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 전체

[미소녀메카] 스팀펑크 장르 대표 미소녀게임 '칠흑의 샤르노스'

/ 1


독자 분들은 ‘스팀펑크’라는 장르 알고 계신가요? 다소 낯설게 들릴 수도 있는 장르 ‘스팀펑크’는 과학기술이 발전한 미래의 세계를 다룬 장르인 ‘사이버펑크(Cyberpunk)’와 증기를 뜻하는 ‘스팀(Steam)’이 결합된 단어입니다. 

보통 ‘사이버펑크’에서는 고도로 발전된 미래 도시, 우주 함선, 첨단 무기를 보여주는데요. ‘스팀펑크’는 이와 다르게 증기기관 같은 고전적인 기계로 이에 버금가는 발전을 이룩한 가상의 19세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겉보기에는 지금보다 한참 뒤떨어진 과학기술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잘 살펴보면 증기기관을 이용해 현대보다 훨씬 뛰어난 기술력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죠. 

필자의 경우, ‘스팀펑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입니다. 서부개척시대를 무대로 하지만, 갑자기 거대한 증기기관 로봇이 등장하는 부분이 압권이었죠. 이 외에도, 영화 ‘젠틀맨 리그’, ‘황금나침반’이나,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 같은 친숙한 작품들 모두 이러한 스팀펑크를 채택한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미소녀게임은 이 매력적인 스팀펑크 세계관을 주 무대로 한 게임, 바로 ‘칠흑의 샤르노스’입니다.


▲ '칠흑의 샤르노스' 오프닝 영상 (영상출처: 유튜브)

시리즈물이라도 매번 다른 개성을 추구한다, 라이어 소프트

‘칠흑의 샤르노스’ 제작사는 ‘라이어 소프트(Liar-soft)’로, 1999년에 설립된 개발사입니다. ‘라이어 소프트’는 세간에 ‘돈은 신경 안 쓰고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드는 회사’라는 평가를 받은 개발사로, 오늘 소개할 ‘스팀펑크’ 시리즈를 제외하면 고정된 틀이나 방식 없이 정말 다양한 장르, 개성 강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특징이죠.

대표작으로는 ‘쿠사리히메’와 ‘포레스트(Forest)’, ‘스팀펑크’ 시리즈 등이 있습니다만, 사실 이외에도 전부 소개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개성 넘치는 작품도 많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마스크 더 상하이’처럼 일전에 소개한 ‘전격 스트라이커’와 같은 히어로물도 있으며, 일본 ‘게이샤’를 주제로 한 경영 시뮬레이션 ‘오이란 루쥬’, 그리고 학원 청춘물 ‘옥상 위의 백합령씨’ 같은 작품 등이 있습니다.


▲ 매번 다양한 개성의 게임을 선보인 '라이어 소프트'

이처럼 개성적인 작품이 많은 라이어 소프트지만, 그 중에서도 ‘스팀펑크’ 시리즈의 존재감은 독보적인데요. 이는 라이어 소프트의 유일한 시리즈라는 것도 있지만, 그 방대한 세계관과 훌륭한 작품성, 더불어 라이어 소프트 특유의 개성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부분입니다.

‘스팀펑크’ 시리즈 첫 작품은 2006년에 발매된 ‘창천의 세레나리아’며, 이후 ‘혁염의 인가노크’, ‘칠흑의 샤르노스’, ‘백광의 바르시아’, ‘자염의 소나닐’, ‘황뢰의 가크툰’이 차례로 발매됐죠. 이 외에도 몇 개의 팬디스크와 소설이 존재하지만, 보통 라이어 소프트의 ‘스팀펑크’ 시리즈라고 하면 이렇게 6개 작품을 이야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팀펑크’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하나의 세계관 설정과 매 작품마다 두드러진 개성입니다. 우선 모든 설정과 세계관을 공유하기 때문에, 각 작품의 캐릭터가 다른 후속작이나 팬디스크에서 함께 등장하는 경우가 많죠. 여기에 10년 가까이 다듬어진 깊이 있는 세계관은 매니아 층에게 큰 호평을 받았죠.

물론, 동시에 각 작품은 하나의 시리즈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차별화됐습니다. 이는 작품의 포스터만 봐도 각 작품이 주는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실제로 원인 불명의 재앙으로 인한 삶의 변화를 그려낸 ‘혁염의 인가노크’, 히어로물 콘셉을 잡고 있는 ‘황뢰의 가쿠툰’ 그리고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칠흑의 샤르노스’는 그 유명한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을 모티브로 삼는 등 시리즈 내에서도 확연히 다른 개성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재앙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혁염의 인카노크'


▲ 히어로물 콘셉의 '황뢰의 가쿠툰'... 시리즈마다 분위기와 느낌이 확 다르다

화려한 런던, 그 이면의 세계에 뛰어든 소녀

2008년 발매된 ‘칠흑의 샤르노스’는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스팀펑크 비주얼 노벨로, 간단한 퍼즐 요소가 들어간 작품입니다. 배경은 1905년이지만, 시리즈의 핵심인 스팀펑크 세계관답게 증기기관을 이용한 핸드폰을 사용하거나, 전차가 돌아다니는 거리에서 등장인물들이 자동차를 보고 부러워하는 기묘한 풍경이 연출되기도 하죠.


▲ 19세기 영국의 느낌과...


▲ 기묘한 발명품이 섞인 '칠흑의 샤르노스'의 세계

게임은 이런 ‘오버테크놀로지’가 일상이 되어버린 영국 런던을 무대로, 평범한 소녀 ‘메어리’ 이야기를 다룹니다. ‘메어리’는 런던 석학원의 우수한 학생으로, 절친한 친구 ‘샤를롯테 브론테’와 함께 평범한 삶을 보내는 인물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샤를롯테’는 원인불명의 병으로 쓰러지고, 동시에 ‘메어리’ 주위에 괴생명체들이 나타나 그녀를 쫓기 시작합니다.

괴생명체를 피해 정신없이 도망치던 그녀는 우연히 ‘M’이라는 인물을 만나면서, 간신히 살아남게 됩니다. ‘메어리’를 구한 ‘M’은 그 괴생명체들이 ‘메타크리터’라는 걸 알려주고, 그녀에게 거래를 제안합니다. 거래 내용은 ‘메타크리터’들이 나타나 습격할 때, 자신이 유도한 지역으로 도망쳐오라는 것이었죠. ‘메어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도와주는 대신, 그 대가로 친구를 치료해주겠다는 이야기에 그의 제안을 수락하고, 런던 거리 이면에 잠든 어둠의 세계와 얽히게 됩니다.


▲ 원인불명의 병으로 쓰러진 친구, 이후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 'M'과 만나면서, '메어리' 삶은 크게 변하게 된다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다채로운 캐릭터

‘칠흑의 샤르노스’에 등장하는 캐릭터 대부분은 19세기의 실존 인물이나, 혹은 소설 속 인물을 기반으로 합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셜록 홈즈’와 ‘제임스 모리아티’뿐만 아니라, 소설가 ‘아서 코난 도일’과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 그리고 ‘드라큘라’의 저자로 유명한 ‘브람 스토커’ 등 다양한 인물이 모티브로 사용됐죠. 이 점은 ‘스팀펑크’ 시리즈 중에서도 ‘칠흑의 샤르노스’가 유일합니다.

단순히 이름만 따온 것도 아닙니다. 비록 원작이나 실제 그 인물의 삶과는 차이가 어느 정도 있지만, 게임에서도 셜록 홈즈와 제임스 모리아티가 원작처럼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브람 스토커는 소설 ‘드라큘라’의 작가로 등장하고, 윈스턴 처칠은 야심 많은 청년으로 등장하는 등 어느 정도 원래 설정을 유지하고 있죠. 이 외에도 등장인물 중에는 이처럼 모티브를 따온 인물이 상당히 많은 편이라, 실제로 이를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 요소로 꼽히기도 합니다.


▲ 메어리 클라릿사 크리스티: 본작의 주인공. 모티브는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 굉장히 책임감이 강한 영국 숙녀로, 런던 왕립 석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석학사다. 모종의 사건을 겪은 후로 한쪽 눈이 황금색으로 변했으며, 이것이 원인이 되어 '매터크리터'라 불리는 괴생명체에게 쫓기게 된다.


▲ M: 본명도 정체도 불명인 남자. 괴생명체에게 쫓기는 주인공을 구해준다. 메어리와 계약을 맺은 뒤 '메타크리터'로부터 지켜주지만, 마음에서 행하는 일은 아니다. 성격도 차갑고, 딱딱하게 군다.


▲ 샤를롯테 브론테: 메어리 소꿉친구이며, 모티브는 영국 소설가 '샬럿 브론테'다. 귀족집안 출신이며, 본가는 런던은 아니지만 석학원에 다니기 위해 런던 별장에 거주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친절한 성격이며, 특히 메어리에게는 특별한 감정을 지니고 있다. 원인불명의 병으로 쓰러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 세바스찬 모란: M의 조수이며, 셜록 홈즈에 등장한 '세바스찬 모란'이 모티브다. 실제 군인은 아니지만, 군대 잠복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 때문에 보통 '모란 대령'이라 불리운다. 기계처럼 냉정한 성격이며, 취미는 그릇 닦기다.


▲ 윈스턴 처칠: 3장과 4장의 메인 캐릭터. 이름 그대로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에서 이름 따왔다. 영국을 전복시켜 자기 스스로 왕이 되길 원하는 인물이다.


▲ 브람 스토커: 극작가이자,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소설가다. '드라큘라'의 저자 '브람 스토커'가 모티브다. 친구이자 배우인 '헨리 어빙'에게 연정을 품고 있지만, 관계가 부숴질 것을 두려워해 고백하지 못하고 있다. 5장과 6장의 중심이 되는 메인 캐릭터다.

완성도 높은 스토리, 그리고 분위기 확실히 담아낸 CG

‘칠흑의 샤르노스’ 핵심 재미는 바로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입니다. 스토리는 단순히 메인 흐름을 따라 진행되는 방식이 아닌, 여러 캐릭터의 이야기가 담긴 10개의 장으로 구성됐습니다. 특히 각 장의 이야기가 주인공 ‘메어리’와 ‘M’보다 해당 에피소드의 메인 캐릭터에 초점을 맞추는데, 그 완성도와 깊이가 상당한 편이죠. 

가령, 영국을 전복시키려는 야심가 '윈스턴 처칠'부터, 서로에 대한 연정을 품고 있으면서도 말을 건네지 못하는 극작가 ‘브람 스토커’와 명배우 ‘헨리 어빙’ 등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6개의 장에서 모두 조연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될 정도니, 사실상 주연을 따로 구분하기도 애매하죠.


▲ 주인공은 따로 있지만...


▲ 서브 캐릭터를 다루는 스토리도 만만치 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런 완성도 있는 시나리오와 함께, 이번 작품을 받쳐주는 또 하나의 기둥은 바로 CG입니다. 라이어 소프트의 개성은 비단 시나리오나 콘셉트만이 아닌, 일러스트에서도 두드러지는 만큼 ‘칠흑의 샤르노스’ 또한 다른 미소녀게임과는 차별화된 작풍을 선보입니다.

CG의 종류는 크게 2가지로 나뉘어집니다. 하나는 각 시나리오의 중요한 장면을 담은 CG입니다. 보통 미소녀게임 CG는 미소녀의 일상생활을 담은 이미지를 채워 넣는 등 스토리보다는 캐릭터 모습을 보여주는 걸 강조하지만, ‘칠흑의 샤르노스’는 이런 부분을 완전히 배제하고 철저하게 메인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한 이미지만을 선보입니다. 실제로 CG가 80여장으로 많은 편은 아니지만,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적다고 느껴지지 않죠. 물론, 그 퀄리티 역시 훌륭합니다.


▲ 일러스트는 퀄리티와 양 모두 만족시킨다


▲ 상황마다 담아낸 분위기 연출도 그야말로 일품!

또 다른 하나는 바로 게임에 등장하는 괴생명체 ‘메타크리터’의 CG입니다. 게임에서 보여주는 화풍 자체도 상당히 독특한 편이지만, 그 대미는 바로 CG에 담긴 괴물의 모습입니다. 거친 느낌으로 그려낸 ‘메타크리터’는 무언가 형용하기 어려운 이형의 괴물을 제대로 표현합니다. 실제로 이미지를 접하면, 이 괴생명체가 얼마나 불편하고 두려운 존재인지 와 닿을 정도죠. 이러한 두 가지 CG가 시나리오에 힘을 더하면서, ‘칠흑의 샤르노스’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 괴생명체의 모습은 보는 사람이 절로 불편해질 지경이다


▲ 거칠어진 그림체가 괴생명체의 이질감을 잘 나타내준다

‘스팀펑크’ 시리즈의 매력적인 이야기는 계속된다

이처럼 ‘칠흑의 샤르노스’는 독특한 캐릭터와 분위기로 시리즈에서도 가장 높은 인지도를 자랑합니다. 실제로 6개의 ‘스팀펑크’ 시리즈가 동인게임 ‘동방 프로젝트’와 진행한 콜라보레이션에서도 ‘칠흑의 샤르노스’가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지기도 했죠. 그만큼 수면 아래에서 활동 중인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 콜라보레이션 작품 '칠흑의 디퍼런스'... 이름과 복장부터 어느 정도 차용하고 있다

현재 ‘스팀펑크’ 시리즈는 스토리 집필 대부분을 담당한 ‘사쿠라이 히카루’가 퇴사하며, 시나리오 작가가 공석인 상태지만, 라이어 소프트는 이후에도 외주를 통해 지속적으로 시리즈를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비록 영문판이지만, 스팀에서도 몇 개의 작품이 올라와있기도 하죠. 만약 조금 독특한 미소녀게임을 원하신다면, 이번 기회에 ‘스팀펑크’ 시리즈를 즐겨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 이번 기회에, 조금은 독특한 미소녀게임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게임잡지
2006년 8월호
2006년 7월호
2005년 8월호
2004년 10월호
2004년 4월호
게임일정
2024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