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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셔틀] 유쾌한 풍자 잃어 아쉽다, 근육공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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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육공주 3: 황제의 야망' 공식 홍보 이미지 (사진출처: 구글 플레이스토어)
※ [앱셔틀]은 새로 출시된 따끈따끈한 모바일게임을 바로 플레이하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세연소프트에서 2016년 제작한 인디 모바일 비주얼 노벨 '근육공주' 첫 모습은 그야말로 '병맛' 자체였다. 만화 '북두의 권'을 연상시키는 근육질 공주가 납치된 왕자를 구한다는 황당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인상과 달리 '근육공주'는 전통적인 동화의 내용을 비틀어놓은 알레고리와 짜임새 있는 플롯으로 많은 이의 이목을 사로잡았고, 이후 2017년 7월 출시된 '근육공주 2: 서쪽의 마녀'는 이러한 스토리를 심화시켜 게이머들의 입 소문을 탔다.

그러한 '근육공주'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근육공주 3: 황제의 야망'이 지난 10월 19일에 출시됐다. 다만, 아쉽게도 '근육공주 3'는 초심을 많이 잃어버린 듯한 모습을 보여 아쉬움을 남긴다. 누구나 알 만한 '왕자와 공주의 사랑 이야기'에서 시작해 의외의 반전과 재해석을 보여줬던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은 전쟁과 정치 같은 진지하고 웅장한 이야기에만 치중한 모습이다. 그 탓에 '근육공주 3'은 시리즈의 최대 장점이었던 유쾌한 풍자성을 잃고 말았다.

코믹과 진지, 밸런스를 잃었다


▲ 캐릭터가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비주얼 노벨 장르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기본적으로 '근육공주'는 스토리에 큰 비중을 둔 비주얼 노벨 장르다. 전작 인기도 독특한 게임 시스템이나 뛰어난 그래픽이 아닌, 황당하지만 의외로 짜임새 있는 스토리에 있었다. 이러한 스토리 중심적 특징은 이번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전작이 코믹함과 진지함을 적절히 조화시킨 스토리로 재미를 주었던 반면, '근육공주 3'는 스토리 중심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캐릭터 외모와 대사는 여전히 엽기적이지만, 플롯은 아예 진지한 분위기로 가기로 한 듯하다.

전작 '근육공주'는 비극적 운명을 타고난 에바 공주의 모험을 다루었다. 에바 공주는 무시무시한 근육을 지닌 거구이지만, 흉악한 외모와 달리 천성은 선량하고 의리 있다. 그러나 그와 정략혼을 해야 하는 이웃나라 왕자 다크는 차마 에바를 사랑하지 못하고 대신 에바의 동생인 병약한 리사 공주와 사랑에 빠진다. 이에 자크와 리사는 사랑의 도피를 하기 위해 마치 왕자가 납치된 것처럼 꾸미고, 에바가 이들을 찾던 중 슬픈 진실은 물론, 배후에 도사린 정치음모까지 깨닫게 된다.


▲ 전작은 자크 왕자와 눈이 맞아 언니를 배신한 리사 공주가...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이기적인 욕망을 쫓다 끝내 파멸하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러한 '근육공주' 스토리는 훌륭한 반전의 재미를 보여주었다. '공주'라는 단어에 은연 중 내포된 성 역할을 뒤집어놓은 것이다. 이 게임에서 공주들은 외모에서나 행동에서나 연약하고 수동적인 전통적 공주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다. '근육공주'는 흔한 동화 속 왕국을 무대로 '의외의 공주'들을 등장시켜 황당하면서도 색다른 재미를 주는 동시에, 예상치 못한 짜임새 있는 플롯으로 생각할 거리까지 제공했다.

그러나 '근육공주 3'은 더 이상 동화적 모티프의 풍자로 이야기를 진행하지 않는다. 이제는 전쟁, 정치, 음모 같이 거창한 국가적 문제가 중요 소재로 등장한다. 또한 전쟁이 진행되는 과정은 아예 일일이 설명조로 제시돼 가독성이 떨어지고 몰입이 힘들다. 전작이 동화 같은 이야기로 시작해 자연스럽게 드라마를 풀어냈던 것과 크게 상반된 모습으로, '근육공주'에 기대했던 유쾌한 풍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은 사라지고 딱딱한 설명조 텍스트만 남았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근육공주'는 엽기 코드로 시작해 코믹함을 자연스럽게 진지한 주제로 연결시키는 우수한 스토리텔링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지금의 '근육공주 3'은 스토리 규모를 지나치게 확장시킨 나머지, 코믹함과 진지함이 조화를 이루었던 고유의 색을 잃어버린 듯하다.

잘 만든 미니게임에 가까운 전투 시스템


▲ 버튼 세 개만으로 이루어지는 간단한 전투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근육공주'는 여느 비주얼 노벨과 마찬가지로 그림과 텍스트를 감상하는 구성이다. 그러다 줄거리상 싸움이 붙으면 게임은 전투 화면으로 전환된다. 전투는 턴 기반으로 플레이어와 적이 공격을 주고받는 식으로 진행되며, 자기 체력이 바닥나기 전에 적 체력을 먼저 소진시켜야 한다. 전투에 승리하면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고 패배하면 게임 오버 당한다. 다만 한 전투에서 일정횟수 이상 반복적으로 패배하면 '전투 넘기기' 기능이 활성화돼 전투를 넘길 수 있게 된다.

의외로 전투 난이도는 꽤 높다. 공격 시 플레이어는 좌우 두 방향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 때 적은 계속해서 방어자세를 바꾸는데, 적이 막고 있지 않은 방향을 공격해야 피해를 줄 수 있다. 여러 번 연속으로 피해를 입히면 적은 그로기 상태에 빠지며, 일종의 '피버 타임'이 발동해 무제한 난타가 가능해진다. 이 때 일정횟수 이상 타격을 넣으면 강렬한 특수효과와 함께 막강한 기술이 발동된다.


▲ 플레이어가 그로기에 빠지면 적이 난타를 시작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그렇게 일정 시간 공격하다 보면 적에게로 턴이 넘어간다. 적 턴일 때 플레이어는 방어를 해야 한다. 적은 공격에 앞서 특정한 자세를 취하다 좌우 중 한 방향으로 공격해온다. 플레이어는 그 자세를 보고 미리 어떤 방향으로 공격해올지를 파악한 후, 타이밍에 맞춰 해당 방향 키를 눌러 방어해야 한다. 연속으로 방어에 실패하면 플레이어가 그로기에 빠지고 적은 무지막지한 공격을 가해온다. 대신 방어에 성공하면 반격으로 적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따라서 전투 시에는 적의 동작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이처럼 '근육공주'의 전투는 턴제 기반으로 실시간 요소를 도입했다. 순발력과 주의력을 요하는 탓에 생각보다 긴장감이 넘치며, 그 과정이 코믹할 정도로 웅장한 전투로 묘사되므로 보는 재미까지 있다.

단, 구조가 단순하다는 점은 단점이다. '근육공주 3' 전투는 어디까지나 스토리 클라이막스를 연출하기 위한 극적 장치 중 하나다. 나름대로 재미는 있지만, 전투 자체만 보고 게임을 하기엔 너무 부족한 점이 많다. 사실상 미니게임에 가까운 정도이기 때문이다.

'근육공주 3' 정체성은 무엇인가?


▲ 코믹과 진지가 애매하게 뒤섞인 탓에 완성도가 낮아졌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물론 '근육공주 3'는 3,000원 정도 밖에 안 하는 유료 앱이다. 추가 소액결제 시스템도 없으니, 이 게임에 그리 많은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가격을 감안하더라도 '근육공주 3'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전작들이 성립시킨 우수한 정체성이 시리즈 마지막 작품에서 사라진 탓이다.

전작은 '공주 동화'라는 가벼운 모티프로 시작해, 자연스럽게 자극적인 드라마와 생각할 거리까지 나아가는 우수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줬다. 그렇기에 기자는 시리즈 마지막 작품인 '근육공주 3'이 전작이 보여준 풍자와 해학의 정점을 찍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근육공주 3'에는 단순히 '왕좌의 게임'을 과도하게 의식한 듯한 어둡고 진지한 플롯만 있었다. 기존에 이 시리즈 정체성이라 생각했던 요소가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 게임이 제대로 진지한 분위기도 아니라는 것이다. '근육공주 3'은 캐릭터와 대사의 황당한 코믹함은 그대로 남겼다. 단지 그것이 진지한 플롯에 녹아 들지 못했을 뿐이다. 캐릭터와 스토리가 완전히 다른 분위기인 탓에 '근육공주 3'은 결과적으로 유쾌하지도, 진지하지도 않은 작품이 되고 말았다.

전작 '근육공주'는 스토리가 약세인 모바일게임계에서 독특한 캐릭터와 탄탄한 플롯으로 명성을 얻은 인디게임이었다. 그러나 '근육공주 3'은 코믹함과 진지함 사이의 절묘한 조화에서 벗어나서, 어딘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다 길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을 준다.


▲ 독특했던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라 아쉬움이 더욱 크게 남는다 (사진출처: 구글 플레이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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