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엊그제가 바로 음력 7월 7일 ‘칠석’이었죠. 세계의 동쪽과 서쪽 끝으로 떨어진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번 오작교에서 재회하는 기쁜 날입니다. 사실 맡은 일은 내팽개치고 연애에만 열중하던 부부가 먼 곳으로 유배를 간 후, 애꿎은 새들로 다리를 놓아서 다시 만난다 뭐 이런 전설인데… 이거 완전 정의구현 아닌가요?
비극적 연인이 보고 싶다면 차라리 게임을 하시죠. 게임 속에는 ‘견우’와 ‘직녀’보다 훨씬 안타까운 사연이 넘쳐납니다. 플레이어의 노력에 따라 해피엔딩으로 귀결되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은 끝내 사랑하는 이와 맺어지지 못하죠. 어쩌면 비극으로 끝났기에 더 오래 기억에 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이 기사를 양력 7월 7일에 써서 거의 게재할 뻔했다는 건 비밀(…)입니다.
5위 아서스♡제이나(워크래프트), 왕자의 복수심으로 깨어져버린 사랑
▲ 한때 서로 사랑했던 '리치킹 아서스'와 '대마법사 제이나'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5위는 ‘워크래프트 3’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리치왕의 분노’까지 이어지는 ‘아서스’와 ‘제이나’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7대국 ‘로데론’의 왕자 ‘아서스’는 수행을 위해 마법사들의 도시 ‘달라란’에 머물다 ‘제이나’를 처음 만났습니다. 그녀는 대마법사 ‘안토니다스’의 수제자로 지혜롭고 사려 깊을 뿐 아니라 굉장한 미인이었죠. 또 다른 7대국 ‘쿨 티라스’ 통치자의 막내딸이라 ‘아서스’ 못지않은 고귀한 신분이기도 합니다.
‘아서스’는 금새 영민한 ‘제이나’에게 마음을 빼앗겼고, ‘제이나’ 또한 정의롭고 우직한 왕자에게 끌렸답니다. 얼마 안가 둘은 왕국의 소문이 파다할 정도로 유명한 연인이 됐죠. 그러나 ‘아서스’가 본국으로 귀환하게 되면서 꿈결 같던 시간도 끝나게 됩니다. 전화기도 없는 세계에서 장거리 연애는 아무래도 무리죠. 그렇게 여러 해가 지난 후, 두 사람은 ‘로데론’ 북부에 창궐한 질병의 저주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 인간성을 완전히 상실한 후에도 항상 '제이나'의 목걸이를 지니고 있었던 '아서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한층 성숙해져서 재회한 ‘아서스’와 ‘제이나’는 함께 임무를 수행하며 다시금 사랑을 꽃피웁니다. 문제는 저주를 쫓는 과정에서 ‘아서스’가 점차 과격한 복수귀로 변해갔다는 거죠. 질병을 정화한다며 자신의 손으로 대도시 ‘스트라솔름’을 폐허로 만들고는 결국 마검 ‘서리한’에 사로잡혀 망자의 군주 ‘리치왕’이 돼버립니다. 그럼에도 ‘제이나’는 끝까지 ‘아서스’의 영혼이 완전히 잠식되진 않았다고 믿었는데… 실제로 ‘리치왕’을 쓰러트린 후 품 속에서 ‘제이나의 목걸이’를 찾을 수 있답니다.
4위 아이작♡니콜(데드스페이스), 깊은 죄책감만을 남긴 채 떠나간 연인
▲ 연인을 사지로 내몰았다는 죄책감으로 목숨을 걸고 구조에 나서는 '아이작 클라크'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4위는 ‘데드스페이스’ 주인공 ‘아이작’과 연인 ‘니콜’의 이야기입니다. ‘아이작’은 우주선 설계사로 몇 년씩 집을 비우는 아버지와 외로움에 못 이겨 사이비종교에 투신한 어머니 사이에서 불우한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그나마 아버지에게 불려 받은 재주로 공학을 전공한 후, 파탄 지경인 가족을 뒤로하고 오랫동안 우주 상선의 엔지니어로 활동했죠. ‘아이작’은 실력면에선 나무랄 데가 없었지만 과거의 영향으로 우울함을 떨쳐내지 못했습니다. ‘니콜’을 만나기 전까진 말이죠.
‘아이작’과 ‘니콜’이 어떻게 만남을 시작했는지는 게임에 묘사되지 않습니다. 다만 의사인 ‘니콜’이 ‘아이작’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어루만져줬음은 이견의 여지가 없죠. 그녀는 헌신적인 사랑으로 ‘아이작’의 뿌리깊은 애정결핍을 치료해줬습니다. ‘아이작’이 얼마나 ‘니콜’에게 심적으로 의지했는지는 ‘데드스페이스’를 하다 보면 절절히 느낄 수 있죠. 그러나 애틋하던 관계도 ‘니콜’이 행성 채굴선 이시무라 호에 의무사관으로 부임하면서 흔들리게 됩니다.
▲ '아이작'을 달래주는 '니콜', 그러나 그녀는 이미...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본래 ‘아이작’도 엔지니어 자격으로 함께 탑승하려 했는데, 승무원 가운데 사이비종교 신자가 많은 것을 알고 홀로 지구에 남게 됩니다. 훗날 바로 그 사이비종교 때문에 이시무라 호가 사고를 당하자 뒤늦게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게 되죠. 연인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휩싸인 ‘아이작’은 부랴부랴 폐허가 된 이시무라 호로 향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니콜’을 찾아내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온갖 죽을 고생을 합니다만… 결국 ‘니콜’은 참사 당시에 이미 자살했고 눈 앞에 연인은 환상일 뿐이라는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3위 카단♡티이(마비노기 영웅전), 사랑하는 이를 구하려 신이 되다
▲ '마비노기 영웅전' 시즌1은 '카단'과 '티이'의 사랑이야기라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3위는 ‘마비노기 영웅전’ 두 주역 NPC ‘카단’과 ‘티이’입니다. ‘티이’는 프롤로그에서 주인공이 목숨을 구해주게 되는 무녀로, 아름다운 외모에 마음씨까지 참한 아가씨죠. 여러모로 주인공을 챙겨주고 이런저런 퀘스트를 주며 명실상부 히로인으로 주목 받았으나… 중반 이후로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여러 유저의 마음을 짜게 식히기도 했답니다. 그것도 어디 평범한 남자가 아니라 불세출의 영웅쯤 되는 양반이라 감히 넘볼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티이’의 연인 ‘카단’은 작은 마을인 ‘콜헨’ 출신으로 젊은 나이에 왕국 기사단장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이런 캐릭터가 다 그렇듯 잘생기고 정의로운데다 어느 정도 유도리도 발휘할 줄 아는 호남형이죠. 거대한 검 ‘콘트라딕션’을 자유롭게 다루며 드래곤 ‘에더크로스’를 타고 다닌답니다. ‘티이’와는 소꿉친구 사이로 출세한 후에도 틈틈히 편지와 선물을 주고 받고 직접 찾아오기도 하며 풋풋한 감정을 키워나가고 있었습니다.
▲ 서로 함께할 수 없는 인간과 마족의 신이 되어버린 두 사람의 운명은?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그러나 무녀 ‘티이’는 여신 강림의 때가 다가옴에 따라 점점 실체가 사라지고 있었고, 다급해진 ‘카단’은 기사단장의 본분을 저버리면서까지 연인을 구하려고 애씁니다. 하지만 그의 발버둥은 되려 비극을 앞당기는 꼴이 돼버렸죠. 뼈저린 무력함 속에서 ‘카단’은 암흑의 힘을 흡수하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기에 이릅니다. ‘티이’의 몸에 강림한 여신 ‘모리안’과 그 대적자인 마신 ‘키홀’로 변모한 ‘카단’은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합니다.
2위 완다♡모노(완다와 거상), 소녀를 살리기 위해 마신을 깨운 소년
▲ 사랑하는 소녀 '모노'를 되살리기 위해 마신과 거래를 한 소년 '완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2위는 ‘완다의 거상’ 속 소년 ‘완다’와 소녀 ‘모노’의 슬픈 사랑과 이에 얽힌 모험담입니다. 게임 자체가 이야기를 구구절절 늘어놓는 편이 아니라 과거는 다소 모호하지만, 이들이 서로 열렬히 사랑했으며 ‘모노’가 저주받은 운명 때문에 죽었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 수 있죠. 상실감을 견디지 못한 ‘완다’는 마을의 보물인 검과 활을 훔쳐 애마 ‘아그로’와 함께 금단의 땅으로 향합니다. 그곳 신전에 봉인되어 있다는 신 ‘도르민’에게 부탁해 ‘모노’를 되살릴 요량이었죠.
작 중 ‘완다’ 상대하는 16개 거상은 바로 ‘도르민’의 힘을 나누어 봉인한 존재였습니다. 거상들은 집채만 한 인간형부터 들짐승, 날짐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상과 그에 걸맞은 위력을 지니고 있죠. 어떻게 봐도 한낱 소년이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완다’는 연인을 되찾겠다는 일념만으로 모든 거상을 모든 거상을 파괴하기에 이릅니다.
▲ 그렇게 금기를 어긴 소년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완다’를 뒤쫓아온 마을의 병사들이 신전에 당도했을 때는 이미 사단이 난 후였습니다. 소년의 몸을 빌려 강림한 ‘도르민’은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마신이었어요. 대학살이 벌어지려는 찰나, ‘완다’가 훔쳤던 전설의 검이 신전 연못에 빠짐과 동시에 빛의 회오리바람이 마신을 집어삼켰습니다. 그리고 차가운 ‘모노’의 몸에 서서히 생기가 돌아왔죠. 마지막 순간에 ‘도르민’이 약속을 지킨걸까요? 슬픔에 잠긴 ‘모노’는 마신이 사라진 연못에서 ‘완다’를 닮은 갓난아기를 건져내어 조용히 사라졌답니다.
1위 도미닉♡마리아(기어즈 오브 워), 사라진 아내를 찾아 전쟁터를 떠도는 병사
▲ '마커스'(좌)의 둘도 없는 친구이자 전우 '뇌미닉'(우)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1위는 ‘기어즈 오브 워’의 든든한 동료 ‘도미닉 산티아고’와 아내 ‘마리아’입니다. ‘도미닉’은 주인공 ‘마커스’의 오랜 전우로, 함께 연합 치안정부 휘하에서 많은 전공을 올렸습니다. 땅속에서 이형의 존재 ‘로커스트’가 떼지어 올라온 ‘이머전스 데이’ 이후에도 둘은 콤비를 이루어 일당백으로 활약했죠. 1편에서 탈영죄로 감옥에 갇힌 ‘마커스’를 꺼내주며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NPC이기도 합니다. 게임 내내 ‘마커스’를 따라다니는데 워낙 AI가 저질이라 ‘뇌가 없다’라고 ‘뇌미닉’이란 별명이 붙었죠.
제멋대로 뛰쳐나가 뻗어버리는 AI는 진짜 멘탈을 엄습하는 고통 그 자체지만, 그래도 언제나 동료를 챙기는 의리와 여유를 잃지 않는 배포는 인정해줄 만합니다. 시종일관 무게 잡느라 바쁜 ‘마커스’보다는 훨씬 정감 가는 캐릭터죠. 사실 그런 그에게도 슬픈 사연이 있는데, ‘이머전스 데이’ 당시 두 아이를 잃은데다 고통에 못 견딘 아내는 전쟁이 한창이던 4년 전 집을 나가버렸답니다. 1, 2편 내내 ‘도미닉’이 누군가를 수소문하던 모습은 바로 사라진 아내를 걱정했던 것이죠.
▲ 죽을 고생을 하며 어렵사리 아내와 재회하지만... (영상출처: 유튜브 'Ace Saga' 채널)
결국 고생 끝에 2편에서 사랑하는 ‘마리아’를 찾아내긴 합니다. 땅 속 깊이 자리한 ‘로커스트’의 포로수용소에서 말이죠. 인류에게 더 이상 안전한 장소 따위 없는 전쟁통에 집을 떠났으니 어느 정도는 예견된 결과였습니다. 그간 얼마나 모진 고문을 당한 건지, 아름답던 ‘마리아’의 모습은 더 이상 생사람으로 볼 수 없을 만큼 망가져있었습니다. 친구의 비극에 ‘마커스’는 말을 잇지 못하고 돌아서고… 오열하던 ‘도미닉’은 스스로의 손으로 아내를 고통스러운 삶에서 해방시켜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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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orks@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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