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넵튠 정욱 대표
최근 요동치는 게임주에 꼭 들어가는 단어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특히 중국 자본은 이미 국내 모바일게임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다. 소규모 업체는 물론 네시삼십삼분이나 넷마블처럼 큰 업체 역시 텐센트의 투자를 받은 바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넵튠은 단연 눈에 뜨이는 개발사다. 2012년 초에 설립된 회사는 햇수로 4년 동안 끈질기게 살아 남은 '자생력'을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주요 투자창구 중 하나로 통하는 '중국 자본'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넵튠이 투자를 받은 것은 설립 당시 케이큐브벤처스와 2014년 넥슨 단 2곳에 불과하다.
정욱 대표는 "중국에서 투자 제안을 받은 적은 없다. 사실 스타트업이라면 투자 기회가 왔을 때 최대한 많이 받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제안이 들어와도 게임이 위험해질 돈이라면 받지 않았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중국 자본이 무조건 부정적인 것은 아니나 그 안에 위험성을 꼭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중국은 벤처캐피탈이 한국 개발사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게임 소싱 등을 목적으로 한 중국 퍼블리셔가 함께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다시 말해 사업적인 제약이 없는 중국 돈은 찾아보기 어렵다"라고 언급했다.
대표적인 예시로 손꼽히는 것이 텐센트다. 정욱 대표는 "텐센트와의 계약은 독이 든 성배라는 말도 있지 않나. 실제로 텐센트가 국내 모바일게임에 투자하거나 계약했다는 소식은 많았는데, 실제 오픈한 게임은 얼마 없다"라며 "중국 자본을 받는 과정에서 사업적으로 너무 묶인 것이 많다. 설상가상으로 그 곳에 목을 메다가 도중에 드랍되면 기회비용으로 놓치는 부분이 너무 크다. 차라리 투자를 받지 않고 일단 게임을 만들어 출시했다면 중국 혹은 다른 나라를 공략하며 성공방법을 찾을 수 있었던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 역시 텐센트와 출시 계약을 맺었다가 무산된 적이 있다. 데브시스터즈의 경우 계약이 철회되어도 회사를 생존시킬 다른 방법이 있다. 그러나 만약 첫 게임을 내놓는 스타트업 개발사가 동일한 일을 겪었다면 다시 일어날 방법이 없다. 그럼에도 소규모 업체의 경우 자본에 대해 너무나 절실한 입장이기에 위험한 돈이라도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해 정욱 대표는 "한 번에 대박을 터트린다는 기대감보다는 '실패'를 가정하고 계획을 세워야 절실한 상황을 넘길 길을 찾아낼 수 있다. 넵튠의 경우에도 첫 게임 '2013 프로야구 마스터'를 만들며 퍼블리싱과 자체 서비스, 2가지를 두고 많이 고민했다. 게임이 실패할 경우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라며 "퍼블리싱 계약 체결 당시가 2012년으로 스마트폰 게임 분위기가 정말 좋을 때였는데 계약금을 최소화하는 대신 미니멈 개런티를 많이 받는 쪽으로 결정해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줄였다"라고 전했다.
자본에 이어 시장도, 안팎으로 압박 받는 스타트업 생존전략은?
중국의 영향력은 비단 자본에 그치지 않는다. ‘도탑전기’를 시작으로 ‘뮤 오리진’, ‘탑 오브 탱커’ 등 중국발 RPG가 한국 시장에 상륙하며 시장 점유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위메이드의 ‘미르의 전설’이나 룽투게임즈와 계약한 ‘열혈강호’ 등 한국 IP만 사다가 직접 게임을 만드는 중국 개발사가 늘고 있다. 모바일 RPG에서는 한국과 중국 간의 기술력 격차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 '뮤 오리진'은 중국 흥행의 대표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팎으로 압박을 받는 쪽은 국내 스타트업 개발사다. 대형 퍼블리셔의 경우 국적을 가리지 않고 우수한 게임을 사다가 서비스하면 된다. 그러나 국내 스타트업 개발사의 경우 한국은 물론 중국 개발사와 경쟁해야 하는 이중고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경쟁이 치열하지만 성공시키면 단기간 수익을 노릴 수 있는 RPG를 쉽게 포기할 수도 없다. 다시 말해 현재 국내 스타트업은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넵튠 정욱 대표는 '남들 가는 곳에 먹을 거 없다'는 말을 꺼냈다. 지금 시점 RPG로 스타트업 개발사가 대기업을 이기기 힘들다는 것이 정 대표의 의견이다.
그는 "한국 대기업은 물론 중국에서도 완성도 높은 RPG가 쏟아진다. 중국의 경우 2015년 한 해에만 1,000종 이상의 RPG가 나온다고 한다. 그 중 10%만 성공한다고 해도 100종이다. 여기에 한국 대형 퍼블리셔는 성공작 100종 중에도 엄선한 작품을 국내 시장에 들고 올 것이다. 심지어 중국의 경우 한국보다 계약금도 많이 받아간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라며 "퍼블리싱 계약을 못해 자체 서비스를 한다면 완성도가 정말 뛰어나거나 광고로 밀 수밖에 없는데 자본 규모가 대기업과 스타트업은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 그런데도 최근 국내 모바일게임 개발사를 만나보면 90%는 RPG를 만든다고 하더라"라며 RPG 편중에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정욱 대표는 한국을 모바일게임의 끝판왕으로 봤다. 가장 경쟁이 치열하고, 완성도가 높은 게임이 많기에 스타트업이 첫 시장으로 삼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보통 스타트업 개발사가 한국에서 성공한 뒤 해외 진출을 노리는데 순서를 바꿔보는 것도 괜찮다. '탄탄 사천성' 역시 라인을 통해 해외에 먼저 출시한 뒤 한국에 들어온 케이스다"라며 "해외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다보면 보완할 점이나 개선사항이 보인다. 이를 좀 더 고치고 운영 노하우를 쌓은 후에 한국에 오면 좀 더 실패부담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해외의 경우 기기 사양 및 네트워크 환경이 한국보다 좋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곳에서 원활히 즐길 수 있다면 한국에서 게임이 돌아가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오히려 낮다"라고 말했다.
▲ 넵튠이 RPG가 아닌 퍼즐 게임 '탄탄 사천성'을
국내에 출시하기로 결정한 이유 역시 틈새시장 발굴을 노린 것이었다
주류 장르인 RPG에서 답이 없다면 스타트업 개발사는 무엇을 목표로 삼아야 할까? 정욱 대표는 '틈새시장 발굴'을 내세웠다. 그는 "사실 온라인게임에도 수백 억대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 등 대작 마케팅이 주를 이룬 적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한국에서 뜬 게임은 미국에서 별다른 마케팅 없이 재미 하나로 유저를 사로잡은 '리그 오브 레전드'였다"라며 "이 '리그 오브 레전드'는 '도타'나 '카오스'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AOS라는 색다른 장르를 발굴했다. 스타트업이 할 일 중 하나가 '리그 오브 레전드'처럼 묻혀 있는 새 영역을 찾아내는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시류에 맞는 게임을 빨리 만들어, 투자자나 퍼블리셔를 찾는 시대는 대형업체 및 중국과의 규모의 경제에서 싸우기 어렵다는 것이 정욱 대표의 의견이다. 그렇다면 아직 모바일게임에서 발견되지 않은 재미를 찾는 것이 '재미'와 '독창성' 마지막에는 '생존'을 책임질 수 있는 수단이 되지 않겠냐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정욱 대표는 "우리 역시 모바일게임 시장의 '리그 오브 레전드'와 같은 게임을 찾기 위해 끊임 없이 새로운 게임을 시도할 것이다. 그것이 4년 동안 생존해 온 넵튠이 할 일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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