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2018년 새해가 밝은지 어언 한 달이 지났다. 그러고 보니 다들 새해 초에 ‘올해는 좀 적게 먹고 살을 뺄 거야’라는 목표를 세웠을 것이다. 그러나 새해 계획을 크게 인쇄해 방에 붙여놓으려 봤더니 작년 이맘때 붙여 둔 같은 내용의 빛 바랜 종이가 있더라… 하는 상황은 이미 익숙하다. 인간은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동물이니까.
기자 역시 신년 버프를 받아 한 달 동안 열심히 살을 뺐는데, 1월 말 들어 몇 번 술자리를 가졌더니 뺐던 살 대부분이 원상복구됐다. 이때까지 노력은 대체 무엇이었나 하는 좌절감과 함께 살을 꼭 빼야 하냐는 회의감이 밀려왔다. 그러고 보면 세상엔 흔히 ‘뚱보’로 분류되지만 일반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멋쟁이들도 있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남들의 시선 따위 신경쓰지 않고 뚱보로서의 길을 당당히 걸어가는 게임 속 멋진 뚱보들을 만나보자.
5위. 로드호그 (오버워치)
▲ 로드호그는 왠지 귀여운 꿀돼지 같지만, 거친 멧돼지에 더 가깝다 (사진출처: 오버워치 공식 홈페이지)
‘오버워치’의 돌격형 영웅 로드호그는 뚱보 캐릭터가 많기로 유명한 블리자드에서도 그 존재감이 돋보이는 뉴페이스 뚱보다. 푸줏간을 연상시키는 갈고리와 돼지코 마스크, ‘돼’재앙이라는 궁극기까지. 그야말로 노골적으로 ‘돼지’를 모티브로 했다. 걸을 때마다 뒤뚱거리는 물탱크 배를 보고 있자면 얼핏 귀여워 보인다.
그러나 게임 속 로드호그는 단순한 돼지가 아니다. 그의 정체는 무려 무자비하고 파괴적인 살인마. 뚱뚱하다고 무시하다간 언제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지 모른다. 큰 갈고리를 민첩하게 다루고, 아무리 봐도 방사능 물질로 보이는 가스를 거침없이 흡입하는 모습을 보자면 멋져 보이기까지 한다. 살 사이로 얼핏 보이는 탄탄한 근육을 보고 있자면, ‘살은 저렇게 쪄야 하는구나’라는 교과서라도 보는 느낌이다.
4위. 밥 (철권)
▲ '철권 6'의 멋짐을 담당하는 체중증강 파이터, 밥 (사진출처: 철권6 오프닝 영상 갈무리)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스피드? 기술? 근성? 조각미남 파이터였던 밥은 그 답을 ‘체중’에서 찾았다. 야생에서도 사자가 코끼리 발굽에 치어 돌아가시는 일은 흔하지 않은가. 그리하여 밥은 ‘완벽한 격투가의 육체’를 위해 살을 찌웠다. 그렇다. 그는 이번 기사의 유일한 ‘만들어진’ 뚱보다.
밥은 단순히 체중만 증량한 것이 아니라 멋짐까지 살찌웠다. 오프닝에서부터 총 든 은행강도들을 상대로 격투를 벌이며 등장하니, 주인공의 탈을 쓴 악당으로 가득한 ‘철권’ 세계에서 빛과 소금 같은 존재다. 게다가 처음 등장한 ‘철권 6’에서는 엄청난 성능으로 뚱보라며 놀려대며 웃던 이들의 안면에 배치기를 먹여줬다. 이제 아무도 밥을 뚱보라고 놀리지 못한다.
3위. 토가미 바쿠야 (슈퍼 단간론파 2-안녕히 절망학원)
▲ 살이 급격히 불어난 느낌은 들지만 멋짐은 폭발한 돈가미 (사진출처: 단간론파2 오프닝 영상 갈무리)
초고교급 인물들을 모아놓고 살인 게임을 펼치는 ‘단간론파’ 시리즈. 그 중에서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캐릭터를 꼽자면 단연 ‘초고교급 상속자’ 토가미 바쿠야를 들 수 있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고생따윈 해 보지 않은 외모, 건방진 듯 하나 왠지 정이 가는 성격까지. 그런 그가 2편에서 닭다리를 손에서 놓지 않는 185cm 130kg 뚱보로 변신했을 때, 뭇 팬들은 ‘돈(豚)가미’라는 명칭을 붙이며 별개 캐릭터 취급하는 등 아노미 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게임이 진행될수록 토가미, 아니 돈가미에 대한 시선은 점점 호감으로 바뀌어 갔다. 행동력 있는 지도자의 모습, 놀림 따위 신경쓰지 않는 대범한 성격, 희생자를 절대 내지 않겠다는 카리스마까지. 결국 돈가미라 놀리던 팬 다수는 그의 매력에 점점 마음을 열어갔다. 그렇게 돈가미가 새로운 토가미로 인정받아갈 때쯤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지만… 이하 내용은 게임에서 확인해 보자. 어쨌든 그는 멋진 뚱보였다(/애도)
2위. 지크벨트 (다크 소울 3)
▲ '다크 소울 3'의 영원한 친구, 지크벨트 (사진출처: AminoApps)
‘다크 소울’ 시리즈는 꿈도 희망도 없는 초 하드코어 RPG로 유명하다. 그러나 시리즈 별로 믿을 만한 친구 하나쯤은 있는 법. ‘다크 소울 3’에 등장하는 지크벨트 역시 위와 같은 존재로, 뚱뚱한 몸매와는 달리 이리저리 뒤뚱뒤뚱 잘 뛰어다니며 각종 큰 전투에서 도움을 준다. 사실 그가 정말 뚱뚱한지는 잘 모르겠다. 뱃살을 잘 수납할 수 있을 만한 양파 모양 갑옷을 입고 있을 뿐이지만, 튼실한 다리를 볼 때 비만 체형이라고 믿을 뿐이다.
사실 지크벨트는 딱히 멋있는 캐릭터는 아니다. 밥 먹고 자고, 술 먹고 자고… 그렇지만 흉포한 거인 사수나 악마 데몬을 보고 말로 구슬려 볼 생각부터 한다거나, 괴물이 출몰하는 지옥 같은 세계에서 쓸데없이 술을 빚어 먹는 등 실소가 나오는 엉뚱한 매력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밤낮없이 표출되는 그의 긍정 에너지를 받고 있자면 피와 죽음만 가득한 ‘다크 소울 3’ 세계에서 그나마 한 줄기 미소를 짓곤 한다. 벗이여, 잠시 눈을 붙이게!
1위. 빅 스모크 (GTA 산 안드레아스)
▲ 미국인이라면 햄버거 세트 7개는 기본 아냐? (사진출처: GTA wiki)
프로 먹방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을 보고 있자면, 비록 뚱보라고 해도 그 경지가 아득히 초월적일 경우엔 도리어 멋져 보일 때가 있다. ‘GTA 산 안드레아스’에 나오는 주인공 CJ의 친구 빅 스모크 역시 이런 쪽에선 경지에 다다른 인물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뚱뚱한 동네 친구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미국 할렘가를 대표하는 식신 그 자체였다.
빅 스모크의 먹성을 짐작케 하는 일화는 미션 ‘Drive Thru’에서 드러난다. 차를 타고 드라이브스루 형태 패스트푸드점에 간 주인공과 친구들. 남들 전부 세트메뉴 한 개씩 시킬 동안 빅 스모크는 무려 7개가 넘는 세트메뉴(음료는 라지)를 폭풍 주문한다. 이후에는 총격전을 벌이며 질주하는 차 안에서 그걸 다 먹은 것도 모자라, 심지어 옆 친구들 남긴 음식까지 싹쓸이했다. 이쯤 되면 존경심마저 들 정도다. 본 기자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니었는지, 이제는 ‘빅 스모크식 주문’이 인터넷 유행으로 굳어졌을 정도다. 그래, 대식가라면 이 정도 경지엔 올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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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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