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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업계 대표하는 게임인의 대외활동 "절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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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젠 김병관 이사 (사진제공: 웹젠)


2016년 새해부터 게임업계에 큰 소식이 전해졌다. 웹젠 김병관 의장이 문재인 대표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것이다. 아직 20대 총선 출마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김 의장이 출마한 후 당선된다면 게임인 첫 국회의원이 탄생하게 된다. 


김병관 이사의 입당과 함께 생각해볼 점은 그 동안 게임업계 대표 인물들의 외부 활동이다. 한국에서 게임이 ‘산업화’된 시점은 90년대 초반이다. 햇수로 20여 년에 달하는 업력을 가졌다. 사람으로 치면 20대 청년에 도달한 것으로, 살아온 세월이 적다고 볼 수는 없다. 


그 시간 동안 게임산업은 대표적인 ‘수출효자’로 성장했으나 여론에서는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지 못하고 사회에 유해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여기에 이를 방어해야 할 게임업계의 ‘리더’는 도리어 뒤에 숨어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시 말해 게임산업 자체의 덩치는 커졌으나 이를 대표하는 리더들은 원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항변하기보다는 소극적으로 끌려 다니는 모양새가 많았다. 가장 대표적인 자리라 할 수 있는 ‘게임산업협회장’은 2009년 국정감사에서 김정호 전 협회장이 사행성 문제로 인해 출석해 곤욕을 치른 후, 게임업계의 ‘폭탄 돌리기’와 같은 존재가 되고 말았다. 

가장 큰 부분은 ‘잘해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업계 대표 중 ‘협회장’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국정감사와 같은 외부 행사에도 다녀야 하고, 회장사로서 공식 또는 비공식적인 비용까지 부담해야 되기에 회사 경영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이 컸다. 실제로 6대 회장으로는 게임업계 출신이 아니라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협회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협회장’ 문제를 제치고 생각해도 게임업계는 그 동안 외부 공격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이 문제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시기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입법 과정을 밟을 때였다. 여성가족부와 정치권이 셧다운제 필요성을 어필하고, 이와 함께 언론에서 강력범죄를 게임과 묶어 ‘게임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여론을 만들어낼 때,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나 NXC 김정주 회장 등 소위 1세대 게임인이 나서서 이를 방어하는 일은 없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셧다운제 이후에도 이어졌다. 교육부가 쿨링오프제를 준비한다고 발표했을 때나 손인춘 게임규제법이나 신의진 의원의 게임중독법이 발의됐을 때도 게임업계 대표는 뒷짐지고 서 있기가 일쑤였다. 게임산업협회나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협회나 정부부처의 대응은 있었으나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리더 1인이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거나, 업계 대표들이 연대해서 강력 규제를 규탄하는 자리는 없었다. 

즉, 게임업계 리더는 20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 동안 외부 공격에 뒤에 숨는데 익숙해왔다. 문제는 리더들이 숨어 있는 동안 게임산업의 이미지는 여러 부처가 어려움 없이 숟가락을 올리는 ‘쉬운 상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웹젠 김병관 의장이 민주당에 입당하고, 정치권 참여에 대한 의사를 밝힌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은둔하기 일쑤였던 게임업계 대표들의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외부에 나와 적극적으로 본인의 의사를 밝히며 새로운 인상을 남겼다. 나아가 김 의장이 출마를 결정하고, 당선할 경우 게임업계 출신 첫 국회의원이 탄생하며 게임산업에 힘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법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된다.

중요한 것은 김병관 의장의 입당으로 ‘게임인의 정치참여’가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모두가 정치계에 진출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김 의장의 입당을 출발점으로 삼아 지금이라도 게임업계 리더들이 숨지 않고 밖으로 나와 게임산업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며 게임산업의 ‘정치력’을 키워야 할 때다. 그래야 정치권에서 게임산업을 쉬운 상대로 취급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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