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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조이·지스타에는 있지만, E3에서 사라진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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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일~14일까지 미국 LA에서 열린 'E3 2018' (사진: 게임메카 촬영)
▲ 6월 12일~14일까지 미국 LA에서 열린 'E3 2018' (사진: 게임메카 촬영)

지난 14일(현지시간), 세계 3대 게임쇼이자 1년 중 가장 존재감이 큰 행사인 ‘E3 2018’이 미국에서 막을 내렸다. E3가 열리는 LA를 찾은 기자는 각종 신작을 체험해 보고, 개발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온갖 미국식 정크푸드를 흡입하느라 내내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귀국한 지 1주일이 지난 지금에서야 겨우 피로가 풀린 것 같은 느낌이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해외 게임쇼를 취재하자면 제각기 다양한 특징이 눈에 띈다. E3 역시 마찬가지였다. 찬찬히 ‘E3 2018’를 되짚어 보자니, 지스타, 차이나조이, 도쿄게임쇼 등에는 있지만 유독 E3에는 없는 몇몇 요소들이 눈에 띄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없는’ 것이 아니라 ‘사라진’ 것에 가깝다. 과연 E3가 게임쇼에서 없앤 것들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

E3에는 ‘가방’을 볼 수 없다

'E3'에서 관람객들을 보자니 왠지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느낌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자세히 보니 대부분 가방이나 백이 없는 빈손이었는데, 이유는 가방을 가지고는 행사장에 들어갈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출품업체나 미디어 관계자가 아닌 모든 관람객들은 뒤로 매는 백팩류 일체, 규정 사이즈를 초과하는 커다란 가방, 캐리어 등의 바퀴 달린 가방을 반입할 수 없다.

부스 및 미디어 관계자를 제외하면 백팩과 큰 가방 반입이 봉쇄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부스 및 미디어 관계자를 제외하면 백팩과 큰 가방 반입이 봉쇄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실제로 회장 내에서는 큰 가방을 멘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실제로 회장 내에서는 큰 가방을 멘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런 규정이 만들어진 이유는 테러 위협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전세계는 테러와의 전쟁을 치러 왔다. 미국의 경우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행사장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는 3명의 사망자와 183명의 부상자를 냈으며, 2017년 연말 뉴욕 맨하튼 지하철 연결 통로에서도 IS 추종자에 의한 폭탄테러로 4명의 사상자를 내고 말았다.

사실, 미국에서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총기난사다. 총기 소유가 합법화 돼 있는 미국에서는 매년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게임쇼처럼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단연 이러한 위험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해 초 격투게임대회 ‘EVO 2018’에서 총기를 난사하겠다는 트윗이 발견돼 FBI가 수사에 나서는 등 행사에 비상이 걸린 적도 있었다.

실제로 기자는 미디어 패스를 이용해 카메라와 노트북이 담긴 백팩을 반입할 수 있었지만, 입장 시마다 공항 검색대에 준하는 보안검사를 받았다. 가방을 열고 내용물을 보여줘야 했으며, X레이 검색대를 통과했다. 일반 관람객들은 이마저도 허용되지 않았다. 가방 금지 조항을 몰랐던 일반 관람객들은 가방을 차에 두러 먼 길을 돌아가야만 했다.

회장 안에 들어가는 사람은 철저한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 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회장 안에 들어가는 사람은 철저한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 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3의 이 같은 정책은 미국이라는 국가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시 테러 위협에서 100% 안전한 국가는 아니다. 아직까지 커다란 사건이 발생하진 않았지만 공공시설에 대한 폭탄테러 예고가 잊을 만하면 보도되고 있으며, 몇 년 전에는 IS의 테러 대상 국가 목록에 한국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발표되며 국민적 위기감을 고취시켰다. E3 정도는 아니지만, ‘지스타’를 비롯한 국내 행사들도 어느 정도의 경각심을 키울 필요는 있어 보인다.

E3에서는 ‘부스걸’을 볼 수 없다

최근엔 ‘부스모델’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부스걸’이라는 단어를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부스걸’이란 게임 부스에 찾아온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이들을 안내하거나 시선을 잡아끄는 역할을 하는 마스코트격 여성 모델들이다. 모터쇼 ‘레이싱걸’에서 유래한 이들은 주로 몸매를 드러내는 복장을 입는 경우가 많으며, 일각에서는 게임쇼에 와서 부스걸만 보고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존재감이 강했다.

그러나, 올해 ‘E3 2018’에서 이러한 ‘부스걸’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부스모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게임 속 캐릭터를 현실로 가져온 코스프레 모델에 가까웠다. 게임과의 연관성 없이 외모와 몸매, 미소만으로 손님들을 맞이하는 ‘부스걸’은 거의 볼 수 없었다. 그녀들의 빈 자리는 게임업체 티셔츠를 맞춰 입은 안내 직원들이 대신해 채우고 있었다. 한국 ‘지스타’, 일본 ‘도쿄게임쇼’, 중국 ‘차이나조이’ 등에서 아직 ‘부스걸’이 활발히 활동하는 것과 비교하면 꽤나 낯선 모습이었다.

'E3 2018'의 부스모델은 대부분 이런 코스프레 모델들이었다
▲ 'E3 2018'의 부스모델은 대부분 이런 코스프레 모델들이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러한 결정은 하루아침에 내려진 것이 아니다. 사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E3는 다른 게임쇼들과 같이 노출도 높은 부스걸을 내세워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어왔다. 그러나 2005년, 이러한 선정적 운동에 제동이 걸렸다. E3 게임쇼를 주최하는 ESA에서 부스걸들의 선정적 의상과 행동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선 것. 이러한 제약은 2~3년 주기로 점차 강화됐고, 2015년에 이르러서는 거의 모든 부스에서 이러한 부스걸들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는 E3가 유저 친화적 행사로 탈피한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ESA의 이 같은 결정은 1990년대 중후반부터 미국 전역을 뜨겁게 휩쓴 성차별 반대 운동 영향으로 보인다. 이 운동은 모터쇼나 게임쇼 등에서 선정적 여성 모델을 내세우는 것이 성차별이자 성 상품화라고 주장했다.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 운동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는 이 주장은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었고, 그 결과 현재 E3 게임쇼에서는 노출을 앞세운 ‘부스걸’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물론, 이 같은 움직임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지나친 부스걸 혐오 운동이 게임쇼 분위기를 어둡게 만들고, 모델들의 일자리를 잃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게임쇼 뿐 아니라 모터쇼를 비롯한 각종 박람회 업계에서 끊이지 않는 논란거리다. 이 문제에 대해 누가 옳은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다. 다만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이러한 논란들이 줄을 잇는 것은 사실이다. 과연 ‘지스타 2018’은 부스걸에 대해 어떤 방향을 제시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부스걸의 빈 자리는 회사 티셔츠를 입은 도우미 직원들이 대신하고 있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부스걸의 빈 자리는 회사 티셔츠를 입은 도우미 직원들이 대신하고 있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3에서는 ‘전단지’를 볼 수 없다

E3 회장을 수없이 들락거리며, 기자는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을 발견했다. 회장 부근에 쓰레기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쓰레기가 아예 안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냅킨이나 음료 캔, 비닐 등 일반 쓰레기들은 간혹 길거리 구석에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3는 여느 게임쇼와 달리 깔끔해 보였다. 그 이유는 단 하나, 회장을 어지럽히는 게임 전단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E3 2018’ 회장 내 게임사 부스들에서는 게임 관련 전단지를 나눠주는 행위를 찾아볼 수 없었다. 유일하게 찾아볼 수 있었던 전단지 중 하나가 회장 바깥 신문함에서 자유롭게 가지고 갈 수 있었던 ‘데일리 버글’, 스파이더맨 세계관에 나오는 일간지 형태였다. 사실상 전단지라기 보다는 소장 가치가 있는 아이템에 가까웠다. 비즈니스 및 관계자 미팅을 주로 하던 미팅 룸이나 B2B 룸에서는 게임 설명을 위한 전단지가 일부 배포되긴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회장 내 거의 유일한 전단지였던 '데일리 버글'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회장 내 거의 유일한 전단지였던 '데일리 버글' (사진: 게임메카 촬영)

몇 년 전까지만 해도 ‘E3’ 역시 다른 게임쇼와 마찬가지로 각종 전단지가 배포됐다. 사실 전단지는 게임을 효과적으로 알리는 수단이지만, 한 번 읽고 난 전단지는 버려지기 일쑤다. 읽고 난 모든 전단지가 쓰레기통에 들어가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일부는 행사장 바닥이나 공용 휴게공간, 길거리 등에 흩뿌려져 환경을 해친다. 이는 국내외 대다수 게임쇼에서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에 최근 몇 년 새 ESA는 부스 내외부 환경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실시했고, 지난해부터는 참가사들을 상대로 ‘Go Green with E3!’ 운동을 시작했다. 이 운동은 E3 게임쇼를 녹색 이벤트로 만들자는 것으로, 카펫과 벽지 등을 재활용 가능 소재로 만들고 일회성 종이 인쇄물을 최소화하자는 등의 조항 10개로 이루어져 있다. 이 캠페인은 강제성이 있진 않지만, 결과적으로 올해 ‘E3 2018’ 회장에서는 일회용 전단지를 나눠주는 곳을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이런 E3의 전단지 줄이기 운동은 국내외 여러 게임쇼에도 훌륭한 귀감이 된다. 읽은 후 버려지는 전단지보다는 게이머들의 뇌리에 박힐 수 있는 훌륭한 게임과 장면으로 승부하는 것. 그것이 게임쇼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E3 주최측에서 실시하고 있는 'GO GREEN E3' 운동 (사진출처: E3 2018 참가사 안내서)
▲ E3 주최측에서 실시하고 있는 'GO GREEN with E3' 운동 (사진출처: E3 2018 참가사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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