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노벨. 글자 뜻만을 찾아 사전적으로 해석해보자면 간단하게 소리와 소설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여 소리는 사람의
음성을 제외한 자연의 소리 음향을 일컫는 것이며 소설은 정의 그대로 허구성을 가미한 문학작품이다. 그래서 이 둘이 게임과
접목되어 이루어낸 것이 사운드노벨이다. 그럼 이제 그것들이 게임과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지 알아보자.
우선 대표적인 작품들로 예를 들자면, 춘소프트의 ‘제절초’(1992), ‘카마이다치의 밤’(1994), ‘거리’(1998)가
있다. 물론 타사에서도 이 장르에 해당하는 게임을 출시하기는 했지만, 여기서는 새로 개척한 정신에 의의를 두고 춘소프트의
작품들만 언급하도록 하겠다. 이 작품들은 각각 하나의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다만 기존의 소설들과 다른 점이라면 매체가
책이 아닌 TV, 게임을 통한 것이며 단순히 시각에만 의존하지 않고 청각을 함께 자극하여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데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소설과는 달리 하나의 정해진 방향을 따라 독자를 단순히 이끄는 것이 아닌, 독자 스스로
어떠한 상황에 대해 선택하고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여 진행한다는 점이다.
소설과 다른 이러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 사운드노벨. 이번에는 게임으로서 지니고 있는 특징들을 살펴보자. 우선 사람의 음성이
들리지 않는다. 여기서 말한 사람의 음성이란 뜻을 지니고 있는 소리, 의사전달이 가능한 소리 등이다. 단순히 비명이라든가
기침소리 등은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 그래서 게임 전반적인 분위기는 조용하며 소설이 진행되어감에도 불구하고 게이머는 어떠한
대화도 들을 수 없다. 간간히 들려오는 음향효과 - 발자국 소리라든가 문 열리는 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빠른
사건 전개를 암시하는 배경음악 등만이 여기서 소리라는 명칭을 갖고 존재한다. 게이머는 단순히 그러한 음향효과를 통해서만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한 추측이 가능하며 앞으로 다가올 위험에 대한 공포를 느끼거나 혹은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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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선택은 이런 방식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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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렬선택문 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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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렬선택문 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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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렬선택문 C |
또한 게임내 시스템은 병렬적 구조를 지닌다. 춘소프트의 사운드노벨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일반 소설과의 차이점을 실현시키기
위해 몇 가지 방법을 시도했다. ‘제절초’의 경우에는 미리 다수의 시나리오를 게임내에 설정하여 놓고 주인공의 선택지에
따라 하나의 시나리오를 축으로 다른 시나리오와 연계하여 사건의 전개를 이룬다. 반면 ‘카마이다치의 밤’에서는 소수의 시나리오가
존재하지만 어떤 결정적인 선택분기를 통해 사건의 전개가 확연하게 달라진다. 그러한 결정이 이루어진 후에는 다른 시나리오로
돌아갈 수 없으며 자신이 선택한 분기내에서만 게임을 진행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거리’에서는 주인공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 주인공의 선택에 따라 게임내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의 행동은
영향을 받는다. 동일한 공간내에 동일한 시간동안 수많은 캐릭터들이 각자의 기준에 따라 행동을 달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게임내의 자유도를 실현함에 따라 게이머는 자신이 원하는 소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수 많은 사람속에 수많은
개성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이미 작가에 의해 정해져 있는 하나의 시나리오 속에서만 소설을 읽어나가라는 전통적 사고방식을
사운드노벨은 과감히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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