 플레이요금이 500원으로 고정되어 있는데, ‘우리들의 놀이터’ 에서는 400원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한 판 요금만 보면 고작 100원 차이이긴 하지만, 다른 곳의 4번 가격으로 이 곳에서는 5번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은 상당한 메리트입니다. 아무래도 시내에서 떨어진 외곽 지역의 게임센터라서 가질 수 있는 또 하나의 특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펌프 잇 업’ 과 더불어 최근 'EZ2AC' 라는 신작을 출시하며 예전의 명성을 차츰 되찾아가고 있는 토종 건반게임 ‘EZ2DJ’. 총 세 대의 기기가 가동 중인데, 역시 3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입니다. 꾸준하게 즐겨 온 고정 유저들도 있는지라 최신 게임에 뒤지지 않는 인기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 언제나 사람들로 붐비는 BEMANI 3종 세트

요즘 웬만한 게임센터에 이 3인방이 없으면 섭섭하다죠? 코나미의 인기 리듬게임 ‘유비트 소서’ 와 ‘사운드 볼텍스 부스’, ‘리플렉 비트’ 트리오도 어김없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유비트 소서’ 만 두 대인데요, 플레이 요금은 전부 500원으로 동일합니다. 인기게임답게 매니아 및 일반 유저의 꾸준한 방문이 이어지고 있어, 기기가 노는 일 없이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 게임센터의 효자, 유저들보다 게임센터 주인들이 더 사랑할 것 같은(?) 오래방.


▲ 다소 인기가 한 풀 꺾였지만, 그래도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요?

체감게임들을 살펴봤으니 슬슬 다른 곳을 둘러보겠습니다. 어느 게임센터든 간에 빠지지 않는 오락실 노래방, 약칭 '오래방' 다섯 대를 비롯해 ‘철권’ 시리즈를 중심으로 한 스틱게임 코너가 보입니다. ‘철권’ 시리즈는 총 다섯 조가 설치되어 있으며, 최신작인 ‘태그 토너먼트 2’ 는 2조 존재합니다. 대전격투게임 중에서는 가장 인기있는 게임인 ‘철권’ 시리즈이지만, 최근 콘솔 기기에서도 나름 쾌적한 온라인 멀티플레이가 가능해진데다 일본에서의 아케이드게임 산업 부진 여파가 한국에까지 미치며 ‘철권’ 의 인기도 예전만큼 활발하지는 않습니다.


▲ 모든 건덕후들을 위해...! 건담VS건담 NEXT PLUS!


▲ 어릴 적 내 동전을 빼앗아갔던 추억의 너구리! 

스틱게임 코너를 보고 있자면 다소 생소한 게임기가 보입니다. 건담 팬들을 위해 준비된 것 같은 ‘건담VS건담 NEXT’ 가 두 대 설치되어 있는데요, PSP로도 발매되어 많은 인기를 누린 게임이지만 아무래도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게임이라서 그런지 플레이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 옆에는 추억의 고전게임 600여 종류를 선택하여 즐길 수 있는 Gamebox도 두 대 설치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런 게임은 집에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오랜 시간 동안 아케이드 게임을 즐겨 온 올드 유저들에게는 반가운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릴 적 문구점 앞 조그만 게임기에서 50원으로 즐기던 게임을 2013년에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신기하기까지 하네요.


▲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한 대기 의자

게임 라인업은 이쯤에서 접도록 하고, 마지막으로 게임센터 내 부대시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글 앞부분에서 잠시 짚고 넘어간 입구 앞 휴식공간입니다. 아무래도 인기 게임들의 경우 대기시간이 십수 분에서 한 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오랜 시간 대기한다거나 게임을 즐긴 후 피곤한 유저들이 앉아 쉴 수 있는 의자가 마련되어 있어 상당히 편리합니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게임센터가 넓고 쾌적해 보이게끔 하는 역할도 하고 있죠.




▲ 코...콩까지마!

편안한 시설 덕분일까요? ‘우리들의 놀이터’ 를 거점으로 두고 활동하는 게임 동호회들의 열정적인 홍보물도 군데군데 눈에 띕니다. 서울 외곽 지역에 있어 중심가에 위치한 게임센터들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이 지역 유저들에게는 마치 사랑방과도 같은 공간입니다. ‘콩까지마’ 라는 멘트가 인상적이네요.


▲ 게임센터 전체를 관리하는 카운터입니다

약간 너저분해 보이지만, 게임센터 내 게임들에 대한 관리가 이루어지는 카운터입니다. 깔끔한 인테리어의 세련된 대형 게임센터도 좋지만, 추억의 동네 오락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이러한 모습도 나름 푸근한 느낌을 줍니다. 카운터가 정리가 안 되었다고 하여 게임 기기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니 더욱 정겹네요.


▲ 무더운 여름철 게임을 할 때 동전과 함께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


▲ 손으로 그려놓은 내부 구조도에서 주인의 정성이 느껴집니다

우리들의 놀이터 게임센터는 다른 게임센터에 비해 유달리 OOO가 많다! OOO안에 들어갈 단어는 무엇일까요? 바로 '선풍기' 입니다. 앞서 게임센터 전경 및 여러 사진들을 보신 분 중 이미 눈치를 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거의 게임 한 대당 하나의 선풍기가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특히나 여름철엔 어설픈 에어컨 한 대보다 훨씬 고마운데요, 이러한 모습도 나름 복고풍(?) 이미지와 잘 어울립니다.

뭐, 선풍기가 많다고는 하지만 에어컨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재미있는 점은 에어컨 아래에 붙어있는 게임센터 내부 기기 배치도인데요, 컴퓨터로 뽑은 것이 아니라 손으로 직접 그린 점이 더욱 추억을 자극합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생긴 게임센터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들의 놀이터’ 만의 특징이기도 하죠.


▲ 노란 종이에 쓴 '비상구' 문구까지 전부 손글씨!


▲ 80년대의 게임센터, 그리고 2013년... 그 30년 세월의 간극...

이러한 손글씨는 게임센터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진에 있는 비상구 표시부터, 화장실 금연이라던가 CCTV 아래 등 이곳저곳에서 게임센터 주인의 손글씨를 찾아볼 수 있는데, 비록 명필은 아니지만 세세한 배려심이 느껴집니다. 마치 8~90년대 100원짜리 동전 하나 쥐고 부모님 몰래 찾던 그 시절 오락실의 감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모습이랄까요? 세월이 흘러 주인 할아버지가 직접 해 주시던 동전 교환은 기계가 대신하고, 조그만 화면 앞에 쭈그리고 앉아 즐기던 모습 대신 화려한 네온사인이 반짝이고 있지만, 그 분위기만큼은 옛날의 추억이 물씬 묻어나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오랜 시간 게임을 즐겨 온 아케이드 게임 유저에게는 과거의 향수를, 젊은 학생들에게는 저렴하고 편안한 게임 환경을 제공하는 ‘우리들의 놀이터’. 비록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명실공히 서울 북부를 대표하는 성지로서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겉모습이 화려하고 규모가 커야만 좋은 게임센터가 아니라는 말을 대변해 주는 것 같네요. 이상, 발걸음을 돌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또 오고 싶어지는 기분이 드는 게임센터 ‘우리들의 오락실’ 에서 Ryunan이었습니다.

방학동 주변 맛집

어김없이 등장한 게임센터 부근 맛집 소개 시간입니다. 사실 게임센터 밖과 이어지는 골목가에는 저렴한 가격에 식사를 할 수 있는 분식집부터 시작하여 3,000원 자장면을 파는 중국집, 저렴한 치킨집 등 다양한 먹거리들이 많은데요, 반면에 여느 동네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먹거리들이 많아 뭔가 '이거다!' 할 만한 먹거리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때문에 항상 게임센터와 인접한 맛집을 소개했던 지난회와는 달리, 이번에는 게임센터에서 약간 멀리 떨어져 있는 곳 위주로 소개해볼까 합니다. 사실 제가 알고 있던 근처 맛집들이 연이어 폐업해버렸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재료가 떨어지면 영업 종료, 일식돈까스 마쯔무라




▲ 정통 일식돈까스 전문점 '마쯔무라'

일본씩 돈까스 전문점 ‘마쯔무라’ 는 방학역에서 지하철로 한 정거장 떨어진 창동역 2번 출구 아래에 위치해 있습니다. 가격대는 6,500~8,000원 정도로 유명 프랜차이즈 전문점에 비해 저렴한 편이며, 가격대비 훌륭한 맛과 푸짐한 양을 자랑하며 인근 주민들에게 많은 인기를 받고 있습니다. 돈까스를 제외한 밥, 미소장국, 양배추 등은 무제한 리필이 가능하지만, 그날 재료가 다 떨어지면 영업을 종료하기도 합니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라고 하네요.

대표메뉴 : 레이디돈까스(6500원), 로스까스(7000원), 치즈까스(8000원)
위치 : 지하철 1, 4호선 창동역 2번출구 하차 후 좌회전. 이마트 가는 방향 첫 번째 건물 지하

국내에 단 한 곳밖에 없는 베니건스 샐러드바 매장, 베니건스 노원점




▲ 국내 유일의 샐러드바 매장, 베니건스 노원점

두 번째이자 오늘의 마지막 소개 맛집은 방학역에서 지하철로 두 정거장 떨어져 있는 노원역에 위치한 ‘베니건스’ 노원점입니다. 베니건스는 집 근처에도 있는데 왜 갑자기 흔한 패밀리레스토랑을 소개하냐구요? 사실 이 곳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샐러드바’ 를 운영하는 베니건스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이 곳에서는 다른 지점의 메뉴 하나 가격(평일 런치 16,900원, 디너/주말 22,800원)만으로 베니건스의 메인 메뉴인 ‘몬테크리스토’ 를 비롯해 다양한 샐러드와 사이드메뉴, 파스타, 피자, 디저트 등이 있는 샐러드바를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특히나 취항대로 즐기는 치킨시저샐러드를 마음대로 만들 수 있습니다. 사진은 야채보다 치킨이 더 많은 샐러드(?)인데요, 국내 유일의 샐러드바 베니건스이니 좀 멀더라도 찾아갈 가치는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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