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컷신이 게임의 메인 스토리나 퀘스트 이해를 돕는 단방향 전달이었다면, 앞으로는 단지 수동적으로 감상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참여하고 조작하면서 적극적으로 서사에 개입하는 형태로 발전할것이고, 이것이 우리가 ‘아키에이지’를 통해 구현하고 싶은 유저에 의해 변화해 나가는 월드의 일환으로서의 컷신의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키에이지 시네마틱 영상을 담당하고 있는 전상일 감독의 말이다. 이제 컷신은 그저 대작다운 볼륨을 보여주기 위한 구색 맞추기 콘텐츠가 아니라 스토리텔링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발전해야 할 중요한 요소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상호작용을 추구하는 샌드박스형 MMORPG `아키에이지`라면 충분히 도전에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기도 하다.
▲아키에이지
시네마틱 영상을 담당하고 있는 전상일 감독
MMORPG는 장르적 무게감만큼이나 타 온라인게임의 특징을 흡수, 발전하면서 비약적인 진보를 이룬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RPG 본연의 즐거움인 스토리텔링에 있어서는 초창기나 지금이나 뚜렷한 발전은 없었다. 미약하게나마 진전은 있었다. 스토리에 대한 유저 니즈가 증폭되면서 개발사 역시 인트로 영상이나 퀘스트 컷신을 통해 이를 만회해 보려는 노력이 최근 와서야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하지만 콘솔 게임의 기술력 발전에 비하면 턱없는 수준이다. 오는 5월 발매 예정인 L.A.느와르의 ‘페이셜 캡쳐’ 기술력을 보자. 온라인게임이 퀘스트 지문과 컷신을 통해 이것이 스토리텔링이라 떠들고 있을 때 콘솔은 NPC의 표정 하나에 스토리의 전반적인 이해를 함축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고 말았다. 물론 장르적인 차이나 폴리곤 수 제약으로 인한 기술문제도 있겠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아직까지 미비한 실정이다.
▲전상일
감독이 제작한 리니지 에피소드4 `히스토리&메모리` 영상은
시네마틱 영상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시공(전상일 시각공작단)이란 이름으로 서태지, 넥스트, 패닉, 전람회, 유희열 등 주류 뮤지션의 뮤직비디오 감독과 부클릿디자인을 제작하며 파격적인 감각으로 미디어 업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온 전상일 감독은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 아이온 등의 컷신 및 시네마틱 영상을 제작하면서 게임업계에 발을 들였다. 게임 영상과 음악의 뮤직비디오는 시장에서는 분명 다른 영역이지만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제한된 시간 안에 함축적 `메시지`를 던져준다는 의미에서는 일맥상통한다는 게 전 감독의 생각이다. "과거 컷신이 한정된 재원으로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핵심이었다면 다음세대의 컷신은 `왜?`라는 의문을 게이머에게 던져 스토리를 스스로 풀어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뻔한 정보를 그저 더 멋진 영상으로 전달하는 것은 게임에의 몰입을 오히려 방해하는 일방적인 소구방법이며 상호작용이 핵심인 게임과는 겉도는 패쇄형 구조입니다 "
전상일 감독의 이런 발언은 아키에이지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목표와 향후 ‘컷신’이 어떤 형태로 발전해야 하는지 넌지시 말해준다. 가령, 몬스터 공격으로 불타버린 농장을 배경으로 한 퀘스트를 떠올려 보자. 지금까지의 컷신은 해당 몬스터가 살고 있는 지역을 영상으로 보여줌으로써 위치와 몬스터의 이미지 정보만 전달한다. 퀘스트에 대한 이해는 돕겠지만 막상 지도를 펼치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 그저 보여주기식 형태가 보통이다. 전 감독은 "만약 컷신 안에서 유저가 카메라 시점을 조작 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영상에 몰입하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간단한 예로 몬스터를 직접 보여주지 않고 몬스터 발자국이나 떨어진 무기, 징표 등 추리할 수 있는 많은 오브젝트를 화면에 배치한다며 유저들은 하나라도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카메라 시점뿐만 아니라 마우스 커서로 직접 클릭해 해당 오브젝트의 정보까지 얻게 한다면 컷신 자체가 퀘스트의 일부가 되는 셈이다. 구태여 퀘스트 따로 컷신 따로 생각할게 아니라 컷신 자체가 퀘스트이자 스토리가 되는 것이다.
▲아키에이지는
크라이엔진2로 제작되었지만 최근 크라이엔진3 모듈을 적용해
비주얼적인 면에서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물론, `아키에이지`에서 당장 이런 컷신을 100%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 지향하고 있지만 의욕만 믿고 지르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술적인 검토 작업도 그렇고 계속 진화하는 `아키에이지` 안에서 이질감 없이 녹아들 수 있는 시나리오도 필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변화된 `컷신`을 유저들이 부담없이 받아드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새로운 콘텐츠가 신선한 재미를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귀찮고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 온라인 게임은 싱글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반복플레이로 오는 피로 역시 고려해야 한다. 당장 쓸만해 보이는 아이디어라도 게임 내에 구현하기 까지 어떤 난제가 있는지 확실하게 보여준다. 콘텐츠가 서로 맞물리는 ‘아키에이지’에서는 그 어느 것 하나 함부로 만들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차
CBT에서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전상일 감독은 요즘 3차 클로즈베타테스트 준비에 한창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월드를 지향하는 MMORPG ‘아키에이지’는 그 어떤 게임보다 빠르게 변화한다. 전 감독은 이런 변화를 유저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드릴 수 있도록 시각적인 측면에서 많은 노력을 쏟아 붓고 있다.
"아무리 멋진 영상도 두 세 번 반복해서 보면 지겨울 수밖에 없습니다. 영상뿐만 아니라 어떤 콘텐츠도 마찬가지죠. 새롭게 변화되는 컷신의 컨셉은 반복해서 보더라도 매번 다른 단서를 찾아냄으로써 그 안에서 즐거움을 주자는 것인데 역시 중요한 것은 유저들이 어떻게 받아드리냐 하는 것입니다. 당장 아키에이지를 통해 완벽하게 보여드릴수는 없을지라도 향후 계속 발전하는 아키에이지의 컷신에 기대를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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