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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 온라인 Pre-OBT 시작
문명 온라인은 11월 12일(목), 사전 공개 서비스 시작으로 판게아 대륙의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수많은 유저들은 각자의 문명을 찾아 캐릭터를 만들기 시작했고, 열린 지 30분도 지나지 않아 대륙 곳곳에는 승리의 발판이 되어줄 신 도시들이 생겨났습니다.
이 새로운 역사가 창조되는 순간에 빠지면 그만큼 아쉬운 일도 없을 것 같았습니다. 문명 네 개를 전부 경험해보고 싶었지만 제게 허락된 조국은 하나 뿐이었고, 그래서 이집트를 선택했습니다. 듣기로는 이집트가 기행을 잘 벌인다더군요.
▲ 개척자 나가신다!
세션 시작 후 2시간 경, 영토를 넓혀가던 문명들이 마침내 서로의 영토에 발을 들여놓으며 첫 전투가 시작됐습니다. 이집트의 첫 번째 상대는 중국이었습니다.
중국군은 이집트의 도시인 카훈을 앞마당까지 밀어붙였습니다. 카훈이 함락당하면 이집트의 대륙 진출은 좌절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손을 하나라도 더 보태기 위해 카훈으로 향했습니다.
▲ 중국과 전쟁이 벌어진 카훈
그러나 카훈과의 거리는 두 도시 만큼 떨어져 있었습니다. 아무리 전속력으로 달린다고 해도 도착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방법은 있습니다. 바로 마구간입니다. 마구간은 중도시 이상부터 지을 수 있는 건물이지만 도시와 도시 간 교통을 확보해주는 주요 시설입니다. 마침 머무르던 아시우트 도시는 아바리스를 이어 카훈까지 직통으로 연결된 교통로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 카훈까지 언제 간담?
▲ 마구간을 이용하면 된다
카훈에 도착했습니다. 전장은 마구간 위치에서 3그리드만큼 멀리 있었습니다. 중요한 건물이니만큼 후방에 배치하는 건 옳습니다만 걸어서 가기에는 조금 귀찮아질 수도 있는 거리입니다. 마구간도 이용했는데, 나머지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 상황은 촉박한데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역시 방법은 있습니다. 바로 성벽을 넘어서 가로지르는 것이지요. 그럼 굳이 가장자리로 돌아가지 않아도 됩니다. 이때 캐릭터가 감추어 온 숨은 파쿠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습니다.
고대 시대에 파쿠르라니? 문명 온라인의 캐릭터들은 생각보다 다재다능합니다. 우선 성벽과 밀접히 지어진 감시탑을 오르고, 그대로 성벽에 올라탑니다. 그 뒤에는 다시 높은 건물의 지붕들을 밟아 나아갑니다. 문명 온라인의 재미는 정복과 발전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의외의 재미를 뜻밖의 장소에서 느끼게 됐습니다.
▲ 돌아서 가기 싫다면 가로질러 가자!
▲ 오르고, 넘고, 구르고, 의외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전쟁의 열기가 한창일 때 전장에 도착합니다. 이집트는 감시탑이라도 지으며 중국군의 진격을 힘겹게 막아내고 있었고, 여기가 뚫리면 도시의 중심부가 바로 노출되는 급박한 상황이었습니다.
재빨리 무기를 들어서 중국군의 옆구리라도 냅다 후려치고 싶었지만, 선택한 주 직업은 개척자였습니다. 건설용으로 들고 있는 망치를 적에게 내려찍어봤자 그리 치명적이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 중국군이 바로 앞까지 밀고 들어온 상황
개척자는 건설과 채집에 특화된 직업입니다. 그리고 저기서는 적을 막아주길 바라는 기원과 함께 전초기지가 세워지고 있었습니다. 이제 역할은 명확해졌습니다. 건설 망치를 들고 전초기지 건설에 동참했습니다.
그러나 막강한 곰을 타고 쳐들어온 중국군은 건물을 부수는 데에도 위력을 보입니다. 전초기지를 향해 달려오는 적들을 차단하지 못해 결국 건물은 무너졌고,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 이집트 인들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 전초기지를 부수기 위해 달려오는 중국군
▲ 불까지 튀는 적들의 공격은 개척자가 받아내기엔 아프다
▲ 더 뒤로 후퇴하고 마는 이집트
풋내기 개척자는 포화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습니다. 그래도 끝은 아닙니다. 플레이어는 사망하면 가장 가까운 '병원'에서 부활할 수 있습니다. 대신 부활 직후엔 어떤 능력도 사용할 수 없는 빈사 상태에 놓입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만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데, 불행하게도 제가 부활한 곳은 진격하는 중국군 바로 옆이었습니다.
도망가는 이집트 인들을 쫓는 중국군은 아직 이쪽을 보지 못한 듯 했습니다. 서둘러 안전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지만 빈사 상태는 이동 속도마저 앗아가기 때문에 중국군에게 포착되는 것은 시간문제였습니다.
▲ 부활한 곳이 하필이면 야전병원
▲ 문명 온라인을 접한 시간 중에서도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 빈사 상태 회복 중
간신히 몸을 피해 빈사 상태를 회복하니, 이집트 군도 전열을 정비해서 반격에 나서고 있었습니다. 건물도 곳곳에서 다시 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사람이 열댓 명 몰려든 '고대 병영' 건설지가 눈에 띄어 도우러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위치가 애매하게도 적 감시탑의 바로 앞입니다. 건물 바로 너머에는 아군과 적군이 칼을 맞대고 싸우고 있었습니다. 고대 병영은 탈 것을 파는 곳으로, 방어용 건물과는 거리가 멉니다.
왜 병영을 적진 앞에 지었을까요? 건설에 동참 중인 한 개척자가 '건물 토대를 놓을 때까지는 후방이었는데, 어느새 전방이 됐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힘들게 쌓아올린 병영이 언제고 적들에게 무너질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했습니다.
▲ 열댓 명의 사람들이 모인 건설에 동참
▲ 건물 너머는 바로 중국 진영이라서 다들 벽 뒤에 몸을 숨겼다
▲ 목숨을 걸고 건물을 세우는 개척자들
걱정과는 다르게 병영은 별 탈 없이 지어졌고, 이어서 경계를 확고히 하는 성벽이 쌓였습니다. 언뜻 보면 전세가 호전된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군이 애쓰는 만큼 적들도 더욱 굳건히 방어를 다집니다. 성벽에 올라가서 본 중국의 감시탑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부수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양측은 국경이 수시로 변하는 만큼 최전방에 세를 집중했습니다. 반대로 측면과 후방의 경계는 허술해졌지요. 그곳에 전초기지를 하나라도 올린다면 중국군의 병력은 분산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개척자가 나설 때였습니다.
▲ 전방은 경비가 삼엄하다
▲ 그렇다면 몰래 측면에 전초기지를 짓자
▲ 이집트의 선방으로 적진을 넘어 감시탑이 쌓아올려지는 장관이 연출됐다
그동안 이집트 인은 차츰 모여 대군을 이루었습니다. 그에 비해 군사 수가 늘어나지 않는 중국은 조금 심상찮았습니다. 그래도 이집트는 카훈 앞마당에서 후베이의 접경지역까지 적을 모는 데 성공했습니다. 전투가 길어지면서 넓은 평야에 양국의 감시탑이 줄줄이 세워지는 인상적인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집트 군은 더 이상 밀릴 기미가 없었고, 개척자는 개척을 위해 떠날 여유가 생겼습니다.
▲ 장기화 되는 전쟁
한편, 후방에서는 기존 영토를 발전시키는 데 주력한 개척자들이 있었습니다. 전투 직업들이 전장에 나가 싸울 동안 안전한 도시들은 착실히 레벨을 올렸고, 곧 세션 최초의 불가사의를 건설하겠다는 원대한 목표가 세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불가사의를 쉽게 세울 만큼 문명 온라인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판게아 대륙 전체에서 갑자기 야만인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방어 수단이 부족한 도시들은 야만인들에게 파괴당했고, 가까스로 지킨 도시는 재건에 또 시간을 쏟아야 했습니다.
▲ 소나기 쏟아지듯 나타나기 시작한 야만인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사의 건설 준비는 조금씩 끝나갔습니다. 이집트는 서버 점검이 끝나는 오후 5시 30분에 모두 모여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공표를 했습니다.
군사와 문화 양면에서 두각을 보인 이집트 유저들의 기세는 한껏 부풀었습니다. 그리고 5시 30분, 각자 손짐을 날라온 수많은 사람들이 불가사의 건설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변수는 그때부터였습니다.
▲ 불가사의를 짓겠다는 목표를 세운 이집트
▲ 이집트의 심장, 테베에 수많은 인력이 모였다
▲ 각지에서 손짐을 날라온 이집트 유저들
서버가 다시 열리면서 한꺼번에 수많은 사람들이 로그인을 시도했습니다. 그로 인해 접속이 불안정해지며 이집트의 불가사의 건설이 지연됐습니다. 계획이 틀어지자 이집트 인들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지요. 급기야는 중국, 로마, 아즈텍이 잇따라 불가사의를 건설한다는 경고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메시지를 본 이집트 인들은 들고 있던 손짐을 내팽긴 채 전방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전력의 일부가 빠진 만큼 국경선도 다시 휘청이기 시작했습니다. 더군다나 20분 뒤면 시작될 첫 번째 '공방전'도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정복, 문화에서 1등을 달리던 이집트였으나, 작은 변수 하나에 위기를 맞은 것입니다. 하지만 7일이라는 기간 중에서 이제 고작 6시간만이 흘렀을 뿐이었습니다.
▲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던 적국들의 불가사의 건설
▲ 아무렇게나 버려진 손짐들이 당시의 상황을 말해준다
▲ 계획이 틀어진 채로 공방전을 맞게 된 이집트, 미래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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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탄한 듯 평탄치 않은 길을 지나 여기까지 왔습니다.
와우, 세컨드 라이프, 그 밖에 롤플레잉 가능한 게임들을 좋아합니다.
느긋한 인생도 좋아합니다.ljh2323@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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