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프 블레진스키는 '재즈 잭 래빗', '언리얼',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 등의 액션게임으로 명성 높은 게임 개발자다. 그런 그가 넥슨과 손을 잡고 '로브레이커즈'라는 게임을 만들었을 때, 심지어는 글로벌 콘솔 시장까지 노린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드코어한 액션게임을 제작해온 블레진스키와, 캐주얼한 온라인게임이 전문이었던 넥슨. 아무리 봐도 접점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넥슨이 진출해 본 적 없던 콘솔 방면까지 넘본다니, 확실히 놀라운 일이었다.
이번 E3에서 클리프 블레진스키와 넥슨은 합작 결과물을 선보였다. '로브레이커즈'의 PS4용 콘솔버전을 'E3 2017'이라는 글로벌 심판대에 당당히 올린 것이다. 현장에서 지켜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로브레이커즈' 자체도, 콘솔버전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로브레이커즈' 콘솔버전 시연대에는 신청자가 끊이지 않았고, 줄이 너무 길었던 탓에 하마터면 기자도 시연용 패드 한 번 못 잡아볼 뻔 했다.
▲ 시연 신청자가 끊이지 않았던 '로브레이커즈' 부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로브레이커즈'가 좋은 반응을 얻는 걸 보고 있자니, 과연 이들이 무슨 비전으로 뭉친 건지 한층 더 궁금해진다. 이에 게임메카는 'E3 2017'이 열리는 LA 컨벤션 센터 안의 작은 카페에서 블레진스키 및 넥슨 관계자를 만났다. 인터뷰는 친근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 따뜻한 인사로 시작됐다.
▲ 클리프 블레진스키의 첫 인상은 조금 차갑고 딱딱해 보였지만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알고 보니 유쾌하고 열린 마음의 소유자였다(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로브레이커즈' PC버전은 그 동안 세 번의 테스트를 진행했다. 유저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처음 진행한 첫 비공개 테스트에서는 속도감이 더 빨랐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이 많았다. 이를 보완한 다음 두 번의 바공개 테스트에서는 조금 더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 유저들의 피드백을 토대로 게임을 개선한 결과 더 나은 게임이 되어가는 듯하다. 다가오는 6월 28일에는 비공개 테스트를 한 번 더 실시할 계획이다. 공개 테스트는 30일에 시작할 예정이다.
콘솔버전을 출시하는 소감은?
'로브레이커즈' 이전에도 콘솔 작품을 개발한 경험은 있다. 특히 ‘기어즈 오브 워’ Xbox버전을 개발할 때 많은 작업을 했었다. 그러나 '기어즈 오브 워'와 달리 ‘로브레이커즈’는 PS4 와 PS4 Pro 버전이라 감회가 새롭긴 하다.
그리고 사실, 원래 '로브레이커즈'는 PC버전의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는 플레이를 전제로 개발됐다. 그렇기에 콘솔 컨트롤로 최적의 플레이를 구현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수직으로도 자주 움직이며, 특히 무중력 존에서는 사방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콘솔에서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 팀과 디자인 팀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오랜 시간 고민했다. 콘솔 유저들에게 직접 자신에게 편한 조작법을 세팅할 수 있도록 해보기도 했다. 그 외에도 많은 의견을 수집해 끊임 없이 개선할 결과 처음보다 많이 나아진 콘솔 조작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콘솔 버전 '로브레이커즈'가 다른 콘솔 FPS게임에 비해 갖는 장점은 무엇인가?
'로브레이커즈'의 핵심은 중력이나 움직임보다는 스킬이다. 뒤로 슈팅을 해 반동으로 움직이는 것이 처음에는 낯설 수도 있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다른 게임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독특한 재미 요소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캐릭터도 하드코어한 게임의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개발이 마무리되어가는 시점에서 추가하지 못해 아쉬운 부분은 없는가?
개발에는 끝이 없다고 생각한다. 정식 버전은 9종의 클래스(각 진영별 총 18개 캐릭터)로 출시 예정이지만, 벌써 10번째 클래스를 작업하고 있다. 새로운 캐릭터와 콘텐츠도 추가될 예정이다. 하지만 추가 요소를 반드시 유료로 구매해야 할 필요는 없다. 게임 내의 모든 과금 요소는 단순 액세서리일 뿐 캐릭터 스킬 등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게임이 계속해서 잘 되어 계속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솔직히 말해 블레진스키와 넥슨은 별로 접점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파트너십을 맺게 된 계기가 있는가?
에픽게임즈를 은퇴하기로 결정한 후에 수 많은 북미 퍼블리셔들과 만남을 가지던 차에 넥슨을 만나게 되었다. 당시 넥슨은 북미 개발사들과 일하고자 하던 차였고. ‘메이플스토리’나 ‘카트라이더’ 같은 넥슨 게임을 플레이 해 본 적은 없었지만, 넥슨의 의욕이 매우 열정적으로 보여 파트너십을 맺기로 했다. 양쪽 모두에게 좋은 타이밍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퍼블리셔와의 협업이 항상 완벽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LA 컨벤션 센터에 걸린 커다란 '로브레이커즈' 현수막을 보거나, 넥슨이 유저들에게 더 많은 소식을 알리기 위해 여러 채널로 소통하는 것을 보면, 넥슨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넥슨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 넥슨과의 파트너십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고 밝힌 클리프 블레진스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PC 버전은 첫 테스트보다 많이 빨라진 데 비해 콘솔은 게임 자체가 느리게 느껴졌다.
물론 PC버전은 속도가 매우 빠르다. 하지만 콘솔 버전은 조작의 난이도 때문에 PC버전의 한 85퍼센트 정도 속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유저들이 콘솔을 처음 플레이했을 때 속도가 느리다고 느꼈지만 조작법에 익숙해지면서 재미를 느끼고 있다. 이는 유저의 취향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로, 두 가지 다른 플랫폼으로 게임을 선보이는 좋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로브레이커즈'에는 FPS게임에 자주 등장하는 '저격수' 캐릭터가 없는데, 혹시 추후 개발 계획이 있는지
'로브레이커즈'만의 캐릭터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또 만들면 다른 게임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두가 만드는 캐릭터가 아닌 '로브레이커즈'만의 캐릭터를 만들고자 심혈을 기울였다. 스나이퍼 캐릭터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만약 나중에 만들게 되더라도 '로브레이커즈'만의 방식으로 만들어 질 것이다. 정형화된 캐릭터들 보다 뭔가 다른 걸 섞고자 한다.
PC와 콘솔 중 어떤 플랫폼이 더 잘 팔릴 거라고 보는가?
이 부분은 내가 예측할 수 없다. '로켓 리그'처럼 PC와 콘솔 동시 출시 후 둘 다 사랑을 받는다면 좋을 것 같다. 하드코어 플레이어들에게는 PC버전을, 그리고 캐쥬얼하게 즐기고 싶은 유저들에게는 PS4버전을 추천한다.
인 게임 과금 요소가 있는가?
'오버워치'와 비슷한 형태의 유료 패키지 방식으로 출시 예정이다. 많은 유저들이 마음에 드는 캐릭터 스킨을 살 수 있는지 문의를 했다. 고민한 결과 스킨을 사고 수집하는 것도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플레이 후 보상으로 얻는 랜덤 박스를 열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고.
모든 인게임 과금요소는 캐릭터 스킨, 무기 스킨 등 액세서리로, 모두 캐릭터를 좀 더 좀 더 멋지게 보이게 해주는 아이템다. 예를 들어 지금 '로브레이커즈' 부스에서 코스튬 플레이로 직접 볼 수 있는 캐릭터 '매버릭(Maverick)'은 원래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데, 선글라스를 쓰고 있지 않은 버전, 비행수트 등 멋지게 보이는 액세서리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FPS 경쟁작으로 눈여겨보고 있는 작품이 있는지?
꾸준히 팬을 모으는 시리즈 작품을 주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콜 오브 듀티'는 아트나 플레이 형식에서는 많이 다르지만, '로브레이커즈'와 크게 다른 게임이지만, 오마하 해변 상륙 등 팬을 결집시킬 만한 요소가 있다. '오버워치'에 대해서는 코카콜라와 펩시처럼, FPS게임이라는 공통 분모를 바탕으로 각기 다른 스타일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FPS게임으로 탑3에 드는 것이 목표다.
시연 부스에 줄이 매우 길게 늘어서 있는데 소감이 어떤지?
에픽게임즈에서 20년 동안 일한 뒤, 새로운 개발사를 설립하고 첫 게임을 내보이기까지 쉽지 않은 많은 일들이 있었다. 최근에는 흰머리도 나는 것 같다. 하지만 결과를 놓고 얘기하자면, 지금까지의 게임 경력에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은 처음인 것 같다. 커다란 배너와 함께 시연을 하기 위해 기다리는 긴 줄이 계속 이어지고, 몸에 '로브레이커즈' 문신을 하는 팬을 보기도 했다, 그리고 E스포츠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았는데, 우선 좋은 퀄리티의 게임을 선보이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다.
아, E스포츠 얘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 더 말하고 싶다. 작년 11월 한국에 방문했을 때 몇 개의 PC방에 방문한 적이 있다. 따지고 보면 영화를 볼 때는 영화관에 가서 보지 않나? 게임도 즐길 수 있는 모든 환경이 조성된 공간이 있으면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PC방이 그렇게나 많다는 데 놀랐고, 미국에 PC방이 많이 설립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공개한 세 가지 모드가 모두 스포츠 경기를 하는 듯 구성되어 있다. 단순한 데스매치 모드를 추가할 계획은 없나?
'로브레이커즈'는 다양한 직업군의 캐릭터가 플레이하는 게임인 만큼 데스매치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모두가 만드는 것을 똑같이 만들고 싶지 않다. 데스매치에서는 한두 개의 직업군만 선택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신 서울 남산을 배경으로 한 맵을 현재 개발 중이다. 많은 기대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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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 기자 이새벽입니다. 게임 배경에 깔린 스토리와 설정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습니다. 단지 잠깐 즐기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기사를 쓰고자 합니다.dawnlee12@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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