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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드’ 중독된 베데스다, 폴아웃 4는 무리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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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 로고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베데스다를 대표하는 두 타이틀, ‘엘더스크롤’과 ‘폴아웃’은 오픈월드 RPG를 대표하는 게임이다. 이들이 앞세운 방대한 세계와 다양한 팩션이 얽혀 있는 모험담,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는 자유도는 전세계의 RPG 마니아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생기를 불어넣어 수명을 연장시킨 것이 바로 모드(MOD, Game Modification)다. 모드란 유저가 입맛대로 게임 내 콘텐츠를 변형시키거나 추가하는 것으로, 게임과 함께 공개된 모드툴을 사용해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캐릭터 외형 변경이나 새로운 무기 추가, 그래픽 수준 상향 등, 즐길 거리가 늘어났다. 특히 새로운 지역과 퀘스트를 추가하는 모드까지 생기며 본편 못지 않은 호응을 받기도 했다.

베데스다는 이러한 모드에 주목했다. 확실히 모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보였을 것이다. 이에 베데스다는 모드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그 집착은 신작 타이틀 ‘폴아웃 4’에서 ‘무리수’로 구체화되었다.

모드의 가능성에 주목

베데스다가 모드에 집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회사에서 딱히 개발력을 투입하지 않아도 유저들이 게임에 생명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6년에 출시된 ‘엘더스크롤 4: 오블리비언’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현역이다. 지형 텍스쳐를 개선하는 모드를 적용하면 요즘 게임 못지 않은 사실적인 그래픽을 보여주고, 새로운 종족이나 더욱 강한 몬스터를 추가하며 콘텐츠를 더하기도 한다.

▲ 이랬던 캐릭터를...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 이런 미인으로 바꾸기도 (사진출처: 넥서스모드)

이외에도 ‘폴아웃 3’나 ‘폴아웃: 뉴베가스’,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 등 베데스다에서 제작한 오픈월드 RPG는 모드 비중이 높다. 어색한 모션이나 캐릭터 외형을 수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개중에는 ‘스카이림’으로 ‘철권’ 같은 격투 게임을 만드는 기상천외한 모드도 있다. 모드를 통해 RPG가 샌드박스 요소를 지니게 되는 셈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게임 자체의 생명력이 대폭 늘어나는 것이다. ‘스카이림’의 경우, 발매 5년 차를 맞이한 현재 모드는 48,000개 이상이 등록되어 있고, 9억 번 가량 다운로드됐다. 개발사로서는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 사실적인 자연환경도 모드로 만든다 (영상출처: 유튜브 'RealVision' 채널)


무리수의 시작, ‘폴아웃 4’ 3종의 ‘워크샵’ DLC

모드의 가능성을 찾은 베데스다는 ‘폴아웃 4’에서 모드 수준의 DLC를 판매한다. 바로 ‘웨이스트랜드 워크샵’ DLC를 필두로 연이어 발매된 제작 DLC다. ‘폴아웃 4’에는 버려진 지역을 수복해 정착민들이 살 수 있는 마을을 건설하는 하우징 콘텐츠가 있는데, 여기에 지을 수 있는 구조물이나 장식품을 추가해주는 DLC를 내놓은 것이다. 몬스터를 포획해서 투기장을 만들 수 있는 ‘웨이스트랜드 워크샵’, 소모품을 만드는 공장설비를 만드는 ‘컨트렙션 워크샵’, 마지막으로 지하에 ‘볼트’를 지을 수 있는 ‘볼트테크 워크샵’까지. ‘폴아웃 4’ DLC의 절반은 이러한 제작 콘텐츠다.

▲ '워크샵'은 이제 그만...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문제는 ‘폴아웃 4’의 분량이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간소화된 대화 시스템 덕분에 ‘폴아웃’ 시리즈 특유의 스토리라인이 다소 축소되었고, 매력적인 팩션의 숫자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게임 자체의 매력은 여전했고, 그래서 많은 게이머들이 DLC를 기대했다. 당초 3만원 수준이었던 시즌패스가 DLC 분량이 늘어나 2배 가량 가격이 오른 점도 기대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새로운 모험을 즐길 수 있는 것은 ‘파 하버’와 ‘누카월드’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모드로 추가될 법한 DLC가 출시되자 플레이어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또, 정착지 관리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DLC에서 재미를 느끼기도 어렵다. 실제로 ‘워크샵’ DLC의 경우, 스팀 유저평가에서 긍정적인 답변이 30%에 불과할 정도로 평가가 좋지 않다.

▲ 평가가 나쁜 '워크샵' DLC (사진출처: 스팀 홈페이지 갈무리)

베데스다에 스팀, 넥서스까지… 나뉘어진 모드 플랫폼

사실 베데스다는 2015년부터 모드의 주도권을 가져오려 했다. 4월에는 스팀과 협력해 무료로 배포되던 모드를 유로판매 할 수 있도록 했는데, 베데스다가 수익금의 45%를 가져가는 구조였다. 또, 모드 저작권도 베데스다에 귀속되는 방식이었고, 유료로 콘텐츠를 판매하면서도 사후 처리 방안이 부실했다. 때문에 유저들이 강력하게 반발했고, 모드 유료화 정책은 4일만에 철회되었다.

▲ 모드 유료화를 알리는 글 일부 (사진출처: 베데스다 공식 블로그 갈무리) 

이후 10월에는 ‘폴아웃 4’가 스팀 창작마당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폴아웃 4’는 콘솔에도 모드 적용이 가능한데, 스팀 창작마당에서는 다소 제약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따라서 ‘폴아웃 4’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드 관리 프로그램은 ‘스카이림’에서도 편리하게 사용했던 넥서스 모드 매니저, 그리고 베데스다넷 뿐이다.

그런데 베데스다는 모드 제작에 쓰이는 ‘크리에이션 키트’와 베데스다에서 선정한 공식 모드를 베데스다넷에서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못 박았다. 베데스다넷의 점유율을 높이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둠’, ‘디스아너드 2’ 등 다른 게임들의 모드 역시 베데스다넷에서 받을 수 있을 거라고 공언했다. 즉, 향후 모드를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은 '베데스다넷'과 '스팀' 창작마당, 그리고 유저 수가 많은 '넥서스'로 나뉘게 되는 셈이다.

▲ 베데스다넷에서 받을 수 있는 모드 (사진출처: 베데스다 홈페이지 갈무리)

이렇게 나눠진 플랫폼은 모드에 대한 진입장벽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각자 다른 곳에서 배포하기 때문에 원하는 모드를 찾기도 어려워진다. 또, 적용해보고 싶은 모드가 현재 사용하는 플랫폼이 아닐 수도 있다. 플랫폼이 3종류로 나눠지다 보니 다양한 모드를 자유롭게 사용하기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아울러 모더 역시 개발이 불편해질 수 밖에 없다. 전문 개발사도 아닌 모더들이 3개의 플랫폼에 전부 알맞게 개발한다는 것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 ‘폴아웃 4’ 모드는 넥서스에 1만 3,452개, 베데스다넷에 6,825개로 나뉘어 있다. 또, 이용자가 나눠지게 되면 전체적인 다운로드 수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아무런 대가 없이 제작하고 있는데, 성취감마저 떨어져 모드 제작 의욕이 줄어들 수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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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아웃 4 2015. 11. 13
플랫폼
PC, 비디오
장르
액션 RPG
제작사
베데스다
게임소개
‘폴아웃 4’는 베데스다 대표 타이틀 ‘폴아웃’ 시리즈 4번째 넘버링 작품으로, 전작과 마찬가지로 핵전쟁으로 인해 황폐화된 포스트아포칼립스 세계를 배경으로 삼는다. 이번 작품의 주 무대는 보스턴 인근 지역으로,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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