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1일부터 강화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가 시작됩니다. 사실 자율규제가 시작된 때는 2015년인데요, 아쉽게도 ‘확률’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못했다는 게이머들의 평가가 있었습니다. 이에 절치부심해서 다시 만든 것이 이번에 시작되는 ‘자율규제 2탄’입니다. 드라마로 치면 시즌 2라고 할 수 있겠네요. 특히 지난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내용도 충실하게 마련하고, 자율규제를 외부에서 감시할 평가위원회도 만들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궁금해지는 점은 ‘자율규제’가 어떻게 관리되느냐입니다. 얼마나 많은 회사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게임사가 자율규제를 잘 지키는지, 안 지키는지를 체크하는지, 그리고 감독 결과는 어디에서 볼 수 있는지, 궁금한 점이 참 많습니다. 그 중에도 어떤 기준으로 게임사를 평가할 것인가가 관건으로 떠오릅니다. 이에 자율규제 평가위원회 평가위원을 맡고 있는 녹색소비자연대 윤문용 사무국장을 만나 이에 대해 자세하게 들어봤습니다.
▲ 녹색소비자연대 윤문용 사무국장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자율규제 평가위원회’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윤문용 사무국장: 말 그대로 자율규제를 관리하기 위해서 게임업계와 분리되어 만들어진 ‘위원회’입니다. 저를 비롯해 업계, 학계, 소비자 단체, 공공기관 등 6명이 들어와 있죠. 한양대학교 황성기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고요,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윤준희 회장,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장근영 박사, 게임이용자보호센터 조수현 사무국장 등이 위원으로 있습니다.
위원회의 역할은 우리가 만든 자율규제를 업계에서 잘 실천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게이머들이 불편해하거나 어려운 점은 없는지를 찾아내서 게임사가 이행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일을 합니다. 여기에 1년마다 자율규제에 새로 넣을 내용은 없는지를 고민하는 역할도 해야 합니다.
자율규제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가장 궁금한 점은 어떤 기준으로 모니터링을 하느냐입니다. 우선 모니터링 범위는 어디까지인가요?
윤문용 사무국장: 원칙적으로는 국내에 서비스되는 모든 게임이 자율규제 대상입니다. 다만 모니터링 범위는 모바일 주요 오픈마켓 매출 순위나 게임트릭스와 같은 PC방 이용자 순위 등을 통해 기준점을 잡을 것 같습니다. 가능하다면 모든 게임으로 범위를 확장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조금씩 늘려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가령 지금이 100개라면, 다음에는 200개, 300개 식으로 늘리는 것입니다. 일단 7월에 모니터링을 진행해본 후 이 결과에 따라서 기준점을 조정해보는 것을 고려 중입니다.
확률 공개를 감독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좀 막연하게 느껴지는데요, 정확히 어떤 부분을 확인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윤문용 사무국장: 일단 모니터링은 두 단계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확률 공개’ 자체입니다. 말 그대로 이 게임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했냐, 안 했냐를 체크하는 것이죠. 두 번째는 내용입니다. 이번 자율규제는 크게 두 개의 트랙으로 구분됩니다. 하나는 말 그대로 ‘확률형 아이템’ 안에 있는 모든 아이템의 확률을 밝히는 ‘개별 공개’입니다. 또 하나는 아이템을 등급으로 나누어서 공개하는 ‘등급별 공개’가 있습니다.
모니터링이 두 단계로 나뉘어져 진행되는 이유는 ‘등급별 공개’에 새로운 조건이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게임사가 ‘등급별 공개’를 선택했을 경우 다음 세 가지 중 하나를 반드시 해야 합니다. 첫 번째는 희귀 아이템 확률 공개, 두 번째는 희귀 아이템 등장 횟수 공개, 마지막은 일정 이상 구매한 유저에게 보상 제공입니다. 따라서 ‘등급별 공개’라면 추가조치를 취하고 있는가, 아닌가도 체크해야겠죠?
▲ 등급별 공개의 경우 추가조치가 붙어 있기에 이 역시 확인해야 한다
(자료제공: 한국게임산업협회)
자율규제에 대해 취재하며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걸렸는데요, ‘희귀 아이템’은 게임사가 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게임사가 정한 ‘희귀 아이템’이 유저가 보기에는 터무니 없이 가치가 낮을 수 있어요. 또한, 앞서 말한 후속조치에서 ‘보상 제공’의 경우 게이머가 만족하지 못하는 아이템이 주어질 수 있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처리되는 건가요?
윤문용 사무국장: 그래서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는 것도 두 단계로 나뉠 것으로 전망합니다. 우선 ‘확률 공개’를 했냐, 안 했냐를 숫자로 보여주는 것이 있습니다. 준수한 업체 몇 곳, 지키지 않은 업체 몇 곳, 이런 식으로요. 두 번째는 후속조치에 대한 평가가 주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희귀 아이템’이 게이머가 원하는 수준으로 잘 관리되고 있는지, 공개한 내용이 게이머들의 눈높이에 잘 맞는지, ‘확률 공개’을 질을 평가하는 것이죠. 이 부분은 숫자보다는 글이 주를 이루겠군요.
1차 자율규제에서는 확률 공개는 해놨는데 업데이트 내용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경우 공개된 자료와 실제 확률은 달라지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번에는 게임사가 ‘확률 정보’에 업데이트 내용도 즉시 반영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윤문용 사무국장: 업데이트로 새 확률형 아이템이 나오거나, 확률이 바뀔 경우 이를 즉시 알리는 것이 원칙입니다. 여기에 게임사가 공개한 확률대로 아이템이 나오고 있는가도 한 번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범위가 넓기에 1년이라는 시간이 있다면 매달 ‘테마’를 정해서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것을 고려 중입니다. 이번 달에는 ‘이 내용’, 다음 달에는 ‘저 내용’식이죠.
이 외에도 ‘게임 안에 ‘확률 정보’를 볼 수 있는 페이지 URL을 넣어야 한다’와 같이 세부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내용이 많고, 복잡해서 모니터링이 만만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윤문용 사무국장: 모니터링 업무는 게임이용자보호센터가 실무를 합니다. 센터도 여기에 맞춰서 인원을 충원하고 있고, 한국게임산업협회 역시 예산 지원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체크할 내용이 많기에 일단 초기에는 앞서 말한 ‘확률 공개 여부’와 ‘확률 공개 질적 평가’ 두 가지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게이머 분들의 협조입니다. 확률 공개를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부족한 점이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적극 제보해주시길 바랍니다.
▲ 한국게임산업협회와 게임이용자보호센터, 자율규제 평가위원회는
지난 4월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에 대한 MOU를 맺었다 (사진제공: 한국게임산업협회)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게이머들의 민원도 직접 받으십니까?
윤문용 사무국장: 아직 확정된 내용은 아니지만 게이머들의 의견을 받는 공개 창구를 만드는 것을 고려 중입니다. 만약 만든다면 이 곳을 통해 게임 혹은 게임사에 대한 ‘집단민원’을 넣을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민원이 올라오면 센터에서 체크하고, 이를 게임사에 전달해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생각 중입니다. 게임사와 평가위원회도 중요하지만 ‘자율규제’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게이머들의 협조도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에 대한 공식 사이트가 생기는 건가요?
윤문용 사무국장: 게임사가 공개한 모든 확률 정보를 볼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 계획입니다. ‘민원 페이지’는 협의 중이지만 확률 공개 통합 사이트는 게임산업협회와도 이미 합의된 것입니다. 현재 사이트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갖추고 있으며, 규제 시작 후 머지 않은 시점에 오픈할 예정입니다.
모니터링 결과도 이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나요?
윤문용 사무국장: 결과도 사이트에 담을 예정입니다. 모니터링 결과는 한 달에 한 번씩 발표할 계획인데요, 보고서 안에는 앞서 이야기한 ‘확률 공개 여부’와 ‘공개된 정보의 질’ 두 가지 모니터링 결과를 비롯해 게임위나 한국콘텐츠진흥원 분쟁조정위원회에 들어온 ‘확률형 아이템’ 주요 민원, 이번 달에 잘 된 점과 잘 되지 않은 점, 마지막으로 모범 사례와 미준수 업체가 들어갈 예정입니다. 다만 첫 달인 7월의 경우 ‘자율규제’를 준비하는 기간이고, 업계에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확률이 어떻다’거나 ‘준수율이 어떻다’를 공개하는 것은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고 봅니다. 8월부터는 제대로 된 결과를 볼 수 있으리라 전망합니다.
▲ 공식 사이트가 생기면 모니터링 결과를 널리 알리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한국게임산업협회 공식 홈페이지)
미준수 업체 발표 지난 1차 때도 있었던 내용이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자율규제에 동참하지 않은 게임 혹은 게임사가 어디인지 확실하게 볼 수 있을까요?
윤문용 사무국장: 자율규제는 말 그대로 ‘자율’이기 때문에 벌금이나 징역 같은 패널티가 없습니다. 유일한 패널티가 이 ‘미준수 업체 발표’이기 때문에 투명하게 할 계획입니다. 미준수 업체 공개는 삼진아웃제입니다. 1차와 2차는 ‘자율규제를 지켜줄 것’을 당부하는 경고가 가고, 3차까지 지켜지지 않을 경우 ‘미준수’ 사실을 외부에 알리는 것이죠. 단계별 기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자율규제 평가위원회’ 회의가 한 달에 한 번 진행되는 만큼 비슷한 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첫 회의는 7월 12일에 열릴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9월 중에는 미준수 업체가 어딘지 볼 수 있겠군요. 그럼 반대로 잘 지키는 업체들이 얻어갈 수 있는 혜택은 있나요?
윤문용 사무국장: 앞서 말했듯이 잘 지킨 업체들은 ‘모범사례’로 브리핑을 통해 매달 소개될 예정입니다. 이후에는 구글이나 애플 같은 오픈마켓 사업자에 자율규제를 잘 지키는 게임에 대해 별을 달아주는 등의 협조 요청을 할 계획입니다. 이 외에도 지스타와 같은 정부 행사에 참여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달 위원회 회의를 진행하며 자율규제에 대한 정부와의 소통도 늘려서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와 패널티가 자리잡아갈 수 있게 노력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게임사와 게이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윤문용 사무국장: 개인적으로 ‘확률 공개’는 규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게임사가 규제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반 소비자적 입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품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는 것은 기업의 의무라는 것을 게임사도 인식해주길 바랍니다. 게이머들이 큰 불만 없이 게임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게이머와 게임사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조금 더 나은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죠. 자율규제와 저희 위원회가 소통의 연결고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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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을 잃지 말자. 하나하나 꼼꼼하게.risell@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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