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내가 왜 이걸 하고 앉아 있나' 처음엔 그랬습니다. 이처럼 흥미롭게 즐길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 생각해 보세요. 험상궂게 생긴 한 남자가 실실 웃으며 당근의 씨앗을 뿌리고, 다 자란 열매를 수확하고, 토끼에게 양배추를 먹이는 파렴치한 모습을요. 동료들도 경악했습니다. 어디서 그런 너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짓’을 하고 있느냐고. 아, 이건 엄연히 ‘게임’인데 말이죠. 덕분에 기자는 일단 깨부수고 보는 게임이 아닌, 이처럼 편안하고 따뜻해 보이는 게임도 받아들일 수 있는 감성적이고 부드러운 남자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게 됐습니다. 좋은 포트폴리오(?)네요. 대체 어떤 게임이냐고요? 바로 ‘양마을’입니다.
간단하게 소개를 해드리면, 일단 ‘양마을’은 일본의 Success Corporation에서 개발하고 동양 온라인에서 유통, NHN에서 서비스하는 소셜 네트워크 게임(이하 SNG)입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농장을 가꿔나가는 경영(육성) 시뮬레이션 장르죠. 현재는 NHN의 소셜앱 플랫폼인 ‘앱팩토리’를 통해서만 서비스되고 있으나, 곧 네이트 등을 통해 확장할 계획이라고 하는군요.
▲ 나와 그녀의 이야기, 아니 나와 농장의 이야기 '양마을'
첫인상, 아주 기분 좋습니다
일단 첫인상은 ‘귀엽잖아’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라그나로크’를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과 비슷 하달까요? 아바타도 2등신으로 귀엽게 제작돼 있고, 농장을 구성하는 각종 물건들도 아기자기하게 잘 디자인돼 있기 때문이죠. 전체적인 배경도 밝고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어 첫인상에 좋은 영향을 줍니다. 2D에 거부감만 있지 않다면 충분히 매력적일 거 같았어요. 농장 중앙에는 사각형 모양의 울타리가 허름한 모양새로 세워져 있는데, 주변에 민들레나 목초, 꽃과 씨앗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습니다. ‘팜빌’이나 ‘위룰’을 경험해본 분이 아니라면 판타지와는 전혀 다른 전원 풍경에 살짝 어색할 수도 있겠네요.
▲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농장이 상당히 지저분하다
아, 그럼 대체 뭐부터 해야 하지? 저기 문이 있으니 나가서 고블린 때려잡으면 되나? 아니면 이 농장을 전쟁놀이 사령부로 업그레이드하면 되나? 네, 전부 아닙니다.
게임진행 방법은 퀘스트로 배우면 됩니다. 농장 내에 마을사무소가 있는데 이곳을 방문하면 단계별로 꾸준히 퀘스트(튜토리얼 포함)을 주기 때문이지요. MMORPG 위주로 게임을 즐겨온 분이라면 꽉 찬 퀘스트 로그를 떠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수 있겠는데요,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양마을’의 메인 퀘스트는 동시에 하나만 수행할 수 있으니까요. 명확한 목표가 있으니, 이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서 게임을 이해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토끼를 기르자’란 퀘스트를 수락하면 동시에 어떤 테크트리 과정을 거쳐야 토끼를 얻을 수 있는지 상세히 팁으로 알려줍니다. 따라하기만 하면 과정 및 결과가 쏙쏙 이해되죠. 참 쉽습니다.
게임 자체는 플래시 기반으로 설계돼 있어, 모든 걸 리얼타임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씨앗을 주워 인벤토리에 담고, 원하는 곳에다 뿌리고, 열매가 되면 수확해 바로 활용하거나 다른 물품으로 교환하는 등 모든 액션을 리얼타임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죠. 덕분에 농장의 풍경이나 구조 등을 자유롭게 연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메인 퀘스트를 통해 게임을 차근차근 이해해나갈 수 있다
대체 왜 재미있는 건가?
‘양마을’의 경영은 농장 자체에 기반을 둡니다. 별도로 ‘게임머니’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머리 굴려가며 경영할 필요 없고, 농업을 통해 생산을 하고 결과물을 시장 물물교환을 통해 내가 필요한 것으로 바꾸면서 확장하면 그만입니다. 아주 심플하죠. 그렇다고 너무 캐주얼하게 설계되지도 않았습니다. 베리나 보리 등의 식량생산을 하는 경종농업부터, 가축을 이용해 육류나 모피, 우유 등을 생산하는 축산업까지 드넓게 구현돼 있기 때문이죠. 또 모든 생산물이나 구조물은 일종의 테크트리에 엮여 있기 때문에 한 단계씩 서서히 올라가야 합니다. 이 테크트리의 단계는 꽤 디테일해 퀘스트와 맞물려 지속적으로 동기부여와 목표의식을 심어줍니다. 처음엔 목초나 민들레를 꺾으며 놀뿐이지만, 차츰 발전하고 농장의 규모가 확장되면 토끼나 닭, 오리 등을 기르게 되죠. 바로 이 과정 자체가 참 재미있습니다.
▲ 아기자기한 맛 때문에 확실히 남성보다 여성 유저들이 훨씬 많다
육성은 가축을 기르기 시작하면 맛볼 수 있는 ‘양마을’의 가장 큰 재미입니다. 기자의 경우 테크트리 1단계 가축인 ‘마멋’을 들여온 후부터 몰입이 되더군요. 당연하겠지만 모든 가축은 먹이를 줘야만 성장이 가능합니다. ‘마멋’의 경우 씨앗을 먹기 때문에 이를 구해서 앞에 가져다 놓으면 알아서 잘 먹죠. 예쁜 것. 이러면 ‘마멋’이 성장하는데, 이를 시장으로 가져가 육류로 바꾸던가, 아니면 다음 단계의 동물새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한 단계씩 테크트리를 밟아가는 거죠. 또 대부분의 가축은 암수 구분이 있어 둘이 같이 놔두면 교미를 하기도 합니다. 수컷이 암컷 뒤에서 하트를 날릴 때면, 주인으로써 참 흐뭇하더군요(웃음).
또한, 상위 가축은 주는 먹이에 따라 특별한 재료를 주기도 합니다. 토끼의 경우 양배추를 먹이면 털이 자라는데 이를 깎아낼 수도 있고, 오리의 경우 보리의 씨나 메밀의 씨를 먹이면 깃털이 솟아나는데 이를 뽑아낼 수도 있죠. 이 특별한 재료는 시장교환을 통해 농장 확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재료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 역시 이 부분도 진행하는 ‘과정’이 너무나 재미있습니다. 게다가 이 과정은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전혀 어려움도 없습니다. 방목을 하든지 계목을 하든지도 유저 맘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방식으로 가축을 성장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풀 뜯어 먹는 토끼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도 재밌더군요.
▲ 자체지원하는 경로도를 통해 대략적인 테크트리를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설명을 드리니 너무 쉬워 보이네요. 네, 물론 쉽습니다. 그러나 몇 가지 유의할 사항은 있었어요. 예컨대 ‘양마을’은 계절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겨울이 오기 전에 미리 대비를 해야 합니다. 아무 것도 준비해두지 않았다가 겨울에 가축들 싹 죽일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특정 계절에만 할 수 있는 액션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또 하나의 재미요소로써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턴을 넘기면(양마을에서는 ‘다음날’로 표기) 간혹 야생동물이 쳐들어와 훼방을 놓기 때문에 허수아비 등을 통해 대비해야 합니다. 하나 더, 좋다고 무리하게 가축을 들여놨다가 농작물 생산과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할 것.
결과적으로 봤을 때 ‘양마을’의 가장 큰 재미는 하나입니다. 바로 경영과 육성의 재미를 동시에 맛볼 수 있다는 거죠. ‘심시티’와 ‘다마코치’를 섞어놨다고 보면 될까요? 두 장르의 가장 기본적인 재미요소를 캐주얼하게 설계해 모두가 할 수 있게끔 버무려 놨다고 표현해도 되겠네요.
▲ 겨울이 오면 갖가지 제약이 따른다, 미리 준비를 해둬야...
소셜 네트워크 게임으로써는 어떨까?
‘양마을’은 SNG입니다. 지금은 네이버의 ‘앱팩토리’만을 플랫폼으로 쓰고 있어, 블로그나 카페, 미투데이 친구 혹은 지인들과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죠.
그래서 대부분의 커뮤니티는 ‘양마을’ 공식 카페에서 진행됩니다. 커뮤니티가 발생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축이 있는데요, 하나는 ‘도움’ 하나는 ‘자랑’입니다. 앞서 설명했듯 ‘양마을’은 별도의 게임머니가 없기 때문에 도움과 나눔에 인색하지 않습니다. 게시판에 울며 글 하나 남기면 여러 명이 도와준다고 하죠. 참 훈훈한 광경입니다. 간혹 시장에서 교환하지 못하는 물건을 서로 바꾸기도 하죠. 또한 ‘양마을’은 상위 테크를 탈수록 점점 할거리가 많아져 선택에 대한 고민이 많아집니다. 실수 한번 하면 시간도 많이 까먹죠. 그래서 카페에 올라온 다른 유저들의 ‘농장 자랑’ 스크린샷이 좋은 참고서가 되기도 합니다. 간혹 기가 막힐 정도로 잘 꾸며놓은 농장은 유저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감탄을 이끌어내기도 하죠.
▲ 위와 같이 꾸밀 수도 있는데... 저는 끈기가 없어서 힘들겠...네요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게임 내에서 ‘함께 한다는 의미’가 조금 부족하다는 거죠. 온라인 게임은 아니기 때문에 상호작용 요소가 부족할 거란 생각은 했으나, 정말로 아무 것도 없습니다. 채팅도 지원되지 않는데다, 친구 농장을 방문해도 상대가 AI로 보여 선물주고 졸졸 따라다닐 수 있는 게 전부입니다. 아쉽죠. 물론 상대 농장과 내 농장을 비교하며 구경하는 것이 일종의 상호작용 요소라면 요소겠네요.
향후 업데이트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상호작용 기능은 확실히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당장이야 혼자 해도 재미있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루해질 수 있으니 확장성을 고려해서라도 발전이 이뤄져야겠죠. 대회도 있으면 좋겠고, 유저가 퀘스트를 주거나 아르바이트를 시키는 것도 재미있겠어요. 아, 너무 ‘그 게임’ 같아서 이건 좀 그렇다고요?(웃음)
▲ 누군가가 내 목장을 방문해도 AI로 움직인다, 참 아쉽다
총평
기자가 최근까지 ‘양마을’을 플레이한 결정적인 이유는 게임 템포를 스스로 정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없으면 느슨하게 하다가, 좀 여유가 생기면 확 잡아당겨 미친 듯이 할 수도 있죠. ‘양마을’은 턴을 넘기면 다음 날이 돼 뿌려놓은 씨에 싹이 트고, 가축이 성장합니다. 그래서 턴이 중요하죠. 그러나 턴을 넘기려면 ‘양아이콘’이 필요한데요, 이게 1시간 30분마다 하나씩 충전됩니다. 또 행동력이 있어 농장 내에서 이런 저런 액션을 할 때마다 소모돼 하루에 할 수 있는 활동양이 정해져 있죠. 때문에 설정 그대로 게임을 한다면 여유를 가지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양마을’에는 캐시 아이템이 있어 ‘양아이콘’도 판매하고, 행동력 회복 아이템도 판매합니다. 이를 활용한다면 잠깐잠깐 할 것이 아니라, 아예 하루 종일 즐기는 것도 가능하죠. 스스로 템포를 정한다는 의미입니다.
캐시 아이템이 있다고 해서 “캐시질 안 하면 못하는 게임”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듯 ‘양마을’은 온라인 게임이 아닙니다. 굳이 남과 경쟁할 필요가 없으니 캐시 아이템을 꼭 사야할 이유가 없죠. 다만 스스로 게임에 가치를 느껴 더 ‘재미’를 추구하고 싶다면 아이템을 사는 것도 즐기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는 있겠죠.
현재 ‘양마을’은 네이버 앱팩토리에 인기순위 2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일단 정착은 성공한 듯싶으니 향후 업데이트에 따라 판도가 갈릴 것 같네요. 오랜만에 따사로운 전원 풍경 속에서 가축과 뛰어 노는 게임 한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습니다. “뭐야 이거?”하다가 푹 빠질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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