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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페스트부터 블소까지, 김형태 AD `뒤태` 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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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는 게임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다. 일러스트는 게임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부분임과 동시에, 특정 게임을 접해보지 않은 유저에게 그 게임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또한 게임의 색깔과 세계관, 주요 캐릭터들의 성격과 매력 등도 일러스트를 통해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많은 게이머들이 멋들어진 캐릭터에 반해 게임을 시작했다가 기대 이하의 게임 속 비주얼에 실망하고 게임을 접는 경우도 적지 않다. 메인 포스터에서는 그렇게 예쁘고 멋있는 캐릭터가 어째 게임만 들어가면 그렇게 모양 빠지는 모습으로 탈바꿈하는지… 거기에 게임성마저 기대 이하라면 말 그대로 ‘낚였다!’ 라는 기분밖에 들지 않는다.

그런 관점으로 볼 때, 지난 4월 27일부터 5월 1일까지 1차 CBT를 진행한 ‘블레이드 앤 소울(이하 블소)’ 는 유저들의 기대에 120% 보답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 일러스트레이터로 손꼽히는 김형태 아트디렉터(이하 AD)의 매력적인 그림을 퀄리티 저하 없이 그대로 게임에서 구현했을 뿐 아니라,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일러스트레이터에서 게임 아트 디렉터로 진화해 게임의 모든 외적인 면을 통솔한 김형태 AD가 없었다면 이러한 비주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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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재현 PD가 '블소' 의 아버지라면, 김형태 AD는 '블소' 의 어머니

국내 게이머들에게 눈도장! 창세기전 시리즈

김형태 AD가 국내 게이머들에게 제대로 소개된 것은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 외전 2: 템페스트(이하 템페스트)’ 의 엔딩 파트 일러스트를 맡으면서였다. 사실 그의 게임 일러스터 데뷔작은 팔콤 게임의 국내 유통을 주로 맡던 만트라가 개발한 ‘랩서디안 어컬텔러(Rhapsodian occulteller)’ 라는 게임의 캐릭터 일러스트레이션이었으나, 게임 전체적으로 캐릭터 일러스트의 비중이 크진 않았으며 결정적으로 게임 자체가 묻혀버리는 까닭에 널리 알려지진 않았다.

‘템페스트’ 에서 김형태 AD는 엔딩 파트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담당했다. 당초 ‘템페스트’ 의 일러스트는 일본의 유명 작화가 타카 토니(TONY)가 담당했으나 스케쥴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개발 전선에서 이탈하게 되었고, 이후 게임 후반부를 김형태 AD가 외주를 받아 작업하게 된다. 비록 대부분의 캐릭터가 완성되어 있었던 게임의 후반 작업을 맡았기 때문에 자신만의 색깔을 100% 살리진 못했으나 이를 계기로 김형태라는 세 글자가 국내 게이머들의 뇌리에 확실하게 자리잡게 되며, 99년에는 소프트맥스로 적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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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급 게임계의 최고급 일러스터 토니와 함께 시작했던 '템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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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템페스트' 엔딩 부분을 포함한 후반부는 김형태의 손에서 완성된다

‘템페스트’ 이후 김형태 AD는 ‘창세기전 3’ 와 ‘창세기전 3: 파트 2’ 의 메인 일러스트레이션을 맡게 된다. 여기서 김형태 AD는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본격적으로 펼치기 시작한다. 이 때는 ‘창세기전 3’ 를 통해 김형태 표 일러스트의 특징 중 하나인 특정 부위 강조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며, 메탈과 복잡한 문양이 특징인 다양한 소품과 장비 등을 본격적으로 게임에 도입하기 시작하기도 했다. 이 같은 메탈릭한 장비류는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창세기전 3: 파트 2’ 에서 절정을 이루게 되며, 이후 ‘마그나 카르타’, ‘블소’ 등에서도 끊임없이 등장하는 주된 요소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창세기전’ 시리즈에서 일러스트는 생생한 대사 전달을 위한 초상화, 그리고 간혹 이벤트의 컷씬으로 삽입되는 전형적인 고전 RPG의 성격을 띄고 있었다. 정작 게임 내에서는 도트 작업으로 간략하게 묘사된 캐릭터들이 돌아다니고 있었고, 몇몇 경우에는 일러스트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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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과 비교해봐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퀄리티의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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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게임 내에서는 일러스트 몇 장만 사용될 뿐, 캐릭터 디자인은 별개였다

3D로의 전개, 마그나카르타

‘창세기전 3: 파트 2’ 이후 김형태 AD는 소프트맥스의 차기작 ‘마그나카르타’ 시리즈의 메인 일러스트레이션을 맡는다. 그러나 ‘창세기전’ 시리즈와 달리 3D로 제작된 ‘마그나카르타’ 시리즈에서 김형태 AD는 단순한 일러스트 작업 뿐 아니라 본격적인 게임 제작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3D 캐릭터 데이터 제작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부터 그의 본격적인 디자인 철학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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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뭇~!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 할 때는 캐릭터의 정면보다는 뒷모습을 훨씬 더 많이 보게 됩니다. 아주 중요한 부분이죠.” 라는 명언(?)은 ‘마그나카르타’ 캐릭터들의 뒷태에서 시작하여 ‘블소’ 에서 꽃을 피운다. 의외로 신경쓰기 어려운(?) 부분인 캐릭터의 뒷모습을 표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으며, 단순한 초상화와 컨셉아트에서 벗어나 게임 속에서 비추어지는 캐릭터들의 모습에도 신경을 쓰게 된 것이다.

그러나 ‘마그나카르타’ 시리즈의 3D 캐릭터 모델링은 김형태 특유의 화풍을 제대로 반영했다고 하기엔 약간 어려운 감이 있었다. 정형적인 인체비율에 얽매지지 않고 신체 특정 부위(가슴이나 허벅지, 둔부 등)를 과장 강조하고, 근육과 지방이 그리는 곡선의 매력을 최대한 살린 그의 화풍을 100% 표현해내기에 ‘마그나카르타’ 는 약간 모범생적(?)인 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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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도기적인 3D 모델링을 보여주었던 '마그나카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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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콘솔로 이식된 '진홍의 성흔' 에서는 그래픽 수준이 많이 향상된다

그리고 그는 엔씨소프트로 적을 옮기고 ‘블소’ 의 아트디렉터 역할을 맡게 된다.

살아 움직이는 그림을 위해! 블레이드앤소울

2008년, ‘블소’ 의 첫 스크린샷이 공개되었을 때의 첫인상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게임 속 캐릭터 모델링에서부터 색감, 심지어 광원효과까지, 얼핏 봐도 ‘이건 김형태 작품이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실제로 ‘블소’ 의 그래픽팀은 김형태 AD의 화풍을 게임 내에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팀원들의 실력은 물론, 스타일까지 고려해가며 가려 뽑은 정예 멤버로 구성되어 있다. 어느 각도, 심지어 뒤에서 보더라도 마치 한 장의 일러스트처럼 느껴지는 ‘블소’ 특유의 비주얼은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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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레이드앤소울' 의 경우 게임 일러스트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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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히려 게임 내 스크린샷이 더욱 빛을 발한다

그래픽적인 부분과 더불어, ‘블소’ 는 디자인적인 부분에서도 김형태 AD의 개인적인 취향이 상당수 도입되었다. ‘블소’ 의 기본적인 배경은 무협이지만, 캐릭터들의 복장이나 외형, 장비류와 액세서리 등은 현대적인 분위기와 SF, 중세적인 요소까지 적절히 섞여 있어 한 편의 퓨전 무협으로 재탄생했다. 분명 배경은 무협풍인데, ‘창세기전’ 과 ‘마그나카르타’ 에서 보여졌던 특징들이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김형태 AD의 특징 중 하나인 캐릭터의 높은 노출도 또한 게임 속 캐릭터들에 적절히 반영되었다(정작 본인은 야하다는 이유로 삭제된 캐릭터가 아쉽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제작년 ‘지스타 2009’ 에서의 코스프레 사건을 일궈내는 등 많은 화제를 낳기도 했으나, 김형태 AD가 추구하는 ‘캐릭터의 선’ 자체는 확실히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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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제가 되었던 '블레이드앤소울' 의 의상, 그러나 게임 내에서는 상당히 건전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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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서고금에서 찾아보기 힘든 뒷태

‘게임을 위한 모델링은 게임에서 가장 멋지게 보여야 한다’ 라는 김형태 AD의 자신감은 이번 ‘블소’ 1차 CBT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 일러스트 업계에서 이미 정상에 위치에 서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만족하지 못한 채 게임 아트 디렉터로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김형태 AD. 후배들에게 단순히 아티스트, 디자이너가 아니라 치프 아티스트, 치프 디자이너로 성장하는 길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그의 새로운 목표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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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엔씨소프트
게임소개
'블레이드앤소울'은 '아이온'에 이은 엔씨소프트의 신작 MMORPG로, 동양의 멋과 세계관을 녹여낸 무협 게임이다. 질주와 경공, 활강, 강화 등으로 극대화된 액션과 아트 디렉터 김형태가 창조한 매력적인 캐릭터를...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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