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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동성] `애니팡` 베끼기 열풍, 중국 욕할 게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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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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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게임 `애니팡`, 일일 사용자 1,000만 돌파

카카오톡 게임하기를 통해 서비스되는 ‘애니팡’ 의 인기가 일일 사용자 1,000만 명을 기록하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스타크래프트’ 나 ‘문명’ 등 국민적 신드롬을 일으킨 게임은 있었지만, 10살 어린이부터 70세 할머니까지 전국민이 동시에 즐긴 게임은 ‘애니팡’ 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군요. 워낙 화제가 되다 보니, 이제는 지하철 안내방송에서 “휴대폰 소리를 켜놓고 애니팡을 플레이하면 주변 승객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라는 멘트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이상한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애니팡’ 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끈 지 두 달이 채 안 되었는데, 현재 국내 앱스토어들을 보면 ‘XX팡’ 이라는 이름의 게임만 수십 개가 출시되어 있습니다. 일명 ‘팡게임’ 이라고 불리우는 게임들입니다.

물론 ‘팡게임’ 이라고 무작정 ‘애니팡’ 을 보고 베껴 만든 게임인 것은 아닙니다. ‘애니팡’ 이전에 나왔다가 리메이크(혹은 플랫폼을 갈아타서)되어 재출시된 경우도 있고,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나온 게임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팡게임’ 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애니팡’ 을 떠올리게 만드는 ‘XX팡’ 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던가, 사각 큐브 형태의 색깔 맞추기 퍼즐 방식을 채용하고, 심지어 아이콘 모양까지 비슷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뭐, 세세한 부분은 ‘애니팡’ 과 다른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비슷비슷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팡게임’ 들이 ‘애니팡’ 열풍에 살그머니 무임승차한 채 상당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애니팡’ 이 성공한 무대인 ‘카카오톡 게임하기’ 에도 ‘캔디팡’ 과 ‘보석팡’ 등이 입점한 상태죠. ‘캔디팡’ 의 경우 안드로이드 이용자들에게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무료로 배포하는 등의 마케팅을 진행하며 ‘애니팡’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팡게임 열풍’ 을 바라보는 네티즌들의 시선은 둘로 나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계속해서 쏟아져나오는 ‘팡게임’ 들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습니다. 게임메카 ID 버글리음새 님은 ”애니팡이 뜨니까 개나 소나 애니팡 짝퉁 만들고 있는데, 솔직히 애니팡은 로또였지. 두 번은 안 터진다. 진짜로” 라며 ‘팡게임’ 제작사들의 숟가락만 얹으려는 행동을 지적했고, ID 제야랑 님은 “XX팡이라 쓰고 짝퉁이라고 읽는다” 라며 노골적으로 ‘팡게임’ 을 비판습니다.

‘팡게임’ 들의 묻어가기 전략에 반감을 가지게 된 사례도 있습니다. Peal이라는 ID를 사용하는 한 블로거는 “어머니가 얼마 전 주변 아주머니들이 죄다 애니팡 하신다며 저한테 설치해달라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애니팡 외에 뭐 그리 팡종류 게임들이 많은지-_- 어머니가 헷갈려 하실만도 합니다. 아마도 모르는 사람은 `무슨 팡이던데...` 하면서 다른 팡게임들 받을 가능성이 높은데 카카오톡은 이런거 제재 안하고 뭐하는지 모르겠습니다-_-;; 중국 욕할게 아니네요. 국내 게임업계 사고방식이 이따구인데... 쩝” 이라며 자신이 겪은 일을 토로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팡게임’ 들은 게임 아이콘이나 스크린샷 등이 비슷한 경우가 많아 잘 모르는 사람은 헷갈리기 쉽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중국 욕할게 아니라는 말에 심히 공감이 가네요.

물론 모든 유저들이 ‘팡게임’ 들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게임메카 ID Greek 님의 “요즘들어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많이 나오는듯... 애니팡도 재밌던데 이것(XX팡)도 재밌음”, ID ahrehds 님의 “잘 나가긴 하나보네... 애니팡도 긴장해야할듯?” 과 같이 다양한 ‘팡게임’ 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상당수입니다. 어쨌든 ‘팡게임’ 은 쉬우면서도 재밌고, 즐길 거리가 많아졌으니 좋다는 것이겠죠.

‘팡게임’ 을 놓고 벌어지는 이와 같은 논쟁은 결국 게임업계의 도덕 불감증이 빚어낸 결과입니다. 이러한 베끼기 논란은 ‘애니팡’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해결되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 심해졌습니다. ‘애니팡’ 역시 게임 방식은 ‘비쥬월드’ 나 ‘주키퍼’ 를 그대로 옮겨왔으니 이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구요. 베낀 게임을 또 다시 베끼고, 그 게임을 또 베끼는 관행이 이제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이구동성에서는 지난 7월, 앱게임계에 만연한 베끼기 관행을 꼬집은 적이 있습니다. ‘팡게임’ 뿐이 아니라 일단 어느 분야에서 히트를 친 게임이 나오면 빠를 경우 며칠, 길어봐야 몇 주 내에 비슷한 게임이 무더기로 쏟아지는 것이 앱게임계의 현실입니다. 이러한 관행은 딱히 법적으로 막을 근거가 마땅치 않기 때문에 업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합니다만, 지금 앱게임 업계의 분위기를 보면 ‘그런 건 지키면 바보’ 라고 말하는 것 같네요. 정말로 양심을 지키는 개발자들이 바보 취급을 받는 세상이 오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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