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의나라'와 '리니지' 사이에 자리한 '어둠의 전설'
'바람의나라'와 '리니지'는 MMORPG의 시작을 알린 작품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그 사이에 낀 불운의(?) 수작도 있었다. 1998년 1월에 출시된 '어둠의 전설'이 그 주인공이다. '어둠의 전설'의 초기 제작을 맡았던 네오위즈게임즈 권순성 제작 센터장은 "당시 '어둠의 전설'을 상용화할 때 한창 베타 테스트 중이던 '리니지'에 스트레스를 느끼며 작업했던 기억이 있다"라고 말할 정도다.
'바람의나라'에 이은 넥슨의 두 번째 MMORPG '어둠의 전설'의 초기 성적은 사실 좋다고 평가할 수준은 아니었다. 상용화 후 한 달이 지난 1998년 2월, '어둠의 전설'의 평균 일일 이용자는 6.96명이었다. 그러나 '어둠의 전설'은 분명히 현재 MMORPG의 토대를 쌓는데 기여한 바가 있다. 혹자는 '바람의나라'와 '리니지' 사이에 낀 불운의 작품이라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둠의 전설'은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개발되었을까?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 이용자 수치에 대해 김정주 회장과 권순성 센터장이 주고 받은 메일
5월 28일, 네오위즈게임즈 권순성 센터장은 NDC 14 현장에서 '어둠의 전설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권 센터장이 제작팀에서 맡았던 역은 '게임마스터'였다. 당시 게임마스터는 현재 GM보다 더 많은 영역의 일을 소화했다. 운영은 물론 기획, 테스트, 고객지원, 홍보 등 다양한 일을 도맡았다. 여기에 권순성 대표는 게임이 개발되던 도중에 들어온 게임마스터였다.
따라서 그는 기존에 정립된 기획을 정리하고, 집대성하는 역을 맡았다. 그가 '어둠의 전설'을 맡으며 가장 먼저 한 생각은 '바람의 나라'와 차별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권 센터장은 "사실 '어둠의 전설'에는 어쩔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다. 바로 '바람의 나라'와 같은 서버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라며 "내가 잡은 포지션은 '바람의 나라'의 유저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MMORPG에 익숙한 중급자 유저를 끌어들이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 네오위즈게임즈 권순성 센터장
'바람의 나라'가 한국에 MMORPG란 무엇인가를 알렸다면, '어둠의 전설'은 한 단계 난이도가 높은 중급자용 게임을 지향했다는 것이다. '어둠의 전설'에 차별점을 넣기 위해 가장 먼저 고안된 것은 그래픽이다. '바람의 나라'와 같은 2D 도트지만, 카메라 시점을 쿼터뷰로 틀며 색다른 느낌을 준 것이다.
파티 플레이를 강화하자는 것 역시 차별적인 부분 중 하나였다. 권 센터장은 "바람의 나라와 달리 모든 직업이 파티에 참여하도록 스킬을 조정하고, 경험치 보너스를 제공했다. 또한 '코마' 시스템을 도입해 유저들이 함께 게임을 하도록 유도했다"라고 말했다.
▲ '어둠의 전설'의 방점은 '바람의나라'와의 차별화에 찍혔다
▲ 파티 플레이 강화는 차별화의 핵심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코마'란 '가사상태'를 뜻하는 단어의 본래 의미대로 캐릭터가 체력을 다해 쓰러질 경우, 바로 죽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다. 만약 이 상태에서 근처 유저들이 부활 아이템이나 마법을 사용하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당시 '어둠의 전설'을 비롯한 넥슨의 초기 MMORPG는 사망 시, 경험치의 10%가 날아가는 등 패널티가 강했다. 따라서 이러한 패널티를 줄일 수 있는 '코마'는 파티 플레이 활성화에 기여했다. '코마'라는 시스템 자체는 현재 넥슨의 개발총괄을 맡고 있는 정상원 부사장이, '코마'라는 이름은 엔엑스씨 김정주 회장이 낸 아이디어다.
클래스와 속성 역시 파티에 초점을 맞춰 기획됐다. 게임 속의 전사와 마법사, 도적, 성직자에 차별적인 강점과 약점을 부여해, 솔로가 아닌 파티로 게임을 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마법에 상성과 역상성 관계의 속성을 붙인 '속성 시스템' 역시 각 캐릭터에 차별점을 주기 위한 장치였다. 권 센터장은 "솔로 플레이가 어렵도록 마법을 배치해, 유저 다수가 서로 부족한 점을 상호보완 하도록 했다. 여기에 아이템도 체력을 100% 채워주는 물품을 넣지 않도록 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 기획에 관련한 다양한 내용이 메일을 통해 오고 갔다
▲ '어둠의 전설'을 만든 사람들
즉, '바람의 나라'에 영향을 받아 제작되었지만 전작과는 다른 면모를 가진 게임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어둠의 전설'의 제작 방향이었다. 권순성 센터장은 "바람의 나라와 동일한 조건 하에서, 어떻게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과제였다. 그 당시 했던 노력의 산물이 바로 '어둠의 전설'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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