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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남] 추석특집, 외산 게임에서 보는 한복 TO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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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민족의 명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연휴가 이틀이나 주말과 겹친 점은 뼈아프지만, 그래도 마음만큼은 여유롭고 풍성한 한가위가 되었으면 합니다. 명절을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분들은 물론, 사정상 홀로 명절을 쇠는 분들도 모쪼록 편안하고 행복한 연휴 보내시기 바랍니다.

명절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다 함께 강강술래를 돌고, 사내들은 마당에 터를 잡고 씨름 한판에, 아이들은 사방치기를 하곤…하지 않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우리네 명절 풍경도 많이 변했습니다. 전통의상도, 놀이도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죠. 필자만해도 매년 명절 이벤트로 한복 아바타는 꼭 챙기면서도, 실제로 입어본 지는 10년이 더 되었습니다.

어느새 현실보다 게임에서 더 많이 접하게 되는 한복. 국내 게임에서야 매년 보지만, 과연 외산 게임에서는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요? 당장 외국서 한국인 캐릭터 찾기도 어려운데 한복이 나오느냐고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함께 ‘외산 게임 속 한복 TOP5’를 보며 우리 전통에 대한 애정을 불태우면 좋겠습니다.

5위. 대항해시대, 나와서 반갑긴 한데 고증이 영…


▲ 뭐라 형용하기 힘든 '대항해시대' 설이화의 한복

첫 타자는 코에이테크모 걸작 ‘대항해시대’입니다. 제목처럼 7대양을 누비며 교역과 탐험을 즐기는 게임으로, 아시아 한 켠에 한반도 역시 등장하죠. 특히, 4편에서는 한양에 들려 조선인 소녀 설이화를 동료로 삼을 수 있습니다. 게임 내 몇 안 되는 여성 항해사라 상당히 인기 있는 캐릭터죠.

조선시대 여성이 등장하니 자연히 한복도 함께 나옵니다. 문제는 ‘대항해시대 4’의 전반적인 고증 수준이 바닥을 친다는 겁니다. 설이화는 설정상 도술을 수련했다는데, 그래서인지 머리에는 태극이 새겨진 흰띠를 두르고 어깨에는 연꽃무늬 천을 둘렀습니다. 등에 맨 칼은 어떻게 모른척한다 해도 복장이 도저히 조선시대 소녀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 지금 저고리 밑단을 치마 속에 넣은 건가…?

빨간 저고리와 파란 치마는 얼핏 한복스러워 보이긴 하지만, 가슴께에 있어야 할 옷고름은 어디 가고 초록색 천으로 허리를 감쌌습니다. 이건 조선시대 복식이라기보단 차라리 일본 기모노에 두르는 오비(おび)에 가까워요. 한복이 나온 것은 반갑지만, 이래서는 되려 이상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진 않을까 걱정됩니다.

4위. 아날로그: 어 헤이트 스토리, 금빛 가체가 어색한 듯 아름다운


▲ 게임의 두 축을 이루는 AI 현애(좌)와 뮤트(우)

4위는 앞선 작품들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진 ‘아날로그: 어 헤이트 스토리’라는 비주얼노벨입니다. 크리스틴 러브라는 캐나다 여성이 한국의 남존여비 사상을 주제로 만든 게임이죠. 세대를 이어 우주를 여행하는 무궁화 호를 배경으로 삐뚤어진 유교문화가 낳은 비극을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인류가 대규모 이민선단을 꾸릴 정도로 먼 미래 이야기이긴 하지만, 무궁화 호의 생활상은 마치 조선시대를 연상케 합니다. 자연히 주요 등장인물도 한복차림으로 등장하는데, 다행히도 자료 조사를 제대로 했는지 고증은 무난합니다.


▲ 수수한 현애에 비해 훨씬 강렬한 인상을 주는 뮤트

이야기의 두 축인 현애와 뮤트의 한복은 극명한 대비를 이룹니다. 현애가 흰 저고리로 수수한 느낌을 주는데 반해 뮤트가 입은 옷은 검정, 빨강 등 강렬한 색상이 눈에 띕니다. 머리에는 화려한 가체까지 썼는데, 뮤트가 금발이다 보니 우리가 보기엔 조금 어색하죠. 그래도 서양인 캐릭터에게 한복을 이만치 곱상하게 입혀놨다는 것만으로 박수를 치고 싶습니다.

3위. 소울 칼리버, 어쨌든 성미나 누님은 옳습니다


▲ 성미나의 3편(좌)과 4편(우) 의상, 그래도 점점 한복스러워진다

다음은 반다이남코에서 개발한 3D 대전격투게임 ‘소울 칼리버’입니다. 맨손격투가 주가 되는 대전게임계에서 무기를 들고 싸운다는 파격적인 콘셉으로 인기를 끈 작품이죠. ‘KOF’, ‘철권’, ‘스트리트 파이터’ 등 이름난 대전게임에는 대부분 한국인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여기서도 이 법칙은 깨지지 않습니다.

‘소울 칼리버’에 등장하는 한국인은 성미나, 황성경, 홍윤성 3명입니다. 황성경이 이순신 장군의 부하라고 하니 모두 조선 중기 사람일 텐데요. 그런 것치곤 황성경은 중국 무사가 옷에 길상문 하나 새겨놓고 조선인이라 우기는 격이고, 홍윤성은 무슨 카리브해 해적처럼 보이니 잠시 차치하겠습니다. 여기서는 어린 시절 저를 오락실에 붙들어두었던 성미나의 한복을 살펴보도록 하죠.



▲ 게임 내에 구현된 성미나의 한복

지금으로부터 19년 전, 성미나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의상에 대한 논란이 매우 거셌습니다. 전혀 한복처럼 보이지도 않고,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지적이었죠. 지금이야 국내에서도 엄한 한복 아바타가 많이 나옵니다만, 당시에는 한복이 조신함의 상징이었으니까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4편에서는 선정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한복의 특징을 어느 정도 갖추게 됐습니다. 가슴을 위태롭게 가린 저고리와 치맛자락에 그려진 무궁화가 포인트랍니다.

2위. 파이널 판타지, 일본 간판 RPG에서 만나는 한복


▲ 요시다 나오키 PD가 직접 공개한 '파이널 판타지 14' 한복의 모습

2위는 일본의 간판 RPG ‘파이널 판타지’입니다. 얼마 전 MMORPG로 개발된 14편이 국내 서비스를 개시했죠. 초기 흥행몰이에 부담이 되는 정액제를 채택했음에도, 준수한 성과를 보이며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통 MMORPG 특유의 깊은 맛과 뛰어난 현지화가 호평입니다.

국내 게임들이 외국에 나가면 중국 춘절에는 치파오, 일본 정월에는 기모노를 준비하듯 ‘파이널 판타지 14’도 한국 명절을 기념하는 특별한 의상을 준비 중입니다. 국내 서비스를 앞두고 요시다 나오키 PD가 직접 도안을 공개했죠. 우리 한복을 일본 게임계의 상징 ‘파이널 판타지’에서 만난다니 묘합니다.


▲ 내년에는 한국에서도 전통시즌 축제를 볼 수 있길

공개된 한복을 한번 살펴보죠. 남자는 포도대장인양 늠름한 군복에 커다란 갓을 썼고, 여자는 시원스레 어깨가 드러난 기녀복과 깃털장식이 달린 전모를 착용했습니다. 허리춤에 매단 노리개부터 옷섶에 그려진 동양화까지, 섬세한 마무리가 돋보이네요. 다만 내년 설에나 배포한다니 입어보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겠습니다.

1위.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을 통해 전세계에 한복을 알리다


▲ '리그 오브 레전드' 한국 서버 오픈을 기념해 탄생한 구미호, 아리

대망의 1위는 명실상부한 차세대 국민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입니다. 2011년 국내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불과 1~2년 만에 한국 게임시장을 제패한 초신성이죠. 특히, 국내 선수들이 국제 e스포츠 대회를 휩쓴 후로 유저들의 열기가 한층 더 뜨거워졌습니다. 오늘날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강력한 점유율은 전성기 ‘스타크래프트’가 떠오를 정도입니다.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의 역사는 구미호, 아리와 함께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 서버 오픈을 기념해 출시된 아리는 매혹적인 외형과 뛰어난 성능으로 금새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죠. 벌써 등장한 지 4년이 지났건만 큰 부침 없이 꾸준히 유저들의 선택을 받고 있습니다. 명실공히 세계에서 가장 사랑 받는 한국계 캐릭터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게임 내에 구현된 구미호, 아리의 한복

아리의 옷은 설정상 아이오니아 복식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조금 과하게 개량된 한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슴두르개와 꽃신, 노리개 등에서 전통의상의 향취를 느낄 수 있죠. 물론 납득할 수 없다는 분들을 위한 진짜 한복 스킨도 있습니다. 이쪽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우리네 한복 그 자체에요. 전세계 게이머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를 통해 한국의 전통의상을 접하게 된 겁니다.


▲ 마무리는 스파이럴캣츠 도레미의 아름다운 한복 아리 코스프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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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AOS
제작사
라이엇 게임즈
게임소개
'리그 오브 레전드'는 실시간 전투와 협동을 통한 팀플레이를 주요 콘텐츠로 내세운 AOS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100명이 넘는 챔피언 중 한 명을 골라서 다른 유저와 팀을 이루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전투 전에...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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