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스타 2013에서 다음이 비밀무기로 공개한 '플래닛사이드 2'
지스타 2013에서 다음이 ‘플래닛사이드 2’를 공개하자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한국에 정통 MMOFPS 게임이 들어온다는 것에 대해 환영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서든어택’등의 밀리터리 기반 쉬운 온라인 FPS가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시점에 MMOFPS가 정착하는 것이 어렵지 않겠냐는 관점도 많았다.
지금까지 국내 시장에서는 수많은 온라인 FPS 게임이 ‘서든어택’의 벽을 넘지 못하고 번번이 좌절을 경험했다. 그러나 소니 온라인 엔터테인먼트(이하 SOE)가 다시 국내 시장에 도전하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FPS의 무덤과 같은 한국 시장에서 ‘플래닛사이드 2’는 어떠한 비책을 들고 찾아 온 것일까?
▲ 지스타 2013에서 발표한 신규 맵 'Hossin' 영상 (출처 : 유투브)
워프게이트로 시작해 워프게이트로 끝난다
‘플래닛사이드 2’에는 FPS 게임의 필수 요소인 ‘리스폰’ 대신 ‘워프게이트’가 존재한다 전작 ‘플래닛사이드’부터 있었던 해당 오브젝트는, 전투 중 캐릭터가 사망하면 월드맵 상에 있는 다양한 부활 지점(워프게이트)를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워프게이트를 통해 ‘플래닛사이드 2’는 리스폰 지역이 고정된 일반 FPS 게임보다 좀 더 전략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자신의 세력이 점령한 지역에 생성되기 때문에 점령지역이 많을수록 갈 수 있는 곳도 많아지지만, 반대로 그 지역을 많이 빼앗길수록 전장으로 가기가 어려워진다. ‘플래닛사이드 2’는 워프게이트를 통해 전투를 흥미롭게 흘러갈 수 있도록 이끌어냈다.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다양한 방법을 통해 플레이어는 전장으로 투입된다. 캡슐 형태의 방에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하늘에서 원형 캡슐을 타고 지상으로 투하되기도 하며, 워프게이트 능력이 있는 차량을 통해 전장으로 진입할 수도 있다. 표현방법이 국내에서 흥행하고 있는 온라인 FPS와는 다르기 때문에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 맵 중간에 초록빛 원형 공간을 클릭 한 후 'DEPLOY'를 누르면...
▲ 하늘에서 갑자기 소환되는 체험도! (단, 안전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 이렇게 생긴 차가 정차해 있다면 이 곳을 통해서도 나올 수 있다
이등병 시절을 회상케 하는 초보자의 서러움
일반적으로 FPS 게임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다른 작품을 하더라도 별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다. 방식이나 조작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상대 진영을 전멸시키거나 특정 장소를 점령하면 승리하는 구조라 감각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게임을 주도할 수 있는 것이 FPS 장르다. 그러나 FPS 앞에 MMO가 붙으면서 이 게임은 감각만으로 초보자가 게임을 주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3 개의 세력 중 하나를 선택하고 게임을 시작하면 임의의 지역으로 소환된다. 눈앞에 전장이 펼쳐져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워프게이트 밖으로 나가면, 적 대신 썰렁함이 플레이어를 반겨줄 것이다. ‘플래닛사이드 2’는 하나의 거대한 맵에서 수천 명이 세부적으로 나누어진 기지를 점령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전장은 본진에서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 탑승수단을 아무도 없는 필드에서 온종일 뛰어야 할 정도로 말이다. 거기다가 전장은 실시간으로 바뀌기 때문에 긴 시간을 들여 도착하더라도 전투가 끝나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특히 유저수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시간대에 들어왔을 경우 사막에서 바늘 찾기보다 적을 찾기가 어려워 MMOFPS가 아닌 어드벤처를 하는 듯한 느낌도 들 정도다.
자동차나 비행기는 포인트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용’이 쉬운 것일 뿐, ‘조작’이 쉬운 것이 아니다. 탑승수단만 믿었다간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 탑승수단과 같이 불타는 자신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초보자라면 직접 탑승수단을 조종하기보다는 유능한 운전수(베테랑 유저)와 동승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 본진에 비행기가 가득하네요
▲ 비행기의 안정성을 확인해 보기 위해 저도 한번 탑승해 봤습니다
▲ ......
▲ 초보자는 이렇게 숙련된 운전자를 믿고 공격에만 집중하는 게 생명연장의 지름길입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원치 않는 셀프 킬도 초보자를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다. ‘플래닛사이드 2’는 오픈 월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제한 지역이 곳곳에 존재한다. 적이 이미 방어를 완비한 곳이나 항공기를 통해 맵 밖으로 우연히 나가게 되면 초보자들은 ‘이게 뭐지?’ 하며 당황하다가 화면이 어두워지면서 셀프 킬 마크가 뜨는 것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이외에도 교통사고, 추락사, 압사 등이 모두 셀프 킬로 처리된다. 먼 곳까지 왔다가 죽었을 경우, 워프게이트가 본진 이외에는 없는 경우도 가끔 존재해서 처음부터 왔던 길을 다시 와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탑승 수단을 써서 가다가 죽었을 경우, 다시 이용하기까지의 제한 시간이 있기 때문에 정신적 피해는 가중된다. 특히 탑승수단을 탈 수 있는 곳이 없는 지역에라도 걸리면… 이후의 상상은 독자에게 맡기겠다.
1레벨이라고 해서 봐주는 것도 없다. ‘플래닛사이드 2’는 해당 서버에 접속해있는 모든 유저가 한 전장에서 만난다. 이제 막 시작한 플레이어의 눈앞에 최고 레벨 유저가 터미네이터처럼 등장해서 별다른 피해 없이 워프게이트로 보내버리는 장면도 자주 볼 수 있다. 레벨이 높다고 해서 크게 능력치 상승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플레이한 시간이 많을수록 좋은 장비나 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상위 유저에게 기본 총으로 난사하다간 장갑도 못 뚫고 산화하게 된다. 또한 일반 FPS처럼 부활 시 무적시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멋모르고 적진에 있는 워프게이트를 통해 공중강습 등으로 내려왔다가 캡슐이 깨지는 순간 기다리던 적군에 의해 다시 기지로 강제송환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무엇보다 전투에서 이기기 위한 조건을 파악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한 지역을 점령하기 위해서는 차례대로 적진의 방어막을 해제해야 한다. 지도상에 표시되기는 하지만, 튜토리얼만 해서는 알기가 어렵다. 방어막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높은 성벽을 넘어 발전기를 파괴해야 하는데, 지역마다 위치가 다르고 길도 복잡해서 초보자들은 그저 밖에서 기다리던가 아니면 무리하게 들어갔다가 적군의 공격에 의해 워프게이트로 재소환 되는 경우가 많다.
소규모로 싸우는 일반 FPS 게임과 달리 ‘플래닛사이드’는 말 그대로 ‘전쟁’이다. 전쟁은 초보자라고 봐주지 않는다. 모든 곳은 불공평함으로 가득 차 있고, 최대 피해자는 당연히 초보자가 될 수밖에 없다.
▲ 얼떨결에 저레벨 유저를 만나 쓰러트렸더니
▲ 뒤에서 최종 보스 강림!
▲ 공수부대처럼 멋지게 다시 전장에 투입되자마자
▲ 땅 밑에 있던 로봇캅이 다시 워프 게이트로 반송...
▲ 너무 빨리 반송된 탓에 약 4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 플레이시간부터 차원이 틀린 랭커들의 위엄
혼자서는 절대 영웅이 될 수 없는 게임
‘플래닛사이드 2’에서 게임의 흐름을 좌우하는 것은 바로 현재 ‘접속’해 있는 유저수다. 죽여도 죽여도 무한히 부활해 압박해오는 인해전술을 이기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FPS처럼 동수로 시작하는 게임에서는 실력이 중요하겠지만, 이곳에서는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해도 사방에서 날아오는 총알을 다 피할 순 없다.
이 점은 그나마 초보자들이 편안하게 게임을 할 수 있는 요소라고 할 수도 있겠다. 게임의 주목적이 ‘사살’이 아니라 ‘점령’이기 때문에 많으면 많을수록 점령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보통 한 지역을 두고 전투가 일어나면 보병 병력과 기갑 병력, 그리고 항공 병력이 각자의 역할을 맡아서 싸우게 된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 맞아야 한다는 것인데, 어느 한쪽이 부족할 경우 적에게 쉽게 공격이 막히게 된다. 예를 들어 항공 병력이 부족할 경우 하늘에서 쏟아지는 공격에 무방비 상태가 될 수밖에 없으며, 기갑 병력이 부족하면 적의 강력한 기갑부대에 보병 병력이 손쓸 틈 없이 녹아내리게 된다. 인원이 부족하면 결국 한쪽이 무너지게 되고, 그러면 그 순간 전투의 판세는 기울게 된다.
‘플래닛사이드 2’에서는 치료를 하거나 기지를 수리하더라도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는 부분도 유저수의 중요성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평화를 사랑하는 기자의 경우 메딕과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플레이했는데, 짧은 시간 동안 상당히 빠르게 레벨업을 할 수 있었다. 아군을 지원하기만 하는 병과의 경우 자칫 지루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상대를 쓰러트리지 않으면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전투병과와 달리 치료와 수리는 안전하게 경험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원병과의 특성을 활용해 다수의 메딕으로 소수의 전투 병과를 끊임없이 부활시키며 공격하거나, 엔지니어로만 이루어진 부대를 투입해 머신건으로 요새를 구축하는 독특한 전략들이 나오는 것도 ‘플래닛사이드 2’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하나의 직업으로 계속 플레이 하다 보면 해당 직업에 대한 보너스를 얻을 수 있는데, 보너스를 모아 무기를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으며 신무기를 구매할 수도 있다. 다만 신무기의 경우 포인트가 상당히 많이 요구되므로 현금 결제를 하지 않고서는 상당히 오랜시간 플레이 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 부분은 개인의 성향에 달린 것이니 따로 언급은 하지 않겠다.
▲ 수리만 해도 경험치가 꾸준히 쌓이는 기적이!
▲ '플래닛사이드 2'에서 대부분의 전투는 이렇게 분대 단위로 진행된다
▲ 분대원들과 훈훈하게 작전을 논의하는 외국인들
한국인의 열정이 진입장벽을 넘을 수 있을까
한국인은 흔히 열정적이라고 한다. 한번 뭔가에 집중하게 되면 놀라운 성과를 거두는 것도 열정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뜨겁게 타오른 만큼 꺼지는 것 또한 빠르다. 수많은 게임이 그런 과정 속에서 잊혀졌고 그 중에는 SOE의 게임도 포함돼있다.
‘플래닛사이드 2’는 이미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약 3백만 명 정도가 즐기고 있는 ‘완성된’ 게임이다. 그러나 분명 초보자에게 높은 진입장벽이 있으며, 이는 SOE 관계자도 인정한 부분이다. 퀘스트를 통해 하나씩 배워간다거나 같은 수준의 유저들과 실력을 쌓는 과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로지 몸으로 경험을 쌓으며 익혀가야 한다.
기자가 ‘플래닛사이드 2’를 하면서 느낀 건 마치 군대와 같다는 것이었다. 초반의 게임 플레이는 이등병이 처음 부대에 들어온 것처럼 매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인고의 시간을 참고 견딘다면 그 후에는 지금까지 느꼈던 고통이 모두 쾌감으로 바뀌게 된다. 선배(고레벨 유저)들이 몸으로 익히게 해줬던 것을 그대로 후배(초보자)들에게 알려주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에서도 해외 서비스 그대로 진행한다면 초보 단계에서 수많은 탈영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플래닛사이드 2’는 유저의 수가 곧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인데, 유저가 줄어든다면 콘텐츠 수 또한 줄어드는 것이 된다. SOE또한 이 부분을 고려해 대형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는 다음을 선택한 것이다. 다음에서는 이 부분을 고려해 유저들의 잔존율을 높일 수 있도록 상세한 가이드나 ‘플래닛사이드 2’ 커뮤니티 지원 등 다양한 방법을 물색해봐야 할 것이다.
군대를 경험(또는 한번 더 경험)해보고 싶은가? 그러면 내년에 국내에 발매될 ‘플래닛사이드 2’를 해보자.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 '플래닛사이드 2'의 세계가 당신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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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팀의 막내이자 게임메카 전체 막내 기자.
뒤에서 조용히 지원해주는 서포터 포지션을 맡고 있다.qumi@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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